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새롭게 발심한 그대가 선배입니다

요즘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화가 납니다. ‘왜 이렇게 장애물이 많은 거야? 나만 장애물이 많은 거야?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는 장애물이 아닌데 나한테만 장애물인거야?’ 넘어질 때마다 '넘어졌구나'가 아니라 '또 넘어졌냐? 아이고, 그냥 누워있지 그러냐'라고 저 자신을 비난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괴로움 속에서 정은주 님과 김은영 님의 수행소감문을 받았습니다. '뭐지 이 사람들은?' 나의 업식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 발원하는 정은주 님. 정일사로 나의 본질을 보았다는 김은영 님. 이 도반들이야말로 나의 스승이자, 선배구나, 싶습니다. 정토회 오래 다닌 것보다 새롭게 발심한 이들이 선배입니다. 등불처럼 길을 밝히는 두 도반의 이야기, 지금 들어봅니다.

엄마가 되돌아가지 않으려고 - 정은주 님

우울증약을 먹고 일 년 동안 잠만 자며 살던 어느 날입니다. 5살 아들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며 어릴 적 아버지에게 맞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혼을 결심하고 준비하면서, ‘나를 돌보자’라는 마음과 마지막으로 주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13살에 자살로 돌아가셔서 해당 자녀에게 지원되는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찾아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구나’를 알아갈 무렵 정토회 불교대학을 같이 시작하자는 언니의 권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부는 싫은데 하는 마음으로 차일피일 미루는 제게 “우리 업식을 자식한테는 물려주지 말자”라는 말에 입학했습니다.!

JTS거리모금, 정은주 님
▲ JTS거리모금, 정은주 님

불교대학에서 천일결사 맛보기로 시작한 아침기도를 하며 10-1차 기도하는 20일 동안은 매일 울고 또 울었습니다. 울다가 화가 나서 집어 던지듯이 기도를 그만두고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경전대학을 진학하고 모른 척했던 천일결사 기도 권유에서 ‘100일을 하면 내 꼬라지를 알 수 있다’라는 말씀에 힘입어 ‘내 꼬라지나 한번 보자’ 하는 마음으로 10-3차 기도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40일 정도 매일 기도하면서 이혼을 결심하게 한 남편의 잘못보다는 남편이 내 말 대로 해주지 않아 화풀이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참회하게 되었습니다. 졸업이 다가오며 ‘이제 다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가볍게 전법활동가 교육을 받아 보라’는 진행자님의 말에 속으로 ‘어떻게 가벼울 수 있지’ 하며 화내고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가벼운 건 도대체 뭔지, 무엇이 가벼울 수 있는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가볍게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언니랑 통화하던 중 전법활동가 교육을 받으면 법사님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고, 고민에 대해 바로 말씀 해주신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럼 교육만 받을까’라는 마음으로 전법활동가 교육을 신청했습니다.

전법활동가 교육을 받으면서는 ‘이것만 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전법활동가의 교육과정 중 천일기도는 습관이 되고, 토요일 천일결사기도는 힐링이 되며, 일요명상은 쉼이 되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는 과거 내 모습을 돌아보며 알아차리고, 지금 여기에 깨어 있어 내 꼬라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토요일 천일견사기도는 종송부터 예불은 어떤 음악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108배를 마치고 듣는 스님의 법문은 그 주에 수행하면 드는 의문점이 해소되어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다음 날 출근하기 싫어서 일요일 저녁이면 무거웠던 마음이었지만, 일요일 저녁 8시 30분 명상을 준비하며, 일주일간 있었던 모든 일을 다 끝낸 나에게 주는 쉼의 시간이었습니다. 통의의병 교육은 또 다른 나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깨달음의 장1〉에서의 시간은 나를 고집하는 내 욕심을 알아차리고 잠시 내려 보는 연습이 되었습니다.

정은주님 16살 아들과 함께
▲ 정은주님 16살 아들과 함께

5살 아들은 16살 중학생이 되어 지난 상처를 꺼내며 화내는 아들이 되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저는 “엄마가 몰라서 그랬어. 법륜스님께 배워보니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미안해. 앞으론 안 그럴게”라고 당당히 사과하고 아이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엄마 이젠 그만해도 될 것 같아”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엄마가 되돌아갈까 봐”라고 말하며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토회 30년 회향 수련에서 어느 법사님께서 하루하루 수행 정진이 힘이었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저도 천일결사 기도하며 수행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다만 합니다.

전법활동가로 아직은 제가 받은 공덕을 베풀지 못했고 앞으로 남은 생을 다하여도 베풀지 못하겠지만, 지금부터 잘 쓰인다면 모자이크 붓다로 점을 찍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륜스님이 가시는 그 길, 선배 도반님들이 걸어가신 그 길을, 저도 따라갑니다. 오늘 하루 잘 쓰이겠습니다.

불안감에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 김은영 님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저를 돌아봅니다. 아직도 전법법회에 들어가 있으면 신기합니다. 선배 도반님들과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전법교육을 받으며 정토회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나누기하며 조금은 성장해 가는 나를 느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읽을 내용 때문에, 시간이 늘 빠듯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
▲ 불교대학 졸업식

21년 12월에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고 저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머리로 스님의 말씀이 좋은 말씀이라고만 느꼈지, 남에 대해 다르다를 진심으로 느끼며 산적은 없었습니다. 그 후 스님의 법문은 그 전의 법문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햇살이 누구에게나 따스하고 포근하듯 차별 없이 공평하듯 스님의 말씀이 그런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자 진짜 마음에 태양이 내리쬐듯 따뜻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3월 불교대학 진행자를 맡게 되었는데 수업이 진행되면서 제가 더 수업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수업은 더 쉽고 알아듣기 편했습니다. 늘 법문이 새롭다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3월 불교대학은 코로나 이후 처음 오프라인 활동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밖에서 도반들을 만나니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즐거움과 괴로움은 쌍둥이라더니 진행자로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때쯤 새로운 학년이 된 아이가 밥을 거부하고 이동하는 것에 어려움을 나타내서 다니고 있던 곳에서 동시다발로 문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10키로 이상 빠지고 학교랑 방과 후에서 내내 전화가 와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불교대학 만 명 모집 홍보, 남울산 지회 삼산모둠 (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은영 님)
▲ 불교대학 만 명 모집 홍보, 남울산 지회 삼산모둠 (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은영 님)

그맘때 정일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정일사는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아이 문제에 사로잡혀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래서 정토회는 꾸준히 하라는 것만 해도 ‘나의 문제가 자연히 사라지는구나’를 느꼈습니다, 정토회에 들어왔으면 못해도 전법활동가를 해서 정일사까지는 해봐야겠구나. 여기까지 해봐야 ‘나를 보고 문제가 생겼을 때 본질을 볼 수가 있겠구나’를 느꼈습니다. 그 후로 전법이 더 수월하고 더 쉽고 제가 느낀 걸 잘 전달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전법은 그냥 입으로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볍게 해보니 그 누구에게도 얘기 못할 게 없었습니다. 그 좋음이 넘쳐 흐르는 경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이중멤버쉽 허용 덕에 모태 교회인과도 허심탄회하게 같이 예수님과 부처님의 위대함에 몇 시간 동안 얘기하는 즐거움도 요즘 느끼며 그분과 마음으로 가까워졌습니다. 앞으로도 아이가 자라면서 갖가지 어려움이 찾아올지 모릅니다. 아이를 아이 그대로 보고, 나는 나 그대로 나아가면 아무 문제 없을 것입니다. 아이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졌습니다. 가벼워지니 다가올 미래는 기대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얼마전 행복학교 진행자 교육을 받았는데 제 안에 1% 뭔가 부족한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제가 행복시민이 아니어서 그랬나 봅니다. 가끔 제 마음도 제가 설명 못 하는 그런 게 있었는데 뚜렷하게 밝아졌습니다. 저는 세상 관심 없고 궁금한 게 없던 사람이었는데 사람도 궁금해지고 좋은 것도 많아졌습니다. 그런 사람으로 저를 만든 정토회를 무척 사랑합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모든, 도반들 사랑합니다.


글_양천지회 정은주 님, 남울산지회 김은영 님
편집_정토행자의 하루팀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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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엄마 이젠 그만해도 될 것 같아 라는 말에
엄마가 다시 되돌아 갈까봐 이 말이 왜이리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지요
아침부터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한 발 한 발 선배도반님들 따라 수행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2-17 08:43:08

보산등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1-30 08:23:55

장혜정

모든것이 다 덧없는것 같은 요즘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내모습이 초라하고 부끄러웠는데...글을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1-26 19: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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