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이미 씨앗은 뿌려졌습니다

지난 11월 26일부터 27일까지 1차 만일 결사를 회향하는 1박 2일의 회향수련이 있었습니다. 개인 법당에서 수행자로서의 '나'와 활동가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부별 회향수련 소감문 발표시간도 있었는데요, 오늘은 북미지회 김지은 님, 동대구지회 김유진 님의 소감문을 다시 읽어 봅니다.

북미지회 일반회원 김지은

정진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데 30년 회향 수련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너무 감사합니다. 공헌 없이 이득만 챙긴 듯한 마음이 들어 죄송하기도 합니다.

북미지회 김지은 님
▲ 북미지회 김지은 님

정토회를 일구신 많은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정토회 30년 역사를 처음부터 보니 그분들의 반평생 노력이 보여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오늘의 정토회가 법륜스님만의 법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매일매일 땀 흘려 일하는 선배 도반들의 열정이 그 밑바탕에 있었습니다. 특히 비닐하우스를 철거반이 철거했을 때, 너무 가슴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힌 선배 도반님. 늦은 밤 돌아와 잡히지 않는 문고리를 보고서야 이미 집이 철거됐음을 알았다는 법륜스님. 그 말을 들으며 당시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듣는 제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바른불교, 쉬운불교, 생활불교라는 기치를 걸고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으로 포교 하시려는 법륜스님과 선배 도반님들의 원은 그런 환경 속에서도 빛이 바래지 않고 오늘의 정토회를 이루게 됨을 보았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정진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30년의 하루하루가 낙숫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되어 오늘에 이르러 가슴이 뭉클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루에 108배 이상 해 본 적이 없어 과연 제가 천배를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도반님들과 같이 정진하여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뜻깊은 30년 회향수련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동대구지회 김유진

1박2일 회향수련에 참여하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는 어떤 원을 세울까? 어떤 모자이크 조각을 만들고 싶은가? 였습니다.

모든 것이 의미 있겠지만 현재 마음이 가는 것은 평화통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통일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생을 통틀어 한번도 생각해 보지도, 관심 가져 보지도 않았던 분야입니다. 8월부터 평화재단 정기후원은 시작했으니 이제 평화재단 발간물 소식지를 매일 읽어 보고 익혀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뭐라도 알아야 하고 싶은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동대구지회 김유진 님
▲ 동대구지회 김유진 님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내가 누리고 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오랜 시간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서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하니 빚을 진 느낌입니다. 각 세대는 그 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고 합니다. 그게 우리나라에서 보면 평화통일이고 전세계적으로 보면 기후위기가 아닐까 합니다. 저도 제 세대에 마주한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지 말고 해결에 일조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지쳐서 나가떨어지지 말고, 힘들면 안 하기도 하면서 끈만 갖고 그냥 있어라. 그러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 이 말이 저한테 필요한 말인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고, 모 아니면 도 이런 식으로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꾸준히 하는 걸 잘못해서 금방 싫증 내고 올인 해서 일을 하다 보니 에너지 소진도 빨리 오고 제 풀에 지쳐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설렁설렁할 때도 있고, 힘도 빼고 더 즐기면서 천천히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게으르지 않기가 어려운데, 조금 게을러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도 정진 한지 193일된 병아리. 이런 제가 천배를 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처음 만일결사 신청 하라고 했을 때 세부 일정이 안 나와서 좀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신청하고 나서 세부 일정에서 천배정진을 보고 순간 취소 충동이 강하게 일었습니다. 첫 100일 정진 첫째 날도 성깔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꾹꾹 견디며 108배 다 안 해도 좋으니 단 하루라도 빠지지만 말자고 스스로 타협점을 잡았습니다. 그 목표는 달성했는데 웬 걸. 100일 끝나면 정말 끝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101일 되는 날부터는 체념하고 날을 세지도 않고 지금은 완전히 습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 중에 천 배를 경험하니 오늘 108배가 고마운 줄 알겠습니다. 이렇게 사람은 꼭 더 한 걸 겪어 봐야 현재의 고마움을 아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절 하면서도 뭔가 자꾸 올라와서 울컥울컥 울고, 영상 보면서도 또 찔끔찔끔 울고 그랬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매여살다 보면 어제 오늘의 수련이 새까맣게 없던 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감지 못 하더라도 나에게 미세한 변화는 시작되었으리라 믿습니다.


글_김지은(북미지회) 김유진(동대구지회)
편집_행자의 하루팀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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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윤희

같이 미세한 변화를 즐기는 도반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미세한 변화라는 표현이 와닿네요!
감사합니다

2023-01-13 10:21:43

정욱진

눈을 뜨면 곳곳에 스승이 있다는데, 여기에도 참 좋은 스승이 계시군요. 무거웠던 마음 가벼워짐에 감사합니다.

2023-01-12 17:59:41

사공엽

저도 10-9차부터 참여한 새내기인데 반갑네요. 잘 읽었습니다. 🙏

2023-01-12 16: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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