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소란스러운 가운데 만난 나의 모습

온라인 명상이 활성화 되며 명상에 참여하는 정토회원들도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지난 여름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6박 7일 명상에 참여한 두분의 명상 소감 입니다. 명상을 접하지 못한 분들은 조용하고, 한가한 명상을 하고 나서 도대체 나눌 것이 뭐 있을까 의문이 들것이고, 또 명상을 여러 번 해보신 분들은 6박 7일 했으면 6박 7일 나누기 할 수 있지! 하며 공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함께 간접 체험해볼까요?

대단한 나를 발견하고 내려놓는 연습

하미숙 대전충청지부 세종지회

도반들과 온라인 활동 중인 하미숙님
▲ 도반들과 온라인 활동 중인 하미숙님

명상 참여 전 가족들 먹거리를 준비해 놓느라 나름 분주했다. 첫째 날 '욕구를 따라가지도 참지도 않고 그냥 알 뿐'이라는 안내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다리 아픈 고통에 따라다니다가 참기를 반복했다. 여섯째 날이 되어서야 "그래, 너가 언제부터 내 다리이더냐? 가져가라" 하고 마음을 놓으니 그때부터는 아파도 따르지도 참지도 않게 되었다.

삼일 째는 온갖 망상이 들끓었다. 그중 대부분은 허세와 허풍을 떠는 내 모습을 그려내는데 썼다. 스스로도 '와~대단하구나!!!' 싶었다. 이건 스포츠맨이 되었다가, 연예인이 되었다가, 요리사가 되었다가, 바닷가를 거닐다가... 아주 미쳐 날뛰었다. 되는 것도 없고 다리만 아프고 시간만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중에 식사 하러 거실에 나갔는데, 큰애가 계속 쫓아 다니며 장난을 친다. 평상시는 안 하던 노래도 해 댄다. 화가 슬슬 일어났다. 고개를 돌려 외면하며 내 할 일 마치고 들어왔는데, 명상 중 애한테 따귀를 시원하게 올려 붙였다.

'어머나!! 나도 내가 무섭다. 지 맘대로 안된다고, 쟤가 뭘 했다고 애를 잡나!!'
이게 평소 내 마음 씀씀이일 것이다. 장난과 조롱을 불쾌해 하면서, 나는 또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장난과 조롱으로 가벼이 대했던가!! 참회의 마음이다.

나를 속이는 나를 발견

계속되는 다리의 고통으로 '몸이 틀어 졌나? 골반부터 등 쪽, 고개까지 전부 틀어져 있구나!' 걱정이 시작되었다. 갈팡질팡 하며 '더 몸이 더 안 좋아지면 안되지!' 하며 굳이 목이 마르지도 않은데, 쉬는 시간 마다 물을 마셨다. 호흡을 겉 넘어서 규칙적으로 하는 것처럼 하면서, 속으로 딴 생각을 따라 다닌다. 그럴때마다 망상속을 즐기며 돌아다녔다. 사는 것도 그럴 때일 수록 시끄럽고 허세가 있으며 뒤죽박죽 남의 정신으로 살았겠다 알아진다.

망상으로 넘어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뭔가 규칙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나를 먼저 속이고 안심하는 순간이 바로 망상의 첫걸음임을 알아, 그 당초부터 또 호흡이 규칙적인 루틴으로 매미소리를 따라 가려고 하면, 바로 호흡을 살피기를 반복한다.

개인 법당에서 명상 중인 하미숙님
▲ 개인 법당에서 명상 중인 하미숙님

넷째 날에는 예전의 상처들이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며 위선과 허풍을 떠는 내가 망상속에 출연했다. 끌려가지 말라는 스님의 말씀을 허공으로 날려 버리고, 나는 망상에서 원망과 되갚음으로 마치 권선징악의 영화 엔딩 같이 마무리를 지었다. 스토리도 없는 망상중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미쳐 날뛴다.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며 끝까지 가보자는 심사로 해 본다. 단죄, 앙갚음, 화풀이의 모은 요소들이 남편으로 향해 있다.

'위워~'
이렇게 내 끝을 보고서야 이런 후진 부인과 사는 남편이 새삼 고맙다.

전체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은 이전에 잘못했던 부분을 사과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며 살았었구나 살펴진다. 내가 그랬데. 남들도 그러겠다 이해가 된다.

어제는 물도 계속 걸려서 밥을 종일 반숟가락 정도만 먹었다. 오늘 아침에는 눈앞에 어지럽다. 이래서 사람들이 119를 부르는구나 싶었다. 명상 후 나가서 수박국물 두 숟가락을 마시고 들어와 천일결사 기도를 이어 갔다. 그래도 눈앞은 깜깜하다.

내가 살면서 뭘 얼마나 더 할게 있을까? 시기와 미움, 원망으로 다 쓰기에는 굶어 죽는 고통과 두려움. 살핌 받지 못하는 이웃들이 같은 삶을 살고 있음을 알아 철없는 아줌마 팔자 타령은 이제 그만하고, 이들을 위해 내 한걸음을 옮기고자 한다.

먼저 이 귀한 길을 가고있는 스님과 여러 도반님들 덕에 나같은 사람도 흉내라도 내는 마음을 먹는것을 보면 그들의 은혜가 한없이 갚게 와 닿는다.
감사합니다.


삐진 아이를 발견하고 안아주는 나

최연경 부산울산지부 중울산지회

주인공 최연경님
▲ 주인공 최연경님

매번 명상 시작은 기대와 설렘으로 하지만 첫날부터 녹록지 않았다. 적게 먹고, 배고픔 참아가며 호흡 알아차리기. 시작과 함께 쏟아지는 졸음, 비몽사몽 중에 죽비 소리가 들린다. 체기로 속까지 불편하다. 욕구에 끄달려 한 숟가락 더 먹은 밥이 화근이었다. 명상 전 먹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딸이 우리 엄마 먹깨비라 명상 때 적게 먹기 힘들겠다는 딸의 말에 걱정 말라고 큰소리쳤는데 바로 걸려 넘어졌다. 반찬 없이 흰죽으로만 먹고 나니 명상 할 때 불편함은 사라졌다. 조금의 욕구, 배부름도 허용이 안 되구나 싶다.

아무 할 일 없이 숨만 쉬라 는데, 몸은 몸살이 날 것처럼 기운 없고 힘들다. 숨 쉬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숨도 내 의도대로 잘 쉬려 하니 긴장되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아무 할 일 없이 호흡만 지켜보라고 계속 반복해 안내해 주신다. 그 말씀을 붙잡고 '내 생각, 의도 내려놓고 호흡만 지켜보기, 호흡만 지켜보기'라고 되뇌 이면서 놓치면 다시 돌아오고, 놓치면 다시 돌아오는 연습을 한다. 그 와중에 망상 속에 엄마가 미소 짓는 영상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지낸 시간이 많다. 그 시간은 오롯이 나 혼자 할머니에게 사랑받고 이해받는 시간 이였다. 하지만 집에 오면 내 사랑은 위아래 언니, 동생에게 빼앗긴 느낌이다. 왜 엄마는 할머니처럼 하지 않느냐고 늘 비교하고, 엄마를 못마땅해 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순간 눈물이 뚝 하고 한 방울 떨어진다. 삐진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탁 풀어진다.

그 삐진 아이는 남편에게 이해 받고 사랑 받고 싶어한다. 그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고 화내고, 짜증 내고, 옳고 그르고 따지며 나도 남편도 피곤하게 살았다. 엄마에게, 남편에게, 나 자신에게 참회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내 속에는 내 식대로 이해받고, 사랑받기를 원한 어린아이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먼지를 털어내고 닦아주니 보석을 발견한 것 같다. 받으려는 마음은 내려놓고 이해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모든 것이 다 감사함이었네

도반들과 함께 행복학교 활동 중(첫줄 가운데 주인공)
▲ 도반들과 함께 행복학교 활동 중(첫줄 가운데 주인공)

다섯째 날부터는 한 타임에 30분이던 명상이 40분으로 10분이 더 늘어났을 뿐인데, 다리 아픔에 호흡에 집중해 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얼굴과 등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힌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을 때 죽비 소리가 들린다. 고비고비를 넘겨보는 힘이 나중에는 더 어려운 망상에서 빠져 나오는 힘이 된다는 스님 말씀에 다리 아픔이 한순간에 다 날아간다.

배 고프고, 다리 아프다가 끝나는 명상이지만, 지금 내 마음과 몸은 가볍고 감사함으로 충만하다. 허황된 욕구에 시간과 에너지를 뺏기지 않아도 되고 내 꼬라지를 알게되니 겸손하게 숙이는 법을 알아가는 명상. 스님 말씀처럼 부수입이 너무 많다.

6박7일 어버이 같은 마음으로 법문 해주시는 스님을 보면서 감사함에 울컥하는 순간도 있었다. 안되면 다시 하고 안되면 다시 하고, 그것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일러주시는 스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신 모든분들 덕분에 명상 잘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여름 명상에 참가하며 스님의 법문이 모두 '아재아재바라아재' 처럼 들렸습니다. 고비고비 마다 어떻게든 함께 가고자 끌어주시는 스님의 마음이 절절하게 와 닿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머릿속은 시장 통이었습니다. 또한 그럼에도 그 시장 통을 지나오며 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렇게 우리에게 전해져서 스승님을 따라 도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귀한 시간 귀한 사람들과 함께 수행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반들의 명상 소감문을 정리하며 오늘도 알아 갑니다. 내가 진짜 복이 많구나. 갠지스 강의 모래알 만큼이나 많구나.

글_하미숙 (대전충청지부 세종지회)
최연경 (부산울산지부 중울산지회)
편집_서지영(강원경기동부 수원지회)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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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란

교대근무라 시간이 안맞아서 못했지만
시간내서 1박2일 명상부터 참여해보겠습니다

2022-10-07 06:49:38

풀잎향기

명상수련~꼭 참여해보고 싶네요^^

2022-10-01 07:25:34

우민자

명상수행의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6박7일 수행에 관심이 갑니다. 기회될 때 도전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_()_

2022-09-30 06: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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