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광주지회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어떤 소임이 주어지든 “부족하지만 해보겠습니다” 망설이지 않는 도반이 있습니다. 무한한 긍정 에너지가 물 흐르듯 멈추지 않는 동광주지회 이미순 님을 만나 보겠습니다.

이미순 님
▲ 이미순 님

빚으로 시작한 결혼

제가 결혼 생활을 빚으로 시작할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남편은 결혼 비용과 월세 보증금 모두 빚으로 준비했습니다. 남편 월급 받아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나면 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닥치는 대로 일해도 대출 받아 생활해야 했습니다.

마침 IMF까지 덮쳐 가정이 파산 직전으로 몰렸습니다. 저는 환율 차이가 크게 나는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 식당에서 하루 12시간 때로는 20시간 꼬박 서서 일했습니다. 8년 동안 일해 빚을 갚고 저축을 할 수 있을 무렵 두 무릎의 통증으로 걸을 수 없게 됐습니다.

미륵사에서 (오른쪽 첫 번째)
▲ 미륵사에서 (오른쪽 첫 번째)

불법을 만나다

바이러스성 관절염으로 입원 치료하는 동안 남편을 원망하며 제 처지를 한탄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애쓴 것뿐인데 왜 이런 고통이 온 것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완치되지 못한 상태로 퇴원해 수지침 치료로 걷기 시작할 때 남편이 실직했습니다. 할 수 없이 어린이집 조리사로 취직을 했는데 몸이 온전치 않은 상태라 몸과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고심 끝에 야간대학 사회복지 상담과에 입학했습니다. 학업과 직장생활을 동시에 하며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습니다.

2009년 광양에서 법륜 스님의 강연이 있다는 현수막을 보고 강연장으로 갔습니다. 스님 법문은 명쾌하고 속이 시원했습니다. 강연장에서 만난 도반은 여수에서 광양으로 불교대학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도반과 저는 스님의 법문을 계속 듣고 싶은 일념으로 도반의 집에서 가정 법회를 열었고 이는 수행 법회로 이어졌습니다.

내 생각 속에 갇혀 있었구나!

2011년 3월, 여수에서 불교대학이 문을 열었지만, 직장과 야간대학을 함께 다니고 있었던 터라 수행 법회만 참석했습니다. 이듬해 봄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대학을 다니면서 가을 불교대학 담당을 맡았습니다.

2014년 불교대학 입학식 집전하는 날, 몸이 떨리고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는 불교대학 담당을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법당에서 새벽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3시에 식사 준비해놓고 법당에서 기도 후 직장으로 출근, 퇴근하면 법당으로 왔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진행하고 수행 법회 후 경전대학 수업에 참석했습니다.

새벽에 법당으로 걸어가다 인적 없는 길에 허름한 옷을 입은 남자들과 마주치면 무서움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마음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분들은 다만 자기 일이 있어 갈 뿐인데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한 저의 무지를 알아차렸습니다. '내 생각 속에 갇혀서 오해 하고 있었구나.' 하고 내 마음 살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친구를 만날 때 잘 보이려고 옷장에서 옷을 고르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옷차림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의원 야유회(맨 앞)
▲ 대의원 야유회(맨 앞)

알음알이가 아닌 알아차림으로

법당에서 처음으로 백일기도를 마치고 나서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핑계 대거나 아우성치지 않고 하면 될걸. “그냥 한다.”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부가 갖춰지고, 가족이 화목해야만 행복할 줄 알았던 저는 아침기도 3년 후 달라졌습니다. 어떤 조건에서든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고 온몸에 전율이 왔습니다. 스님의 법문은 더 쉬워져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5년쯤 지났을 때는 스님 법문을 습관적으로 듣고 있었고 때론 싫어졌습니다. 그래도 쉬지 않고 들었더니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알아차림이 아닌 알음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법문은 더욱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저의 무지를 깨우쳐줄 법문을 만날지 몰라 놓치지 않고 들었습니다. 주어진 소임 또한 기꺼이 하는 마음을 냈습니다.

동북아 역사 기행(오른쪽 세 번째)
▲ 동북아 역사 기행(오른쪽 세 번째)

그러나 남편의 무능으로, 아픈 몸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음의 장〉에 가서 모든 것이 내 욕심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집을 살 때 남편은 형편에 맞게 사자고 했으나 저는 대출 받았고 딸 하나 면 족하다고 했는데 기어코 둘을 낳았습니다. 또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며 아이들을 길렀을 남편과 아이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무릎이 절로 꿇어졌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이 채워지지 않아 남편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삼천 배로 사라진 무릎 통증

108배를 하면 무릎 통증으로 며칠 쉬고 괜찮아지면 다시 절을 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7차 천일 결사 3년 동안 입재식에 참석한 입재자들은 모두 문경에서 2박 3일수련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련 프로그램 중 삼천 배가 있었습니다.

삼천 배를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두려웠으나 앞으로 남은 인생을 무릎통증으로 전전긍긍하며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련 첫날은 1,200배 둘째 날은 800배 나머지 1000배는 집에 와서 마쳤습니다.

그런데 지속해서 괴롭히던 무릎 통증이 없어지고 일이 힘들 때만 간헐적으로 통증이 왔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예전에는 몸 따라 마음도 함께 힘이 들었다면 지금은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안합니다.

남은 인생, 부처님 가르침 따라

2019년 여수 법당 부총무 소임을 맡았습니다. 수행 법회담당을 비롯 많은 소임을 해 온 경험과 도반들의 도움을 받으면 무난히 해 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고 본론만 얘기하는 저의 습관이 문제가 됐습니다. 무시한다는 도반도 있고 독선적이라는 도반도 있다는 것을 1년이 지난 후에 알았습니다. 돌아보면 아쉽지만 지난 뒤라도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소임이 복임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전법 활동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돕는 이 하면서 도반들에게 서툰 컴퓨터를 배워 연습했습니다. 지금은 직장 다니면서 불교대학 진행과 모듬장을 하고 있습니다.

주례회(아랫줄 가운데)
▲ 주례회(아랫줄 가운데)

마음 알아차리기 하면서 많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잘하는 사람 앞에 발표할 때 심한 긴장감으로 떨었을 때는 잘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차렸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백일기도가 천일기도 밑거름이 됐고 10년 정진의 힘이 됐습니다. 앞으로 남은 제 인생의 버팀목이 될 마음 알아차림은 제 삶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남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태며 살고 싶습니다. 부처님 법을 만나지 못 한 사람들에게 이 법을 기꺼이 전하기엔 아직도 쭈뼛거리는 마음이 남아있지만, 이 마음도 언젠가는 가볍고 신나게 할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 탓을 하며 괴롭게 살아갔을 제가 정토회를 만나 행복한 세상을 누리며 살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남은 인생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살고자 합니다.


백일기도가 천일을 버티고 천일 정진이 10년을 지탱한다며 큰 원을 그리는 이미순 님. 정토 행자의 하루를 쓰다 보니 내 모든 삶이 정리되는 시간이 됐습니다. 오늘, 정토 행자의 하루에 주인공으로 설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하는데 저 또한 리포터 소임에 더더욱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카시아 향기가 수순하는 오월의 행복을 빌며 이글을 마칩니다.
.

글_최서연 희망리포터 (광주전라지부 동광주지회)
편집_임명자(광주전라지부 서광주지회)

전체댓글 22

0/200

김미화

보살님 덕분입니다..감사합니다. .

2022-11-24 22:24:40

박점숙(극락행)

정토회 알게되어 3월에
불교대학 입학한 것이 축복인 저는
수업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지요.
잠을 놓친 늦은밤 행자의 하루를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다름을 인정해주고
모든 것은 나 로부터이며
알아차려지는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
적잖이 놀라는 중입니다.
이게 다
훌륭하신 법륜스님과
같은반 시절인연 좋은도반님들
덕분이라 생각하며
수행정진하겠습니다.

2022-06-01 23:42:49

보각화

감동입니다.
열심히 수행정진하다보면 저도 이런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지요?

2022-05-27 10:19:49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동광주지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