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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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법, 널리 전해지이다

5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았습니다. 오늘은 두 도반의 이야기입니다. 한 도반은 가톨릭 신자가 부처님 법을 만나게 된 인연을, 또 한 도반은 부처님 법을 통해 치유받은 지금 마음을, 잔잔한 감동으로 풀어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인연으로 부처님 법을 만났는지, 지금 어떤 치유를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때 마음을, 지금 마음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부처님 오신날 욕불의식을 위해 마련된 아기 부처님
▲ 부처님 오신날 욕불의식을 위해 마련된 아기 부처님

부부사기단이 전해 준, 부처님 법 -권영숙-

가게앞 카페에서 권영숙님
▲ 가게앞 카페에서 권영숙님

사기꾼이 아니고서야

유기농 매장을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 그 부부를 만났습니다. 여자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제 또래였고, 남자는 저보다 몇 살 더 들어 보였습니다. 더운 여름이었는데 여자는 10평 남짓의 제 가게를 한 시간 넘게 둘러보았습니다. 남편이라는 사람은 두 여자 사이에 멋쩍었는지 햇볕과 싸우듯 바깥을 서성였습니다. 20분 정도 흘렀을 때, 남편은 조심스레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어머, 여보 지겹죠? 기다리기 많이 힘들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여보 천천히 보세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
 
그 남편은 부인에게 손사래 치며 괜찮다고 하더니 조용히 나갔습니다. 30분이 흘렀고, 다시 그 남편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조용히 나갔습니다. 그때 저는 감이 '딱' 왔습니다. ‘아니, 말로만 듣던 부부사기단이로구나' 난감했습니다. 이 부부사기단은 그렇게 한 시간 넘게 가게를 둘러보았는데 다행이 사기는 치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부부사기단이 다녀갔다고. 사기는 당하지 않았지만, 말투가 딱 사기꾼들이라고 말하니 남편이 이유를 묻습니다.
 
“여자가 한 시간을 넘게 매장을 둘러보는데 남자가 이 더위에 바깥에서 기다려. 그런데 짜증도 안내. 그게 사기꾼이지 뭐야? 자기 같으면 날 가만두겠어? ‘야, 뭐하냐? 물건 사지 않을 거면 빨리 나와라'라고 잔소리 했겠지? 그런데 정말 부드럽게 말하는 거야. 딱 봐도 사기꾼이야. 내 눈은 못 속여.”
 

내 인생을 바꾼 첫 법문

그 부부사기단이 그 후로 몇 번을 더 찾아왔지만 이상하게 사기는 치지 않았습니다. 의심을 조금씩 풀고 말을 나누다 보니 부부사기단은 아니었고, 정토회를 다니는 불자였습니다. 그때 저희 부부는 가톨릭 신자여서 불교에 관심도 없고, 정토회는 더더욱 알지 못할 때였습니다.
 
부부사기단으로 알았다고 한바탕 웃고, 저녁 식사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 남편이 제게 ‘인연과’에 대해서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인과응보'는 알았지만 '인연과'는 처음 들었습니다. 그런데 '인연과'를 듣는 그 순간, 제 온몸에 전율이 일어났습니다. 너무 신기한 마음에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고 궁금한 걸 계속 질문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부처님의 설법을 듣듯이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다 듣고 제가 마지막으로 물었던 말이 “인연과가 부처님의 가르침이에요? 불교는 복 달라고 비는 종교 아니에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저는 제 인생을 바꾼 첫 법문을 들었습니다. 그 후로 불교에 관심을 가졌고,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부처님 법을 만나고, 삶에도 어려운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마치 어려운 고비가 올 것을 대비해, 부처님 법을 만난 것처럼.... 한고비, 한고비를 넘을 때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등불로 삼고 수행했습니다.

부처님과 성모 마리아가 함께 있는 권영숙님의 집
▲ 부처님과 성모 마리아가 함께 있는 권영숙님의 집

 

'오래된 새길'로의 출발

부처님 오신 날, 스님 법문을 들으며 제가 여전히 욕망의 노예, 집착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출발했습니다. 현재 저의 수준을 아는 것을 시작으로 '오래된 새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오늘 제가 당당한 주인으로 살지 못했다고, 내일도 주인 된 삶을 살지 못할 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침에 눈 떠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이 아침기도인데 ‘아, 내가 또 하기 싫구나’라고 알아채고 기도 방석을 펴니까요.
 
제 인생에 가장 큰 은인인 부부사기단, 아니 부부전법단. 오랜만에 그 부부에게 작은 선물과 편지를 보냈습니다. '내게 이 좋은 법을 전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지금의 내가 잘사는 건, 다 당신들 덕분이라고....'

내 안의 차별을 알게 해준 부처님 -김혜경-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산책중인 김혜경님
▲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산책중인 김혜경님

내가 만든 괴로움을 알려준 부처님

7년 전, 괴로운 저를 정토회로 이끈 것은 작은 아들의 자폐 장애였습니다. 불교대학에서 불법을 배우고 반야심경의 불구부정을 통해 괴로움을 만든 것은 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들의 장애를 천하고 안 좋은 것으로 본 것도 저였습니다. 그것을 알고 난 후, 아들은 '장애인 누구'가 아닌 '제 아들 누구'가 되었습니다. 그냥 온전한 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나니 괴로웠던 마음이 자연스럽게 편안해졌습니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 스님의 법문 속에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는 차별을 해방시키고, 인권을 보호한다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그 말에서 장애와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난 기적을 저는 이미 제 자신에게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법을 즐겁게 전하고 있는 김혜경님
▲ 부처님 법을 즐겁게 전하고 있는 김혜경님

희망의 등불을 밝힙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탄생 과정을 글로 읽을 때, 태중에 들 때 모든 이가 볼 수 있도록 눈이 안 보이는 자는 눈을 뜨고, 귀가 안 들리는 자는 귀가 들리고, 걷지 못하는 자는 걷고, 등등을 읽으며 속마음으로 ‘우리 아들이 저 때 있었다면 머리가 좋아졌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아들의 장애를 고쳐 비장애인처럼 되기를 바라는 나'를 보았습니다.

이 바라는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아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복을 구하고 바라는 어리석은 마음도 부끄러웠습니다. ‘아들을 보는 내 마음에는 아직도 천하고 귀한 것을 따지고 있구나. 차별은 타인이 아닌 내가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법회 후 도반들과 나누기를 하면서 다시 이 생각에 빠지니 얼굴이 눈물로 얼룩졌고, 나누기를 마친 후, 혼자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움이 소용돌이 쳐서 한동안 울었습니다.

울다가 '그래도 이렇게 어리석은 마음의 불씨를 알아서 다행이고, 다시는 정토회 만나기 이전의 어리석었던 나로 돌아가지 않겠구나'라는 희망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이후 마음은 다시 평온해졌습니다. 이제 제게 부처님 오신 날은 희망을 품는 그런 날이 되었습니다.


도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처님 법 만나 그 안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좋은가 돌아봐집니다. 부처님께 감사하고, 도반에게 감사하며 나도 희망의 등불이 되어 부처님 법 널리 전하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부처님이 오셔서 참 좋습니다. 부처님이 가르침을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부처님 법, 널리 전해지이다.'하고 말해봅니다.

글_행자의하루팀 (권영숙, 김혜경)
편집_행자의하루팀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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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순

세상이 차별하는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차별을 만들고 있음이 내가 내 굴레를 만들고 있음을 알겠습니다
감동입니다

2022-05-13 12:34:27

무진(장희숙)

오늘은 특별하게 감동이 전해집니다. 동병상련의 마음이라서 일까요? 그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침 어떤 엄마의 이야기가 오버랩되었습니다. 천주교신자인 교사가 당신아들을 세상에 내놓는데 20년이 걸렸다는 말씀, 자폐아들을 말입니다.

2022-05-12 18:18:50

정인아

이치를 알아가게 해 주신 이법 만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수행담으로 한번 더 나를 돌아보고 깨어있게 해주심에 고마운마음입니다

2022-05-12 15: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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