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정토 헬스장에 운동하러 갑니다

"내 마음" 해석 하나 하기가 무슨 고대 상형문자 해설 만큼이나 힘듭니다. 하나 해결하면 또 하나가 스멀스멀 나오는 무한 양파 껍질같은 마음 속. 최근 그 마음 속 껍질 하나를 벗겨냈습니다. 편집자의 에피소드 하나 소개합니다.

운동은 죽을 맛

봄이 한창 무르익은 5월입니다. 요즘 부쩍 헬스장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여름에 선보일 멋진 몸매를 준비하기 위해서 봄부터 그렇게 준비한다고 합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갑니다. 저의 목적은 암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기초 체력을 키우려고 갑니다.

저는 운동이 참으로 싫습니다. 기계 위에서 쳇 바퀴 다람쥐처럼 무작정 달리기, 쇠 줄 당기기, 쇠 덩어리 무게 별 들기,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펴 펴기 등등 단순한 동작들을 무한 반복을 하고 있자니 재미도 없고 죽을 맛입니다. 차 암~~ 하기 싫습니다. 언제까지 해야할까? 자꾸 물어보지만 건강이란 이유 하나로 군말없이 하고 있습니다.

화요일 수업, 목요일 수술, 그 다음 화요일 수업

어느 날 옆에서 운동을 도와주는 트레이너가 제가 운동을 지겨워 하는 모습이 보였는지 한 마디를 했습니다.
"회원님, 축구나 야구같은 운동은 재미가 있어서 하는 운동인데, 헬스장에서 하는 트레이닝이라는 것은 한동작 한동작을 무한 반복하면서 몸 구석구석을 단련하는 과정이예요. 이 몸을 단련하는 과정이 기초가 되야 축구도 야구도 할 수 있는 기량을 발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운동선수들은 지겹지만 쉼없이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 헬스장에서 운동해요."
"헬스가 재미있으세요?"
"물론 동작 자체는 지겨울 수도 있지만 하는 만큼 몸의 변화된 모습도 볼 수있고, 나름 그 안에서 재미도 찾을 수 있어요"

저는 작년, 유방암 수술을 했습니다. 불교 대학을 진행자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졸업을 앞둔 불대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화요일 수업을 끝내고 수요일에 입원하고 목요일 수술하고 금요일 퇴원했습니다. 수술한 다음주 화요일 수업에 다시 참석 했습니다. 불대생들은 저를 보고 대단하다 !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 ? 하며 놀라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교대학 후배 도반들에게 '정토회를 다녀 수행을 하면 이런 상황에도 이렇게나 의연해질 수 있다. 혹은 선배 도반은 이런거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주제 넘은 보여주기(?)의 마음이 한 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쳇, 내가 뭐라고....'

수행했던 염주도 집어 던지고

불교 대학의 졸업을 마치고 계속되는 치료 과정 속에 급 밀려오는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공포감 그리고 '왜 나인가?' 하는 억울함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나누기만하면 화면속 도반들 앞에서 그렇게 울었습니다. 불교대학 진행하면서 탄력받아 했던 새벽기도도 소용없네! 수행했던 염주도 던져버리고..사진속 부처님 사진도 여러 번 째려 보면서 바라봤습니다. 그 후 다시 마음잡고 무너지고 다시 마음잡고 무너지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니 감정은 가라앉았지만 아침 정진을 자꾸 빼먹기 시작했습니다. 일어나긴 하는데 기도시간 내내 '삐뚤어질테다!" 하는 마음으로 그 시간에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못일어났다면 그러려니 하는데 저 심통난 마음은 무엇인지 도무지 헤아려지지가 않았습니다. "사춘기처럼 마음속 청개구리가 발동하나봐요" 어물쩍 웃어 넘기기도 하고, 핑계가 궁색해지면 "나이가 드니 갱년기인가봐요"라고 하면서.... 도반들이 묻지도 않은 질문에 혼자 찔려 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도 제가 너무 답답했습니다. "제 마음이 왜 그럴까요?" 스님께 여쭤보려해도 내가 나를 모르겠는데 그 걸 스님께 질문하면 말이 되나하며 질문하기도 차일 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법사님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정리되지 않은 내 안의 문제들을 아무말 대잔치 하듯 쏟아내었습니다. 법사님은 저에게 한 말씀 하셨습니다.

“ 나를 위해 절을 그냥 운동삼아 해봐요"
".....?"
' 아 그렇네! 돈내고 사람도 써가면서 의미없는 움직임을 하고 있는데... 절은 과학으로도 증명된 전신 운동이고 의미를 찾던 말던 운동으로 하면 좋은 건데....'

새벽 5시, 정토 헬스장으로

아침에 일어나기 싫지만 법사님이 말한 "나를 위해"라는 말이 떠올라 그냥 운동처럼 108배를 했습니다. 염주를 숫자를 세는 도구로 삼아 절을 운동삼아 천천히 하고 있습니다. 엎드리고 일어나고, 엎드리고 일어나고 다리를 접었다 폈다 지겨울 때는 스님 말씀도 떠올리면서 엎드리고 안죽었으면 살았네 하고 일어나고 그냥 무한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염주 한바퀴가 끝나있습니다.

'휴~ 드디어 오늘의 운동은 끝났구나.'

이내 한 생각이 불현듯 스쳤습니다. '아 내가 뭘 해야하면 무척 부담을 갖고 긴장하는구나. 그래서 시작부터 하기가 싫고 자꾸 슬글 슬금 아침 기도가 싫었고 피했구나! 뭘 해야겠다는 생각하는 순간 그 자체 만으로도 부담을 갖기 시작하는 예민한 상태라 자꾸 외면하고 도망가는 구나!' 병으로 촉발된 무너져 버렸던 제 마음이 무엇인지 해석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정토 헬스장에 운동하러 갑니다. 시간 예약하고 헬스장에 나가듯이 마음을 위해서 정해진 예약시간 5시 절운동하러 정토 헬스장에 나갑니다. 가끔은 예약 시간을 내 맘대로 변경도 하고 가끔은 빼 먹기도 하지만...

글_정토행자의 하루 팀
편집_정토행자의 하루 팀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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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입니다

염주를 집어 던지는 심정. '삐뚤어질테다'하는 마음. 왜 이렇게 찡하고 공감이 될까요. 아침 수행이 마음운동이란 생각을 했는데, 너무 의미 붙이지말고 몸운동 삼아 가볍게 하는것도 좋겠어요. 정토헬스장이라는 멋진 이름 참 좋습니다. 툭 하고 내어놓으신 진솔한 마음에 감동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5-13 06:53:15

현광 변상용

비뚤어질테다! 부처님 사진 째려보는 눈빛이 만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그려지네요 ㅎㅎㅎ
간만에 정토행자의 하루팀 글을 보니 반갑네요. 왜 이리 오랜만인지..
저도 오늘 아침엔 108배가 삼백배 같이 느껴졌는데 다들 그러시는구나 위안이 됩니다 ^^
낼 아침부터는 쫌더 가벼워질 거 같아요.
재밌는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2022-05-10 15:21:19

환희덕

저도 매일 새벽5시 정토헬스장에 운동갑니다. 어떨땐 누워서 음원 듣다가 벌떡 일어 나기도 하고 가끔은 30분 먼저 예불부터 경건한 마음으로 임합니다. 어쨌던 또 100일이 다가오네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수행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봅니다.돌아보고 반성하고 바로세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2022-05-07 16: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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