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성동지회
전법활동을 통해 나를 뛰어넘다

성동지회에서 불교대학 진행자와 전법 활동 소임을 맡고있는 제갈원 님을 소개합니다. 어떤 사연으로 전법왕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 제갈원 님
▲ 주인공 제갈원 님

내가 뭘 잘못했지

어릴 적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잘 안되어 어머니가 제과점을 하였습니다. 어머니가 고생한다는 생각에 저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별 문제 없이 잘 큰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저에 대해 많이 이해해주고 지지해 주셨던 분이기에 자라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하자 저도 외롭게 살지 않으려고 결혼했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어려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나’는 없어지고 ‘며느리’ 역할에 하루 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남편은 어머니 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사람이었고 시어머니는 제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을 맘에 안 들어하셨습니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께 혼난 기억이 없는데, 신혼 여행을 다녀온 이후 매일 매일 시어머니에게 혼이 났습니다. 어머니가 화를 내면 말 한마디 못하고 ‘내가 뭘 잘못했지?’ 하며 어머니에게 맞추려 애썼습니다. 매일 저녁 ‘내일은 안 혼나야 할 텐데..’ 아침에 눈을 뜨면 ‘화를 내는 시부모님과 남편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라며 걱정과 두려움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런 어려운 와중에 아이들이 생겨나니 아이에게 집착하게 되고, 애정을 쏟으면서도 저도 아이에게 화내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결혼생활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이들 때문에 버티고 산다 생각했습니다.

아들을 위한 기도로 시작된 변화

2010년 12월 큰아들이 17세에 혼자서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아들은 강력하게 미국 유학을 원했습니다. 집안 형편이 그럴 만큼의 상황은 아니었지만, 아이는 기대가 무거웠던 지 한국을 떠나고 싶어 했습니다. 유학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모든 준비를 너 스스로 하면 허락하겠다.” 하자 아들은 모든 준비를 혼자 마치고 유학을 갔습니다. 3개월쯤 되었을 때 홈스테이로 갔던 집에서 마음 편하게 지내지 못하여 고생하고, 다시 홈스테이 집을 바꾸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아들은 미국 생활을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홈스테이 가족의 방치로 굶기도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제가 아들을 도울 방법은 없었습니다.

즉문즉설 강연 홍보하는 모습
▲ 즉문즉설 강연 홍보하는 모습

아들이 한국에 나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의 상황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때 서점에서 우연히 법륜스님의 《기도》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용 중에 제 눈에 들어왔던 것이 108배였습니다. 책에 아이에게 참회 기도를 하라는 내용이 있어서 저도 무작정 108배를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아 미안하다” 기도문으로 매일 108배를 했습니다. 108배를 하다보니 아이에게도 미안하고 제 자신에 대한 생각도 나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유학이었지만 부모의 욕심이 아이의 선택에 영향을 준 건 아닌지 아이에게 깊은 참회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 유튜브도 알게 되어 아침에는 108배를 하고 밤에는 스님의 즉문즉설을 매일 듣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유튜브 신자로만 지내지만 언젠가는 정토회에 소속이 되어야겠다 생각만 하고 제가 하던 일이 있어서 차일피일 불교대학 입학을 미루었습니다. 그러다 저보다 3년 먼저 불교대학에 들어간 선배의 카톡 홍보와 권유에 더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9년 봄에 서울 광진법당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도움을 받았지만 불교대학 입학 후 더 많은 깨달음과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그동안 저는 ‘나’라는 것이 강했고, ‘내가 옳다’는 생각도 강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사진 가운데분
▲ 불교대학 졸업사진 가운데분

그냥 합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하고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또한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불편한 성격입니다. 정토회에 들어와서 소임을 맡다 보니 남들 앞에 서서 사회를 보기도 하고 소감문을 발표하기도 하는 등 익숙하지 않아 피하고 싶었던 것들을 했습니다. 봉사와 실천활동을 같이 하면서 제 자신이 변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네, 하고 합니다’ 라는 명심문을 생각하며 열심히 했습니다.

거리 홍보사진 오른쪽 첫번째
▲ 거리 홍보사진 오른쪽 첫번째

정토회에서 일만인 전법에 힘을 싣기 위해 '108 전법단'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지회별로 2명이 추천되어 전법하는 방법을 교육받고 전법도 하면서 다른 도반들에게 교육도 하는 소임입니다. 즉,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홍보를 하는 것입니다. 이 소임은 저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날은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15통 정도 하고 나면 멀미를 하듯 속이 메스껍고 두통이 왔습니다. 모르는 곳에 전화한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었지만 소임이니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냥 했습니다.

하면 할수록 편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기회를 통해서 못하는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해보았습니다. 하루 30통씩 전화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300통 넘게 전화하니 천천히 사람들로부터 반응이 있었습니다. 물론 싫어 하는 분도 계시지만 "고맙다 ! 몰랐다!" 등의 말을 하며 실제로 불교 대학에 접수를 하는 분도 생기니까 마음이 뿌듯해지고 지금까지의 노력이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 전화를 통해서 대략 10분 정도 접수를 하신 것 같습니다. 막판에는 하루에 2시간 이상 시간을 내어서 전화했습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되는구나!

전법봉사를 하면서 달라진 점은 제가 괜찮으면 가볍게 건넬 수 있는 그런 마음이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신청기간 마지막까지 전화를 돌리면서 든 생각은 "하면 되는 거구나!" 였습니다. 시작할 때는 일만명은 불가능한 숫자로 보였습니다. 성동 지회 240명도 어려울 것 같았는데 최종적으로 240명이 되는 것을 보고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되는구나!' 하는 마음이 개인적으로 무한 감동이었습니다. 정토회 선배 도반들로부터 예전의 기적 같은 경험담을 듣기만 했지 제가 실제로 참여해서 이루어 보니 뿌듯함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이번 정초법회 때 법륜스님이 만인 전법에 원을 세우셨다며 108배를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정초법회 3일간이 저에겐 그렇게 감동적으로 와 닿았습니다.

제가 법륜스님한테 실제로 도움을 받았으니 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도와준 사람이 뭔가를 원한다면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 덕분에 스님의 법문도 알게 되고 혼자하는 수행으로 9년여를 보내고 정토회에 왔을 때는 그 전만큼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스님의 하루나 정토행자의 수행담을 보면서 저 분들은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받은 만큼 세상에 봉사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저와 제 주변 사람 만을 위해서 살았는데 여기 정토회에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이 의미 있고 세상에 잘 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봉사하면서 살아갈 생각입니다.


인터뷰 내내 담담하게 말씀해 주신 제갈원님을 통해 제자신을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코로나를 핑계로 수행이며 봉사를 살짝 멀리했던 마음을 돌아볼 수 있고 다시 한번 다가설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_오미영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 성동지회)
편집_박문구(서울제주지부 서대문지회)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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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정

늘 편안하게 대해 주시는 제갈원님의 강인한 전법 의지에 감동받았어요. 스스로의 업식을 뛰어 넘은 자주성을 본받겠습니다~

2022-04-28 16:54:33

일향화

3백통 넘게 전화하시다니 대단하세요~~멋지십니다^^

2022-04-23 07:36:01

박신영

제갈원님의 나누기 잘 읽었습니다. 그냥한다 불편해도 하기 싫어도 그냥 하다보면 뭔가 변화를 느껴진다 잘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2022-04-22 05: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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