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대중법사님 이야기
향염법사님 세 번째 이야기
이제 출가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이중성을 보고, 참기름 수련으로 100%만이 진짜라고 여기는 자신을 알게 된 향염법사님. 오늘 이야기는 법사님의 출가소식입니다. 정토회 출가 수행자의 자세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잔잔한 향염법사님의 마지막 수행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쭈뼛거리는 법사

대전 정토회에는 활동 기간이 저보다 훨씬 오래된 도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법사 소임 초반에 정일사1를 진행할 때, 그 도반들에게 수행의 관점을 짚어주는 역할에 저는 쭈뼛거리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모르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히려 대전에서 법사로 활동할 때는 주저했습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정토회를 만난 저는 천일결사 6-1차에 처음 입재 했습니다. 정토회 활동과 수행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저 스스로 수행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마음이 저를 움츠리게 했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도반들도 법사가 될 수 있는데, 제가 먼저 법사 소리를 듣는 게 민망했습니다.

스님의 한마디

저는 여전히 법륜스님이 어려웠습니다. 멀리 스님이 보이면 멈추었다가 가던 길을 가기도 했습니다. 대전법당은 지리적으로 중앙인 데다 규모가 커서 불사 후 전국으로 쓰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스님을 직접 뵐 일이 많았는데도 왠지 어렵고 긴장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저의 그런 행동을 다 아시는 것 같았습니다.

행자수련중 봉화수련원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 향염법사님
▲ 행자수련중 봉화수련원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 향염법사님

법사 소임 초기 어느 날, 법륜스님이 즉문즉설 강연차 청주에 왔습니다. 스님과 다른 법사님들이 먼저 대기실에 와 있었고 제가 좀 늦게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좀 뻘쭘하게 서 있는데 스님이 얼른 스님의 바로 옆자리를 가리키면서 “법사님, 여기 와서 앉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스님은 아무 뜻 없이 그냥 자리를 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를 믿어주시는구나, 내가 이렇게 쭈뼛거리는 걸 이미 다 아시고 이렇게 챙겨서 불러주시는구나. 아! 그렇지! 스님께서 이렇게 믿어주시는데, 내가 왜 나를 못 믿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주눅 들었던 마음을 탁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를 쭈뼛거리게 했던 부족함은 지금 법사 소임을 하는데 자산이 되었습니다. 예전의 실수와 부족함은 대중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료가 되니 법사 전후의 활동 중 실수나 부족함까지도 후배 도반들과 공감하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함께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아는 것의 출발임을 자주 느낍니다. 업식이 경계에 부딪혀 슬퍼하거나 화가 올라왔던 마음. 수행하면서 여전히 넘어지거나, 넘어졌던 이야기. 이 마음을 대중들과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으니 이런 저의 부족함은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큰 자산입니다.

고마운 선배 도반, 시어머니

저보다 먼저 불교대학을 나온 시어머니와 남편은, 제가 뒤따라서 정토회에 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종부와 아내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도 “큰일 하고 있네. 열심히 해.”라고 말하면서 언제나 저를 지원합니다. 제가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먼저 정토회를 접한 선배로서, 직장 생활하는 후배를 그대로 인정하듯이 저에게 맞춰줍니다.

결사행자 되던 날, 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향염법사님
▲ 결사행자 되던 날, 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향염법사님

그런 가족은 저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자들입니다. 가끔 정일사 활동으로 제가 제사나 김장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면, 시어머니는 너무하다며 푸념하기도 합니다. 건강하지만 아흔이 넘은 시어머니로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 오히려 불평을 들을 때가 편안합니다. 보통 정토회 일을 우선시하지만, 시아버지 제사와 시어머니 생신만은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더구나 지금은 정토회가 온라인체제로 변경되어 정토회, 가족 행사 모두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바쁘면, 그 연세에도 시어머니는 반찬과 김치를 만들어주고 철마다 법복도 지어 줍니다. 솜씨가 좋고 마음씨 깊은 시어머니, 참 고맙습니다.

남편이 퇴직한 후로는 제가 경제권을 놓고 용돈을 타서 쓰고 있습니다. 또한, 남편의 퇴직금과 아들 결혼자금으로 시어머니가 그토록 소원했던 시골집을 장만했습니다. 대문에 어머니 이름의 문패를 달아드리는 날, “어머님, 이제 저는 바빠서 살림을 도맡아 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너그러이 이해하고 도와주십시오.”라는 말과 함께 종부의 책임을 살짝 내려놓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시골집에서 한가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된 시어머니와는 아무런 마찰이 없습니다.

언제나 처음 듣는 얘기처럼

한 성질 하는 남편은 저한테는 한없이 너그러운 사람입니다. 신혼 초부터 양쪽 집안의 모든 일에 발 벗고 나서고, 최대한 저의 일정에 자신을 맞춰줍니다. 운전기사 역할은 물론, 제가 바쁘면 장 보는 일까지 모두 자기 일처럼 합니다, “내일 아침에 조금 바쁜데, 당신이 식사 준비 좀 해주세요.”라고 부탁하면, 흔쾌히 해주는 그런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런 남편에게 제가 신혼 초부터 하던 말이 있습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당신하고 또 결혼하고 싶어, 천 번이라도.” 남편은 그 말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말로는 “아유 지겨워! 영원히 나를 부려 먹겠다는 거네” 하면서도 “우리 마누라는 앞으로 천 번은 더 나랑 결혼한다잖아.” 하면서 어디를 가나 은근 자랑합니다. 이런 저의 무한 반복 고백은 서로를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남편과의 대화를 이끄는 저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언제나 처음 듣는 것처럼, 30번까지는 같은 내용의 이야기도 그냥 들어주자’입니다. 남편은 예전에 있었던 얘기를 계속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여러 번 반복되는 옛날 얘기일지라도, “응, 그랬어? 그랬구나!”라며 맞장구칩니다. 그러면, 오히려 남편은 “내가 이거 얘기하지 않았나?”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언젠가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지금 들으니 또 새롭네.”라는 저의 반응에, 남편도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저는 30번까지 들어줄 일도 없습니다.

이제 출가합니다

2018년 6월 24일 정토회 법사수계식에서, 향염법사님
▲ 2018년 6월 24일 정토회 법사수계식에서, 향염법사님

제 아이들은 자랄 때 엄마가 자기들이 원하는 만큼 받아주지 않고 냉정해서 ‘우리 엄만 계모 같아’라는 말을 곧잘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엄마가 간섭하지 않아서 좋았다’라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현재, 둘째 아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와 살고 있습니다. 종종 엄마에게 아이도 맡기고, 밥도 얻어먹으려고 이사 왔는데, 엄마가 더 바빠서 덕 볼 수가 없다면서 볼 멘 척하기도 합니다. 큰아들은 둘째 아이를 낳고 싶어서 저에게 첫째 아이를 2년만 봐 달라고 했지만, 저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길이 있었으니까요. 저는 지금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쉽지는 않지만, 재미가 있고 참 좋습니다. 어디에서도 이렇게 보람 있고, 신나는 일을 다시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법사수계식날 죽림정사에서, 왼쪽 첫 번째 향염법사님
▲ 법사수계식날 죽림정사에서, 왼쪽 첫 번째 향염법사님

행자 수련 첫날, 문경수련원 대웅전에서 가족들에게 “이제 출가합니다.”라는 의미로 삼배할 때의 그 마음. ‘때아닌, 때에 먹지 않는다.’라는 어려운 계율, ‘이 행자 수련 기간에 오롯이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나에게 다시 기회는 없다!’라고 속으로 간절하게 다짐하며 철저하게 지켰던 절박한 순간. 법사 수업을 받기 위해 문경, 두북, 그리고 봉화수련원으로 숨 가쁘게 이동하던 한 걸음, 한 걸음. 법사 수련에 입재하던 날부터의 매 순간들은 제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수를 놓듯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정토회를 알고부터 저는 정말 다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린 시절 위인전을 읽으며 품은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저의 꿈을 정토회가 대신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정토회의 일원이라는 것은 ‘나보다 더 큰 나’를 만들며, 매 순간 감사하고, 날마다 더 행복한 제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정토회와 법륜스님 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지만, 그 원이 저 자신의 원임을 믿습니다. 이제 이 길은 봉사가 아닌 저의 삶 자체입니다.


대중법사님 특집기사 발행일정표
▲ 대중법사님 특집기사 발행일정표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인터뷰 진행_권영숙
인터뷰 지원(영상, 녹화)_김혜경
글, 편집_김세영, 성지연, 권영숙
도움주신이_이정선, 백금록, 박우경, 김승희, 박정임, 권영숙, 전은정


  1. 정일사 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전체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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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현

제 남편도 했던 말을 반복하는 습관이 있는데 저는 그걸 들어주는 걸 싫어합니다. 앞으로 법사님과 같은 마음 내보겠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2022-04-22 07:24:44

들꽃

우연히 첫번째 이야기를 읽고 바로 두번째 세번째를 순식간에 다 읽었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2022-04-15 17:29:59

박윤정

법사님 감사합니다 🙏

2022-04-08 07: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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