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수영지회
전법 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부처님 법 만나 괴로움이 없어지고 행복해졌는데 전법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이미진 님. 법을 전하는 행복한 수행자인 이미진 님의 전법 비결은 무엇일까요? 정토회와 만남이 궁금해집니다.

밀양에서
▲ 밀양에서

마음공부가 필요했어요

올해 환갑인 저는 전법 활동가로 불교대학 경전반 진행자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정토회에 왔을 때는 딸과 갈등으로 너무 괴로웠습니다. 30년 직장을 퇴직 후 꿈꾸었던 자유로운 삶을 접고 딸의 아이를 돌봐 주면서 갈등이 깊어 졌습니다. 그때 마음공부 필요성을 느껴 대연법당을 찾아갔고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2020년 불교대학 경전반 수업을 들으면서 가을 불교대학 경전반 돕는이 소임을 했습니다. 그때 부처님 법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2021년 봄 불교대학 돕는이와 가을 불교대학 경전반 진행자 소임을 했고 지금은 행복한 수행자로 꾸준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추억이 없는 어린 시절

부모님은 아들을 간절히 원하셨습니다. 그러나 딸만 여섯을 낳으셨습니다. 둘째인 저는 연년생 동생 때문에 잠시 외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일 년 전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부모님은 자상하고 선하신 분이셨지만 편하게 응석도 부리지 못했고 속마음도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집에서는 이방인처럼 어색했고 밖에서는 부끄러움이 많아 쉽게 사람을 사귀지 못했습니다. 이런 성격으로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의 기억은 풍성한데 엄마에 대한 추억은 아주 빈약했습니다. 엄마의 따뜻한 품을 느껴보지 못하고 자란 저는 딸과 관계도 소원하기만 했습니다.

딸에게 화내고 짜증 내다

연애할 때 몰랐던 남편 성격을 결혼 후 알았습니다. 불같은 아버님 성격을 남편이 그대로 닮았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시아버지 급한 성격을 지혜롭게 대처하셨고 저는 어머니의 인자함과 지혜를 배웠습니다. 모든 게 서툰 결혼과 가정생활,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까지 죄충우돌 정신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둘째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모든 관심이 동생에게 가 있는 부모에게 반항 한 번 하지 않는 딸에게 저는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화내고 짜증만 냈습니다. 그렇게 제가 알던 딸은 착한 아이였습니다.

성장한 딸은 결혼 후 첫 아이를 유산했습니다. 그 상처는 아이를 정상적으로 낳아 기르면서 나타났습니다. 아이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 괜찮다,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래?’라며 딸을 위로하기보다 오히려 간섭했습니다. 엄마의 간섭을 불편해하는 딸에게 퇴직 후 쉬지도 못하고 아이를 돌봐주는데 감사는 못 할 망정 비난과 원망만 한다고 괘씸하고 억울하게 생각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 수련(왼쪽 첫 번째)
▲ 불교대학 졸업 수련(왼쪽 첫 번째)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다

기독교 인이었던 저에게 불교는 생소하고 어색했습니다. 명예퇴직 전 직장 동료가 알려준 법당을 찾았을 때 평소 생각했던 법당 분위기와 너무 달라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고깃집과 댄스장이 있는 법당 건물에서 녹화된 스님 법문을 들을 때 정말 실망했습니다. '이런 거라면 구태여 여기까지 올 필요 없이 집에서 보면 되겠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수업 후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도반의 소감 나누기가 있었습니다. 듣는 내내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날 나누기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에 없었고 그 뒤〈깨달음의 장〉을 신청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저 자신의 무지와 어리석음과 아집이 얼마나 강한지를 깨달았습니다. 가기 전 저의 얼굴이 괴로움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는데 수련을 마칠 때에는 표정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그때 힘으로 불교대학 수행 맛보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행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천룡사(왼쪽 첫 번째)
▲ 천룡사(왼쪽 첫 번째)

꾸준한 새벽기도

새벽 정진 108배 하면서 딸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화만 내는 엄마에게 외면당하는 딸이 얼마나 외로웠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불같은 성격인 남편을 참아낸 것은 내가 아니라 남편이었습니다. 오히려 남편은 저를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대학교육 시켜주고 결혼까지 시켜준 친정 부모님 노고와 사랑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파란 안경을 쓰고 파랗다고 우기고 있었습니다.

매일 새벽 정진을 통해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어리석은 제가 깨닫기까지 힘이 되어 준 도반들에게 감사합니다. 전법으로 갚아 나가겠습니다. 법당에서 많은 추억이 그립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먹었던 맛있는 공양, 화장실 출입 문에 붙여져 있던 정토 행자가 지킬 사항 “예 하고 합니다” “화내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도 생각납니다.

정치 문제로 나누기할 때 나와 너무 다른 의견으로 비난하는 사람에게 화가 났는데 다른 선배 도반이 “아~ 그러셔요”라고 웃으며 받아줄 때 의아했던 느낌까지 모두 생각 납니다. 결국 사람들은 모두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옳다 그르다 시비 분별하지 않고 수행한다는 것을 정토회를 다니며 알았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경험하면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고집멸도를 비롯해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불교대학에서 배워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불교대학 홍보(왼쪽 세 번째)
▲ 불교대학 홍보(왼쪽 세 번째)

삶을 마칠 때까지 전법

오프라인으로 자동차에 행복학교 홍보물 부착하기, 전단지 나눠주기와 거리 홍보를 했고, 지인 및 불특정 다수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코로나 시대인 요즘은 SNS, 당근마켓, 유튜브를 통해 진심으로 조금씩 할 수 있는 만큼 전법하고 있습니다.

전법이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관심 있는 지인에게 여러 번 카톡으로 보냈더니 부담스럽다고 하길래 ‘아~그래요? 그럼 카톡 보내는 거 자제할게요’ 하고 웃으면서 인정하며 홍보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법을 만나 괴로움이 없어지고 행복해졌는데 전법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방법과 타이밍이 다를 뿐이라고 가볍게 하고 있습니다.

올해 환갑인 저에게 정토 행자의 하루 주인공은 뜻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저의 어리석음으로 저와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며 살아온 지난날을 참회합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은 제가 지은 인연과보를 달게 받으면서 한 줌의 재가 되는 그날까지 이 좋은 법을 전하겠습니다.

저의 딸에게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지만, 손자들이 사는 세상은 전쟁 없는 평화로운 땅, 깨끗한 환경이 되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좋은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이미진 님이 바라는 세상은 우리가 모두 바라는 세상일 겁니다. 가끔 전법이 부담스러워지는 순간에 전법의 의미를 되새기며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2022년 불교대학에 입학한 도반들이 이미진 님과 함께 전법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글_김영미 희망리포터(수영지회)
편집_임명자(서광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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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안

보살님^^ 잔잔하게 삶이 다가 오네요... 재가 되는 그날까지... 라는 부분에서는 감동이 입니다.

2022-04-08 21:03:29

자재왕

내어주신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저와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더욱 깊게 다가옴을 느낍니다. 도반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하며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2022-03-26 19:25:11

정 명

매일 습관적으로 기도를 하고 있지 않나 돌이켜봅니다
서로 다름을 알면 많은 것이 해결될텐데
머리로는 기억하지만 체득은 쉽지 않네요
감동적인 나누기 들려주신 이미진님과
잘 전해주진 제작팀에게 감사드립니다

2022-03-24 0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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