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초지회
붓다 하우스를 아시나요?(2)

수행 정진은 기본이요 직장생활과 더불어 전법활동까지 척척 하는 붓다 하우스에 사는 여섯 청년들의 수행 이야기. 지난 1편에 이어 지금 2편 시작합니다.

왼쪽부터 김주영 님, 박세미 님, 이영실 님, 박지윤 님, 장미나 님, 김나영 님
▲ 왼쪽부터 김주영 님, 박세미 님, 이영실 님, 박지윤 님, 장미나 님, 김나영 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도반을 통해 나를 보다

김주영 님: 서초회관에 들어가서 살고 싶었으나 직장을 다니면서는 법당에 살 수 없어서 대안으로 붓다 하우스에 살게 되었습니다. 이 곳도 공동체이니 서초법당 공동체처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여기에는 저녁부와 청년부 활동 친구들이 살고 있어서, 늦게까지 회의나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아침 정진 때 졸거나 생활 수칙이 깨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틀렸다,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깨어있기가 안 되니 놓친다는 생각으로 깨어있게 도와주는, 놓친 부분을 알려주는 ‘알림’이라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제가 알림을 받으면 바른길로 이끄는 도움이라 여겨 고마웠습니다. 그러니 다른 도반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도반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 알림은 알림이 아닌 잔소리, 비난이었던 겁니다. 저도 놓치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때는 도반의 놓치는 부분이 참 크게 보였습니다. 저는 정진과 정토회 활동을 제 생활의 중심에 맞춰 움직이는데, 이렇게 생활하는 게 ‘옳음’이고 ‘잘남’이었습니다. 그래서 잘난 체하며 무시하고 비난하는 마음이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저의 수행과제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잣대는 나에게만 적용하자’ ‘듣는 사람 입장에서 말을 하자’ 하지만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은 이해가 안 되고, 그러니 불편한 마음으로 남고, 불편해지기 싫어서 안 보려고 회피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저의 사고로는 이해가 안 되는 말을 들었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하지?’라고 바로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결국은 저를 중심에 놓고, 제 사고의 범주에서 용납이 되면 이해되고, 용납이 안 되면 이해가 안 됩니다. 제 사고로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번뇌와 괴로움이 된 거였습니다. 사고과정이 다른 사람과 의견차이가 있을 때는 의견1과 2 모두를 내려놓고 의견3을 살펴볼 수도 있는 것. 어쩌면 이것이 중도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의견1과 의견2가 나오면, 상대를 설득하려 하거나, 조금 더 타당한 의견이나 다수결로 결정하였는데, 그것은 소수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방법이었습니다. 중도를 경험하고 상대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공동체 생활과 수행 정진 덕분입니다.

강원도 삼척 수해복구 봉사 현장에서 (왼쪽 분홍 앞치마 김주영 님)
▲ 강원도 삼척 수해복구 봉사 현장에서 (왼쪽 분홍 앞치마 김주영 님)

붓다 하우스에 살지 않았다면 ‘여전히 잘난 척하며 무시하는 마음으로 가르치는 말을 하고 있겠구나, 옳고 그름으로 무장하고 있겠구나’ 싶습니다. 도반을 통해서 나를 본다는 말씀이 딱 맞습니다. 붓다 하우스 공동체 생활이 정말 저에게는 성장할 수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올해 말 직장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해서 붓다 하우스를 나갑니다.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이곳에 들어오고 싶습니다.

불편은 동시에 좋은 점이 되기도

김나영 님: 수행자가 아닌 사람과 살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는 같이 맞추기가 쉽지 않았는데, 붓다 하우스는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과 살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도 대화로 의견갈등이 해결됩니다. 활동에 대해서도 중심이 잡히고 활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생활규율 중 11시 취침하는 것은 활동에 제약이 되기는 합니다. 예를 들면, 청년활동 하면서 늦게까지 회의할 수 없고, 밤늦게 영화감상도 못 합니다. 그러나 취침시간을 지킬 때 정진과 활동을 지속해서 할 수 있고 건강관리도 되니, 불편한 점이 동시에 좋은 점이기도 합니다.

지칠 때는 좀 쉬고 와도 괜찮아

장미나 님: 입방이 좋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놀고 싶기도 해서 공동생활이 힘들기도 합니다. 힘들어도 여기에 사는 것은 저 혼자 수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혼자하기 어려운 것을 알기 때문에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저를 행복하게 하고 저를 알아가는 공부임을 알고, 수행의 맛도 이미 알아버려 공동체에서 지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야할 산(수행과 정진) 기준과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달라 벅찰 때도 있었습니다.

정진도 어렵지만 생활에서 사소한 것들이 힘듭니다. 예를 들면, ‘이 물건은 여기에 두자’고 정했어도 저는 ‘왜 꼭 여기에 있어야지?’라고 분별심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대학원, 직장, 활동가 소임 등으로 너무 바빠 몸이 피곤할 때나, 코로나 방역수칙 등 공동체 생활의 규칙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주말을 이용해 공동체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본가에서 쉬고 왔습니다. 처음엔 제가 ‘수행이나 힘든 상황을 피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몸이 괴로울 때는 상황을 벗어나서 쉬어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푹 쉰 후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생활했습니다.

필리핀에서 대학생 선재수련 중 나무로 만든 자전거를 시험 삼아 타보는 장미나 님 (맨 앞 푸른 모자)
▲ 필리핀에서 대학생 선재수련 중 나무로 만든 자전거를 시험 삼아 타보는 장미나 님 (맨 앞 푸른 모자)

수행공동체에서 안 살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혼자 살았으면 지금보다 모르는 게 많고 덜 성숙했을 겁니다. 함께 살면서 배운 것이 참 많습니다. 같이 살며 활동하는 친구들이 도반으로 느껴지니 나누기를 하면서 크게 성장했습니다.

아플 때 조용히 쉴 개인공간 마련됐으면

김나영 님: 사회가 변하면서 점차 개인공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공동체에도 개인공간과 공유공간이 모두 있는 방향으로 가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언젠가는 현재 붓다 하우스의 형태만이 아닌 개인 방 또는 친한 사람과는 같은 방을 쓸 수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붓다 빌라가 마련되어 층별로 혼성 거주도 가능하고, 연령대도 다양한 때가 오면 좋겠습니다.

이영실 님: 오프라인 때는 모든 활동을 밖에서 하고 집에서는 생활만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된 후에는 회의와 불교대학, 경전대학 진행 등 소임과 생활을 병행하느라 개인의 휴식공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피곤하거나 아플 때 조용히 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는 양해를 구하고 쉴 공간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고는 있는데 여전히 조금 아쉽습니다.

저녁 전법활동 중인 김나영 님
▲ 저녁 전법활동 중인 김나영 님

무소유의 마음, 아껴 쓰는 마음, 끊임없는 소통

김나영 님: 공동체 생활이기 때문에 공동활동을 우선해야 할 경우가 있어서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으로도 개인생활을 일부분 내려놓아야 합니다. 주말에 대청소할 경우, 공동으로 같은 시간에 해야 해서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시간조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동체라 개인물건을 공용으로 할 경우가 있습니다. 내 것을 같이 쓰기로 마음을 내었을 때는 내 것이 아니라는 ‘무소유의 마음’과 다른 사람의 것을 쓸 때는 내 것처럼 ‘아껴 쓰는 마음’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요즘 이슈화되고 있고 미래에 있을 수 있는 공유경제를 미리 경험해보는 기회입니다.

그 외 공동체 인원들끼리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자란 배경에 따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어 견해차를 좁히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같은 일을 해도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설거지를 해도 그릇만 할 건지 개수대까지 씻어야 하는지 범위가 서로 달라, 배움의 기회가 되기도 하고, 다툼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혹은 ‘저렇게 대충해도 되나?’라고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합의되기까지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이 처음에는 생각보다 힘들어서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저희는 대중공사 시간과 단체 텔레그램으로 하는데 필요하면 별도의 회의시간도 마련합니다. 아침식사나 소임시간을 줄여서라도 소통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온라인 정토회 임시기간 중 다함께 수행법회 듣는 모습
▲ 온라인 정토회 임시기간 중 다함께 수행법회 듣는 모습


공동체에 사는 청년 활동가들과의 인터뷰는 35년 결혼생활을 한 저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모두 상대를 탓하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돌아봤습니다. 이들처럼 산다면, 세상의 모든 다툼과 불화는 고요히 사라지고 행복한 세상 정토가 될 것 같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공개해준 청년 도반들에게 고맙습니다.

글_최미영 희망리포터 (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수성지회)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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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

정토회의 보석들이 계시는 곳이군요♡부럽습니당^^

2022-11-10 00:16:08

도수

직장생활과 수행을 동시에 하며 살아가는 청년들 대견합니다. 본받고 갑니다

2022-09-13 20:06:25

이미진

젊을 때 진리의 길에 들어선 이분들은 얼마나 삶이 풍요로울까요! 꼭 필요한 곳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살아감에 박수와 존경을 표합니다.

2022-04-01 09: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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