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수행 점검표, 정.일.사.

10월 11일부터 11월 9일까지 정일사1 정진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정일사 회향을 한 도반들의 소감 나누기입니다. 정일사는 할 때는 힘들지만 하고나면 얻는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일에 파묻혀 놓치기 쉬운 수행자의 관점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도반들이 어떤 수행자로 거듭났는지 지금 들어보겠습니다.

박영애 / 광주전라지부/ 서광주지회

나는 간섭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저는 2017년 상반기 정일사에 법당 회계업무 담당자로 처음 참여했습니다. 처음 정일사를 할 때만 해도 '정일사'라는 절에 가서 하는 프로그램인가? 생각했습니다. 그후 '정일사'가 '정토를 일구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나니 단어부터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때부터 매년 상반기, 하반기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일사가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저한테는 어려웠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저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점검받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정일사 회향을 할 때마다 저는 별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제 마음속에 명심문이 생겼습니다. 이 명심문으로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아무 문제 없습니다.”
“다 잘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겠습니다.”

박영애 님
▲ 박영애 님

이번 하반기 정일사 정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9월 정식 온라인 조직 출범과 함께 모둠장 소임을 맡았고, 이 땅에 정토를 세우는데 동참하겠다고 결의한 서원행자 교육이 정일사 정진과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일사 입재 시 두 가지 수행과제를 정했습니다. 첫 번째는 남편과 생활에서 부딪히는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남편이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입니다. 두 번째는 전법 활동을 하면서 일어나는 문제점에 대해서 “이미 지나간 일은 집착하지 않겠습니다”를 과제로 삼았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잔소리도 안 하고, 간섭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어머니와 농사지으며 대답만 “예”하고 늦장 부릴 때, 제가 알려주는 길로 안 가고 남편이 네비게이션 말만 들을 때, 간섭하고 있었습니다.

도반과의 관계에서도 그 사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상대는 책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한 것인데 저는 그것을 곱씹고 있었습니다. 소심한 제 성격이 문제였습니다.

매일 명심문으로 기도하면서도 내 마음에 안 든다고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며 사는 제가 문제였습니다. 이번 정일사 2주간 동안, 매일 대문 여는 소임을 맡았습니다. 덕분에 책임감도 생겼고, 매일 아침 4시면 일어나 정진하게 되니 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다른 어느 때보다 개인적으로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직도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야만 하고, 400배 정진이 다리 아픕니다. 또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마음에서 잠깐씩 욕심을 부리기도 하지만 꾸준한 정진으로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남선 / 경남지부 김해지회

정일사에서 만난 '내 안의 작은아이'

제 정일사 과제는 무엇이든 “‘예’하고 해봅니다.”로 정했습니다. 정일사를 회향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외롭구나’였습니다. 그동안 수행정진 하면서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했지만 많은 것들이 해소되고 편안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갈구하는 마음과 의지처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고 있는 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번 정일사 정진을 하면서 수행과제로 “소임을 그냥 받아 보자”라는 마음에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소임과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뿌듯함과 알 수 없는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박남선 님
▲ 박남선 님

이 마음을 실천지 봉사 죽림정사를 다녀오는 차 안에서 도반에게 툭 내어놨습니다. “참 희한하게 일주일 내내 소임과 교육이 꽉 찼는데 오히려 편안하다.”라고 했더니 도반이 말했습니다. “보살님이 외로움을 참 많이 느끼나보네요.” 그때 알았습니다. 저의 알아차림을 상대도 느낀다는 것을... ‘그래, 많이 외로워하고 그 외로움을 위로받고 싶어 하는구나. 그런데 이 외로움이 뭐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400배 정진을 하면서 ‘내 안에 작은아이’가 외로워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현재의 ‘내’가 아닌 ‘내 안에 어린 시절 작은아이’가 외로워 하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늘 수행정진 한다면서도 마음 한쪽에 정착하지 못하고 기웃거리는 ‘내’가 있었는데 뭔지 몰랐습니다. 그것이 외로움이란 걸...

그 외로움의 원인을 알게 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어느 순간, 정체되어 수행도 안 되고 답답함으로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일사 정진과 과제를 통해 빡빡하게 정토회 일정을 해보니 뜻밖에 무의식의 마음까지 보았습니다.

지금은 ‘내 안의 작은아이에게 외로웠구나’ 토닥여주며, 가볍게 천일결사 정진과 300배 정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임이 복이다”라는 도반들의 나누기를 직접 체험하면서 많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꾸준히 수행정진 하면서 “예”하고 합니다를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간섭을 안하는줄 알았다는 박영애 님의 소감문을 보며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남일이 아닙니다. 박영애 님 덕분에 지금 저의 현주소를 찍어봅니다. 또 박남선 님이 그 만나기 어려운 '내 안에 작은 아이'를 만났다니 덩달아 반가웠습니다. 수행정진으로 밑바닥에 숨겨두었던 마음까지 되짚어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복이라 여겨집니다. 이 길을 함께 가는 도반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글_박영애 / 광주전라지부/ 서광주지회, 박남선 / 경남지부 김해지회


  1. 정일사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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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감사합니다:)

2021-11-30 17:49:02

혜당

300배, 400배..
저에겐 벅차기만 한 큰 일을 하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

2021-11-17 22:54:11

김정희

저도 오늘 일반회원 법사님 간담회 했는데.. 자꾸 눈물이 나더라구요. 다른 도반님들 점검 받는 말씀도 다 저에게 하시는 말씀 같고..
생애 첫 간담회가 엄청 감동이였다는~~
수행담 들으니 감동의 쓰나미가 다시 한번 밀려옵니다.

2021-11-13 21: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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