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관악지회
감사함의 원천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마음속 깊이 상처를 키웠던 김범진 님. 그 상처로 인해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고 상처를 치유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번듯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감사한 맘을 가져야지’라고 일부러 상기하지 않아도 모든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일어난다는 김범진 님의 수행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독서 모임이 맺어준 인연

심리학도였던 저는 2011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기 전, 울산에서 한 독서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이 독서 모임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니체와 같은 철학과 인문학 서적을 읽은 후 소감을 나누는 것은 다른 독서 모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최자가 정토 불교대학 졸업생인 것이 그 독서 모임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동북아역사기행 중 법륜스님과 함께
▲ 동북아역사기행 중 법륜스님과 함께

법륜스님의 《새로운 100년》, 《방황해도 괜찮아》를 읽었고, 소모임에서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더욱이 일반 독서 모임에서는 생소할 수 있는 ‘마음 나누기’를 모든 참가자가 함께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독서 모임은 자연스럽게 법을 전하는 기회였습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행운의 시작이었습니다. 정토회를 처음 알았고,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마음 나누기를 하면서, 인간에 대한 불신이 깊었던 저도 행복해질 수 있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과 청춘콘서트를 찾아서 시청했고, 이어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마음의 상처

스님의 즉문즉설이 저에게 뜻깊게 다가온 것은, 어렸을 적부터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지 않고 남아있었기 때문 같습니다. 제가 13살이었을 때 부모님이 이혼했습니다. 저는 아버지, 동생은 고모 집에서 살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두 번 재혼했습니다. 첫 번째 새어머니와 사업을 하다가 사기를 당하면서,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고 부부싸움이 잦아졌습니다.

결국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방송을 타서 세상에까지 알려진 가정폭력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을 의식했습니다. 저는 위축되어 타인의 눈치를 보고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또한, 새어머니와 친어머니에 대한 원망은 커졌고 그 원망은 다시 제 마음의 상처가 되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혼자서 밥도 차려 먹고 독립심을 키우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남의 눈치를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태풍피해 봉사활동에서(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 태풍피해 봉사활동에서(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친어머니와는 10여 년 동안 연락 없이 지내다가 군 복무를 마친 후에 다시 만났습니다. 어머니도 재혼해서 아들을 낳았고, 저에게 갑자기 5살 막냇동생이 생겼습니다. 어머니와 동생을 만난 날,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가슴속의 무겁고 부정적인 무언가가 흘려 나간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형의 모습을 동생에게 보이고 싶어. 나 스스로가 변해야 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립을 위한 노력과 좌절

2014년, 즉문즉설에서 배운 대로 저 스스로 바로 서고 자신을 책임지는 삶을 실천하자 결심했습니다. 서울에 올라와서 독서 모임의 주최자와 회원들이 함께 만든 창업 초기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설립 초기에 어려운 시기를 회사 구성원들이 모두 힘을 모아 헤쳐나갔습니다. 저의 재산도 회사를 위해 쏟아부었습니다. 경제적 궁핍으로 지낼 곳이 없어서 회사 사무실에서 생활하기도 했지만, 열정과 보람에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수익 창출과 사회기부·봉사를 함께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장점이었습니다. 좋은 취지 덕분인지 회사는 3년이 지나자 자리를 잡았고 수익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자 영업 전문 이사를 영입했고, 이전과 다르게 회사는 점점 더 이윤 창출에만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인문학 강연에 보험 판매를 결합하여 운영하는 방식을 보면서 원래의 취지가 변질했음을 깨닫고 갈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문경수련원 고라니 밭에서(왼쪽에서 두번째)
▲ 문경수련원 고라니 밭에서(왼쪽에서 두번째)

백일 출가에 입재하다

2017년, 회사에서의 갈등으로 퇴사하고 〈백일 출가〉 프로그램에 입재했습니다. 적극적인 태도로 부공양주 소임을 맡았습니다. ‘부공양주 역할은 성불 아니면 회향’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도반들의 분별심도 받아내야 해서 힘든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음공부를 많이 할 수 있다는 반장 말에 손을 번쩍 들어서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해서 ‘부공양주 소임을 괜히 한다고 했나? 내가 부공양주를 지원하지 않았다면 다른 도반이 그 소임을 더 잘했을 텐데...’라는 후회가 올라왔습니다.

게다가, 같이 일하는 도반들에게 잘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했습니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고 남에게 의지하는 마음의 습관이 〈백일 출가〉 프로그램 중에 여지없이 드러났을 때는 자책도 했습니다.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일을 당당하게 하기보다 지레 겁내고 피했던 자신을 명확히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묘수법사님도 이것을 인지했는지, ‘대중을 보살피며 살고 스스로 의지처가 되어 큰 사람이 됩니다. 자기 경험의 세계에만 머물지 말고 큰 세계로 나갑니다.’라는 기도문을 주었습니다.

청년봉사활동 옥수수모금 캠페인에서(빨간 JTS 팻말 사이에서 오른쪽)
▲ 청년봉사활동 옥수수모금 캠페인에서(빨간 JTS 팻말 사이에서 오른쪽)

인생의 주인이 되고 싶어서 〈백일 출가〉에 입재했는데, 뜻대로 안 풀린다고 자책하는 저 자신에게서 모순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정신을 차리고 수첩을 준비해서 도반들에게 부공양주 역할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또한, 공양간1 담당 팀들이 모여서 회의할 때, 공양간 관련 아이디어나 피드백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잘 안 되는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고 잘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런 마음 자세로 임하니 똑같은 상황이 생겨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저절로 드는 감사의 마음

〈백일 출가〉 회향 후 2018년에는 정토수련원에서 〈백일 출가 〉스텝으로 봉사했습니다. 〈백일 출가〉에서 매일 들은 도반들의 피드백을 상기하면서 봉사 소임에 적용하니, 제가 점점 발전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과거에는, 제 생각과 경험 안에 갇혀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고 흘려들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앞으로 상담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상담사가 될 저에게 가장 소중한 능력을 얻었습니다.

〈백일 출가〉를 돌이켜보면 많은 도반이 저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발목이 다쳤을 때 발목 상태를 걱정해준 도반, 자기 소임이 빨리 끝났다고 지원하러 온 도반, 올바르게 절하는 자세를 알려준 도반이 있었기에 제가 〈백일 출가〉에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공덕으로 제가 살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어머니와 삼 형제가 만나서 즐겁고 화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는 저의 권유로 정토불교대학에 다녔고, 어머니도 《스님의 주례사》를 읽으며 감동했다고 하니 이 또한 참 감사합니다.

두북수련원에서 백일출가 스텝과 함께(앞줄 왼쪽에서 첫번째)
▲ 두북수련원에서 백일출가 스텝과 함께(앞줄 왼쪽에서 첫번째)

서울의 밤하늘에서는 잘 안 보이던 별들을 문경에서는 셀 수 없이 볼 수 있습니다. 하늘에 별이 많은 것을 서울에 있을 때는 제가 잘 몰랐듯이, 잘 몰라서 감사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어릴 적 마음의 상처도 정토회로 가는 작은 디딤돌이었고, 괴로움이 없는 삶으로 나아가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감사하지 않을 일이 없습니다.


공부하랴, 회사 다니랴, 바쁜 와중에 청년특별지부 활동가로 봉사하는 김범진 님의 알찬 삶을 엿보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중장년이 된 지금도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는데,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수행자의 삶을 추구하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글_이경분_희망리포터(관악지회)
편집_성지연(성남지회)


  1. 공양간 수행과 생명공경 정신이 깃든 공간으로 정토법당 대중들의 안정적인 식생활을 보장하는 곳. 공양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수행으로, 정토회 공양간은 생태적이고 소박한 밥상을 지향함. 공양간 봉사자들은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과 환경을 살릴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  

전체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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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덕(섭)

법우님 19년도에 제게 배움의 기회를 주신적이 있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뵈면 인사드리고싶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2023-10-27 06:57:42

서영수

놓칠 때마다 이끌어주시고 제멋대로 연락해 한참을 울며 하소연을 해도 다 받아주셨던 은혜 잊지 못합니다. 그 부처님과 같은 마음으로 무슨 일이 있든 항상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시던 범진법우님과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항상 안녕하세요:)

2021-11-13 20:49:55

박신영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11-02 05: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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