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부천지회
나를 등불 삼아 내 인생의 주인으로

걱정이 생기고 화가 나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우울함에 빠져 지냈습니다. 이제는 수행자의 관점으로 얼른 알아차리고 털어버린다는 김현숙 님. 자신을 등불 삼아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로 나아가는 광명법당 김현숙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통일의병활동 과제 수행 중인 주인공
▲ 통일의병활동 과제 수행 중인 주인공

다니던 암자가 없어져 허한 마음

저는 딸만 셋인 집의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생활력이 약해서 어머니가 생계를 꾸렸습니다.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해, 말 잘 듣고 잘 따르는 착한 딸로 자랐습니다. 21살이 되던 해, 어머니의 중매로 8살 차이가 나는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저는 시집을 와서 믿음의 종교로써 처음 불교를 접했습니다. 기독교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믿음이 깊지 않았고, 남편이 장남이었기 때문에 집안 행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결혼 후, 딸 2명을 낳았고, 아들을 바랐지만 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다니던 절로 옮기던 그해, 6년 만에 임신했고, 바라던 아들까지 얻었습니다. 영험한 체험을 믿음 삼아,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정기적으로 절에 다녔습니다.

경전 내용은 하나도 몰랐지만, 스님에게 속 얘기를 하며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푸니, 마음의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주지 스님이 연로해 암자가 없어지게 되자 허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습니다.

2021년 가을불교대학 홍보 중 도반들과 (왼쪽 첫 번째)
▲ 2021년 가을불교대학 홍보 중 도반들과 (왼쪽 첫 번째)

친정엄마에 대한 원망과 후회

어느 날 개봉역에 붙은 불교대학 홍보문구를 보고, 2015년 구로법당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당시 저는 야쿠르트 아줌마 일을 하고 있어서 수업을 들을 때 너무 피곤해 매일 졸았습니다. 한번 시작한 것은 끝을 맺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전반까지 들었으나, 여전히 피곤함에 지쳐 법문을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졸업만 겨우 하고 별다른 활동 없이 지내다가, 친정엄마가 있는 요양병원에 다니는데 광명법당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즈음 엄마의 상태가 매우 악화하여 마음이 아주 힘들었습니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마음을 달래려 광명법당에 들어섰는데 도반들이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며칠 후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도, 집에서 사십구재를 지내는 방법을 알려주며 마음을 많이 써주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봉사를 마치고
▲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봉사를 마치고

사실 저는 뒤늦게 엄마에 대한 원망과 후회가 올라와 괴로웠습니다. 아버지 대신 큰딸인 저에게 의지하던 엄마. 그 기대에 맞춰 살았던 시간이 후회되고,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때마다 중매해 준 엄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딸들을 다 시집보내고 홀로 지내는 엄마를 보니 아들에 대한 간절함이 커졌고, 엄마의 노후가 걱정되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집에서 사십구재를 지내는 동안, 매일 아침에 새 밥을 짓고, 반찬 하나, 과일 하나, 정수 한 그릇 올리며 엄마를 위해 정성껏 기도드렸습니다. 치매 증상이 있었지만, 제가 병원에 가면 잘 알아보고 반가워하던 모습, 배달일로 고생한다며 빨리 가서 쉬라고 재촉하던 모습, 주변의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챙기며 마음 쓰던 엄마의 모습이 하나하나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부모가 있음으로써 내가 있음을, 그것이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 부모님의 큰 사랑이었음을 잘 압니다. 다시 만난 정토회 덕분에 엄마를 편하게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봉사로 다시 하는 불법 공부

JTS 영양꾸러미 전달 봉사 중
▲ JTS 영양꾸러미 전달 봉사 중

고마운 인연이 계속 이어져 광명법당 수행법회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학생 때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한 탓에 법문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법당에서 이런 제 사정을 알고, 법문을 다시 들을 수 있는 불교대학 봉사활동을 권유했습니다. 정회원이 따로 있는지도, 삼보수호비가 무엇인지 관심도 없던 저는 부랴부랴 봉사자 자격을 갖추어, 2018년도 광명법당 가을 불교대학에 돕는 이로 참여했습니다. 법문은 확실히 다르게 들렸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불법 공부를 하니 조금씩 조금씩 듣는 귀가 열렸습니다. 다음 해에도 학생들과 함께 경전반에 올라가서 졸업까지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천일결사 입재를 하고, 108배로 나를 돌아보면서, 남편에 대한 미움이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문제가 생기면 상황을 이끌고 결단을 내리는 성향이 강하지만, 남편은 무덤덤하고 해결책이 바로 안 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보니 부딪침도 덜 하고, 남편을 이해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사업이 어려워져서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못할 때, 의지심이 일어나는 나의 마음을 먼저 살핍니다. ‘60이 넘은 나이에 현장에 나가 일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렇게 먼저 마음을 내어보면, 더 이상 괴롭지 않고 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온갖 걱정을 안고 살았는데, 이제는 걱정을 빨리 내려놓고 지금 내가 뭘 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합니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더라도 마음만은 가볍습니다.

임진각 통일기도 중 (윗줄 왼쪽에서 첫 번째)
▲ 임진각 통일기도 중 (윗줄 왼쪽에서 첫 번째)

내 인생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현재 저는 장애인 활동 보조인으로 오후 근무를 하면서, 할당된 총 430시간을 오전 담당자와 나눠서 쓰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앞사람이 시간을 먼저 다 써버려서 제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가정은 조부모와 장애가 있는 손자가 지내는데, 할머니도 병석에 누워있어서 저녁에 집안을 돌보는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잔여 시간은 없었지만 그대로 근무를 했고 일단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다음 달 같은 상황이 또 발생했습니다. 민감한 사항이라 오전 담당자에게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하나 망설이던 중 '당당하게 나의 의견을 표현 하라'는 말씀이 떠올라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이 커질 때는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여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 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 전전긍긍하지 않고, 가볍게 표현하고 요청하면서 실생활에 불법을 적용해 보니, 이렇게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면 되겠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처음엔 불법을 나의 의지처로 삼았지만, 이제는 나를 등불 삼아, 주변에도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올해로 유방암 진단 10년째를 지나고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에서 완치까지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사지육신이 멀쩡하니 수행, 보시, 봉사, 정진하며 재미있게 일하고, 남은 삶을 지혜롭고 행복한 수행자로 살아가겠습니다.

임진각 통일기도 중 (왼쪽 첫 번째)
▲ 임진각 통일기도 중 (왼쪽 첫 번째)


김현숙 님은 봉사하러 법당에 갈 때면 항상 얼굴을 볼 수 있는 도반이었고, 일할 때에도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냥 편하고 유쾌한 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절절한 수행담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김현숙 님 가슴에 빛나는 환한 등불처럼, 따뜻한 웃음처럼, 앞으로 좋은 날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글_박난영 희망리포터 (인천경기서부 부천지회)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수성지회)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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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산등

어머님에 대한 말씀을 들으며 제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살아계실때 더 잘해야겠다 다짐하는 계기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10-03 05:16:51

김수경

걱정되는 마음 멈추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신다는 보살님의 마음가짐이 멋집니다^^

2021-09-26 07:43:45

김은숙

자신을 등불로 삼고 수행 봉사 보시 정진하는 삶의 모습 아름다워 보입니다

2021-09-19 07: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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