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나답게' 살아본 한 달, 어떠셨나요?

지난 한 달간, 과제에 깨어서 잘 실천하고 사셨는지요? 여러분도 저처럼 과제를 놓쳤다, 잡았다를 반복했어야 위로가 될텐데 궁금합니다. 여러분들이 선택한 과제, 함께 돌아보시죠.

나를 괴롭히지 않겠다.
자유로운 사람으로 살겠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겠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겠다.
다른 사람을 돕겠다.
비교하지 않는 나로 살겠다.
나를 챙겨보겠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겠다.

위 내용은 도반들이 선택한 과제였습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로 살고자' 하는 도반들이 많았습니다. 그 댓글을 보면서 ‘맞아, 나도 너무 남의 눈치를 보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이 갖는 공통의 문제 같아서 안도감이 든다고 할까요?

제 수행 연습 과제는 ‘겸손하기와 무시하지 않기’로 한 달을 살고자 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저는 남을 약간 무시하는 마음도 있고, 교묘하게 잘난 척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너무 겸손에 신경 쓰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손님에게 한마디 하고 ‘아차, 이거 잘난 척 아닌가?’ 자기 검열을 심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괜히 ‘겸손’으로 잡았다 싶어 후회했습니다. 그런데 무시하는 마음은 이유없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과제로 삼고 시작해서 그런지 무시하려는 마음이 올라오다가 다시 내려가는 경험을 몇 번 했습니다. 제 입장에서 답답한 소리를 하는 손님에게는 ‘울 언니가(엄마가) 몰라서 저럴 수 있잖아. 친절하게 알려줘.’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게 2주일까지는 ‘겸손과 무시’를 생각하며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3주일째 되던 어느 날, 단골 손님이 저를 지긋한 눈으로 쳐다보며 뜬금없이 말했습니다.

“자기는 진짜 성실한 사람 같아.”
“아니에요. 제가 뭘요....”

이래야 겸손이란 과제에 '화룡점정'을 찍는 건데 저도 모르게 그만 본마음이 툭 터져 나왔습니다.

“그렇죠? 제가 생각해도 저는 진짜 성실한 것 같아요.”

여기까지 말하고 멈췄으면 그나마 제가 장난기가 심하니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한술 더 떴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어릴 적부터 엄청, 강조한 게 있어요. ‘신용 있는 사람’이 되라는 거예요. ‘저 사람 말이라면 믿을만하지’라는 소리를 들으라는 거죠.”

제 입으로 신용 있는 사람이라는 자랑질을 신나게 떠들다 '아차' 싶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어째, 내가 2주일간 잘한다 싶더라.' 저는 제대로 과제를 잊었습니다. 제 말을 들은 그 단골손님의 얼굴에 '황당'이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칭찬했더니 겸손한 게 아니라 한술 더 떠버리니 어이없었겠죠. 손님을 보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왜 내가 2주일간 겸손을 잘 유지하다가 3주일째 되는 날,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아마도,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에 참고 또 참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한쪽을 억누르다 보니 풍선효과처럼 다른 쪽이 빵빵해져서 터진 거죠. 제 안에서 ‘남이 인정 안 해주면 어때? 내가 나를 인정해주면 그만이지. 난 진짜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너무 넘쳤나 봅니다.

저는 이렇게 ‘겸손과 무시’를 과제 삼아 수행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한 달간 짧지만 50년 넘게 자리 잡은 업식의 뿌리를 조금 흔들어 본 느낌이라 반가웠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들려주세요!

글_편집_정토행자의 하루 편집팀

전체댓글 17

0/200

서영수

재미있는 소감문을 읽고 빵 터졌습니다ㅎㅎㅎ

2021-11-30 18:06:43

연화승

착한일 하루3가지 하겠다고 각오했는데 몸에 밴 습이 안들어서 인지 일주일 딱 하고 돌아오네요

2021-08-31 23:50:18

정 명

마지막에 웃음까지 주시는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저도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램이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한 것 같습니다.
자꾸 넘어지지만 포기하지 않고, 느려도 한발한발 꾸준히 나아갑니다.
좋은 글과 편집, 감사합니다.

2021-08-28 08: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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