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천안지회
이 좋은 일, 함께 하실래요?

요즘 날이 참 덥습니다. 여름은 원래 더운 거라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코로나로 인해 더위가 더 밉습니다. 하지만, 이 더위에도 더운 줄 모르고 여러 소임을 하면서 상큼한 바람까지 일으키는 법우가 있습니다. 그 주인공인, 오자영 님의 깊은 소임 사랑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책이 맺어준 인연

저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처음 정토 행자의 하루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 때, 큰 인생의 굴곡도 없고 극적인 사연도 없어서 좀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좀 밋밋한 이야기도 있어야 다른 이야기들이 빛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정토회에서 배운 대로 선뜻 “네”라고 수락했습니다.

제가 정토회를 찾게 된 계기는 법륜스님 책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책을 좋아해서, 법정, 성철스님의 책을 읽다가 불교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책들을 읽으면서 불교를 명확히 이해할 수 없었고, 불교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싹텄습니다. 그러다가, 법륜스님 책을 읽었는데, 불교를 생활 속에서 쉽게 설명해서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도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정토불교대학에서 공부하면 불교를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JTS모금활동 중인 주인공
▲ JTS모금활동 중인 주인공

2018년 보령 법당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을 때 너무 기뻤습니다. 당시 저는 운전을 못 해서 엄마와 함께 불교대학에 다니면 오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막연하게 엄마도 불법을 배우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설득해서 함께 입학했습니다. 1박 2일 특강수련에서 엄마가 절하기 힘들어할 때 다리를 주물러 주었습니다. 엄마가 중도에 포기하고 싶어 할 때는 다독이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정토경전대학을 졸업하고 소임으로 바쁜 저를 엄마가 많이 이해해줍니다.

저는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의 재미있는 수업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고대하던 불법 공부였기 때문인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빠르게 흡수했습니다. 엄마는 불교대학만 졸업했고 경전대학은 저 혼자 다녔습니다. 정토경전대학 과정은 오롯이 저만의 시간이었고 저에게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명상 수련으로 결석한 것 말고는 모든 수업에 출석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코로나 때문에 정근 졸업생으로서 스님과 악수할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정토경전대학 졸업(뒷줄 오른쪽에서 첫번째)
▲ 정토경전대학 졸업(뒷줄 오른쪽에서 첫번째)

소임의 매력에 빠지다

저의 첫 소임은 녹취 봉사였습니다. 정토경전대학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한 것이어서 처음에는 반강제로 했습니다. ‘일하는 것도 힘든데 이런 봉사까지 해야 하나?’라는 분별심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스님 법문 듣는 재미가 컸고, 혼자서 여러 번 듣고 정리하는 작업이어서 저에게 잘 맞는 봉사였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밀어내는 마음이 가득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녹취 파일을 받으면 ‘이번엔 어떤 법문일까?’라고 기대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통해 ‘내 생각이 다 옳은 게 아니구나. 내가 느낀 감정대로 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법륜스님의 “한 생각 돌이키면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라는 말씀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정토회에서 받는 소임은 뭐든 해봐야겠다. 정말 상황이 안되는 게 아니면 다 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 후, 행복한 회의 진행자 소임을 위해 교육을 받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어떤 주제에 대해서 저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교육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한 사람의 환경과 사정을 충분히 알고 나니, 몰랐다면 분별심을 냈을 만한 행동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을 이해하면 제가 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관계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행복한회의 진행자교육(윗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 행복한회의 진행자교육(윗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다

정토경전대학 졸업 후 정토불교대학 돕는 이 소임을 맡았습니다.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의 변화는 저에게 큰 선물과 같았습니다. 평소에 자신감이 좀 없어 보였던 한 학생이 반별수업에서 발표했습니다. 짧은 발표를 통해 그 학생이 자신감을 얻고 밝아지는 모습을 봤습니다. ‘와, 이렇게 소소한 일로도 변화할 수 있구나!’라며 놀랐습니다. 이 소임을 맡으면서 ‘내가 불법을 모르고 살았더라면 상처가 있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겠구나.’라며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더 강해진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많은 불교대학 학생들의 고민을 들으며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 계기를 통해서 기성세대에 대한 저의 생각이 변했습니다. 돕는 이를 하면서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조금은 넓어졌습니다.

또한, 관계 적응력이 좋아졌습니다. 돕는 이는 진행자의 방식에 따라 맞춰야 하는 면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돕는 이 소임을 두 번째로 할 때, 이미 한 번 해봤으니 그냥 하면 되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진행자가 달라지니, 제 역할이나 소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편, ‘나중에 결혼하면 남편에게 이렇게 맞추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렇게 돕는 이의 소임으로 저를 내려놓는 방법을 연습했습니다.

안되는 것도 되게 하는 정토회

저에게는 정진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슬럼프가 왔을 때는 음원을 틀어놓고 염주를 쥐고 가만히 앉아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특별히 참회할 것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이렇게 힘들게 정진 안 해도 잘 사는데, 난 왜 이렇게 힘들게 절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소임은 저를 좋게 변화시킨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볍게 할 수 있었는데, 정진은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이 돕는 이 소임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불교대학에서 정진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잘하지 못한다고 위로할 수 있었고, 서로 응원하고 힘든 정진을 함께 하면서 동지애도 생겼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데 왜 못하지? 108배가 힘들면 300배를 해보세요.”라는 정진 잘하는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정일사1에서 300배를 빠짐없이 하고 난 후, 전보다 108배를 수월하게 할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청년 모둠에서 정진에 대한 고충을 서로 나누는 것도 정진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함께 정진하는 도반들에게 감사하면서 꾸준히 정진하고 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조별활동(맨 윗줄 왼쪽에서 첫번째)
▲ 정토불교대학 조별활동(맨 윗줄 왼쪽에서 첫번째)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홍성 법당 정초 순회 법회에서, “다른 분들은 잘하시는데 왜 저는 정진을 못 할까 자책하는 마음이 듭니다.”라고 법사님에게 말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말하면서 눈물도 났습니다. 법사님은 100일 동안 저 자신에 대한 칭찬, 5개를 매일 카톡으로 보내라는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칭찬 5개를 채워서 보내기는 쉽지 않아서 100일을 못 채우고 72일 동안 보냈습니다.

100일이 지나자 후련한 마음이 들었는데, 채우지 못한 나머지 28일 동안 감사기도를 올리라는 숙제를 받았습니다. “두 다리가 있어 걸어서 출근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등 일상 속의 모든 것에 감사기도를 매일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감사한 마음이 일어남과 동시에 ‘내가 잘난 사람도 아닌데, 나 스스로 너무 높은 기준에 맞추려고 하면서 힘들어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에는, 저 자신을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부드러워지니, 주변 사람들도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홍성법당 정초순회법회(뒷줄 왼쪽에서 네번째)
▲ 홍성법당 정초순회법회(뒷줄 왼쪽에서 네번째)

소임의 또 다른 얼굴

“오계를 잘 지키면 다른 것은 남들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다.”라는 법륜스님의 말씀이 저에게 큰 자유로움을 주었습니다. 전 항상 ‘잘해야 한다, 실수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정토회에 와서 처음 들은 “잘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은 봉사할 때도 좀 더 가볍게 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지혜를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는데, 정토회에 와서 얻을 수 있어서 저는 참 복 받은 사람입니다.

직장 생활만 했더라면 늘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고 지냈을 텐데, 소임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습니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가 배울 수 있는 게 많아서 감사합니다. 저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일과 수행의 통일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도반들을 보면서 날마다 감동합니다. 게다가 저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해서 소임을 하기에 딱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봉사하기 좋은 직업을 가진 것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에게 이롭고 동시에 재미까지 더해주는 봉사를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청년 정일사(맨 아랫줄 가운데)
▲ 청년 정일사(맨 아랫줄 가운데)


저에게 소임의 무게는 항상 무거웠습니다. 맡은 소임은 일의 우선순위에서 최상위를 차지합니다. 봉사가 즐겁다는 자영 님을 보며 제가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자이크 붓다의 일원으로서 내가 맡은 일은 꼭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가볍게 소임을 하지 못한 게 아닐까?’ 생글생글 웃으며 “이렇게 좋은데 왜 하지 않겠어요?”라는 자영 님을 보며 제 소임에게 미안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소임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영 님을 보면서 저도 이제부터 제 소임을 좀 더 뜨겁게 사랑하고 이해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사랑받는 사람의 얼굴이 빛나듯, 제 소임도 반짝반짝 빛이 날 수 있게 말입니다.

글_박연우_희망리포터(대전충청지부_천안지회)
편집_조미경(경남지부_김해지회), 성지연(강원경기동부지부_경기광주지회)


  1. 정일사 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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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잘 읽었읍니다ㆍ

2021-08-10 05:24:43

이영수

자영법우 찰보았습니다. 처음만났을때보다 훌쩍 성장한 모습 보기 좋습니다. 성불하세요~

2021-08-08 06:35:39

고아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영님께 많이 배웁니다 ! 대단해요 !
자영님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정화되어 가볍습니다 ^^
소중한 수행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1-08-07 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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