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부천지회
어리석은 엄마를 깨워준 큰딸, 고마워!

답답하고 이기적인 엄마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딸에게 진솔한 마음을 드러내어 함께 치료했습니다. 치료와 더불어 수행 하고 딸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면서 점점 변해가는 부천지회 홍성정 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관심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어린 시절

저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3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의 관심을 독차지한 남동생과 활달한 언니 사이에서 존재감 없이 자랐습니다. 맞벌이로 늘 바쁜 부모님의 관심을 받기 위해 집안일과 동생을 돌보는 저에게 부모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홍성정님
▲ 홍성정님

또한 동네 아이들을 돌봐주었고 이를 본 동네 아줌마들의 칭찬에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했으나 사회에서 좀 더 인정받고 싶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사회복지사 공무원은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특히 민원 상담이 잘 맞았습니다. 그러나 항상 제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었습니다. 업무 계획과 실적 평가를 받아야 하는 행정업무는 이겨내기 어려운 스트레스였습니다.

스트레스는 직장을 자주 그만두는 남편과 더불어 심해져 갔습니다. 평소 직장과 집안일 모두 잘하고 싶었는데 마음뿐이었습니다. 인천에서 광명까지 장거리 출퇴근으로 돌보지 못한 아이들을 지인에게 맡긴 것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짜증과 화가 많아지고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큰딸에게 제 마음을 털어놓았고 큰딸은 저의 고충을 묵묵히 들어주었습니다.

막막하고 어두울 때 만난 정토회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있겠지 하는 기대는 달라지지 않은 현실 앞에 무너졌습니다. 쌓이는 스트레스로 견디기 어려울 때 유튜브에서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만났습니다. 삶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출퇴근 시간에 매일 스님 법문을 들었고 2016년에 인천에서 불교대학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먼 거리를 출퇴근하면서 저녁 수업을 듣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은 못 했지만 정토회 인연으로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돌봐주던 지인이 큰딸에게 신체적 학대를 한 사실을 알고 지인과 결별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불법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정토회 활동을 하기 위해 광명으로 이사했고 2017년에 다시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온라인 불교대학 홍보(왼쪽 첫번째)
▲ 온라인 불교대학 홍보(왼쪽 첫번째)

엄마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큰딸

새로운 학교로 전학해 온 큰딸은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지인에게 받은 상처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고 저는 '너만 정신 차리고 잘하면 된다'고 말 하곤 했습니다. 큰딸과 갈등이 심해지면서 심리 상담소를 찾았습니다. 상담소에서 엄마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딸아이는 자신이 당한 학대를 엄마가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다독여 주지도 존중하지도 않고 오직 자신의 처지만 생각하고 감정에 휩쓸렸던 엄마가 아이에겐 엄청난 상처였습니다. 학교 보건실에서 두통약 열 알 넘게 먹었을 때도, 무단결석했을 때도 아이를 안아주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막막 하기만할 때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듯 <깨달음의 장>1에 갔습니다.불교대학에 다니면서 형식적인 나누기만 했는데 드디어 깊은 마음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게 아이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인 것을 알고 나서 한없이 울었습니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동안 쌓인 마음을 내놓으면서 엄청난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제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천일 결사기도

천일 결사 입제는 했지만, 새벽기도는 꾸준히 하지 못했습니다. 새벽기도하고 출근하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나눔의 장>2에 다녀왔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도반끼리 서로 독려하며 새벽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참회하고 집착도 내려놓았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럴 수 있겠구나! 이해도 했습니다.

가장 감사한 것은 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답답하고 한심한 엄마를 둔 딸이 얼마나 힘들고 막막했을지 얼마나 외로웠을지 너무 미안했습니다. 남편과 주고 받은 문자에 딸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그 내용을 본 딸은 “내가 그렇게 힘든 사람이었구나,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어?” 라고 화를 냈습니다. 저는 아이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그때 일을 돌이키고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참회하며 꾸준히 수행한 공덕인지 아이도 점점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짜증은 줄어들고 우울증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아이를 존중하는 엄마의 변화가 아이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며 상담 선생님이 놀라워했습니다. 거실에서 남편과 아이가 텔레비전 보면서 웃는 소리가 옆방으로 들립니다. 달리진 아이가 “엄마 내가 많이 좋아졌지요, 너무 행복해요. 고마워요”라고 했을 때 정말 고마웠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너의 상황에 맞게 조절하면서 천천히 가자고 다독여주었습니다. 우리 모녀의 얼굴은 환하게 변해갔습니다.

뿌듯함과 자긍심을 심어준 봉사활동

불교대학과 경전반 부담당은 비교적 가벼웠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불교대학 진행자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습니다. 진행자료 매뉴얼대로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학생들을 영상으로 만나면서 진행자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습니다. 진행자 수업준비나 감정상태는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결과로 나타납니다. 중도 탈락하는 학생이 생기면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내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진행자 입장에서 다시 공부하고 철저한 수업준비를 했습니다. 학생들과 대화는 가볍고 편해지면서 예전에 놓쳤던 공부를 다시 했습니다.

통일의병 활동(왼쪽)
▲ 통일의병 활동(왼쪽)

JTS 처음 모금 활동 할 때가 생각납니다. 아는 사람 만나면 어쩌나 싶어 모자를 눌러쓰고 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봉사한다는 생각 없이 그냥 합니다. 학생들과 만나고 같이 공부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뿌듯함과 정토회 회원이라는 자긍심이 저를 지켜줍니다.


딸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홍성정님의 모습을 보면서 딸의 입장에서 부러웠습니다. 인터뷰 내내 저의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내가 방황했을 때 당황하고 두려웠을 엄마를 이해했습니다. 솔직하게 꺼내주신 홍성정 님께 감사하며 글을 정리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글_(신현정) 인천경기서부지부 부천지회
편집_(임명자) 광주전라지부 서광주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나눔의 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참여자만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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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지

따님께서 행복하다는 말을 할때 울컥했습니다
부럽습니다. 사연 나누어 주셔서 감사하고 또 수고해주시는 모든분들도 감사드립니다.

2023-10-02 07:13:41

김은숙

딸을 감정을 존중하여
많이 달라지고 행복해져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때까지 엄마의 애씀이 어떠했을지 짐작되어 눈물이 납니다.

2021-09-19 07:23:57

김혜경

자신의 잘못이라고 깨닫고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마음이 기적이네요...내 생각을 돌이키는 것은 법을 배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홍성저님을 통해 저도 함께 법을 배우는 도반임이 자랑스럽네요...고맙습니다...솔직하고 감동의 말씀 고맙습니다.

2021-07-27 11: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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