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남지회
서로의 부족함을 메꿔주는 두 도반 이야기

불교대학 입학동기로 들어와 지금은 전법활동가로 활동 중인 김선주, 윤경숙 님을 온라인으로 만났습니다. 화면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그들의 입학 당시 있었던 일 뿐 아니라 현재 온라인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을 가볍게 나누었습니다. 수혜자인 학생에서 지금은 나눔을 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동기생으로 입학할 당시의 분위기

김선주 님: 2017년 가을 강남법당 불교대학 토요일 저녁반으로 들어왔어요. 그 당시 30명이 넘는 학생이 입학했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전국에서 제일 많은 인원이 입학한 반이더라구요. 입학 후 얼마 안되어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입재식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참여해서 화제였어요.

2017년 가을불교대학 평화운동 활동(맨 왼쪽 윤경숙 님, 맨 오른쪽 김선주 님)
▲ 2017년 가을불교대학 평화운동 활동(맨 왼쪽 윤경숙 님, 맨 오른쪽 김선주 님)

윤경숙 님: 우리는 신입이라 왜 이슈가 된 줄도 몰랐어요. 왜냐하면, 입재를 하라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줄 알았고, 그 당시 강남법당은 지도해주시는 분들이 뭘 하자면, 당연히 하는 분위기였어요. 단톡 방에 올라오는 글에 답글도 잘 달고, 봉사를 하자 하면 너도나도 다 봉사에 참여하고, 입재하자면 너도 나도 다 하고, 남산순례를 가자면 다 가고 그랬어요.

김선주 님; 그 당시 인원이 많아서 나누기 모듬도 셋으로 나눴는데 둘러 앉으면 법당이 꽉 찼어요.

윤경숙 님: 으샤으샤 하는 분위기여서 깨달음의 장1 신청도 넘쳐났어요. 평화운동, JTS 등등 어디든 가자 하면 가고, 하자 하면 하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인원이 많다 보니 상승작용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두 명만 참여하면 서로 삐죽삐죽하며 망설일 텐데 단체 톡에 참여 답글이 하나 둘 셋 계속해서 올라오면, '아, 나도 해야지' 하는 마음이 일어나 서로서로 참여해서 활동들이 더 상승세를 탔던 거 같아요

김선주 님: 다들 착했어요. 하자 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윤경숙 님: 우리가 불교대 학생이던 때의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담당자들 모두 수행을 꾸준히 하면서 봉사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가끔씩 지금의 강남 지회장이 방문해서 나누기에 참석하면, 우리 학생들은 그의 여법한 수행의 힘이 느껴져서 수업 분위기가 한껏 올라갔어요. 신입이었던 저에게 정토회는 활동적이고 참신하고, 새로운 의견을 내면 바로 받아들여 실행에 옮기는 단체였어요. 그 당시 강남법당은 뭔가 빨리빨리 진행되는 분위기였어요.

김선주 님: 학생들도 나이가 다 비슷비슷했고, 젊은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들 중심으로 분위기가 끌려갔어요. 특히 진취적인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끌어주는 역할이 컸어요. 학생들이 젊었기에 담당자들의 안내대로 빨리빨리 바뀌었던 것같아요.

2017년 가을불교대학 졸업(세종대, 맨 왼쪽부터 윤경숙 님, 김선주 님)
▲ 2017년 가을불교대학 졸업(세종대, 맨 왼쪽부터 윤경숙 님, 김선주 님)

윤경숙 님: 저희 반은 저만 보살이었어요. 모두 골드미스로 30대 말 40대 초 결혼을 안 한 법우들이었어요. 젊고 유능하나 나름 고민은 많은 그런 사람들이었어요. 저는 주로 가족, 남편, 직장에 관한 문제들이었어요. 젊은 법우들은 고민이 하나도 없을 것 같고, 있어도 제가 듣기에는 별로 심각하지 않게 들렸어요. 그런데도 뭔가 끈끈한 게 있었어요. 결혼하고 안하고는 상관없이 모여서 기도하고 정진하고 나누기하고 그냥 그 자체가 너무나 좋았어요. 나는 보살, 저들은 법우. 그런 차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 그 한 가지로 모두가 뭉쳐지는 그런 날들이었어요. 누군가 정진하면 그 힘을 받아 '저 사람도 하는데 나도 해야지' 라는 마음이 들고, 같이하자고 권유도 하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김선주 님: 저는 윤경숙 님이 하면 같이 옆에서 따라하는 편이였습니다. 보살님 덕분이었어요. 같은 반 도반이 하자 하니 쉽게 따라한 것 같아요.

얼떨결에 참석한 깨달음의 장

김선주 님; 가을 불교대학 입학 후 10월에 〈깨달음의 장〉에 갔는데, 주위 분들이 너무 좋다고 해서 갔어요. 사실 모든 학생들이 다 가야만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보니 왜 〈깨달음의 장〉을 해야 하는지 알았어요. 비로소 내 마음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어떤 게 내 마음인지 그때 처음으로 봤던 것 같아요.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갔다 와서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기는 하나 그때 받았던 그 느낌은 아직도 남아있어요.

2017년 가을불교대학 졸업갈무리(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윤경숙 님, 앞줄 맨 오른쪽 김선주 님)
▲ 2017년 가을불교대학 졸업갈무리(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윤경숙 님, 앞줄 맨 오른쪽 김선주 님)

윤경숙 님: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신 분들이 수업시간에 소감나누기를 합니다. 그때 환상이 들더라구요. 도대체 〈깨달음의 장〉이 뭐지? 물어봐도 구체적으로 대답은 안 해줘요. 그냥 좋았다. 딴 세상이다. 심지어 문경에서 살고 싶다. 오기 싫었다. 이러니까 가고 싶은 호기심이 들더라구요. 그러면서 두렵기도 하고요.

그 당시 저는 〈깨달음의 장〉 가기 전부터 혼자 108배를 하고 있었어요. 그걸 아시고 한 도반이 천일결사2 기도에 대해 알려주면서 수행문 경전 기도문, 보왕삼매론 등을 핸드폰으로 보여주었어요. 그걸 보니 참 좋았어요. 맘대로 기도하는 것이 아니고 형식에 맞춰 체계적으로 기도하는 것이어서요.

나누기의 맛

김선주 님: 불교대학 다니면서 나누기 때문에 안 다니려고 했어요. 빙 둘러앉아 얘기하는 것도 부담이었고, 하고 나서도 내가 무슨 말을 했지? 이거 내가 계속 해야 돼? 라는 생각이었어요. 너무 싫었어요.

2018년 가을경전반 졸업식(뒷줄 왼쪽 윤경숙 님,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선주 님)
▲ 2018년 가을경전반 졸업식(뒷줄 왼쪽 윤경숙 님,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선주 님)

윤경숙 님: 지금도 남 앞에서 나누기를 한다는 것이 편하지는 않지만, 나누기 후 가벼울 때가 있어요. 나도 모르게 포장을 하거나 가식 있게 말하거나, 아는 체하거나 하면 나누기 후에도 마음이 무거워요. 차라리 솔직히 말하는 게 나아요. 나누기 하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에 있는 말이 솔직히 나오면서 눈물이 퍽 하고 나올 때가 있었는데 그때 참 시원했어요. 창피한 거는 없었어요. 그때 그 경험으로 나누기 맛을 알았죠. 매번 그런 거는 아니어요.

김선주 님: 불편한 내 마음이나 내 주변의 불편한 상황에 대해 나누기를 한 후 선광법사님의 “괜찮아 괜찮아” 라는 말씀이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그 말씀을 하셨지만 나에게 말씀하실 때 진심으로 내 마음을 다독거려 주시는 느낌을 받았고 위로가 참 많이 되었어요. 위로 받은 그 마음이 정토회에 있으면서 내 경험을 나누고 봉사하는 것 같아요.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윤경숙 님: 법당에 나가던 때가 재미있었어요. 다니면서 재밌다. 좋다. 내가 참 행복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법당 다닐 때 참 힘든 시기였어요. 집식구들이 주말이면 늦잠을 자곤 했는데, 아침 일찍 법당에 가서 활동하고 와도 다 자고 있는 거예요. 자고 있는 게 너무 고마웠어요. 예전에는 잠자고 있는 식구들을 보면 짜증났었는데요. 내가 먼저 나서기 보다 옆에서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다 같이 하는 정토회 활동이 신났어요. 또, 외로움 잘 타는 성격인데 법당활동으로 소속감도 생겼고요.

2018년 어린이날 인사동 JTS 거리모금(왼쪽에서 세번째가 김선주 님, 네번째가 윤경숙 님)
▲ 2018년 어린이날 인사동 JTS 거리모금(왼쪽에서 세번째가 김선주 님, 네번째가 윤경숙 님)

JTS봉사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일거양득이 아니라 몇 가지를 얻었어요. 직장동료들이 내가 너무 신나고 재밌어 보인다고 했어요. 오랜만에 만난 언니가 나에게 지혜로워졌다고 하더라구요. 정토회 다니면서 얻은 결실입니다.

온라인 정토회 후 나의 소임

김선주 님: 온라인전환으로 어떤 점에서는 편해졌어요. 강남법당이 없어지고 송파지회로 합쳐지면서 새로운 분들과 같이 잘 편하게 스며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예전보다 책임감이 더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엔 얼떨결에 모듬장이 되어 내려오는 공지들을 다 보기도 힘들어 모르면서도 바로바로 올렸었고, 내가 놓친 것들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다 챙겨주었어요. 그래도 다른 분들이 항상 잘한다고 해주니까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모듬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공지 올리는 것도 예전대로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전법활동가들과 같이 하다 보니 제대로 봐야할 것들이 더 있고, 이제는 그런 것들이 잘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더 잘 전달되게 신경 쓰게 되었어요. 모듬에서 나누기할 때도 웃으면서 좀 더 편하고 가볍게 하려고 해요. 이번에 처음 불교대학을 진행하면서 불교대생들이 조금씩 변화되는게 보여요. 내자식도 아닌데 내가 뿌듯해요. 예전에 돕는 이로 활동할 때는 학생들의 변화를 신경 쓰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았어요. 지금은 내가 주위사람들의 마음을 더 살피는 사람으로 변한 거 같아요.

윤경숙 님: 맞아요. 선주 법우는 가볍고 편하게 잘 하세요. 심각한 게 별로 없어 너무 좋아요.

김선주 님: 이번 정일사 사회를 하면서 봉사가 복임을 알았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안에 내 얘기가 있고, 내 얘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들으니 객관적으로 들렸어요. 나를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라는 게 이런 거구나를 알았어요. 내가 사회자 소임하기를 정말 잘했다 하는 느낌을 처음 받았어요.

2018년 천일결사 9-6차 백일기도 입재식(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윤경숙 님, 네번째가 김선주 님)
▲ 2018년 천일결사 9-6차 백일기도 입재식(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윤경숙 님, 네번째가 김선주 님)

윤경숙 님: 저는 작년가을 온라인 경전반을 진행했는데 감동이었어요. 몇해전 제가 경전반 학생일 때는 법문을 제대로 못들었어요. 불교대학 담당을 오후에 하면서 같은날 저녁에 학생신분으로 경전수업을 들었어요. 담당하면서 긴장하였던지 경전반 학생으로 수업을 듣다보니 피곤해서 법문도 귀에 안들어 왔거든요. 중간 중간 가벼운 일화들은 귀에 쏙쏙 들어왔지만, 금강경이나 반야심경 같은 것들은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래도 뭔가 좋기는 좋았죠.

그러다 작년 경전대학을 맡으면서 비로서 법을 만났어요. 온라인이라 아침에 눈뜨자마자 법문을 들었어요. 여러 차례 들으면서 내가 상에 잡혀있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듣기를 반복하면서 나에 대해 계속 점검했어요. 그뿐 아니라 학생들도 눈에 들어왔어요. 오프라인에서는 내 문제 밖에 안보였어요. 그런데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화면에 학생들이 보이니까,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같이 기도하고 입재도 하게 할 수 있을까를 더 생각했어요. 경전대학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법문을 적용한 일상생활 나누기는 여운이 오래가서 매주 수업시간이 기대되고 일주일이 행복했어요. 이런 맛으로 교실 소임을 맡으며 '소임이 복이구나'를 느꼈어요.

올해 경전대학 진행을 또 맡으면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하려고 합니다. 온라인 수업으로 바뀐 후 지금까지 전체적으로 되돌아 보면, 작년에 처음 맡았을 때는 의욕이 넘쳐, 하라고 하면 "네~하고 합니다" 라는 마음으로 노래면 노래, 발표면 발표 뭐든 했어요.

그런데, 두 번째 소임을 맡은 올해는 분별심이 자꾸 일어나는 거예요. 하라고 하면 '아 나 그거 못해요' 라며 몇 번을 거절했어요. 개인 수행 관점으로 보면 첫 소임 때는 애를 썼다면 두 번째 소임부터는 애쓰지 않아요. 내 입장이 분명해지면서 사정상 못하는 일은 가볍게 거절할 줄도 압니다. 생활에서도 억지로 대입하려 하지 않고 ' 아.. 내가 이런 상태네' 라며 담담히 저를 바라보게 되었어요. 내가 괴로우면서 이끌려 가기 보다 내가 편안하고 자유로운 마음의 근육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고 할까요. 내가 상이 많고 내 고집대로 하려 하는 마음이 엄청나구나를 더 명확하게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수행을 해도 업식이 잘 안바뀌네요.

그래도 별 진전이 없어도 내 꼬라지를 알고 인정하고 금방 돌이키게 되었어요. 직장에서도 다른 직원과 상대하면서 내 업식이 올라오는 건 여전하지만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빨라졌음을 느껴요. 저는 요즘, 갈길을 보면 멀지만 뒤돌아보면 '그래도 내가 이만큼 왔네' 라는 말이 굉장히 위로가 되어요. 예전에 비하면 용 되었지요. 수행하면서 내가 바른길로 가는 건가를 계속 점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의 아쉬운 점

김선주 님: 온라인으로 바뀐 후 예전보다 아쉬운 것도 있어요. 끈끈함이 좀 없어요. 온라인 모임에서는 전법활동가와 일반회원이 나뉘어져 있어서 일반회원들 보기도 어렵고 같이 활동하기도 어려워졌어요.

윤경숙 님: 온라인은 그것이 안 좋은 거 같아요. 한번 멀어지신 분들이 다시 합류하기가 좀 어려워진 것 같아요. 법당이 있을 때는 그냥 오면 되었는데, 온라인으로 된 후로는 그럴 수가 없으니 좀 아쉽더라구요.


두 주인공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도반이 전부라는 의미를 알았습니다. 수행 정진 봉사를 하며 윤경숙 님이 할 수 없는 부분은 김선주 님이 슬쩍 채워주고, 김선주 님에게 어려운 부분은 윤경숙 님이 살며시 메꾸는 모자이크 붓다였습니다.

글_최미영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강남지회
편집_조미경/경남지부/김해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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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주거니 받가니 수행도 봉사도 함깨 하시는 부 도반의 이야기 재미나네요...도반이 전부입니다...좋은 말씀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1-07-27 11:12:47

한연수

서로를 의지하며 수행 정진하는 두 보살님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도반입니다^*^

2021-07-21 08:32:31

소혜

잘 읽었습니다 진솔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1-07-18 0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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