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대구지회
나를 알아가는 여정

정토회와 인연되어 2014년 불교대학 입학과 졸업, 그 이듬해 경전반 졸업 후 수행법회 담당과 JTS 담당 소임까지 맡으며 법당에서 오프라인으로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온 김연숙 님.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맞추어 전법활동가(돕는이)로서 행복을 전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취재 했습니다

모둠나누기, 윗줄 맨 왼쪽이 김연숙 님
▲ 모둠나누기, 윗줄 맨 왼쪽이 김연숙 님

돕는이로 활동하면서 나 자신을 알게 되었어요

정태남 : 안녕하세요? 인터뷰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김연숙 : 6개월 전에 정회원 교육을 받은 후 전법 모둠에 소속되어 불교대학 돕는이(스텝)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정태남 : 돕는이로 불교대학 진행에 참여하시는데 해보니 어떠신가요?

김연숙 : 돕는이 역할이 주어졌을 때 가장 걱정이 되었던 부분이 낯선 환경, 낯선 사람에 대한 울렁증이었어요. 하지만 정토회에 와서 불법을 배우고 마음수련도 하고 여러 활동도 해 왔기에 극복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예전의 괴로움에서 이제 벗어났다.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졌다. 새로운 소임이라 걱정되긴 했지만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을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더 컸어요. 그런데 막상 부딪쳐 보니 극복된 것이 아니더라구요. 가끔 느끼는 울렁증으로 무기력해지고 축 늘어지는 느낌에 자기 업식은 쉽게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스님의 말씀이 다시 한 번 되새겨졌어요.

정태남 : 연숙 님 얘기를 들으니 경전반 다닐 때 배웠던 금강경1 법문 중 스님이 포교활동 중이실 때 상이군인을 보자마자 쫓아낼 궁리만 하셨다는 내용이 생각나네요. 그 상황을 겪지 못했더라면 자기모순을 평생 보지 못했을 거라고 하신 것처럼 연숙 님도 돕는이 활동을 했기에 현재의 상태를 자각할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생각되네요.

김연숙 : 태남 님 얘기를 들어보니 그러네요.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되었구나 하며 무기력함에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이 다시 발심을 해야 할 소중한 계기가 되는구나 이제라도 알았다는 것이 참 다행이에요. 사실 제가 죽기 살기로 제 업식을 바꾸기 위해 간절히 공부에 매진하지는 않았어요. 며칠 전 돕는이로 참여한 불교대학 수업 법문에서 고타마라는 한 수행자가 죽음도 불사한 6년 간의 처절한 고행을 한 후에 연기의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셨다는 내용을 함께 배웠는데요. 그런 대결정심도 없이 불교대학과 경전반 공부를 한 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고 이 정도면 됐다고 내 상태를 과대평가 하며 자만에 빠졌나 봐요.

정태남 : 바로 알아차리다니 대단하시네요! 요즘 기도는 꾸준히 하시나요?

2015년 불교대학 졸업식
▲ 2015년 불교대학 졸업식

김연숙 : 얼마 전에 본 유투브 즉문즉설에서 보시,봉사는 기꺼이 하겠는데 절은 너무 하기 싫다는 내용이 떠오르네요. 제가 딱 그런 상태예요. 천일결사2 기도를 꾸준히 하긴 하는데 108배 절을 다 채우기가 힘들어요. 몸이 힘든 것을 견디지 못해서 절을 하다가도 힘들면 중간에 포기해버려요. 스님은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올 때 그냥 하면 된다고 하시는데 그게 안 돼요. 그러니 기도를 마친 뒤에도 개운한 느낌과 온전한 느낌이 없고 찝찝한 마음이 올라와요. 절이 안 되는 이유는 제가 지금 살만 해서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정태남 : 즉문즉설에서 스님이 말씀하시길 108배가 힘들면 1000배를 해라 1000배를 하고 나면 그 후로 108배는 그냥 된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누구나 다 잘 안 되는 게 있나 봅니다. 저는 아침기도하면서 가장 안 되는 것이 명상과 독송에 집중이 안 될 때가 많아요.

김연숙 : 저는 독송에는 집중하고 있어요. 음원에 나오는 소리를 듣기만 하는 것 보다는 소리내어 읽으면 내 목소리가 다시 내 귀를 거쳐 머리 속에서 한 번 더 맴돌아 정화가 되는 기분이에요. 특히나 마음에 걸림이 있을 때 수행문, 경전, 보왕삼매론을 읽다보면 걸렸던 부분에 대한 답을 찾기도 하고요. 그래서 항상 느끼는 게 기도 프로그램을 참 잘 만드셨다. 대단하다. 잘 닦여진 이 길 위를 걷기만 하면 되니까 참 좋다고 생각돼요.

성지순례, 쿠시나가라 열반당
▲ 성지순례, 쿠시나가라 열반당

정태남 : 기도를 꾸준히 하시는 비결이 뭐가 있을까요?

김연숙 : 정토회의 소임을 계속 맡고 있었기에 기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불교대 봉사,법회담당 등 소임이 없었더라면 기도를 계속 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음나누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어요

정태남 : 돕는이 활동 하시면서 다른 에피소드는 없는지요?

김연숙 : 얼마 전에 불교대학 진행자와 리허설하며 소통하다가 그 분이 저에게 연숙 님은 오래 됐는데 지금 활동하고 있는 마음이 어떤지를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나는 활동을 안 하면 예전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은 것을 알기에 마음공부와 봉사활동을 먼저 나를 위해 하고 있다. 큰 뜻. 중생구제의 목표라기보다는 당장 내가 살기 위해 수행하고 활동하고 봉사를 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한다고 원을 세우고 있다"라고 얘기했어요.

정태남 : 정말 솔직하시네요. 그런데 그게 본인도 좋고 남도 좋은 자리이타 아닌가요?

김연숙 : 사실 이게 제대로 된 관점인지는 모르겠어요. 결론적으로는 자리이타가 되고 제가 봉사함으로써 도움 받는 분이 계시겠지만 온전히 타인을 위해 한다는 마음이기 보다는 저를 위한 마음이 앞선 상태에요. 제가 오직 타인을 위한 마음을 내는 수준이 아니기도 하고요. 스님은 전적으로 중생을 위한 마음으로 하고 계시겠지만 저의 마음은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정태남 : 돕는이 활동 하시면서 공부가 많이 되신 것 같네요. 앞으로 진행자 소임 해 보실 생각이 있나요?

성지순례, 타지마할에서 도반들과, 앞줄 왼쪽 김연숙 님
▲ 성지순례, 타지마할에서 도반들과, 앞줄 왼쪽 김연숙 님

김연숙 : 지금은 자신 없어요. 돕는이를 3개월 해보니 진행자는 마음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수행적 관점은 기본이고, 노하우와 자질도 어느 정도 갖추어야 될 것 같아요. 만약 하게 된다면 능숙한 진행자를 옆에서 보며 오랜 시간 트레이닝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아직 감정적으로 이리저리 치우쳐 안정되지 않고 요동침이 큰 편이라서요. 학생들의 업식에 휘말려 같이 휘청거리지 않을 정도의 중심은 잡혀야 하는데 제가 과연 안정감 있게 진행할 수 있을지 지금은 어려울 듯 하네요. 하지만 언젠가는 해보고 싶어요.

정태남 : 주제를 바꾸어 나누기에 대해 질문할게요. 종종 나누기 하실 때 의미 있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처음엔 나누기가 제일 힘들었지만 이제는 나누기가 제일 좋으시다고요?

김연숙 : 8년 전 불교대학 입학하여 공부를 하니 새로운 세상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이전 세상과 불교대학 이후의 세상은 너무 달라 보임에 정말 기뻤지만 나누기를 하면서는 늘 힘들었어요. 왜 힘들었을까 생각해보니 현대인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저 역시 속내를 표현 안하고 살아왔어요. 나누기는 지금의 마음 그대로 솔직하게 꺼내야 하는데 그게 안됐어요. 불편한 마음일 때도 좋다고 말하고 싶고 꾸미고 잘 얘기해서 지금 내가 행복하고 똑똑하게 보이고 싶었어요. 그렇다보니 저도 모르게 현재의 제 마음 속 힘들고 불편한 얘기가 불쑥불쑥 나오려고 해서 그걸 감추고 꾸미려고 하니 나누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경전반 졸업 후 주간 수행법회 담당 소임을 맡아 사회와 나누기 진행을 했어요. 부족한 제가 주도를 해서 이끌어야 했고 진행에 초점을 맞추니 꾸미려는 마음나누기를 할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지금 제 마음을 나누게 되었어요.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을 하니 오히려 더 당당하고 똑똑한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있는 그대로의 저 자신을 받아들였고 솔직해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저 자신을 꾸미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성지순례
▲ 성지순례

정태남 : 저 역시 불교대학 공부하면서 나누기가 힘들었어요. 말주변이 없어 차라리 글로 하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불교대학 사회를 맡으면서 편해졌어요. 참 공감되네요. 1000배하면 108배가 수월해지듯 벅차지만 진행과 소임을 맡음으로 해서 조금 성숙해졌음을 저도 경험했어요. 정일사3 기간에 300배를 보름간 하다 보면 정일사 회향 후 108배가 수월했던 느낌처럼요.

김연숙 : 돕는이로 배정되어 3개월 하며 예전 업식 그대로인 저를 보고 초라해져서 '다음에는 안한다 안한다'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이런 원리라면 진행자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욕심이 나네요. 나를 뛰어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희망리포터 하면서 소임이 복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정태남 : 나를 뛰어넘는다. 그 말을 들으니 떠오르는 질문이 있네요. 연숙님은 저의 전임 희망리포터였어요. 희망리포터 소임 받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저에게 이건 하면 좋다 나를 뛰어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서 도대체 뭐가 좋은지 호기심에 제가 받게 되었어요. 그 말이 이제 이해가 되네요.

김연숙 : 솔직히 저는 희망리포터 소임하면서 힘들고 괴로웠어요. 기사를 작성할 때 잘 써야 된다, 재미있게 써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렸어요. 마치 제가 작가라도 된 듯이 잘 쓰려고 매달렸기에 그 당시 두 달에 한번 기사배정이 돌아오는 것이 스트레스 그 자체였어요. 제 업식 때문에 취재 대상이나 ,총무, 편집자와 많은 부분 소통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다행히 마음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힘들어 하는 제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내가 잘 써서 잘 보이려고 하는구나. 내가 사람과 관계 맺는 걸 정말 힘들어 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니 그게 공부가 되었어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힘든 만큼 공부가 되었고 1년 정도 지나고 보니 고통의 틈 사이에서 새록새록 피어나는 저 자신을 볼 수 있었어요. 나를 한 번 뛰어 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태남 님이 안하신다고 했을 때 제가 좋음을 경험했기에 적극 추천했던 거예요. 예전에 저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정초순회법회때 질문하는 김연숙 님
▲ 정초순회법회때 질문하는 김연숙 님

정태남 : 그 때는 두 달에 한 번이었네요. 지금은 4~5개월에 한번이에요. 저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연숙 : 소임을 통해 알게 된 게 있어요. 좀 벅차지만 해야 하는 것을 수행삼아 하고 나면 한 단계 성숙해진다는 것, 소임이 복이라는 것.

정태남 : 하기 싫을 때 그냥 해버리라는 스님의 말씀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연숙님의 솔직한 인터뷰가 감사하긴 한데 이렇게 상세하게 기사가 나가도 괜찮을까요?

김연숙 : 괜찮아요. 이제 꾸미지 않고 솔직해졌어요(웃음)

정태남 : 그럼 고해성사를 한 셈 치고 하기 싫은 마음 극복하며 108배를 할 생각은 없나요?

김연숙 :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래야 되겠다' 하는 마음이 올라오네요. 정토회에서 공부한 지 8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절을 못하나? 전법활동가라면서 아직 절을 다 못 채우나? 남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마음에 늘 걸림이 있었는데 내일부터 도전할게요. 스스로 당당해질 필요가 있겠어요.

나에 대한 탐구가 신기하고 재밌어요

정태남 : 저는 절하는 것보다 정리정돈과 청소가 힘들고 어려워요. 개인법당을 청결하게 매일 청소하는 걸로 함께 도전할게요. 앞으로의 각오가 있나요?

김연숙 : 특별한 각오는 없어요. 불법을 공부하며 이렇게 살면 괴롭고, 저렇게 살면 행복하구나.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진리는 이런 거구나. 삶의 방향을 이렇게 설정해야 하는구나. 어렴풋이 알게 되었기에 지금처럼 활동하며 기도와 마음공부를 이어 간다면 일단은 현재 괴롭지 않고 미래에 괴로움이 오더라도 바로 알아차려 벗어날 수 있겠구나 싶어요. 예전에는 무지해서 만족을 모르고 살았는데 지금은 이대로 만족해요.

성지순례
▲ 성지순례

얼마 전 예기치 못한 뜻밖의 사건이 있었는데 '새로운 내'가 툭 튀어 나왔어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제 모습이어서 신기했어요. 가만 생각해 보니 지금껏 저의 일부만 꺼내 놓고 '이게 내 전부다' 여기며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황과 사람 등 인연에 따라 내 안에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엄청 많구나. 나조차 나를 정확히는 모른다. 내가 아는 내가 전부가 아니구나, 그러니 항상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태남 :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셨다니 대단하시네요. 스님의 법문 중 버스를 타면 승객이 되고 남편과 있으면 아내가 되고 자식과 있으면 엄마가 되는 인연법의 이치 아닐까요?

김연숙 : 비슷한데 잘 모르겠어요. 확실하게 정립이 잘 안돼요. 요즘 들어 나에 대해서 탐구를 하고 있는데 신기하고 재밌어요. 혼자 탐구를 하다가 막혀서 풍선처럼 터질 듯 하면 스님께 질문도 해보려구요.

정태남 : 나중에라도 진행자가 된다면 지금 탐구 하시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김연숙 : 불교대학 돕는이를 하면서 “8년 간 한 공부가 제대로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늘어지는 기분이었는데 인터뷰를 하고 나니 “8년간이나 공부했는데 내가..” 이런 자만에 빠져 있었던 저를 알게된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진행자가 되든 안 되든 어떤 소임을 하든 마음 공부하며 탐구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솔직담백한 김연숙 님의 수행담을 취재하며 초심자인 저는 뭉클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로 더욱 더 성장해 나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글_정태남(동대구지회 희망리포터)
편집_한숙(서초지회)


  1. 금강경대승불교 경전의 하나 

  2.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3. 정일사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전체댓글 14

0/200

나영희

잘 읽었습니다
태남님~이렇게 행자의 하루에서 만나니 너무 반가운마음입니다
두분의 솔직한 대담이 흥미롭고 유익하네요

2021-06-16 06:16:17

안정원

삶속에서 마음 은있는데 잘 안되는 그무엇,, 108 배 ,,
결심할 수 있는용기 ~! 행할수 있는 실천 나스스로
당당 해질 필요가 있겠어요 ,,, 라는 말씀이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네요 ~! 저또한 용기 를 가지고
용감하게 수행 정진 하겠습니다 🙏 ^^

2021-06-15 04:12:43

신금년

반가운 마음입니다. 한 그룹이 되어 함께 하는 지금 도반님을 알아가는 시간에 이렇게 수행얘기를 읽을 수 있어 참 좋아요. 8년이나 되신거에 또 놀랐습니다. 함께 알고 지내는 도반이 되어 반가워요.

2021-06-14 07:33:32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동대구지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