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광주지회
푸른 마음을 간직한 청년 수행자!

온라인 정토회 시대로 들어오면서 어느 때보다 청년들의 활약이 빛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 맞추어 비대면이 활성화되고 기계문명에 익숙했던 MZ세대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정토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청년수행자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는지 청년특별지부 중부지회장을 맡은 이지원 님을 통해 언택트 시대 청년수행자의 모습을 함께 보겠습니다.

정토불교대학 홍보활동 하는 이지원 님
▲ 정토불교대학 홍보활동 하는 이지원 님

형과 나

저는 7살 터울의 형이 있습니다. 어릴 때는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게 형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는데, 어느 날 크게 싸우는 일이 생겼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던 저를 형이 때려 머리를 다치게 했습니다. 제가 악을 쓰며 형을 몰아붙이니 형도 놀랬는지 별말 없이 방에 들어갔습니다. 그 후부터 형과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형이 저에게 다가오려 노력했지만 그 모습을 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광주법당에서 만 배 정진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2천 배까지 겨우 하고 집에 돌아온 날, 사전연락 없이 형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날 우연히 형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정진을 한 덕분인지 형과의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형의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에는 ‘형과 나는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정말 다른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형과 저는 닮은 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형의 상처를 보았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우리 형제는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습니다. 그때 당시 사춘기였던 형은 부모님의 이혼이 매우 큰 상처였고, 중고등 학생 때 방황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형과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난 뒤 정말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와 부처님 사진 앞에서 300배 정진을 하였습니다. 형과 깊은 대화를 하면서 오해를 풀고 좋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2천 배를 하면서 쌓은 공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가을 경전반 졸업식에서(맨 왼쪽 이지원 님)
▲ 가을 경전반 졸업식에서(맨 왼쪽 이지원 님)

두 가지 큰 고민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 무난하고 착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20대, 대학생이 되면서 내적 갈등이 많아졌습니다. 저에게는 두 가지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쫓기는 기분이 드는 것’과 ‘내가 너무 착한 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있었지만, 겉으로는 괜찮은 척을 하려고 하니 부딪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부모님께도 짜증을 내고 저에게 막 대하는 친구에게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니 어느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게 되어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습니다. 일종의 불협화음과 같았습니다. 세상에 살면서 저만 착한 사람이며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고 이해가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조금만 착하게 살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텐데 왜 모두 이리도 각박하게 살며 자기 생각만 하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점점 삐뚤어지고 제멋대로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연 홍보활동 중에(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지원 님)
▲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연 홍보활동 중에(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지원 님)

비워내기의 시작

정토회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교 봉사동아리를 통해서였습니다. 처음 평화재단에서 김제동 씨와 관련된 청년프로그램에 참석하였고, 법륜스님의 책 등을 읽으며 조금씩 마음에 관해서 공부하였습니다. 나중에는 법륜스님 즉문즉설도 직접 찾아가서 들을 정도로 열성 팬이 되었습니다. 대학교를 잠깐 휴학하고 <깨달음의 장1>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옳고 바른 줄만 알았던 제가 사실은 제정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점입니다. 그러한 깨달음을 시작으로 〈명상수련〉과 〈나눔의 장2〉에 다녀오면서 제가 저를 알아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남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신경을 많이 쓰고 살았습니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걱정 없이 사는 척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왜곡되고, 문드러진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용성조사 열반일 기념식에서 도반들과(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지원 님)
▲ 용성조사 열반일 기념식에서 도반들과(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지원 님)

재미있는 청년 활동

각종 수련을 다녀와서 불교 공부도 열심히 하고 경전반까지 졸업하였습니다. 그 후 당연히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전반을 졸업하자마자 불교대학 진행을 맡았습니다. 그 후, 수행법회 담당을 1년 조금 넘게 진행하였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가 도울 일이 많았고, 일이 많아 힘듦도 있었지만 보람됐습니다.

청년 활동은 참으로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또래의 도반들과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의 못나고 모자란 모습들을 숨기거나 속이지 않고 가볍게 털어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었습니다. 오프라인 법당일 때는 법당에 가기 전에 피곤함에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다녀오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힘과 웃음이 나는 순간이 청년 활동을 하면서 좋았습니다. 회의하는 날이면 쿠키랑 빵을 직접 구워오던 법우가 있었습니다. 그걸 나눠 먹는 게 소소한 재미였습니다.

가을경전반 졸업식에서(왼쪽에서 두 번째 이지원 님)
▲ 가을경전반 졸업식에서(왼쪽에서 두 번째 이지원 님)

흔들리면서 가도 괜찮아

30대 초반인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20대 때는 너무 불안했으며 울기도 많이 울고 밤도 많이 지새웠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청소년 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이렇게 해라, 혹은 저렇게 해라, 말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제 좌우명을 팔에다가 새겼는데 이걸 보면 친구들이 본인도 타투를 하고 싶다고 질문을 해옵니다.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면 청소년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선생님의 팔에 타투가 웬 말이냐 할 수 있지만 저는 해보았기 때문에 주의사항을 알려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계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면 무엇이든 한번 해보라고 이야기해줍니다. 겪어보고 자신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길을 갈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왔다 갔다 하는 것 자체가 여행이고, 길을 만드는 중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청소년, 청년들이 방황해도 괜찮으니 너무 힘들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청년 수행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지원 님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는 청년에게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수행과 활동을 병행하며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채우며 나아가고 있을 청년들에게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지원 님의 따뜻한 마음이 널리 널리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글_ 조학수 희망리포터(강원경기동부지부 화성지회)
편집_ 이종명(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나눔의 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참여자만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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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행이미자

내딸도 사진에 있네요
지원님 덕분에 내딸도 잘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응원합니다 멋진법우님~~~

2022-01-24 09:22:13

김숙정

지원님이 이끌어주신 경전반에 에너지를 받고 있습니다... 지원님을 보면서 우리아들이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흔들리는 20대를 살아가며 지혜를 찾아가고 계셨군요,, 지원님의 소중한 시간시간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06-24 14:48:04

큰바다

"우리 청소년, 청년들이 방황해도 괜찮으니 너무 힘들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형님과 지내는 청소년들은 참 좋을 것 같아요...ㅎㅎ
고맙습니다.

2021-06-02 13: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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