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김해법당
아무리 생각해도 불교계 특공대!

법당 문을 닫았습니다. 화상수업과 회의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일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우리는 해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토회는 불교계의 특공대입니다. 법당을 정리하면서 들었던 마음과 추억으로 남게 될 우리들의 이야기를 도반들에게 들어봅니다.

모두 정리해서 진열해 놓은 법당 물품
▲ 모두 정리해서 진열해 놓은 법당 물품

나비장터에 나온 이 물품들은 필요한 도반들에게로
▲ 나비장터에 나온 이 물품들은 필요한 도반들에게로

  두북으로 보내기 전 종류별로 포장된 물품
▲ 두북으로 보내기 전 종류별로 포장된 물품

가식이 아닌 진정한 수행자로 거듭나는 기회

김달량 님

인생의 중반을 넘어서자 저 자신의 행복을 찾고 싶었습니다. 거리의 현수막에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길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라는 글귀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정토회와의 인연으로 불교대학, 경전반을 우여곡절 끝에 졸업하고 모둠장도 맡았습니다. 어느샌가 주인 된 맘으로 법당을 나가기 시작하면서 저는 주변에서도 알아볼 만큼 변했습니다. 편안해지고 괴로운 마음이 사라지니 점점 법당 가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다른 도반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코로나로 온라인 체제로 바뀌면서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때 저의 부족한 부분을 잘 살피고 옆에서 도와준 도반들 덕분에 저는 또 한 번 성장했습니다. 법당에 나가지 않으면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 해이해질 것 같아 걱정했는데, 제 방이 법당임을 알아 이제는 가식이 아닌 진정한 수행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김해법당은 저에게 행복한 삶의 광장입니다. 도반들을 보고 싶거나 제 마음이 흔들릴 때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직 정리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 인생의 주인은 나임을 알아 행복을 통해 진정한 자유인이 되기를 원합니다.

법당 불전을 다 정리하고 (뒷줄 오른쪽 김달량 님 , 아랫줄 가운데 류승희 님)
▲ 법당 불전을 다 정리하고 (뒷줄 오른쪽 김달량 님 , 아랫줄 가운데 류승희 님)

함께한 모두 고맙습니다

류승희 님

법당 총무라는 커다란 소임을 맡아 교육받고 회의하고 열심히 봉사하고 있을 때쯤 코로나 19로 인해 법당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여러 번의 공청회를 통해 마음을 조금씩 다잡은 도반들이 먼저 변화를 받아들이고 힘을 주니 그래도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대법당의 방석부터 책상, 공양간의 그릇, 물품들 하나하나 도반들의 정성이 안 들어간 것이 없는데 가볍게 처분하지 않으려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애가 쓰였습니다. 나중엔 차라리 얼른 처분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가지 분별심도 생겼습니다. 지금은 법당철거를 앞두고 있는데 법당에 가보면 ‘여기가 법당이었나’하는 생각이 들 만큼 간판 빼고는 정토회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수행자가 있는 곳이 절이니, 도반이 없는 여기는 법당이라고 집착할 것이 없는데도 막상 아무것도 없으니 허전합니다. 진짜 법당이 없어진다는 것이 피부로 와닿습니다.

과거는 추억 속으로 보내고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보려고 합니다. 법당철거 및 계약해지까지 도반들과 함께 마무리 잘하겠습니다. 이것저것 놓치는 총무 곁에서 늘 도움 주고 적극적으로 법당 일에 나서준 모둠장들과 지원팀장, 각자의 소임에 묵묵히 임해준 도반들 그리고 봉사 요청할 때마다 한 손 두 손씩 거들어주는 도반들 정말 감사합니다.

오히려 법회와 명상에 더 집중 - 영원한 것은 없다

박진현 님

결혼과 동시에 주거지가 부산에서 김해로 바뀌었습니다. 업무가 바빠 한참 동안 정토회는 <스님의 하루>와 백일기도 입재 회향, 팟 캐스트 등으로만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많이 바뀌게 되어 저녁과 주말 일정이 모두 멈추면서 오히려 법회와 명상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스티커 자국 제거하는 박진현 님
▲ 스티커 자국 제거하는 박진현 님

복도 내부에 붙어있던 양면테이프 자국을 긁어내면서 이것을 붙일 때는 언젠가는 이렇게 떼어낼 거라고 1%도 상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촘촘히 붙인 테이프 때문에 부착물을 떼고 나서도 벽면과 한 몸이 되어버린 테이프 자국은 많은 수고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도 일상에서 영원할 것이라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행하는 많은 것이 저 테이프 흔적처럼 알게 모르게 켜켜이 쌓여 지금의 업이 만들어졌겠다고 돌이켰습니다. 늘 스스로 돌아보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나만의 법당 주인이 되어

이삼순 님

‘사랑 고파’ 병으로 남편에게 아우성치던 제게 작은 언니는 법륜스님의 김해 강연을 가보자는 제안했습니다. 한 번의 강연이 인연이 되어 정토회에 발을 담그고 수행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저에게 김해법당은 생명과 같았으며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불교대학과 수행법회를 오가면서 법당이 친정처럼 편안했기에 날마다 법회에 가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어린아이가 엄마의 품이 영원하다고 여기는 것과 같았습니다. 법당은 저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청소하고 있는 이삼순 님
▲ 청소하고 있는 이삼순 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새 옷을 입는다고 하니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수행이 될까? 봉사가 될까? 사람은 서로 만나 얼굴 보면서 수행 봉사해야 하는데 어찌지?’ 오만가지 걱정과 망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법당 정리에 관한 공청회를 1회 2회하면서 제 마음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법당에 대한 집착으로 미련이 있구나, 법당의 인연은 이제 그만 여기까지.’라고 여겼습니다. 법당은 나의 수행에 잘 쓰인 뗏목처럼 할 일을 다 했다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저만의 공간에서 법당의 주인이 되어 행복을 전하는 전법 활동가로서 잘 쓰이겠습니다

새 시대를 여는 마음으로

한순화 님

2017년 가족의 권유로 불교대학 입학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경전반을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선배 도반들의 권유로 불교대학 담당을 맡았습니다. 2020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화상회의와 온라인 수업은 또 다른 세상으로 저를 인도해 주었습니다.

물품 옮기는 중인 한순화 님 (맨 오른쪽)
▲ 물품 옮기는 중인 한순화 님 (맨 오른쪽)

주변 법당들이 정리한다고 공청회를 하고 연등과 중요 서류들을 우리 법당으로 가지고 올 때만 해도, 우리 법당이 정리된다는 생각은 못 했습니다. 공청회를 하면서 처음부터 불사를 함께 해 온 도반들이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강을 건넌 후 뗏목이 필요 없을 때는 버려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법당을 정리했습니다. 법당의 소중한 물품들을 불사하는 마음으로 한 분 한 분 보시해 주었고, 여러 도반 덕분에 지금도 잘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온라인법회와 화상회의가 처음처럼 어색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는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온라인 불교대학 진행자로 전법하는 행복

송현숙 님

2016년 3월 큰아들의 자퇴로 힘들어하던 저는 즉문즉설을 통해 법륜스님을 만났습니다. 불교대학부터 시작해 불교대학 온라인 진행자까지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법당에서 도반들과 법문을 듣고 나누기를 하며 같이 울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집착하는 부분을 깨닫고 내려놓게 되었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들과 가족들을 대하니 헝클어진 실타래가 풀리듯 자연스럽게 상황들이 좋아졌습니다.

가게 운영을 하면서 맡았던 온라인 불교대학 진행자의 소임. 온라인 전법 활동이라는 과제를 처음 맡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진행했습니다. 법당에서 만나지 않아도 화면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직접 체험하니 더욱더 온라인 정토회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집에 있는 개인 법당에서 온라인으로 전법 활동 재미있게 하며 행복한 삶을 살겠습니다.

봉림사지 광복절 기념 법회에서  송현숙 님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 봉림사지 광복절 기념 법회에서 송현숙 님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길을 걷다가 정토회 간판만 보아도 기분이 으쓱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 법당은 보석이 되어 우리의 마음속에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법당 정리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입니다. 온라인 정토회도 도반들과 함께라면 문제없습니다.

글_김미경 희망리포터 (김해정토회 김해법당)
편집_강현아 (수성정토회 수성법당)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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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법당 정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온라인 세대인 저는 법당을 한번도 가 본적이 없어서 수행자의 하루에 올라오는 법당정리 수행담을 통해 아쉬운 마음을 알게 되고..정들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됩니다. 그동안 법당을 기반으로 정토회를 일구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저는 거저 얻어갑니다.

2021-05-01 07:49:25

현광 변상용

김해법당은 정리가 조금 늦어졌군요. 그만큼의 아쉬움이 더 크실거 같아요.
정리해 놓은 물품들이 가지런한게 수행자다와 보이네요 ^^
온라인 김해법당 화팅입니다~

2021-04-30 14:11:34

견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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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30 09: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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