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도봉법당
나의 법당, 나의 기도, 나의 행복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더는 지속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토회는 신속하게 대안을 찾아내고, 기술력을 활용하며 놀라운 추진력을 발휘하였습니다. 한 공간에 함께 모여 법회를 열고, 봉사하던 방식을 완전히 온라인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수행자들은 지역법당 대신 각자 자신만의 법당에서 수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건이 달라져도 한결같이 소임과 수행하는 도봉법당 평화모둠 도반 세 명을 만났습니다.

도봉법당 평화모둠원들과 찰칵(앞줄 왼쪽 우경미 님, 가운데 김승숙 님, 뒷줄 가운데 장성심 님)
▲ 도봉법당 평화모둠원들과 찰칵(앞줄 왼쪽 우경미 님, 가운데 김승숙 님, 뒷줄 가운데 장성심 님)

소임을 통해 나를 이해하다 - 김승숙 님

오래 전부터 ‘나는 잘 못하는 사람이다.’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하는 일이나 힘들겠다 싶은 일은 최대한 피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정토회에서 수행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모둠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떠밀리다시피 소임을 맡기로 결정했을 때, 역시나 ‘나는 잘 하지 못할거야.’ 라는 생각이 강하게 발동했습니다.

그래서 매주 열리는 정기 법회 준비, 봉사 활동, 모둠 수행 나누기 등 여러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접 진행할 만한 일들도 모둠원들에게 맡기고 저는 사람들 뒤로 빠지곤 했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을 자주 직면하게 되자 ‘대체 나는 왜 이렇게 못할 것이라는 신념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일에 마주하기를 피하려 할까?’ 그런 마음과 행동의 이유를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수박볼의 김승숙 님
▲ 수박볼의 김승숙 님

잘 해야 해

모둠장이 되었으니 모둠의 대표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은 했기에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동안 들쑥날쑥 꾸준하지 못했던 아침기도부터 빠짐없이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루하루 기도와 명상을 이어가면서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잘 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잘 하는 모습만을 보이려는 강한 욕구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는 인식조차 못하고 살아왔음을 알았습니다.

부족하면 노력해서 나아지도록 해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노력과 정성은 들이지 않은 채 좋은 결과만을 얻으려 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잘못된 신념과 욕심들을 살펴보고 인정하고 나니, 회피하고 자책하면서 힘들어 하던 저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후련하고 가벼워졌습니다.

할 수 있구나

그렇게 차츰 자신을 이해해 나갔지만 여전히 일을 주도하기보다 회피하는 습관은 남아 있었고, 맡은 일감을 조각으로 나누어 모둠원들에게 맡겼습니다. 그 결과,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했고, 서로 더 연결되어 자주 소통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의 몫을 하고 부분들이 하나로 합쳐져서 완성되는 것을 보고 ‘아, 해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고, 사람이 모여서 작은 법당을 이룬다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토회를 위해서 봉사한다고 생각했던 소임이 결국은 저를 위한 일이었습니다. 정토회와 도반들에게 감사합니다.

평화모둠원들과 온라인 활동 중에...
▲ 평화모둠원들과 온라인 활동 중에...

나의 속도대로 기도하기 - 장성심 님

코로나19로 지역 법당에서 도반들과 모일 수 없는 대신, 홀로 기도할 수 있는 저만의 법당을 만들었습니다. 방 하나를 간소한 기도 공간으로 만들고, 매일 아침 기도를 하였습니다. 일상생활 중에도 불안하거나 긴장이 되면 수시로 저의 법당에서 명상하고 행선을 하였습니다. 녹음으로 된 예불문, 반야심경, 참회문, 수행문을 들으면서 기도를 할 때는 마음이 산란해서 기도문을 종종 놓치곤 했습니다.

기도문을 놓칠 때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시작하여 마치기를 반복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도문을 외우게 되었고, 결국 직접 독송하며 기도를 하다 보니 그 내용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께 기도문을 따로 받아 가던 도반들을 부러워했지만 지금은 다른 기도문이 필요없고 참회문, 수행문이 그대로 저의 기도문이 되었습니다.

개인 법당에서 미소짓는 장성심 님
▲ 개인 법당에서 미소짓는 장성심 님

명상, 마음의 걸림을 놓다

오래 전부터 명상 중에 자주 몸에서 열이 나는 느낌이 반복되었고, 일상에서도 열이 나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명상 중에 유심히 몸과 마음을 관찰하였습니다. 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하거나, 화가 나거나, 시댁과 관련된 일을 생각할 때마다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효자인 남편이 자주 시어머니의 부름을 받고 문제를 해결하고 오거나, 경제적으로 도움 주는 것을 볼 때마다 질투심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해 드린 것에 비해 보답이 없다는 생각에 원망하고 섭섭해 하곤 했습니다. 그런 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열감이 차츰 사라지고, 열감이 사라지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명상하는 동안 다리가 저려오는 통증이 두려웠는데 가만히 기다리면 통증도 이내 지나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통증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습니다.

불교대학 홍보 중인 김승숙(왼쪽) 님과 장성심 님
▲ 불교대학 홍보 중인 김승숙(왼쪽) 님과 장성심 님

자유롭고 실천하는 힘이 생기다

기도와 명상으로 얻게 된 가장 큰 유익은 제가 자유롭고 괜찮은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상대 탓, 상황 탓을 하며 핑계거리를 찾곤 했지만,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들을 알아차리고 놓아 버릴 수 있게 되자, 이미 저는 자유롭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잘 해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내려놓으니 지방 출신이라는 열등감으로 더 이상 괴롭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고 성실히 살아온 저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어머니와 시댁 가족을 챙기는 일도 손해 본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계산하는 마음 없이 실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남편 앞에서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주눅들어 했지만 이제는 제 감정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제 말을 수용하거나, 안하거나 그것이 제가 표현하고 행동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할 만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은 그저 하면 된다는 것을 압니다. 지금 저는 편안하고 자유롭습니다. 행복합니다.

소임, 보람.배움.능력이 자라다 - 우경미 님

한 가지 소임을 오랜 기간 하는 것, 그 자체로 무슨 일이든지 그저 할 수 있는 힘이 쌓입니다. 도봉 법당이 문을 열고나서 6년 동안은 일요법회 사회와 운영, 그리고 코로나 상황으로 온라인 법당으로 전환된 후 지금까지 수행법회와 정기법회, 7대 재일과 같은 큰 행사를 지원하는 소임을 맡아왔습니다.

개인 법당에서 명상 중인 우경미 님
▲ 개인 법당에서 명상 중인 우경미 님

돌아보면, 긴 세월 동안 힘든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프로그램을 나누어 맡기로 했던 약속을 갑자기 어기는 도반도 있고, 일손이 없어 동동거리는 순간들, 법회 후 도반들과 함께 나눌 공양 준비가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고, 법회 참가자가 적어 썰렁한 날에는 분별심이 일어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행자라면 당연히 법회에 참가해야 하고 법회에 참가하려니 운영도 자연스레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소임을 하다 보니 과정에서 장애가 생겨도 그만 둔다는 생각없이 해결 방법을 찾아 나가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보람과 배움이 있었고 능력이 자랐습니다.

현명함과 적응하는 힘을 얻다

직장이나 일상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당혹스러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분별심으로 마음이 요동치고 괴로워하기 보다는 차분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를 내면서 적반하장으로 덤비는 상대를 만나도 그 격한 분위기에 자극받지 않고 온유하게 대응하면 상대방도 이내 누그러지곤 하였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어떤 핑계나 변명을 하지 않고 하기로 한 것은 한다는 마음으로 소임을 한 덕분이고, 그 과정에서 힘이 길러졌습니다.

기도 중인 우경미 님
▲ 기도 중인 우경미 님

무엇보다, 코로나19 전염병이 유행한 이후로 삶의 방식이 급속하게 바뀌는 현실에서 스님과 정토회가 보여준 엄청난 능력과 유연함에 감동했습니다. 법당에 가지 않아도 내 집에서 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고, 일요일 저녁마다 전 세계에서 도반들이 동시에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스님과 함께 명상하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정토회 행자이기에 온라인 소통 방식에 빠르게 적응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미리 미리 배우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신 온라인 통신 기술과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많은 직업인임에도 불구하고, 직업 현장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맞이하여 두려움으로 주눅들지 않고 도전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

법당에서 평화모둠원들과 함께(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승숙 님, 앞줄 맨 오른쪽 장성심 님, 가운데 우경미 님)
▲ 법당에서 평화모둠원들과 함께(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승숙 님, 앞줄 맨 오른쪽 장성심 님, 가운데 우경미 님)


수행과 소임을 통해 행복과 자유로움을 느끼고, 삶의 능력까지 키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평화모둠 도반들. 그 분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아름다워 마음이 따뜻해졌고, 함께 나아가는 이 길이 옳은 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글_ 이경희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 노원지회)
편집_ 이종명(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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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미

정토회 소임이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세분 수행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04-28 07:56:16

김정희

수행이 일상이고...일상이 수행임을 직접 체험하셔서 들려주시니 ..
실감나는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2021-04-28 06:53:36

현광 변상용

세 분의 이야기가 나, 우리들이 겪어 왔던 바로 그 이야기, 그 모습이라 친근하네요.
온라인 시대 각자의 법당에서 또 어떤 수행이 이루어질지 응원합니다~

2021-04-27 07: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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