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북미동부정토회
길 위에서 졸업한 온라인 불교대학

지난 2월 21일 불교대학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불교대학 학생, 천여 명이 졸업했습니다. 그 중 북미 동부에서 온라인 불교대학을 졸업한 장형원 님이 소감문을 발표했습니다. 7년 전, 해외 100강 때 운전 봉사를 했다는 장형원 님. 그 머나먼 땅에서 불교대학을 졸업한 소감문, 지금 함께 합니다.

2019년 토론토 법당 명상수련 후, 뒷줄에 왼쪽 장형원 님
▲ 2019년 토론토 법당 명상수련 후, 뒷줄에 왼쪽 장형원 님

6년간, 트럭에서의 아침 기도

안녕하세요? 저는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북미 동부 장형원입니다. 캐나다에 살면서 미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는 저는 도반들과 더불어 감회가 무척 새롭습니다.

미네소타, 일리노이, 미시간, 펜실베니아, 인디애나, 미주리, 캔자스 ! 이곳은 2014년 해외 100강 중 제가 스님과 법사님, 스탭분들을 태우고 운전 봉사를 했던 미국의 중부지역 주들입니다. 벌써 7년 전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트럭 운전사가 되어 매일 이 지역들을 누비고 다닙니다. 한 달에 20여 일을 캐나다가 아닌 미국에서 생활합니다. 일 자체가 워낙 불규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토회와의 인연은 멀어졌습니다.

6년간 장형원 님의 아침 수행처, 트럭
▲ 6년간 장형원 님의 아침 수행처, 트럭

세 아이의 아빠로 낯설은 이민 생활을 헤쳐나가야 했고, 선택한 이 직업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의 기억들을 놓지 않으려고 6년을 홀로 트럭에서 아침 기도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사로잡히는 한 생각으로 인해 혼자 하는 기도로는 스스로를 바꾸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반가운 온라인 불교대학

외롭고 지쳐 있는 저에게 뜻밖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온라인 정기법회, 온라인 불교대학이었습니다.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 것만 해도 감사했지만, 제 근무 여건상 불교대학 수업을 제 시간에 참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트럭회사의 GPS관리로 휴식시간을 맟춰야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 3일 전부터 업무 스케줄을 짜야 하고, 캐나다와 미국 대륙간 물류 운송을 하기에 트럭이 주차하기 좋고,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전체 일정에서 계획해야 했습니다. 녹녹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개근으로 졸업을 하게 되어 스스로 대견하고 기쁩니다.

토론토 법당 명상수련 후 나누기, 오른쪽 장형원 님
▲ 토론토 법당 명상수련 후 나누기, 오른쪽 장형원 님

부모님을 이해하다

2020년 여름에 시작한 불교대학! 6년의 공백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생활의 모든 것이 정토회에 다시 흡수되고 하나가 됨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알찬 커리큘럼과 차분한 진행자의 안내대로 저와 도반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내어놓고, 관찰하고, 연습했습니다.

반별 활동에서 법사님과의 대화는 풀지 못했던 부모님과의 갈등을 푸는 첫 단추가 되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부모님은 다투고 화내고, 늘 엄격하고 어려웠던 분들입니다. 그분들을 똑같은 인간으로 이해한 지금에서야 비로소 부모님 뒷켠에 드리워진 번민과 괴로움들이 보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부모님도 평범하고 소박한 삶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자비심이라 생각됩니다. 부모님을 편안히 바라보게 된 지금 스스로 흐뭇합니다.

오류를 고치는 마음 나누기

진행자, 스탭들과 함께한 10-3차 천일결사의 마음 나누기는 머리와 생각이 아닌 마음을 관찰하는 좋은 본보기였습니다. 경전과 수행은 외우는 것이 아니고 내 삶에 녹아 들어와야 한다는 도반들의 마음 나누기는 그동안 혼자 공부했던 오류들을 많이 고치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캐나다 북쪽 온타리오주
▲ 캐나다 북쪽 온타리오주

길 위에 트럭을 잠시 세우고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스쳐 가는 바람, 따스한 햇살, 반짝이는 호숫가. 이미 모든 것이 그렇게 나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세상은 이미 다 갖추어져 있고 난 거기에 잠시 머무르면 되는 것입니다. 원만구족! 그렇게 한 생각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립니다. 힘들고 지친 이민 생활이 다시 감사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부처님

이 좋은 길을 열어주신 스님과 법사님, 정토회 도반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는 졸업생 도반님! 이름도 얼굴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함께 걸어가는 이 좋은 길을 경전반에서도 꾸준히 이어져 가길 두 손 모아 희망합니다.

끝으로 굶주린 북녘의 아이들, 차별 속에 힘들어 하는 인도 불가촉 천민들.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모든 이들에게 부처님의 가피가 먼저 비춰질 수 있기를 정토 도반들과 간절히 발원합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JTS에 꾸준한 후원으로 특별상을 받은 장형원 님
▲ JTS에 꾸준한 후원으로 특별상을 받은 장형원 님


글_장형원(북미동부정토회)
편집_권영숙(정토행자의 하루 편집팀)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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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홍

함께 매주 법회를 하시는 도반님의 수행담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 옵니다. 감동입니다. 꼭 성불하실겁니다.

2021-03-05 23:44:19

한정남

너무 수고하셨구요 본받고싶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3-05 07:30:35

박신엿

졸업식 소감하실때 형원님을 뵈었을때 감동으로 눈물짓던 생각이 납니다 힘든 일상속에서 꾸준히 정진하시고 불법의 끈을 놓지 않으시는 형원님을 응원하며 본받고 싶습니다 성불하십시오~~

2021-03-05 0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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