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관법당
지금이 행복인 줄 알겠습니다

정관법당 조숙정 님은 2015년 봄에 정토회와 인연이 되어 지금은 불교대학 담당자로 봉사 중입니다. 미워하면서 닮는다더니 친정 어머니와 똑같이 욕심이 많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합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만족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조숙정 님. 이런 주인공이 어떻게 남편과 새벽기도를 하는 삶으로 바뀌었는지 진솔한 수행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정성을 다해 JTS 거리모금 중인 주인공
▲ 정성을 다해 JTS 거리모금 중인 주인공

차라리 우리 엄마가 벙어리면 좋겠다

저는 시골에서 1남 5녀의 막내딸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욕심이 많고 남에게 지기 싫어했습니다. 아버지는 무능력한데다 농사일도 잘 거들지 않고 술을 좋아했습니다. 매일 저녁 부부싸움이 났습니다. 잔소리가 심한 어머니를 미워했습니다. 차라리 어머니가 벙어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니 가난한 집안 형편에도 남들처럼 자식들 잘 키우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안 되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수행을 하면서 우리를 건강하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결혼 후 두 딸을 초등학교부터 대안학교에 보냈습니다. 공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바랐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곳에서도 특별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큰아이는 중학교까지 대안학교를 마친 후 검정고시를 치고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저는 몹시 불안했습니다.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딸아이가 더 힘들었을 텐데, 공부 못하는 딸아이를 보게 될 저를 더 걱정했습니다.

경전반 문경 특강에서 도반들과 (앞줄 오른쪽)
▲ 경전반 문경 특강에서 도반들과 (앞줄 오른쪽)

자식에 대한 불안으로 입학한 정토불교대학

그때 마침 정토불교대학 신입생 모집이라는 광고를 보았고 불안한 제 마음을 잡기 위해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화요일마다 직장을 마치고 달려가 법문을 듣고 나누기를 하고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느꼈습니다. 법문을 들으면 일주일간 제 마음에 힘이 되었습니다.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졌습니다.

딸아이는 특별히 간섭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 일을 알아서 잘해나갔습니다. 제가 간섭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1학년 때는 성적이 밑바닥이었지만 대학을 가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기에 성적은 점점 더 올라갔습니다. 딸은 본인이 원하는 대학을 가서 벌써 4학년이 되는 성인으로 잘 자랐습니다. 법문을 들으면서 딸아이에 대한 저의 욕심과 집착을 알았습니다. 그저 건강하게 학교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마음을 바꾸니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인도 성지순례에서
▲ 인도 성지순례에서

저는 직원이 4~5명 정도 되는 약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온종일 좁은 약국에서 저와 맞지 않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법문을 들으면서, 제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저를 중심에 두고 저와 다르게 생각하거나 다르게 말하는 사람은 모두 틀렸다고 여기니 상대가 이해 안 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니 저 사람도 이런 저와 일하는 것이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 다른 것이라고 깨달아 지금은 약국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받은 만큼 감사하는 마음으로

불교대학을 마치고 경전반을 올라가면서 경전반 담당을 맡았습니다. 퇴근 시간이 7시라 헐레벌떡 달려와서 수업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제가 받았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아야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수업도 안 빠지고 더 열심히 들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담당을 맡으니 큰 법당으로 담당자 회의 가는 날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이제 온라인으로 모든 교육을 대신할 수 있어 더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국에 근무하며 법당 호출이 많을 때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불쑥불쑥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예전의 어리석은 저로 다시 돌아가는 게 두려워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퇴근 후 아이들 저녁밥을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법당으로 퇴근할 때면 오히려 아이들과 부딪히지 않아 관계는 더 좋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관법당에 온 지 6년. 그동안 제 삶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욕심이 많은 저는 항상 주위를 의식하고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 스스로 힘들고 피곤하게 했습니다. 지금은 이대로 충분히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어 하루하루가 편안합니다. 정토회와 인연 맺기 전에는 단 한 번도 제 삶에 만족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바뀐 저를 발견합니다. 열정적으로 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수행하며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제 모습이 그저 좋습니다.

법당 담당자 모임 중 희망리포터가 찍은 남편과 오디를 따는 모습
▲ 법당 담당자 모임 중 희망리포터가 찍은 남편과 오디를 따는 모습

도반이 된 남편과 함께하는 수행

남편은 착하고 저를 잘 따라줍니다. 저보다 일 년 뒤에 정토회에 들어와 지금까지 같이 활동합니다. 아침에 함께 기도할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하루입니다. 요즘은 하던 사업이 잘되지 않아 집안에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지 못해 힘들어합니다. 잠이 많고 매사에 낙천적이어서인지 게으른 면이 있는 남편이 집에서 빈둥빈둥할 때면 화가 올라옵니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뭔가 노력하고 애쓰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어쩌면 제가 이런 마음으로 남편을 대하기 때문에 더 변하기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남편 덕분에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입니다. 처음에는 5시 기상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 자신과 타협하며 5시에 못 맞추더라도 빠지진 말자며 수행했습니다.

놓치지 않고 하는 수행이 저를 바꾸고 있습니다. 부모에 대한 원망이 감사함으로 바뀌고, 남편에 대한 불만이 감사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욕심이 사랑으로 바뀌고, 언니·오빠에 대한 원망이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제 마음 가볍게 내려놓으니 주위가 모두 편안합니다. 하루하루가 기적 같은 하루임을 알고, ‘감사하다! 다행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자!’ 이런 마음으로 수행하면서 나날이 행복합니다. 남편이 제 옆에 있어서 감사합니다. 수행자로 함께 정진하니 감사합니다. 제 마음이 힘들지 않기 위해서 제 마음 밭을 바꾸어 봅니다. 남편을 무시하고 잘난 척 했던 저를 참회합니다.

도반들과 불교대학 홍보를 하며 (오른쪽 첫 번째)
▲ 도반들과 불교대학 홍보를 하며 (오른쪽 첫 번째)

정토회 오기 전과 지금, 저의 여건은 크게 바뀐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졌지만 요즘은 매일 행복합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일체중생의 은혜 속에 살고 있음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살고 일체 만물의 은혜 속에 살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앞으로 제가 받은 은혜를 갚아나가는 삶을 살겠습니다. 환경을 덜 파괴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불법을 알려 나가겠습니다. 항상 저를 돌아보고 주변에 감사함을 잊지 않도록 수행의 끈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코로나가 오기 전 조숙정 님과 불교대학 가두 홍보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주는 주인공의 간절한 모습에서 진정 수행자의 자세가 낮아져야 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 후로 저도 두려움이나 부끄러움 없이 홍보에 동참했습니다. 이 수행담이 도반들에게 작은 울림이 되어 우리 모두 부처가 되는 그날이 앞당겨지면 좋겠습니다.

글_조숙정 (해운대 정토회 정관법당)
정리_이태기 희망리포터 (해운대 정토회 정관법당)
편집_강현아 (수성정토회 수성법당)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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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형경

놓치지 않는 수행이 나를 바꾼다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1-03-06 15:46:35

채칠숙

말없이 실천으로 보여주시는 우리 보살님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항상 거사님과 도반이 되어 행복하게 봉사하시는 모습이 너무 부럽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늘 함께 그 자리에 계셔주시길 바래봅니다~

2021-02-27 08:41:17

이영숙

거사님과 함께 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2021-02-26 22: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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