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북법당
행운의 개인법당

정토회가 전면 온라인화하면서 강북법당도 1월 10일을 기점으로 법당 계약을 마치고 온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손 모아 힘 모아 법당을 정리하는데, 부처님 전에 놓여 있던 기물은 다 어디로 갔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법당의 기물을 가져다 개인법당에 놓을 수 있어 행운이었다고 말하는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정토불교대학 홍보
▲ 정토불교대학 홍보

법륜스님의 열렬한 팬

20대 초반 시골 아가씨였던 저는 서울로 와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업을 시작했습니다. 소매업을 하는 장사꾼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쉽지 않았고 관계에서 참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상처와 눈물의 연속이었지만 저는 조금씩 일에 익숙해졌고, 어느덧 크게 성장해 베테랑이 되었습니다. 결혼 후에도 계속 도매업을 하는데 4년 전쯤 한 거래처에서 5천만 원의 물건 값을 주지 않고 연락도 끊었습니다. 사무실로 찾아가면 경찰을 불러 쫓아내기까지 하면서 사람 피를 말렸습니다. 금액도 컸고, 신뢰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니 참담했습니다. 결국은 법으로 해결해서 돈을 받아냈지만 이후 초조함과 불안증, 그리고 원인 모를 위장병이 생겼습니다. 많이 괴로웠습니다. 핫팩을 배에 붙이지 않으면 냉기로 인해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무렵 인터넷으로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접했습니다. 참 좋아서 시간 날 때마다 스님의 말씀 하나하나를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보고 들었습니다. 강북구민회관에서 진행했던 즉문즉설에서 처음으로 법륜스님을 뵈었습니다. 스님과 대화도 몇 마디 나누고, 책도 몇 권 구입해 읽으면서 스님의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법문을 듣고도 돈에 대한 집착에서 완전히 자유로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마음만은 변했습니다. '돈은 인연에 맡기자'라고. 모든 것이 인연과에 따라 만들어지고 흩어진다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부처님 법을 체계적으로 공부해보자 싶어 불교대학에 남편과 함께 입학했습니다.

개인법당

불교대학에 다닐 때는 매주 법당에 나가 수업을 하고 부처님 전에 기도하니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경전반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많이 부족한 범부중생이다 보니 아무 곳을 향해 절을 하고 기도를 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벽에 부처님 사진을 붙여놓고 기도했는데 그것도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남편을 앞세워 불교용품점에 가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 지장보살님 상을 모셔왔습니다. 그랬더니 제법 그럴싸한 법당 같기도 하고 불보살1님 세 분이 저희 집에 계신다는 생각에 든든하고 흐뭇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
▲ 불교대학 졸업식

그러던 중 이번에 법당 정리를 시작하면서, 비품 몇 가지를 가지러 법당에 들렸다가 불전의 기물을 가져오게 되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져오기는 했는데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망막했습니다. 개인의 집에 이렇게 과하게 법당을 만들어도 될지, 혹시 누가 우리 집에 오면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닐지. 며칠을 망설이다가 기물을 깨끗이 닦아 집에 있는 부처님 상 앞에 예쁘게 놓았습니다. "그 마음을 스스로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중이요, 그곳이 절이지. 그리고 그것이 바로 불교라네"라는 서암스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래도 법당을 고스란히 옮겨와 정리한 제 마음은 참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아이들도 남편도 개인법당을 함께 축하해 주고 앞으로의 정진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습관

불교대학 졸업 후 연이어 경전반을 졸업하고 천일결사2도 입재하고, 기회가 된다면 어떤 일이든 기쁘게 할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천일결사 입재하면서 제 시간에 일어나 기도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억지로, 아무 때나 내가 원할 때 했습니다. 수행이 우선임을 공부하면서도 뭔가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내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주시기를 바래도 별다른 변화가 없으니 조바심이 났고 졸업만 하면 정토회와 인연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정진에 게으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무렵 졸업수련에 참가했습니다. 수련에 참가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는 담당자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습니다. 졸업 수련 중에 법사님과의 일문일답이 있었고 질문을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날 수가 없는데 좋은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주시고, 아니면 정신이 번쩍 들게 호되게 야단 좀 쳐달라고 했습니다. 야단 들을 것을 예상했는데 법사님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 따뜻하고 자상하게 격려해주셨습니다. 15살, 10살 두 아이의 엄마이니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습관을 가져보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좋은 옷, 좋은 음식을 주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라 생각했던 터라 순간 번쩍 깨달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바로 그 다음 날부터 4시 50분 알람과 동시에 싹 일어나 개인법당으로 가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를 했고 토요일은 도반들과 함께 정진했습니다. 이런 저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스럽습니다. 사실 이 모든 일이 집 안에 개인법당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고요한 나만의 법당에서 시간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정진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김나현 님의 가족
▲ 김나현 님의 가족

꾸준한 정진

저는 성질이 급하고 뭐든 잘해야 하고 남을 많이 의식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내 뜻대로 엄하게 대했습니다. 또 일을 할 때면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예민해지고 밖에서 누군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면 집에 와서 밤새 고민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다니면서 아이들의 마음과 입장,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내 의견을 고집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집안이 저절로 편안해졌습니다. 사람들에게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 상대의 반응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니 관계가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혹 잘 해내지 못한 일이 있어도 덜 괴로워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티끌만큼씩이라도 변화한다면 언젠가는 해탈과 열반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것을 믿고 꾸준히 정진할 뿐입니다.

우리 정토회는 이제 모든 것이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직접 대면을 못 하다 보니 도반들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비록 현재는 어쩔 수 없어 이렇게 진행되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온라인이 주라도 중간 중간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우선인, 오프라인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든 정토회의 일원이 되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덕분에 김나현 님의 개인법당을 화면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여법하게 꾸며진 공간이 절로 마음을 편안하고 고요하게 만들었습니다. 외출할 때 아니면 초를 켜놓아, 법당에 들어설 때마다 아늑하여 절로 수행정진이 된다는 말씀에 희망리포터의 마음도 눅어집니다. 남녀노소 모두 다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서원합니다.

글_박희진(노원정토회 강북법당)
편집_한숙(서초정토회 서초법당)


  1. 불보살(佛菩薩) 어려움에 처한 중생을 구하기 위해 여러 모습으로 나타내는 보살을 의미함. 

  2.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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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출근전에 차안에서 읽고나갑니다~왜 눈물이 나려할까요~?^^제가 지금의마음이 나현님의처음가지셨던마음과 같습니다~저도 변함이없이 수행이 힘들어서 그만하고도싶을때도있습니다 ㅜ법사님께서해주셨다는 그말씀에 마음이 뭉클해지는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02-24 09:03:09

박신영

김나현님의 나누기 잘 읽었습니다 꾸준히 정진하는 모습보기 좋습니다

2021-02-24 05:57:06

나부터

말씀 감사합니다.

2021-02-23 12: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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