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고성법당
참 좋은 인연으로 다만 할 뿐입니다

고성법당에는 ‘부족하지만, 다만 할 뿐입니다’라는 명심문으로 묵묵히 수행, 보시, 봉사를 실천하는 도반이 있습니다. 불교대학, 경전반, 수행법회, 사회활동 담당, 부총무에 이어 대의원, 통일특별위원회 활동까지 쉼 없이 소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토행자의 하루 이야기를 하자 내놓을 게 없다며 손사래를 치더니, 희망리포터의 몇 차례 권유로 드디어 마음을 열었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삶이 한 단계 발전했다며, 의연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최둘선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고성법당 나들이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최둘선 님)
▲ 고성법당 나들이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최둘선 님)

정토불교대학을 안내해 준 인연, 스님

주말을 이용해 연화산 옥천사에서 천연염색, 야생화와 수목 공부, 숲 체험활동과 템플스테이를 했고, 옥천사 청련암에서 별자리 연수를 했는데, 그때마다 원명스님이 차를 대접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진주 가정 법회에서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셨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암자에 ‘월간 정토’를 비치해 두고, 정토불교대학을 안내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인연이 되어 정토지를 읽은 지 몇 년, 가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테이프를 들어오다 2011년 마산법당에 불교대학 원서를 냈습니다. 입학법문을 들으니, 1강은 들어봐도 좋겠다 싶어 가고, 2강도 들어볼까 하고 갔는데, 나중에는 손뼉을 쳐가며 법문을 듣다 졸업까지 했습니다.

환경 활동을 하면서 지식은 늘어나지만, 구체적인 실천력이 없어 회의가 들었는데 정토불교대학에서 아주 구체적인 실천 활동으로 공양 게송,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빈 그릇 운동’을 하면서 환경 활동을 할 때 답답했던 마음이 풀렸습니다. ‘아! 이것이구나, 제대로 찾아왔구나.’ 그렇게 정토회에 안착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원명스님 덕분에 불교대학을 다니고 봉사하게 되었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스님은 “제가요? 제가 정토불교대학을 안내했나요?”하고 반문했습니다. 그때 전법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자연스럽고 편하게 전하면 되는 것이구나 하고 한 수 배웠습니다.

정초순회법회 중(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최둘선 님)
▲ 정초순회법회 중(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최둘선 님)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인연, 도반

해맑은 미소로 밤낮없이 봉사하는 영원한 나의 도반, 총무 임경화 님. 혼자였다면 불교대학도 졸업하지 못하고, 봉사는 더더욱 생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함께 불교대학을 입학하여, 매주 마산법당을 함께 오가며 나누기하며 정말 재미있고 즐겁게 한마음으로 다녔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자는 고성에서 먼 길 다니느라 얼마나 힘드냐고 했지만, 도반과 함께라 밤 열 한 시 넘어서 집에 돌아와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안주형이라 불교대학을 다닌 것만도 정말 좋았다고, 경전반 입학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임경화 님은 경전반 공부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밤늦은 시간 도반이 마산까지 혼자 다니는 게 안타까워 함께 저도 경전반에 입학했습니다. 이후 고성에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면서 경전반을 다닌다는 이유로 얼떨결에 희망지기1를 하게 되었습니다. 바쁜 직장 일과 집안일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힘들 때마다 함께 해준 도반 덕분에 경전반도 졸업하고 정토회와 인연은 쭉 이어졌습니다. ‘좋은 도반이 청정범행의 전부다’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삼 마음에 새겨봅니다.

<깨달음의 장> 돕는이 (앞 줄 왼쪽 최둘선 님)
▲ <깨달음의 장> 돕는이 (앞 줄 왼쪽 최둘선 님)

나를 성장해주게 해준 인연, 봉사

직장에서 부딪히는 이해관계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힘든 일들이 불교 공부를 하면서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러나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저는 경전반을 졸업하고도 그 편안함 속에 안주하며 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고성법당 불사를 추진하면서, 거제에 사는 장미애 님이 혈혈단신 고성으로 매일 출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장미애 님은 희망강연 회계를 담당했고 후속강연을 하면서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거제, 통영, 마산에서도 많은 도반이 고성으로 불사 봉사를 왔지만, 봉사할 마음이 없던 저는 더는 정토회에 머물고 싶지 않아 두어 번 얼굴만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불사가 끝나고, 장미애 님 혼자서 애쓰는 모습을 마냥 모른 채 할 수는 없었습니다. 2013년 12월 고성법당 개원 법회를 하고 100일 정진에 참여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찬 공기에 떨며 법당에 갈 때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 이 고생을 하나’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도성지순례> 때 함께한 마산법당 봉사자가 “비혼에, 부모봉양도 하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이 봉사를 많이 해야 한다.”는 말에 반박하지 못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정진하면서 그 말이 차츰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오른쪽에서 세 번째 최둘선 님)
▲ 인도성지순례(오른쪽에서 세 번째 최둘선 님)

2014년 봄 첫 불교대생을 모집했는데 희망강연 덕분인지 열 명이 넘는 학생들이 입학했고, 임경화 님과 함께 기꺼이 불교대학과 수행법회 봉사를 했습니다. 늦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지원 온 마산법당 도반들, 봉사자인 저보다 잘 챙겨주는 학생, 시간이 없어 걱정만 하고 있을 때 불현듯 나타나 불기를 닦는 도반, 손길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난 도반들 덕분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이루어졌습니다. 학생일 때보다 훨씬 많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비로소 제대로 부처님 법을 배우는 것 같았습니다. 많은 선배 도반들의 노고와,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불교대학 입학식(중간 줄 오른쪽 첫 번째 최둘선 님)
▲ 불교대학 입학식(중간 줄 오른쪽 첫 번째 최둘선 님)

고마운 인연을 알아갑니다

공포 그 자체였던 돌아가신 아버지. 일이 없을 때는 늘 술에 취해 오밤중에 들어와 동네가 떠나갈 듯이 소리치고, 물건을 부숩니다. 잠자는 저를 깨워 무릎 꿇게 하고는 했던 말 하고 또 하며 밤새 잠도 못 자게 했습니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꾸준히 정진한 덕택에 이제는 낳아 길러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안으로 돌리는 힘이 조금씩 생기니 늘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하기 싫은 마음이 불쑥 일어나는 걸 보면 아직 봉사의 부담감을 완전히 떨치진 못했나 봅니다. 그럴 때마다 더 부지런히 정진하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려 애씁니다. ‘소임이 복이다.’는 말이 제게는 딱 어울립니다. 지난해는 통일특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더 많은 인연을 만났습니다. 모두 제게는 부처님입니다. 이젠 학사와는 인연이 없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급하게 전환하면서 진행자의 기회가 주어져, 선물 같은 7조 도반들을 만나서 또 배우고 있습니다. 이제 고성법당은 오프라인 법당이라는 알을 깨고 온라인법당으로 재탄생하여 무궁무진한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어리석음과 부족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꾸준히 정진하겠습니다. 한 분 한 분 모든 인연에 고마울 따름입니다.

서울 평화대회 (가운데 최둘선 님)
▲ 서울 평화대회 (가운데 최둘선 님)


최둘선 님 이야기에 고성법당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정말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날 때 정진을 하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되어 시비분별 없이 주어진 소임을 하게 된다니 고개가 저절로 숙어집니다. ‘참 좋은 인연을 만나 다만 할 뿐입니다’란 명심문으로 일관하는 최둘선 님, 덕분에 저도 주변 인연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글_성영이 희망리포털(진주정토회 고성법당)
편집_도경화(달서정토회 구미법당)


  1. 희망지기 2011년 법륜스님이 전국을 순회하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했는데 그를 ‘희망강연’이라고 했고, 그 강연의 실무총괄을 희망지기라 칭했다.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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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기

들선씨와의 인연 좋은시간이었고많은도움되었읍니다
앞으로의행적축원합니다

2021-02-25 07:02:09

박신영

불대 공부하는동안 둘선님의 맑은 마음을 많이 느꼈습니다 늘 편안하고 솔직한 둘선팀장님을 응원합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2021-02-25 05:40:15

임연희

정토회엔 어찌 저리 참하고 성실한 사람만 모이는고 하는 마음이 들게하는 분입니다. 앞으로도 도반의 인연으로 함께 해요.

2021-02-24 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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