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송도법당
죽을 때까지 함께 간다

오전 경전반 학생일 때 시간이 여의치 않아 저녁 경전반에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경전반 학생이면서 담당자 역할도 하는 지금의 송도 법당 총무, 김효심 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다음날 참석한 학부모총회에서 김효심 님이 제 딸의 담임 교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토회 경전반 담당자가 딸의 담임 교사라는 것이 기뻤고, 신뢰와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신뢰의 아이콘, 김효심 님의 수행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어머니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가난에 한이 맺혔던 부모님은 성실히 노력하여, 어릴적 저의 집은 부농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3남이면서도 일찍 홀로 되신 할머니를 모시며 극진히 받들고 섬겼습니다. 저는 그런 부모님을 늘 자랑스러워했고 감사했습니다. 누가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항상 부모님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오빠가 결혼해 부모님은 오빠 가족과 같이 살았습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살다가, 2013년 오빠의 둘째 아들이 입대를 앞두고 아주 예민해져 어머니와 부딪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오빠는 어머니의 거취 문제를 제게 상의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어머니는 가방 하나 들고 저의 집으로 오셨고, 저는 전후 사정을 알기에 기꺼이 같이 살기로 했습니다.

초반에는 친구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사는 어머니에게 오직 저밖에 없다는 생각에 퇴근하면 곧바로 집으로 갔습니다. 심심했을 어머니와 화투도 치며 부모님이 할머니에게 했듯이, 제 개인적인 일은 뒤로 한 채 어머니를 극진히 섬겼습니다. 곧 오빠의 집으로 돌아가리라 예상했던 어머니는 가지 않았고, 뭐든 잘하고 꼼꼼한 어머니는 하나부터 열까지 저에게 끊임없이 잔소리했습니다. 제 개인 생활은 없어지고 어머니에게 구속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힘들었고, 그 모든 것을 어머니 탓으로 돌리며 거의 매일 싸웠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왼쪽에서 두번째)
▲ 부처님 오신 날(왼쪽에서 두번째)

희망 편지

어느 날은 아침부터 잔소리하는 어머니에게 “더럽게 잔소리가 많아요. 나도 이제 오십이에요!”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출근했습니다. 그날은 종일 마음이 불편했고 저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그런 힘든 일상을 탈피하기 위한 2박 3일 여행을 다녀와 보니, 어머니는 생기 없는 눈빛에 기운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내가 이러다 어머니를 말려 죽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는 내 기를 빨아먹고 살아요? 내가 며칠 없다고 그렇게 있으면 어떻게 해요!”라고 오히려 모질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거울에 비친 저를 보니 악마같이 보였습니다. 순간 제 손이 제 얼굴을 마구 때리고 있었고, 맞아서 빨개진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핸드폰에서 카톡 메시지를 뒤적이다가, 친구가 보낸 법륜 스님의 희망 편지를 발견하고 읽었습니다. 희망 편지를 읽으며 마음이 너무 편해졌습니다. 그날 이후 제 카톡으로 연결한 스님의 희망 편지를 연애편지 읽듯, 보약 먹듯 읽으면서 마음이 점차 평온해졌습니다. 이제 생각하니 말 그대로 저에게 희망을 준 편지였습니다.

‘그래, 나도 자식인데 어머니를 내가 모시고 살아도 되지. 내가 어머니를 드라마나 소설에 나오는 이상적인 어머니상으로 그리고 있었구나. 어머니도 보통 사람이고, 손자와 며느리한테 상처받고 힘들 수 있고, 그들을 욕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니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언젠가는 오빠의 집으로 다시 갈 수 있고 그 집에서 손자들과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먹는 것, 입는 것 등, 전반적인 생활에서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변하도록 제 생활도 같이 변화시켰습니다. 그렇게 생활한 지 2년 정도 지나자, 오빠네서 어머니를 다시 모시고 갔습니다.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다 어머니를 보내니 제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불교대학으로 시작된 정토회 생활

그 후, 희망 편지 배너에 있던 정토회 불교대학 홍보 문구를 보고 몇 번 망설이다 2016년 2월 송도 법당에 전화했습니다. 당시 법당 부총무님이 수요 법회 참석을 권했고 수요 법회에 두 번 참석한 후에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경전반 학생이면서 불교대학 담당자가 지극정성으로 일 년 동안 보살펴 주었습니다. 불교대학 공부는 이제까지 제가 했던 그 어떤 공부보다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다른 사람들도 이 공부를 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불교대학 문경 특강(왼쪽에서 두번째)
▲ 불교대학 문경 특강(왼쪽에서 두번째)

불교대학에 다닐 때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JTS 거리 모금 활동입니다. 당시의 부총무님이 “JTS 거리 모금할 건데 오실 거죠?”라고 처음 권유 했을 때는 늘 봉사하는 것이 꿈이었기에 기쁘게 참여했습니다. 그 후로는 부총무님이 웃으며 전화해서 거절하지 못하고 자주 참여했습니다. 특히 5월 5일 어린이날 특집 거리 모금할 때, 예쁘게 입고 나가면 거리 모금이 잘 될 것 같아 생활한복을 떨쳐입고 큰 마트 광장에서 즐겁게 활동했던 것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8-9차 입재식1으로 〈천일 결사〉에 처음 참석했습니다. 꼭두새벽에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타고 김천체육관을 갔는데, 멀미가 심했는지 행사 중 심하게 구토했습니다. 그 후로도 문경에 가던, 천일 결사 입재식에 가던 늘 구토하기 일쑤였습니다. 어떤 날은 구토가 너무 심해 응급실에 실려 가서 행사에 전혀 참석하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앞으로 안 가겠다, 못 가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온라인 행사로 변경되어 멀리 차를 타고 가지 않아서 너무 좋긴 합니다.

보람된 일

불교대학 졸업 후 경전반 입학은 저에게 당연했습니다. 담당해 줄 선배 도반이 없었고 학생이 담당을 겸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얘기에 경전반 학생과 경전반 담당을 동시에 했습니다. 담당을 겸하다 보니 경전반 공부는 조금 소홀해졌지만, 졸업식에서 담당자, 정근상, 졸업생으로 무대를 여러 번 올라가서 스님과 악수를 할 기회를 얻어서 기뻤습니다. 경전반 재학 중에 자연스럽게 발심 행자가 되었고 자활 담당 소임도 계속했습니다. 2018년에는 평화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송도 법당 새벽 통일 기도와 서초 법당 통일 기도 모임에 다녔고, 전쟁 반대 캠페인을 위해 주말이면 법당 도반들과 서울에 오갔습니다. 백악관 10만 청원 서명 운동을 하며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이 강해졌고, 제가 우리나라의 평화통일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으로 2019년에는 통일 의병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직장 생활한 지 30년쯤 되면 퇴직하고 사회를 위해 뭔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2년 동안 정토회에 다니면서, 퇴직하면 하고 싶었던 모든 일이 정토회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저는 준비되었다고 확신하며 퇴직했습니다. 퇴직 첫해에, 새로운 생활을 미국에서 할 준비를 하면서 새로운 거처 근처의 정토회 법당도 찾아두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왼쪽에서 세번째)
▲ 인도성지순례(왼쪽에서 세번째)

그런데 갑자기 “어떤 일을 시작하면 3년은 해야 한다.”라는 스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비행기 표를 예매하기 전에, 정토회 활동을 돌아보니 3년이 되려면 몇 개월이 더 남아 있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곳에서도 정토회 법당에 다니겠다고 결심했지만, 낯선 곳에서 과연 다닐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어서 결국 다음으로 연기하고 한국에서 정토회 생활 3년을 채우기로 했습니다. 저의 과거 행적을 돌아보니, 직장 생활을 제외하고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시작은 수없이 했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기 전에 그만두어서 정작 필요할 때 소용없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토회 활동 기간을 3년 채워서 그 습관을 고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 정토회 활동 5년 차가 되었습니다.

총무 소임이 수행의 지름길

3년을 채운 후, 정토회 활동을 잠시 쉬고 여행을 다니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다닐 수 없었습니다. 또한 천일 결사 10-1차가 시작하고 조직이 바뀌어 모둠장 역할을 맡았고, 그럭저럭할만했습니다. 그런데, 법당 총무 소임을 맡았던 도반이 대의원이 돼서 총무가 공석이 되었고 법당 총무 소임을 맡았습니다.

천일 결사 10-3차 기간은 총무 소임에 대한 무지, 도반들과의 갈등 그리고 개인적인 집안일 등으로 무척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도반을 도와주려다 오히려 제 조급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도반의 “내 말 좀 들어봐요. 왜 자기 이야기만 하고, 이해하지 못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비로소 ‘내가 도와준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내 입장만을 상대에게 고집하고 있었구나.’라고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또 늘 제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어머니 말을 귓등으로 들었던 것이 떠올라 저절로 참회했습니다.

치매 어머니와 가족

2020년 5월에 어머니는 목욕하다 넘어져 머리를 다쳤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또 넘어질까 걱정돼서,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 목욕을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목욕을 돕다가 어머니의 이상 증상을 발견했고, 병원 검사를 해보니 어머니는 치매였습니다.

JTS 영양꾸러미 지원 봉사(왼쪽)
▲ JTS 영양꾸러미 지원 봉사(왼쪽)

치매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앞으로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해서 의논하려고 오빠와 올케를 만났습니다. 올케는 제게 자기 가족도 아닌데 정기적으로 드나들고 자고 가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올케의 말은 제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가족이 아니라니!’라고 생각하면서 3개월 동안 그 말을 곱씹었습니다. 총무 소임을 맡아 일이 많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곱씹는 시간이 많아져서 더 괴로웠을 것입니다. ‘이래서 소임이 복이구나!’라는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9월부터 온라인 가을 경전반을 진행하면서, 예전에 경전반 담당을 하느라 제대로 듣지 못했던 경전반 강의를 다시 들었습니다. 금강경2의 모든 구절과 스님의 모든 말씀이 마치 말라 갈라진 논을 해갈하는 물처럼, 제 타는 괴로움을 시원하게 해결했습니다. 법문을 들으며 ‘그래, 가족, 가족 하지만 가족이랄 것이 없지.’라고 깨달았고 괴로움이 사라졌습니다. 또한, ‘올케의 말은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였구나.’라고 생각하며 올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의 파트너, 정토회

지난 5년을 돌아보니, 어머니는 제가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해주고, 병고로 저에게 큰 깨우침을 준 고마운 불보살3입니다. 총무 소임을 수행하면서, 도반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도반들에게 고맙습니다. 지인들은 제가 툭하면 이런저런 정토회 관련 문자를 보내니 퇴직하고 열심히 사는 제가 좋아 보인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꿈꾸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새터민 방문(오른쪽)
▲ 새터민 방문(오른쪽)

새벽에 일어나 천일 결사 기도하고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환경실천, 통일 의병 활동, JTS 활동, 전법 등 어떤 날은 하루가 너무 바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렇게 보낸 하루가 가슴을 꽉 차게 만들어서 ‘그래, 이 길이 죽을 때까지 내가 가야 하는 길이지.’라고 생각하며 혼자서 빙그레 웃습니다.


김효심 님이 죽을 때까지 정토회 활동을 하고 수행한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마음이 든든합니다. 한편으로 불법 만난 지 8년이 지났지만, 이도 저도 아닌 저의 모습에 반성도 했습니다. 김효심 님을 따라서 저도 죽을 때까지 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김효심 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어줘서 고맙습니다!

글_김효심(인천정토회_송도법당)
정리_황정의_희망리포터(인천정토회_송도법당)
편집_성지연(서초정토회_서초법당)


  1. 입재식 정토행자 천일결사를 백일 단위로 나누어 매 백일 마다 함께 모여 수행을 점검하고, 새롭게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의식. 

  2. 금강경 대승불교 경전의 하나 

  3. 불보살(佛菩薩) 어려움에 처한 중생을 구하기 위해 여러 모습으로 나타내는 보살을 의미함.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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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효심님의 나누기 잘 읽었습니다 어머니를 불보살로 여긴다는 말씀에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01-18 06:08:44

대광명

진솔한 이야기 잘들었습니다. 교사로 퇴직하시고 세상에 대움되는 제2의 인생을 사시는 것도 멋지십니다

2021-01-13 18:50:21

강종윤

김효심 총무님의 진솔한 나누기 감동입니다.
뭐든 열심이시고 솔선수범 이신데.
개인 사례담을 처음들었는데 참 대단하단 생각입니다.
총무님 하시는거 열심히 돕도록 하겠습니다.

2021-01-13 1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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