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산법당
자유로운 삶, 나는 행복하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둘이 있으면 더 행복하다는 분이 있습니다. 역경을 이겨내고 오직 한 길 소임으로 행복해진 양산법당의 대들보 이현주 님의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아버지를 이해하다

양산이 고향인 저는 부모님과 여동생, 남동생 2명과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성격이 급하고 분별과 화가 많았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우리 가족은 단 한 가지 아버지의 급하고 분별 많은 성격 때문에 힘들어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화를 낼 때마다 자식인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아버지에 맞서기도 하고, 아버지 기분을 맞추기도 하고, 힘들게 인내하며 살았습니다.

동갑인 남편은 대학 1학년 때 사귀어 6년 연애 끝에 결혼했고 잘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직장생활을 하던 남편이 사업을 해 보겠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 후 경제적으로 힘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하고 아이 키우느라 직장 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결혼 후 15년 정도 되었을 때,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고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작은 딸과 다녀왔습니다
▲ 인도성지순례 작은 딸과 다녀왔습니다

정토회를 만나다

5살 터울인 여동생과는 참 사이가 좋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를 내고 가족을 힘들게 할 때마다, 같은 편이 되어 아버지 흉을 보곤 했습니다. 그런 동생이 어느 날 ‘아버지는 그럴 수 있지’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해 못 하는 아버지를 내 편이 아닌 아버지 편이 되어 이해한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순간 '이게 뭐지?' 하는 커다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서 지금 나는 괴로운데, 동생은 아버지에 대한 이해로 편안함이 확 느껴졌습니다.

동생의 그 한마디가 저를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때 동생이 ‘정토회와 법륜스님’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2010년 겨울, 동생은 대전에서 가을 불교대학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스님인지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동생은 저에게 한 번도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었기에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동생을 변화시킨 것이 어떤 곳인가 궁금했기에 무조건 찾아간 곳이 부산 동래법당이었습니다.

입학원서를 써 놓고 그해 2011년 2월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있었는데 엄마랑 남동생과 같이 2층에서 나란히 들었습니다. 아직도 그때 강연이 기억납니다. 그날 스님은 빨강 안경, 파란 안경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저는 제 눈에 딱 맞춘 잘 보이는 안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쓴 것도 빨간 안경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어리석다는 것을 알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날입니다.

이현주 님
▲ 이현주 님

공부를 하니 아버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성격이 급하고 분별이 많아 주변 사람들은 불편하여 곁을 내어주지 않으니 외로운 분이었습니다. 늘 다른 사람의 관심이 필요 했는데 아내도 자식도 피하기만 하니 외로워서 그랬던 겁니다. 맛난 음식, 좋은 옷, 아낌없이 사주고 대신 관심을 받고자 했는데 딸인 저는 사주는 옷과 음식만 가지고 관심은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외로움을 이해하니 참회의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아버지는 그럴 수 있습니다. 제가 아버지는 그러면 안 된다는 상에 집착했습니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즈음 남편의 사업은 나날이 더 어려워졌고 모든 대출을 제 앞으로 내야 했습니다. 돈 달라는 전화가 수없이 오고 은행에선 밀린 이자를 내지 못해 압류가 시작되고 딸아이 급식비조차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마음은 괴롭고 대출은 해결해야 하는데 방법은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 집에서 도망치듯〈깨달음의 장1〉을 다녀왔습니다.

그때 4박 5일의 수련을 마치고 나올 때 그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지금일까? 지금 이 자유를 기억하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이제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수행은 하면 되고, 보시는 지금 내가 돈이 없으니 봉사를 열심히 해서 갚아야지' 하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남편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때 그 상황이 그렇게 된 거지, 당신이 그런 건 아니다.”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진심으로 남편을 이해했습니다. 이해 못 한 상황에서 관점만 바꾸면 행복해지고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행복한 자유로움을 회향하기 위해 부산에서 열리는 희망강연 100강, 300강 소임으로 꼭지장을 맡았고, 양산에서 열리는 희망 강연 총괄을 맡았습니다.

행복한 우리 친정 식구들 (왼쪽부터 남동생, 어머니, 저, 여동생)
▲ 행복한 우리 친정 식구들 (왼쪽부터 남동생, 어머니, 저, 여동생)

내 욕구에서 자유를 얻다

돈이 없으니 내면의 감춰져 있던 욕구가 나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좋은 거 먹고 좋은 옷 입는 것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 먹는 것과 입는 것에 욕구가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아는 지인의 허름한 식당에 가서 몇 달만 설거지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국수와 파전을 파는 식당이었는데 설거지한 수고비는 안 받고, 점심은 손님이 먹고 남긴 음식을 먹겠다고 했습니다. 두 달 동안 손님이 남긴 몇 가닥 안 남은 국수국물과 초고추장이 묻은 파전을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두 달을 그러고 나니 잘 먹고 싶은 욕구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이제는 남이 남긴 음식 먹고, 안 먹고 그것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옷에 대한 욕구는 외출할 때 맨 먼저 눈에 바로 보이는 옷을 입기로 했습니다. 신발도 보이는 대로 신고 나갔습니다. 예전과 다릅니다. 딸들은 대학 들어갈 때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독립을 했는데 저는 경제 상황이 더 힘들어져 끼니 걱정을 해야 했습니다.

두 딸과 같은 곳을 바라봅니다(가운데 이현주 님)
▲ 두 딸과 같은 곳을 바라봅니다(가운데 이현주 님)

돈이 없는 공포가 시작된 겁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한다 해도 20년 전 임신중독으로 사구체신염을 앓고 있으니 번 돈이 전부 약값으로 나갈 것이고, 피로로 몸은 더 망가지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저는 법당에서 일하고 공양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로....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그 선택으로 굶지도 않고 수행자로 잘 살고 있으니까요. 아마 그때 돈 많이 벌어 좋은 집에 사는 걸 목표로 했다면 건강을 잃었을 것이고, 지금의 행복도,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나쁜 게 다 나쁜 게 아니고, 좋은 게 다 좋은 게 아니다'라는 스님 말이 생각났습니다. 불법을 알기 전 뭐든 원하면 다 되었던, 20대는 20평에, 40대는 40평에.... 이렇게 아파트를 늘려가며 사는 게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삶을 알게 해준 가난이 고마웠습니다. 돈이 없어 힘들 때 저는 돈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와 봉사를 선택한 것이 늘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양산법당 개원 법회가 있던 날 유수스님과 함께(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이현주 님)
▲ 양산법당 개원 법회가 있던 날 유수스님과 함께(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이현주 님)

2014년 양산법당 불사 총괄을 하였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많은 장소를 찾아다녔고, 약 한 달간의 공사로 4월4일 개원 법회를 유수스님과 했습니다. 그로부터 8차년 3년을 총무소임을 맡았으며 처음 1년은 주간, 저녁 불교대학 주간, 저녁 수행법회 등 주간 저녁을 사회 영상 공양 준비까지 도맡아 했습니다. 혼자서 집전하다가 영상 틀고 공양 짓고 신생 법당이라 활동가가 없어서 참 힘들었습니다. 힘에 부쳐서 하기 싫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다만 할 뿐으로 하기 싫은 마음, 그 마음 내 옆에 두고 다만 맡은 소임을 했습니다.

깨달음은 가까이 있다

저는 일의 순서에 따라 꼼꼼하게 잘하지 못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총무 일을 하며 이것저것 하느라 바쁜데 정말 꼼꼼한 경전반 학생이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일에 늘 태클을 거는 듯해서 도저히 그 도반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 보살의 별명을 <모눈종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날도 9시 59분, 곧 수행 법회 시작하는데 제 뒤에 앉아 제 등을 탁탁 치면서 촛대가 삐뚤어졌다고 저보고 바로 하라고 합니다. 헉, 하는 마음과 동시에 또, 라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한숨 한 번 쉬고, 고개만 끄덕이곤 무시하는 마음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보기 싫으면 본인이 가서 바로 하든지, 지금 어쩌라고’ 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사사건건 쓸데없이 온갖 것에 분별을 내는 그 도반이 정말 미웠습니다. 그러던 중, 출가열반재일에 300배 정진 집전을 했습니다.

300배 정진 전, 허리 고무줄이 헐렁하여 늘 동방 바짓단을 접어 올리는데 그날은 깜빡 잊었습니다. 50배쯤 하니 바지가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쩌지 목탁을 내려놓고 바짓단을 접을까?’ 이리저리 궁리하던 찰나, 누군가 제가 엎드릴 때마다 정성을 다해 바짓단을 접어주었습니다. 한 번 접고 다시 엎드리면 접고, 세 번을 부드러운 손길로 접어준 도반은 바로 그 <모눈종이> 이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저 도반은 나를 괴롭히려고 하는 게 아니고 나를 도와주려고 그랬구나.’ 그 도반은 세심한 성격이었습니다. 저의 일을 도와주는 도반이었습니다. 건성으로 일하고, 꼼꼼하게 하지 못하고, 일을 후려치고, 일에 정성이 없어 질질 흘리는 저를 도와주는 도반이었습니다. 정진 동안 눈물이 얼마나 나는지 그 도반에 대한 참회가 가슴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300배를 눈물과 콧물로 마치고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경험을 깨달음의 장 이후 또 했습니다.

8차년 천일결사가 끝나고 9차년에 접어들어 통일특위를 맡았습니다. 정토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 맡는 소임, 같이 하는 특위는 몸이 아파서 쉬었기에 처음 맡은 소임에 혼자 해야 하는 일에 관점을 놓칠까봐 ‘법당에 가서 새벽기도 일 년 하자’고 원을 세웠습니다.

천일결사 9-1차 입재식을 마치고(맨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현주 님)
▲ 천일결사 9-1차 입재식을 마치고(맨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현주 님)

쪽 팔리는 것은 한순간, 자유는 영원하다

10차년엔 김해 2 지역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동생도 특위로 중부권 추진단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현재 김해지역 총 8명, 양산에선 4명의 특위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격이 급해 설명을 잘 하지 않고, 제가 옳다고만 여기는 독선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상대를 내 맘대로 하고자 하는 못된 성격도 있습니다. 구역원들과 회의를 하거나 일을 진행할 때 그런 성격으로 문제 제기를 받습니다. ‘친절하게 설명하라’가 정일사2 명심문입니다. 제가 제일 안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몸은 더 나빠져 하루에 점심 한 끼만 간이 된 음식을 먹습니다. 지금 저의 과제는 몸에 집착하여 일을 그르치지 않고, 일에 집착하여 몸을 함부로 하지 않고, 친절하게 도반들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제 문제를 알았으니 이제 나아갈 일만 있을 뿐. 동생 덕분으로 법을 만나 나날이 자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모르면 물어라” 하는 스님 말처럼 제가 사로잡혀 관점을 놓쳤을 때 법사님께 여쭤봅니다.

법사님과 나누기를 통해 잘못된 관점을 잡습니다. “쪽 팔리는 건 한순간이지만 자유는 영원하다.” 자유롭게 사는 법을 알기에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로 잘 쓰이겠습니다.


코로나로 힘든 요즘,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준 좋은 귀감이 된 사람입니다. 긴 세월 한 길로 올 수 있었던 것은 엄마 역할이 좋은 것처럼 이 일이 좋으니까 한다고 말이 와닿았습니다. 내가 첫째 행복하고 내 가족과 이웃이 행복하고 나아가 우리 국민, 세상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라는 이현주 님을 응원합니다.

글_이순남 희망리포터/김해정토회/양산법당
편집_조미경/김해정토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정일사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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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음

감동입니다. 항상 허허허 웃고 500원을 외치던 현주님께 이런 얘기가 있었네요. 현주님, 딱 걸렸어요! 평생 쫓아다녀야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2022-04-21 18:44:22

큰바다

눈물겹도록 절절한 수행자의 모습이네요.
비운으로써 걸림없는 자유를 찾아가는 님의 정진에 박수를 보냅니다.
참 , 고맙습니다.

2021-01-21 12:28:43

이영숙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얼른 건강 하시길 기도 합니다.!!

2021-01-12 19: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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