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용산법당
"나의 디딤돌 용산법당, 이제 안녕"
1인 법당 시대를 맞이하며

용산법당은 2016년 5월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활동가들을 하나둘씩 길러내며 잘 자랐습니다. 코로나 19 등으로 인해 온라인 법당으로의 전환 시점이라 내년 2월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은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법당이라는 공간은 아쉽게 접게 되지만, 각자 집에 1인 법당을 갖는 시대를 먼저 맞이하게 된 용산법당 도반들의 마음 나누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용산법당 앞에서 2019년 봄불교대학 홍보 중인 도반들
▲ 용산법당 앞에서 2019년 봄불교대학 홍보 중인 도반들

법당 역사와 함께한 도반들과의 유대감은 쉽게 끊어지지 않아

법당총무 어현숙 님: 서울제주지부에서 불사담당을 한 인연으로 신생 용산법당 총무 소임을 맡았습니다. 2016년 원효로에 문을 열었으나,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1년 만에 숙대입구로 법당이 옮기게 되었는데, 저는 아예 신생 법당 근처로 이사를 왔어요. 법세권 안으로 들어온 거죠. 총무 소임을 통해 제일 혜택을 본 사람은 다른 도반들이 아니고 바로 저입니다. 초반에는 봉사를 '내가 해준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상대에게 끌려다니는 제 모습도 많이 보았습니다. 도반들과 소통하며 절뚝절뚝 걸어오는 제 모습을 보면서, 무엇보다 저를 위해 참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낍니다. 일과 수행의 통일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은 요즘, 어느 때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정말로 사람이 없었어요. 여러 행사에 임춘자 님이 제일 먼저 와서 도와주어 정말 고마웠습니다. 처음엔 하나의 법당 방석이 깔렸는데 점점 여러 개가 깔리는 모습이 제가 보았던 용산법당의 모습입니다.

임춘자 님: 시간적, 공간적으로 용산법당이 생긴 게 너무 반갑고 좋았어요. 총무님이 잘 보살펴 주셔서 편안히 지내 왔는데 저는 너무 아쉽지요. 불기 닦는 봉사, 연등 다는 봉사, 서초법당은 할 사람이 많은데 여기는 일할 사람이 없더라고요. 젊은 도반들을 보며 젊음도 느끼고, 나이대접해주고 배려해주고 도와주고 함께 해줘서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삼십 년 전에도 동네 법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없어서 멀리 서초법당까지 다녔어요. 용산법당이 그 역할을 했고 그게 고마웠는데 문을 닫는다니 아주 섭섭했지요. 지금은 섭섭한 마음이 많이 없어졌어요. 오랫동안 쌓아온 도반들과의 유대관계는 쉽게 끊어진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용산법당 초창기 어현숙 총무(왼쪽)와 임춘자 님(오른쪽)
▲ 용산법당 초창기 어현숙 총무(왼쪽)와 임춘자 님(오른쪽)

온라인, 더 자주 더 편하게 더 쉽게 소통

이영미 님: 온라인으로 전환되니 더 자주 도반들을 만납니다. 코로나 시대에 고립되고 우울해질 수 있는데 여러 번 보니 좋습니다. 모둠장과 불교대학 담당을 하며 깨달은 것은, 싫은 일을 그냥 확 해버리니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맞추어 상황도 신기하게 좋은 방향으로 변화합니다. 혼자 하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도반들과 용산법당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유임숙 님: 오프와 온라인을 모두 경험해 봤는데, 익숙한 내 방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저에게는 더 좋았습니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보다 말이에요. 장소가 편하다 보니 제 이야기를 하기가 더 쉽고요. 법당이 없어진다니 아쉬운 마음이지만,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옛것을 붙들고 있지 않고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영 님: 2017년 가을불교대학 홍보 때부터 용산법당에 왔어요. 수행법회를 임춘자 님과 단둘이 했습니다. 소임이 복이라고 담당이라 결석을 못 하니 개근도 하고 제대로 된 정진을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수행을 안 하면서 학생들에게 수행하자 할 수 없잖아요. 올해는 지역대의원 소임과 함께 온라인으로 불교대학, 행복학교 진행도 하니 많이 힘들었어요. 핸드폰을 전화기로만 사용하던 사람이 노트북으로 온라인 기술을 배우며 크고 작은 산을 넘은 것 같아요. 이제 용산법당에 새 얼굴들도 나타나고 막 재미가 있는데 법당이 없어진다고 하니 서운하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도 없어졌어요. 힘든 가운데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고 감개무량하고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입니다.

토요정진 300배 하는 날 (왼쪽부터 이정숙 님, 임춘자 님, 어현숙 총무)
▲ 토요정진 300배 하는 날 (왼쪽부터 이정숙 님, 임춘자 님, 어현숙 총무)

어려운 세상에 모범과 빛이 될 기회

우혜경 님: 우연히 즉문즉설을 만나 용산법당에 왔는데 너무 낯설었습니다. 의자도 없이 방석이고, 강사도 없고, 불상도 입체가 아닌 평면이며, 전기초와 좁은 공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업을 듣고 정토회를 알아가면서 기존의 불교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습니다. 용산법당은 고향 같습니다. 처음 진정한 불교를 배운 곳이기에 특별합니다. 무상을 잊지 않겠습니다.

강민지 님: 집과 가까워서 왔는데 총무님이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매번 맛있는 간식도 챙겨주시고 해서 좋았습니다. 나누기 하면서 훈훈한 분위기로 아주 친해졌는데요. 온라인의 장점인 제 집에서 많은 분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좋습니다.

김용란 님: 서초에서 불교대학을 졸업했는데 용산으로 이사 오면서 법당을 옮겼어요. 총무님이 혼자 앉아 있는 걸 보고, 여기는 안 가면 안 되겠다 싶어 계속 갔습니다. 영상 담당하다가 모둠장이 되었고, 가을불교대학 진행도 하고 있어요. 수행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게 소임인데, 용산법당은 저를 잘 쓰이게 해 주었습니다. 갈수록 소임이 복이라는 말씀을 실감합니다.

김명옥 님: 서초법당에서 불교대학과 경전반 졸업 후, 소속감이 없었는데 총무님과 우연히 만나 용산으로 옮겼습니다. 정갈하고 깨끗했고, 성당에서 느꼈던 편안한 가운데 조용히 기도하고 싶은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통일정진 때 총무님과 둘만 나와서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서서히 법당이 자리 잡고 도반들이 늘어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섭섭한 마음이 있지만 올 것이 왔구나 싶어요. 이 어려운 시기에 세상에 모범이 되고 빛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쓰일 일이 있다면 기꺼이 잘 쓰이겠습니다.

2019년 가을 경전반 졸업맞이 법사님 정담회 (중앙 박혜진 님)
▲ 2019년 가을 경전반 졸업맞이 법사님 정담회 (중앙 박혜진 님)

아름다운 뗏목이지만 버려야 할 때

박혜진 님: 처음 올 때 용산법당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니 인터넷과 주소가 달라 찾아오기 힘들었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잠시 맡겨놓고 오는 중이라 불안했고 우울증에다 남편과의 갈등도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었으나 안으로 많이 곪아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여러 선배 도반의 보살핌 아래 마음을 치유했습니다.

용산법당에서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하고 수행법회와 환경 꼭지 소임을 맡아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간이 없어진다니 섭섭합니다. 4층까지 올라올 때 헉헉대다가 나중에는 익숙하게 올라갔던 생각도 나고요. 은연중에 도반들도 법당도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어요. 마음속의 집이야 항상 있지만, 실제의 집이 없어지는 느낌이에요. 지도법사님 법문에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제게는 아름다운 뗏목이었습니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는데 용산은 또 다른 가족 같은 느낌으로 안정감을 주는 고마운 곳입니다.

9-8차 입재식 기념 사진
▲ 9-8차 입재식 기념 사진

새로운 시대에 대한 부담과 설렘

이정숙 님: 법륜스님을 2012년에 방송에서 보고 속이 시원한 느낌을 받아 유튜브에 올라온 스님 즉문즉설을 들었어요. 마음이 편안해서 들으면 밤에 잠이 잘 왔습니다. 회사 일이 바빠 불교대학은 생각지 못했다가 2018년 마음이 허전한 시기에 정토불교대학 홍보물을 보고 검색해보니 가까운 곳에 법당이 있었어요. 퇴근길에 들러 쉽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달랐는데, 사람도 없어서 여차하면 발을 뺄 생각으로 다녔습니다. 2년 정도 공부하자 신뢰가 생기고, 정토회 활동이 저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들어서 다른 사람에게도 확신을 가지고 가볍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로서의 시작은 총무님의 일을 좀 덜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원담당 소임을 시작해서 오는 소임은 거의 다 받았습니다.

이제 겨우 활동을 시작하고 모둠활동에 신이 나는 찰나에 그만두게 되어 서운한 마음은 있으나, 눈물의 시기는 끝났고 온라인 법당으로 전환되는 것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현장의 감동은 덜하지만, 길거리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피로감이 줄어들어 아주 좋아요. 지원팀장, 경전반 꼭지 등 제가 하는 소임들, 많은 회의는 온라인이 아니었으면 못 했을 거예요. 일을 효율적으로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새로운 것에 대한 부담도 있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약이라는 설렘도 있어요. 변화에 적응하겠습니다.

왼쪽부터 어현숙 총무, 김용란 님, 이미영 님, 이영미 님, 최진 님, 이정숙 님
▲ 왼쪽부터 어현숙 총무, 김용란 님, 이미영 님, 이영미 님, 최진 님, 이정숙 님

부모님 위패 모실 공간 사라져 아쉬워

최진 님: 재가자로 시작한 게 아니라 백일출가자로 시작해서 전국의 법당은 다 내 집 같습니다. 그래서 법당 하나하나에 대한 애착은 없어요. 백범기념관에서 즉문즉설이 있어 효창동에 왔다가, 오르막길 전봇대의 즉문즉설 광고 아래쪽에 용산법당이라고 적혀 있어서 법당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드디어 잘 아는 곳에 법당이 생겨 엄청 반가웠어요. 그때는 지방에 있었는데 퇴직 후 서울로 이사 오면서 법당 근처에 집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교육연수 소임과 행복학교 진행을 맡으며 누구보다 제가 행복합니다.

다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연등을 달고 위패를 모시는 곳으로 동네에 있는 법당이 의미가 있었는데, 그 공간이 없어진다는 게 아쉽지요. 엄마 아빠 보고 싶을 때 슬리퍼 끌고 위패를 보러 가곤 했어요. 이제는 개인 법당을 만들어 집에 위패를 모시고 싶어요. 법당이 없어지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우리 모둠은 죽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임숙 님, 강민지 님, 오경애 님, 김명옥 님, 우혜경 님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임숙 님, 강민지 님, 오경애 님, 김명옥 님, 우혜경 님


한때 정토회는 왜 정토사가 아니고 정토회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법당이라는 공간(寺)이 주인이 아니고, 수행자가 주인이 되는 모임이기에 모임 회(會)자를 쓴다는 법문 말씀을 기사를 쓰며 다시 한번 실감하였습니다. 온라인으로 변화하면서 법당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수행자가 있는 곳마다 법당이 하나씩 생기는 확장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논두렁에 앉아서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게 중이요, 그곳이 절이라네.” 서암 큰스님의 말씀이 이 시대에 생생한 의미로 와 닿습니다. 우리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글_이정민 희망리포터 (서대문정토회 용산법당)
편집_강현아 (수성정토회 수성법당)

전체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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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순

정토회라는 의미가 그랬군요 알수 있어 감사합니다
영원할것 같은 공간의 의미의 법당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없어지고 변하듯 생성된것은 모두 변하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도반님들의 가슴에는 계속 남아있겠지요

2021-01-23 22:52:39

김애자

감사합니다

2021-01-22 21:10:02

함께행복한길

한분 한분이 보석입니다.
그 보석들이 수놓은 모자이크 붓다.
참 아름답습니다.

2021-01-21 16: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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