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천법당
내 집이 법당이고 가족이 도반입니다.

언제보아도 소녀 감성을 지닌 김보희 님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주는 사람입니다. 나누어줄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며 몇 번이나 손사래로 인터뷰를 거부했으나,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빠져듭니다. 특별하지 않기에 모두의 이야기로 와 닿아 공감되는 양천법당 김보희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JTS모금 중인 김보희 님
▲ JTS모금 중인 김보희 님

아픔이 계기가 된 인연

2016년 가을, 정토회와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때 저는 믿었던 사람에 대한 상처로 괴로워하며 마음을 안정을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소수의 사람을 아주 깊게 사귀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직장생활 20년에 단짝처럼 붙어 다니는 20년 지기 직장동료가 있었습니다. 가족 이상으로 모든 것을 나누고 함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동료가 저를 멀리하고 의심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까웠던 만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멀리서라도 그 사람이 오는 것을 느끼면 숨이 막히고 어디론가 숨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보면 상대가 저를 오해한 것인데, 오히려 제가 더 위축되고 자책과 실망으로 괴로워했습니다.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유튜브에 올라온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며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마음이 출렁거렸습니다. 날이 갈수록 출렁거림은 심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직장의 한 지인이 “유튜부에 올라온 스님의 법문도 좋지만 정토회 불교대학에서 마음작용을 좀 더 공부해 보는 건 어떻겠냐?”며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2016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고 입학 법문이 너무 좋아 지금까지 정토회에서 수행자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도반들과 입재식 환영 소임을 준비하며(오른쪽)
▲ 도반들과 입재식 환영 소임을 준비하며(오른쪽)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마라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 결혼 전과 후, 정토회 만나기 전과 후로 많은 점이 달라졌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굉장히 부유했습니다. 연이은 사업 성공에 아버지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다른 부인을 얻어 새 가정을 꾸렸습니다. 이후 아버지의 사업이 어렵게 되었고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갈등은 심해졌습니다.

그 갈등은 자식들에게로 향했습니다. 결국 심한 아동 학대 수준까지 이르자 저는 10대에 집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미 독립을 한 큰 언니와 작은 언니 자취방을 찾았습니다. 이후 저는 언니들을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예민한 사춘기였지만 늘 밝고 긍정적인 친구들과 낳아준 어머니 덕분에 무사히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두분은 이혼했으나, 어머니는 자식들 앞에서 아버지를 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 너희가 있는 것은 모두 아버지 덕분이다. 아버지를 절대 원망하지 마라. 미워하지 마라.” 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가끔씩 아버지를 찾아 뵐 때면 미운 마음은 없습니다. 불법을 공부하면 할수록 ‘친어머니가 정말 보살님이셨구나!’라며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은행나무가 멋진 문경수련원에서 (오른쪽)
▲ 은행나무가 멋진 문경수련원에서 (오른쪽)

결혼 상대를 구할 때도 '나를 아껴주고 가정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이었는데 지금 남편이 그런 사람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이 있어도 저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줍니다. 수행을 하면서 남편을 떠올리면 '지금 내 곁에 계신 부처님'이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가끔씩 “여보. 내가 정토회 일 하느라 집을 많이 비워서 불편하죠?” 하고 물으면 “술 먹고 늦게 들어와 건강해치는 것 보다 100배 좋아요. 건강 챙겨가며 활동 열심히 해요” 라며 오히려 저를 격려해 줍니다.

릴레이 소임을 통해 얻게된 깨달음

2017년 경전반에 입학을 하고 동시에 경전반 담당을 맡았습니다. 그 동안 저를 이끌어 준 선배 도반들이 고마웠기에 '뭐 하나라도 보탬이 되자'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2018년 가을불대 담당, 2019년 법당 불교대학 팀장, 2020년에는 모둠장과 발심행자 신청자 그룹장까지 소임 릴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쉬지 않고 계속 소임을 맡으니 깨닫는 바가 많습니다. 소임이 없었고 함께 하는 도반이 없었다면 지금의 행복한 나는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스님 법문과 도반들의 나누기입니다. 법문은 늘 듣지만 들을 때 마다 새롭고, 그래서 그때 그때 깨닫는 것이 다릅니다. 또 같은 법문을 듣고 다르게 받아들이는 도반들의 나누기를 보며 절로 다양성과 다름을 알아 갑니다.

여러 소임을 하면서 얻게 된 것이 원칙을 고수할 때와 유연함을 발휘할 때를 알게 된 것입니다. 이는 일상 생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스님의 유쾌한 법문을 들으며 활짝웃고 있는 김보희 님
▲ 스님의 유쾌한 법문을 들으며 활짝웃고 있는 김보희 님

한 생각 돌려 만난 세상

코로나 19로 인해 소임이 온라인으로 진행됨에 따라 개인적으로 분별이 많았습니다. 특히 초반이었던 10-1차에는 아주 심했습니다. “이건 법당에서 해야지 왜 이렇게 해?”, “온라인은 너무 불편해!”, “수행은 함께 모여서 해야 제 맛이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변화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다 10-2차에는 모둠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온라인이 주가 된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동안 갈등했던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번뇌가 "딱!" 멈췄습니다. 번뇌가 멈추니 컴맹이었던 제가 서서히 변했습니다. 마음 한 번 바꿔 먹으니 온라인 세상이 달라 보였습니다.

모둠원과 함께하는 온라인 모둠활동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통방에 즉각적으로 회신 주는 도반들의 반응에 감사하며 오프라인에서 느끼던 감동을 고스란히 느껴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하던 활동이 온라인에서도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을 보며 '한 생각 바꾸니 이렇게 다르구나!' 라는 법문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모둠원들과 모둠활동 중(위에서 왼쪽 두 번째)
▲ 모둠원들과 모둠활동 중(위에서 왼쪽 두 번째)

도반과 함께 할 나의 삶

수행자로써 특별한 계획이라면 지금처럼 도반과 함께 수행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다시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도반과 함께 수행하는 것이 제 인생의 계획입니다. 도반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저는 정말 많이 성장 했습니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제 모습에 그저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입니다. “예. 하고 방긋 웃으며 하겠습니다.”라는 명심문에 늘 깨어있겠습니다.

끝까지 놓을 수 없었던 아들에 대한 집착도 10-3차에 들어서는 조금씩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고3인 아들이 병으로 수술과 입원을 반복했습니다. 저는 '다른 애들은 별 탈없이 건강한데 우리애는 왜 아플까?', '왜 병이 재발해서 재수술을 해야할까?'하며 마음을 놓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 19로 인해 집이 법당이 되었고, 함께 사는 가족을 도반으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수행하는 도반을 귀하게 여기 듯 가족을 소중히 여기며 내 집을 법당 삼아 수행자로서 평생 수행하며 살겠습니다.

우리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윗 줄 맨 오른쪽)
▲ 우리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윗 줄 맨 오른쪽)


김보희 님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도 '특별한 얘기가 없어 미안하다' 합니다. 하지만 진솔하게 내어놓는 이야기에 특별함이 느껴졌습니다. 우리 모두는 특별합니다. 김보희 님이 늘 양천법당의 수행자로 함께 해 주실 것이기에 든든합니다.

글_이경혜 희망리포터(양천정토회 양천법당)
편집_정지혜 편집자(해운대정토회 반여법당)

전체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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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보살님~^^
오랜만에 온라인으로나마 보살님 뵙게되니 넘 반갑네요~😄
항상 상냥한 인사로 맞아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보살님의 진실어린 글에 다시한건 감동받고 갑니다.
멀리서나마 보살님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2020-12-02 15:59:52

곽우석

김보희 보살님!
불교대학 학생과 팀장으로 나누기할 때의 그 울림이 다시 살아나는 듯합니다.
항상 지지해주시고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시고
그리고, 도반으로 함께할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2020-11-25 09:04:33

강상원

잔잔히 울리는 수행담에 감사합니다.

2020-11-24 07: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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