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안성법당
그냥 합니다

"지진인가?' 갑작스런 몸의 이상 반응에 찾게된 병원, 그리고 그 병으로 인연된 부처님 법. 현재 안성법당 경전반 학생이면서 금요 정기법회 꼭지, 그리고 사회활동담당을 시작하게 된 김영조 님의 수행담을 들어 봅니다.

돌발성 난청으로

2018년 1월 어느 주말에 지인들과 식사를 하였습니다. 볼일이 있어 잠깐 창고에 무언가를 가지러 가는데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벽이 저에게 쓰러지는 것처럼 다가왔습니다. ‘지진인가?’ 하고 잠깐 주저앉아 있다가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웃들에게 ‘혹시 지진이 있었나요?’ 하고 물었더니 이상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별일 아니겠지.’ 하고 식사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는데 또다시 땅이 흔들리고 벽이 쓰러지는 듯한 현상을 느꼈습니다. 잠시 주저앉아 쉬는데 ‘아차’ 하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35년 전, 혈압으로 쓰러져 몇 번에 걸친 수술 끝에 돌아가신 아버님이 확 떠 올랐습니다.

불교대학 남산순례 중 도반과 함께(오른쪽 김영조 님)
▲ 불교대학 남산순례 중 도반과 함께(오른쪽 김영조 님)

‘큰일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마치 영화처럼 지난 세월과 앞으로의 일들이 빠른 속도로 눈앞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쩌지?’ 하고 넋을 놓고 있기를 10여 분. 일단 병원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일어났습니다. 병원에 도착하고 MRI, MRA를 일사천리로 찍고 판독하여 결과를 보니 뇌혈관은 나이에 비해 깨끗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일어서는 그 순간 또 어지럽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신경과 전문의가 “귀는 잘 들리시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왼쪽 귀가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먹먹했던 것 같았습니다. 서둘러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호출되었고, 저는 청력검사실로 들어가 검사를 하였습니다.

검사결과 왼쪽 귀가 안 들리는 상태였고 돌발성 난청이라는 진단명을 받았습니다. 대책은 절대안정과 스테로이드 약물치료 외에는 원인도 모르고 치료 방법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 후 저는 1인실에 감금되어 TV도 보지 못하고 면회는 일절 안되며 오롯이 먹고, 자고, 화장실 가고, 약 먹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는 한 달을 보냈습니다. 사나흘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잠도 오지 않고 할 일이 없었습니다. 한달 동안의 독방 생활과 추가 치료로 왼쪽 귀는 60~70% 회복 되었고 지금은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법사님과 대화의 시간(왼쪽에서 세번째)
▲ 법사님과 대화의 시간(왼쪽에서 세번째)

그때 수행과 명상을 알았더라면 해탈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고

돌발성 난청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스트레스. 돌아보니 저에게는 커다란 스트레스가 있었습니다. 딸아이의 우울증과 조현병이 그것입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부부간 종교문제로 인한 갈등과 별거, 아들의 미취업으로 인한 걱정, 2017년에는 딸의 방화사건으로 발생한 손해배상과, 아들의 일거리 마련을 위한 투자실패 등 경제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 날(오른쪽)
▲ 불교대학 졸업식 날(오른쪽)

그리하여 2018년 3월경 지인 작은 사찰의 스님을 소개했습니다. 스님은 저의 사주를 본 후 제자로 삼고 싶다고 하였고 몇 차례 방문을 했습니다. 그러나 사주를 위주로 운영되는 사찰과 스님은 저의 인생에 스트레스를 해결할 방안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소개를 받은 곳은 안성과 가까운 한 사찰이었습니다. 그 사찰의 주지스님은 불교의 입문과 사성제와 팔정도, 공사상 등의 내용이 담긴 서적을 추천해 주시면서 공부할 것을 권유 했었습니다.

그리하여 불교에 조금씩 젖어 들었습니다. 그런던 중 체계적인 배움을 얻고자 불교대학을 찾았고 유튜브를 통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알게 되었습니다. '뭔가 길을 찾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2019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입학 후 불교대학의 체계적인 수업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꾸준히 들으면서 수행자로서의 삶을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배움을 더하여

평상시 명상에 대하여 관심이 많아 <명상수련>을 하고 싶어 정토회 홈페이지를 검색하니 <깨달음의 장1>을 수료해야 신청이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마침 <깨달음의 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2019년 8월경 불교대학의 졸업요건이라 하여 참여한 <깨달음의 장>은 한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도반들과(윗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도반들과(윗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한순간 생각을 돌이키니 편안한 나를 찾을 수 있는 수행의 길이 여기에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깨달음의 장>을 마치자마자 4박 5일의 <명상수련>을 신청하여 참여하면서 '지금 여기 깨어있는 나‘를 찾는 수행에 한 걸음 더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봄경전반에 입학했습니다. 명상에 대한 관심이 크다보니 일반대학의 명상상담대학에 입학하여 상반기 동안 수업에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불교대학 기초과정을 반복하는 수업이어서 명상과 요가동아리를 만들어 명상동아리에서 활동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명상상담대학도 조직이기에 법당 도반들과의 조화를 위해 명상상담대학의 상반기 종료와 동시에 중퇴를 하고 올바른 수행자의 길을 인도하는 정토회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수행자의 삶을 살고자 합니다.

2019년 선배 도반과 함께한 JTS 영양꾸러미2 전달은 정토회의 또 다른 의미를 알게 해 주었습니다. 새터민을 위한 활동, 통일의병3 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니 시간을 나누어 활동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JTS 영양꾸러미 전달 중(맨 왼쪽)
▲ JTS 영양꾸러미 전달 중(맨 왼쪽)

저는 지금 2022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오롯이 나와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아닌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쓰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금요일 저녁의 정기법회 꼭지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10월부터는 사회활동담당을 맡아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앞으로 맡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대비하여 정회원이 되고자 발심행자4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딸아이의 우울증과 조현병, 아들의 장래 문제, 형제간의 갈등, 연로하신 어머니 문제 등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여기 깨어있어 나를 알아차리고, 잘 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안된다고 포기하지도 않고, 그냥 꾸준히 수행하는 삶을 살아가는 수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꾸준히 수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냥 합니다’라고 답하는 김영조 님. 소임을 맡고 있지만 더 다양한 곳에서 쓰일 수 있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응원합니다.

글_김영조 (수원정토회 안성법당)
정리_손유미 (수원정토회 안성법당)
편집_정지혜(해운대정토회 반여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영양꾸러미 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가 2016년부터 청소년 모부가정, 조부모 가정, 한부모 가정, 저소득 결식아동 등 취약계층을 찾아 여름, 겨울방학마다 결식아동을 위한 식료품을 지원하는 사업. 

  3.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은 화해·상생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비영리민간단체.
    통일의병학교 과정을 수료하고 강령과 정관에 동의하면 가입 가능하며, 정기회비를 내고 각종 통일의병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음.
    홈페이지: http://www.tongilkorea.kr 

  4. 발심행자 정토회 정회원은 발심행자, 서원행자, 결사행자로 구분됨. 수행, 봉사, 보시 활동을 기준으로 하며, 회원가입 신청서를 제출해야 함. 발심행자 3년 후 서원행자 자격이 갖추어짐.  

전체댓글 11

0/200

박병익

김영조 도반님 화이팅. 안성 정토회의 의지처인 도반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2020-10-28 03:56:31

호롱불

번뇌가 보리라던 말이 떠오르네요. 저역시 말썽장이 딸과 이혼한 남편 탓에 괴로워하다가 정토회를 만났습니다. 지금은 그 두사람이 저의 부처입니다. 감사합니다.

2020-10-27 18:30:03

감사합니다

글에서 많은 힘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10-27 10:53:56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안성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