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미금법당
즉문즉설로 뭉치다

코로나 19가 길어지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일상적이었던 것들이 더 이상 일상이 아닌 세상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수업을 동시에 경험한 마지막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오프라인 불교대학에 입학해 온라인으로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경전반에 등록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2020년 가을 경전반 학생들. 이중 천일결사1에 입재해 꾸준히 백일기도를 하는 미금 법당 가을 경전반 동기 다섯 명의 수행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새롭게 열린 가족관계 (고성애 님)

2019년 봄, 유투브를 통해 처음으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영상을 통해 스님 법문을 들을 때면 지혜의 눈이 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16년째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며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다 보니, 제 부모를 모시려 하지 않는 큰 오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깨달음의 장〉 2에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모든 괴로움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불법의 참된 지혜를 깨달은 것이 가장 큰 수확입니다. 밖으로만 향해 있던 저의 눈을 제 안으로 돌리고 나니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매일 108배를 하면서 오빠를 향한 원망과 미워하는 마음이 이해와 사랑으로 바뀌었고, 참회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친정어머니와도 갈등이 많았는데, 친정어머니를 “딸이라 여기고, 어머니의 어머니가 된 마음으로 바라보라.”라는 법사님의 말씀을 따르고 보니 어머니가 가여웠습니다. 고단했던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고 어머니를 향한 자비로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JTS 거리 모금 중(앞줄 오른 쪽, 고성애 님)
▲ JTS 거리 모금 중(앞줄 오른 쪽, 고성애 님)

예전에 저는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 이러면 안 되고 저러면 안 된다.’라는 제가 정한 기준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살았습니다. 제가 만든 상이 많아서 저도 모르게 딸아이를 많이 괴롭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정토회를 다니며 엄마의 변화를 가장 많이 알아차린 딸은 이제는 저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가 되었고, 자신도 정토회 활동에 긍정적입니다.

딸은 지난겨울 대학생 행복 나눔 프로그램에 참여해 의미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딸이 프로그램에서 경험한 일을 들으며 뿌듯했습니다. 딸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고 딸과의 관계가 전보다 더 원만해 졌습니다. 오늘도 살아있어 수행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자유로운 수행자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나를 진정으로 껴안다 (황윤주 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부표처럼 둥둥 떠 있는 일상 속에서, 저는 매사가 불만스럽고 우울하고 지루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곤 했지만, 무료한 대화에 즐겁지도 않고 되풀이되는 일상이 더욱 짜증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접하고 스님의 명쾌하고 지혜로운 답변을 듣는 것에 중독되었습니다. 저와 똑같은 고민에 빠져 질문한 사람들을 보며 조금씩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5년 정도를 보내다가 가까운 정토회 법당을 찾았고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불법을 배우면서, 아직은 부족하지만 미숙했던 제가 조금은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불법의 지혜에 가까이 다가가는 기쁨에, 퇴근 후 법문 듣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수업에 참여합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에는, 화내고, 욕심부리고, 미워하고, 거부하고, 고집부리고, 억울해하는 저 자신과 매일 싸우며 살았습니다. 남보다 더 똑똑하고 잘나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고,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집착해서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습니다. 남들이 가진 능력이 저에게도 생기기를 바라며 저를 채찍질하고 다그쳤습니다. 저에게 집착하면 할수록 점점 괴로워질 뿐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를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의 장〉에 다녀와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의 저는 이미 충분하며, 인연과보의 법에 따라 지금의 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임을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이렇게 저 자신을 인정하고 나니 저 자신이 기특했습니다. 저만 사랑했던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따뜻한 온기를 베풀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일상의 실수가 적어지고 간혹 저에게 화를 내는 사람을 보아도 그냥 바라볼 수 있습니다. 친정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가족과의 관계도 좋아져 매사가 고맙고 행복합니다. 배운 불법을 삶 속에서 실행에 옮겨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수행자로 살고 싶습니다. 욕심, 노여움, 어리석음을 끊어 성불하겠다는 원을 세워봅니다.

성남 행복아카데미 봉사 중(왼쪽에서 두번째, 황윤주 님)
▲ 성남 행복아카데미 봉사 중(왼쪽에서 두번째, 황윤주 님)

다시 찾은 보물, 남편 (정미선 님)

저는 제가 옳다는 아집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무엇이든 제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화를 내고, 성격이 급해 늘 화가 가슴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 화를 제어하지 못해서 시한폭탄을 가슴에 안고 사는 것처럼, 항상 날이 서 있고 극도로 예민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죽을 것 같은 고통에 시달리다가 한 지인을 통해 정토회를 알게 되었고, 2019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데, 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서로 욕심부려서 동종업계 사람들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죽을 만큼 괴로운 마음을 없앨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불교대학에 입학했고 바로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일과 돈 욕심으로 가득 차 악을 쓰며 살던 제 모습을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업무상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아 불교대학 수업이 부담이었지만,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저를 만나는 기쁨에 택시를 잡아타면서까지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도와준 주변 사람들 덕분에 불교대학을 개근으로 마치고 지금은 경전반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참회의 기도로 108배를 하면서, 불화가 많았던 남편과의 관계도 원활해졌습니다. 결혼하고 계속 모든 일에서 저를 1순위로 배려해준 남편이었는데, 어리석게 그것도 모르고 하나를 주는 남편에게 둘을 달라며 다그쳤습니다. 불법을 만나 제 인생을 다르게 보는 관점이 생겼고, 남편에게 참회 기도하면서 남편은 제 인생 최고의 보물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요즘은 아침 수행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새벽 산행을 갑니다. 자연 속에서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 산은 저에게 절이 됩니다.

한번은 산에 오르다가, 불교대학 입학식에서 들은 “수행자가 수행하는 곳은 항상 깨끗하고 청결해야 한다.”라는 스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제 마음속의 지저분한 곳을 쓸어낸다는 기분으로 이따금 마당 빗자루를 챙겨 가서, 산에 떨어진 여러 가지 오물들을 쓸다 옵니다. 이렇게 청소를 한 날은 제 마음이 한결 청결해진 기분이 들어 몸까지 개운합니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감사한 마음입니다. 꾸준한 정진으로 수행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남산순례 중(가운데, 정미선 님)
▲ 남산순례 중(가운데, 정미선 님)

의구심이 확신이 되다 (김경희 님)

저의 종교는 불교라며 말하면서도 정작 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어쩌다 절에 가면 사색의 장소로만 인식하며 ‘언젠가는 불법 공부를 해야지.’라는 생각만 하다가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질문을 통해 당시 제가 가졌던 고민이 해소되고, 저의 관점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마음의 중심을 바로 잡을 수 있겠다는 예감에 2019년 정토회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어려서 어른들을 따라다녔던 절과는 많이 다른 정토회가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해 의구심이 들었지만, 곧 제 예감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불교대학 초반, 마음이 괴로워 어쩔 줄 모를 때 법문을 듣고 마음이 싹 가라앉는 체험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내 마음이 이렇게 편안해질 수 있구나!’하고 기뻤지만, 한편으로 ‘그렇다면 상대의 괴로움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제가 너무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교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자등명 법등명’이라는 법문을 통해 ‘자기 자신을 자신의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해야 한다.’라는 것을 듣고 다시 중심을 잡았습니다.

두 달간 고민 끝에 입재한 천일결사 후에 매일 기도하면서, 스스로 다짐한 목표들을 이루고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첫 100일이 지나고 보니 저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과거에는 상대의 요구에 요동치던 제 마음이 요즘은 요구에 응해주든지 안 해주든지 상관없이, 평온한 상태임을 자주 알아차립니다.

저의 편안함은 저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남편에게서 제가 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듣고 변화한 저 자신이 대견했습니다. 또한, 제가 돌이킨 한 생각이 가족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제가 바뀌니 남편과 자식도 함께 바뀌는 중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 붓다, 보살이 어쩌면 진정 제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벅차오릅니다. 백일, 아니 천일, 만일을 넘어서도 “되어가는 중이다. 다만 할 뿐이다. 가볍게 하자.”라는 스님의 말씀을 붙잡고 따라가겠습니다.

경전반 조별활동 중(가운데 줄 두 번째, 김경희 님)
▲ 경전반 조별활동 중(가운데 줄 두 번째, 김경희 님)

가볍고 자유로워지는 중입니다 (김성준 님)

저는 기복신앙으로 불교에 관심이 있어 이 절, 저 절을 다녔습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다 보니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여전히 욕심, 노여움, 어리석음을 좇아 빈 껍데기 같은 삶을 사는 저를 발견하고 괴로웠습니다. 인생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휩싸였을 때, 법륜스님의 책을 통해 수행자 관점의 불교를 접했습니다. 유투브로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정토회가 ‘자신의 수행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천공동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과거에 대한 회한, 현재의 나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늘 조건과 주변에 휩쓸리며 노예처럼 살고 있었던 저에게 눈이 번쩍 띄는 주제였습니다.

그 후, 입학한 정토회 불교대학의 첫 학기는 오프라인 수업이었는데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반들이 격려와 지지로 이끌어준 덕분에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어도 여전히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경전을 읽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예전에는, 제가 괴로운 이유는 가족과 직장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차츰 저 자신의 어리석음과 욕심이 괴로움의 뿌리라는 것을 알게 되자, 제 욕심에 괴로워했을 주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부처님의 법문과 스님의 가르침 속에서 마음이 거짓말처럼 바뀌자, 매일 아침 기도가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음을 경건하고 겸손하게 맑히는 명상 덕분에 하루하루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금강경3의 문장 하나하나에 감탄하고, ‘더 이상 노예처럼 살지 않아도 되겠다.’라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불교대학 나누기 중(김성준 님)
▲ 불교대학 나누기 중(김성준 님)

또한, 주변 사람들과 상황에 화와 짜증이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모든 일은 다 이유가 있고 관련이 있어 일어날 만한 일들이 일어난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자.’라는 생각에 어떤 일을 겪어도 마음이 차분하고 편안하면서,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크게 반응하지 않으니 잔상 또한 오래 남지 않고, 늘 명상할 때처럼 마음이 차분하고 고요합니다. 아침 기도에서는 과거 일들에 대해 후회보다는 참회하고, 연기법을 통해 현재의 일을 이해하니 다가올 미래도 덜 불안합니다.

정토회를 통해 가볍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대중들이 행복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습니다. 금강경에 자주 나오는 ‘이와 같이 내가 들었사오니...’라는 말에서, 경전을 쓴 부처님의 제자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고 노력했듯이, 그 귀하고 좋은 말씀을 잘 듣고 실천하겠습니다. 또한, 저를 버리고 거듭나는 수행자가 되는 큰 원을 세우고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정토 행자 다섯 분의 수행담이 각각 다른 듯하지만 비슷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삶의 막다른 길에서 괴로워 몸부림칠 때 우연처럼 부처님의 귀한 법을 만나서 새 삶을 얻은 이야기가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토 행자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큰 원을 이루기 위한 꾸준한 정진에 큰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어 준 고성애 님, 황윤주 님, 정미선 님, 김경희 님, 김성준 님 고맙습니다. (수행담은 단체 사진의 사진 순서상,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열했습니다.)

글_이지현_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_미금법당)
편집_성지연(서초정토회_서초법당)


  1.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2.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3. 금강경 대승불교 경전의 하나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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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여러도반님들의 법문에 힘입어 저도 열심히 수행하여 깨달음에 경지에 이르도록하겟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2020-10-26 06:45:31

월등명

친정어머니를 “딸이라 여기고, 어머니의 어머니가 된 마음으로 바라보라.”라는 법사님의 말씀이 제게도 전해 와서 팍! 꽂힙니다. 수행담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누기가 저를 일깨우는 소중한 법문입니다.

2020-10-21 16:08:43

호롱불

다섯분의 부처님을 바라보는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입니다.

2020-10-21 12: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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