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영천법당
수행으로 찐 엄마로 변신하다!

영천 법당에는 차분하고 단아한 용모에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할 만큼 일과 수행을 병행하며 사는 이현아 님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소임에 힘들만도 한데 불평 없이 밝은 미소로 도반들을 챙깁니다. 자신의 수행이 아직 부족하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니 더 궁금해집니다. 한번 들어볼까요.

오늘의 주인공 이현아 님
▲ 오늘의 주인공 이현아 님

돈벌이가 인생의 목표

7년 전 2013년, 어린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아동복 장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오프라인만 했지만, 지인의 권유로 온라인 판매도 함께하였습니다. 저는 오직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전국을 뛰어다녔습니다. 3년쯤 지나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그즈음에 저는 저 자신이 아주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지며 교만해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오로지 성공에 목말라 있던 어느 날, 6학년인 큰아이에게서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혼자 학교생활을 하는 날이 잦았고, 급기야 아이는 너무 괴로워 죽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나는 내 가족을 위해서 이렇게 미친 듯이 뛰어다녔는데, 어떻게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 하며 모든 것이 부질없고 살고 싶은 마음조차 없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아이가 이야기하고 싶어 저를 찾으면 항상 “바쁘다 끊어라.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대꾸하며 넘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어쩌다 아이가 저에게 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속상해하면 저는 아이 편에 서서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친구편에 서서 아이를 나무라기 일쑤였습니다.

어린아이 혼자서 힘겹게 몇 년을 학교생활 했다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지고 뒤통수를 크게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제가 여태껏 무엇을 위해 살았고, 어떤 것을 추구하며 살아왔는지 너무 한심하고 후회스러웠습니다. 하던 일을 다 멈추었습니다. 심리 상담도 받고 교육도 듣고 봉사도 하였습니다.

법당에서 봉사중인 이현아 님(왼쪽에서 두번째)
▲ 법당에서 봉사중인 이현아 님(왼쪽에서 두번째)

내 상태를 보다

가난한 집안에서 늘 돈 때문에 시달리는 가족들을 보면서 어느 순간 저 또한 돈에 집착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성공만 한다면 제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고 행복해지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 혼자서 우리 네 자매를 건사해야 했으니 따뜻한 사랑과 관심보다 화를 더 잘 냈고 말투도 많이 거칠었습니다. 저 역시도 우리 부모님을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도 몰랐고 그냥 제가 받은 대로 그렇게 키웠습니다.

그때는 부부 싸움도 잦아 아이들이 많이 불안해했습니다. 아이들 잘 키울 생각만 하면서 살아가는 인생인 줄 알았는데, 돈에 집착하면서 제 인생을 망치고 아이마저 이렇게 된 것 같아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저는 아주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한없이 괴롭던 그때 법륜스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갈무리중인 이현아 님(앞줄 맨 왼쪽)
▲ 불교대학 졸업갈무리중인 이현아 님(앞줄 맨 왼쪽)

오직 아이를 위해서

‘내가 다시 살수만 있다면, 우리 아이가 다시 밝은 아이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하는 작은 희망에 끈을 잡고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2017년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스님 법문을 열심히 듣고 그것을 제 생활에 무조건 적용을 시키면서 오로지 저의 변화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수업을 항상 기다렸습니다.

수행 맛보기를 하면서 아침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심하게 화내고 짜증내는 것부터 수행과제로 삼았습니다. “화내지 않겠습니다. 아이 마음을 잘 들어 주겠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참회를 하였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엄마 사랑을 받고 싶었을까, 애정 결핍이 걸릴 정도였으니 제가 아닌 친구에게 얼마나 의지를 했을까. 그런데 그 친구들에게조차 상처 받았다고 생각하니 눈물은 쉽사리 그쳐지지 않았습니다. 기도하면서 아이에게 화내는 횟수가 점점 줄었습니다.

산 넘어 산, 남편

우리 부부는 비슷한 성향을 가졌습니다. 자기 생각이 강하고 잘 보듬어줄 줄 모르고 돈에 집착이 있습니다. 둘이서 그렇게 살다 보니 이런 결과가 왔다고 생각하니 너무 후회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를 위해 변하겠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신랑은 같이 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남편의 고쳐지지 않은 성격 때문에 아이가 계속 상처를 받는다는 생각이 드니 그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저는 법문 듣고 온 것을 남편한테 이야기했고, 남편은 그런 저를 못마땅해 하면서 정토회를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남편이 틀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JTS거리모금중에 도반들과(맨 앞쪽 이현아님)
▲ JTS거리모금중에 도반들과(맨 앞쪽 이현아님)

저는 그런 식으로 수행을 하고 신랑은 저를 더 못마땅하게 여기며 지내고 있던 때, 그전부터 생각은 있었지만 마음 내기 어려웠던 ‘깨달음의 장1’을 다녀왔습니다. 도반들과 소감문을 나누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알았습니다.

부모와 남편, 친구, 심지어 저의 모습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바라는 모습으로 있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아왔음을 알았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음을 깨닫는 순간 눈물이 터지면서 그쳐지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울고 눈을 뜨니 빛이 보였습니다. 제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깃털 같아진 마음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그 누구도 잘못한 사람 없고, 그 누구도 미워하고 원망할 것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때 엄마는 우리를 최선을 다해서 키우셨고, 저 역시도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몰랐지만, 저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 행동이었습니다.

남편은 그의 방식으로 가족에게 사랑을 주었고, 저에게 관심과 사랑을 원했고 인정받고 싶어 했음을 알았습니다. 그런 상대를 이해하니 오로지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법문들은 것은 절대 저에게만 적용하고 신랑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 오신날 봉사 중인 이현아 님(맨 오른쪽)
▲ 부처님 오신날 봉사 중인 이현아 님(맨 오른쪽)

아이에게서 내 모습을 보다

그렇게도 학교 가기 싫어하고 친구들 앞에만 가면 작아지던 큰아이가 이제 내년에 고등학생이 됩니다. 예전보다 많이 밝아졌고 친구 관계도 눈치 보지 않고 멋지게 대처하는 것이 보입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 저렇게 컸나 싶고, 고민이 있으면 항상 엄마를 먼저 찾는 큰아이가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제는 저도 아이 주변의 작은 일들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네가 가는 길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겁내지 말고 헤쳐 나가보라”고, “너 뒤에는 항상 응원하는 엄마 아빠가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아이가 지금 잘해 나가는 것처럼.

소임은 나를 위한 수행

2018년 경전반 진학을 하면서 경전반 꼭지를 맡았습니다. 그러더니 그 다음 해에는 불교대학 꼭지 소임을 큰 고민 없이 받았습니다. 소임봉사를 하니 삶이 점점 가벼워졌습니다. 이런 저에게 또 기회가 왔습니다. 올해는 법당지원팀장, 모둠장, 경전반 꼭지 소임을 동시에 맡았습니다.

우리 법당이 소법당이라 인원이 적어 모두 두세 개씩 소임을 맡고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비중이 있는 소임이라 직장을 다니고 아이들을 돌보며 모든 소임을 해내려니 초반에는 힘에 부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들 돌보기만도 벅찼던 제가 점점 여러 가지를 함께 해나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해나가려니 저절로 순간순간 깨어있는 모습도 봅니다. 이제는 저도 역량이 쑥쑥 커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그러니 이 일들에 오직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제 능력이 세상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이고, 주변에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존감도 올라갑니다. 앞으로도 재가 수행자로서 괴로움이 없고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일 수 있도록 꾸준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가족과 단란한 모습의 이현아 님
▲ 가족과 단란한 모습의 이현아 님


처음에는 가정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불교대학 입학을 했지만, 지금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한 발을 내디딘 이현아 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모둠장으로서 시작할 때 어려움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름을 인정하니 모둠원의 소중함도 함께 배워나가는 과정이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차분하고 조용하면서 힘 있는 이현아 도반님 ~ 사랑합니다.

글_ 이현아(경주정토회 영천법당)
정리_ 김경미 희망리포터(경주정토회 영천법당)
정수옥 총무(경주정토회 영천법당)
편집_ 이종명(전주정토회 전주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14

0/200

감사합니다

저도 수행하면 이현아보살님처럼 될 수 있겠죠~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10-27 11:03:59

박은성

감사합니다

2020-10-26 06:16:36

다보행

행복하셔서 기쁩니다

2020-10-23 21:37:03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영천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