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관법당
느리지만 꾸준히
금강처럼 단단한 나로

불교대학을 겨우 졸업하고 그만두려 했지만, 도반 덕분에 경전반에 입학해 정토회와 인연을 꾸준히 이어 가게 되었다는 김송란 님. 봉사의 횟수가 더해질수록 커지는 행복에 이제는 조금 더 일찍 공부하지 않았던 것이 아쉬울 정도랍니다. 정관법당의 열혈도반 김송란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2011년 남편과의 불화로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쳐있던 저에게 아는 언니가 정토불교대학을 권해 주었습니다. 저는 평소 종교에 대한 불신이 커서 내 괴로움을 종교가 해결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교대학에 다니게 된 이유는 정토회를 소개해주었던 언니의 한결같이 편안한 미소 때문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도 불교대학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 (왼쪽 첫번 째)
▲ 불교대학 졸업식 (왼쪽 첫번 째)

불교가 뭔지, 법륜스님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입학했으니 용어나 의식이 낯설었고, 차가운 마룻바닥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스님의 말씀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애써 소개해준 이에 대한 예의로 겨우 졸업만 했습니다. 의심도 많고 낯가림 심해 <깨달음의 장>도 천일결사도 계속 미루고 경전반 입학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년간 함께 공부하며 가장 낯익은 도반이 제 손을 잡고 같이 공부해 보자해서, 뿌리치지 못하고 한 달만 해보고 아니면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전반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입학한 경전반의 금강경 법문은 저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수업마다 저의 어리석음이 깨우쳐지고 가슴 속 답답함이 조금씩 내려갔습니다. 제 괴로움이 미워했던 남편 때문이 아니었고 제가 가지고 있던 카르마 때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월 꼬박꼬박 돈 벌어주는 책임감 있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가정을 돌보지 않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키워주신 감사함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때야 <깨달음의 장>도 가보고 싶고 천일결사에 입재하여 기도도 해볼 생각이 비로소 들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은 또 한 번 제 업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7-6차에 입재하여 매일 기도를 시작하면서 몸과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져 갔습니다.

정일사 입재 후(뒷줄 왼쪽 첫번 째)
▲ 정일사 입재 후(뒷줄 왼쪽 첫번 째)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었음을

저는 늘 배움과 깨달음이 한 박자 이상 늦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어떤 때는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해가 안 되면 행동하지 않는 성격이라 더디게 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 마음먹고 조금씩 나아갔습니다.

부산 부경대학교에서 진행된 법륜스님 강연을 우리 경전반이 맡아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무변심 법사님과 나누기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뭐라 할 말이 있을까 하고 갔는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말을 쏟아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릴 적 얘기부터 그때까지 일들을 눈물 쏟으며 다 내놓았습니다. 법사님의 “송란 님은 스스로 괴롭히며 살고 계시는군요?”라는 한마디가 제 마음에 깨달음으로 내리꽂혔습니다. ‘별로 힘든 것도 없는데 왜 스스로 괴롭히고 괴로워했는지?’ 반성과 후회의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아주 간단한 일이었는데 어리석음에 진실을 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날 함께 울어주고 들어준 도반들에게 지금까지 고마운 마음입니다.

강연봉사중( 오른쪽 첫번 째)
▲ 강연봉사중( 오른쪽 첫번 째)

이러한 시간을 거치면서 어둡던 제 얼굴이 점점 밝아져서 가족들과 친구들도 안색이 편안해 보인다며 함께 기뻐해 주었습니다. 경전반 수업이 다 끝났을 때는 도반들이 표정이 제일 많이 바뀌었다며 상을 줄 정도로 변화가 컸습니다. 기적이라 할 만큼 제가 달라지니 남편의 행동도 덩달아 변하면서 도반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지금은 정토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감사함 뿐인 소임

경전반을 졸업하고 스님의 강연 봉사 소임을 틈틈이 하면서 열린법회 진행봉사, 전법 활동을 했고 희망세상 만들기 100만인 서명운동 소임도 맡아 했습니다. 사회성이 좋아지고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커지면서 보람차고 뿌듯했습니다.

8차년부터는 해운대정토회 지원팀장 소임을 맡아서 3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 봉사했습니다. 많은 행사가 해운대 법당에서 진행되었지만, 팀장들과 마음이 잘 맞아서 어떤 행사도 부담 없이 척척 해결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성질 급한 저를 총무님과 도반들이 잘 포용해 줬다는 고마움이 크게 다가옵니다. 지금도 도반들과 그때를 이야기하며 웃을 때가 많습니다.

활동가 나들이 (왼쪽 첫 번째)
▲ 활동가 나들이 (왼쪽 첫 번째)

팀장 소임을 하니 바빠서 고등학생 딸에게 간섭도 안 하게 되고 잘하길 바라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기가 딸에게는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딸이 저에게 고등학생 때 엄마가 잔소리 안 해서 좋았다며 중학교 때부터 바빴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우스갯소리를 하였습니다.

3년간의 팀장 소임 중 참여한 <나눔의 장>은 저의 지난 상처를 한 번 더 덜어내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눈물이 어찌나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지 평생 쏟을 눈물을 쏟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묘덕법사님의 따뜻한 위로의 말씀이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따스하게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행복학교에서 함께 행복 키우기

9차년에는 통일특위 부산울산지부에서 지원팀 소임을 맡아 하면서 행복학교 담당 소임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낯가림이 심한 저로서는 힘든 소임이었습니다. 더구나 해운대에서 기장군으로 이사를 오면서 낯선 곳에서 장소섭외와 행복학교 홍보, 진행까지 혼자 다 해야 하니 부담이 컸습니다. 기장군은 온라인 신청자가 거의 없어서 아파트 게시판에 게시도 해보고 거리에서 전단 홍보와 인간 현수막도 했습니다.

지속적인 홍보로 다행히 행복학교가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젊은 아기 엄마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기가 어려워 한때는 우리 집에서 진행했습니다. 아기들이 잠에서 깨어 울기도 하고 기어 다니는 아기가 다칠까 긴장도 하면서 정신없이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행복캠프 봉사 후
▲ 행복캠프 봉사 후

한 참가자는 경찰 남편의 교대근무로 홀로 육아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괴롭다며 얼굴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옛날의 저를 보는 것 같은 안타까움에 더욱 열과 성을 다해 행복학교를 진행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이 환해지고 남편을 이해하면서 부부 금실도 좋아졌다는 말에 참 기뻤습니다. 또 가정불화로 늘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던 부부참가자가 있었습니다. 교육 후 정말 행복한 가정이 되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해왔을 때 행복학교를 진행하기 정말로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부부는 지금도 시민모임에 참가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행복학교 진행 소임 또한 저에게 큰 복이었습니다. 진행 횟수가 쌓이면서 부담감도 사라지고 진행에 익숙해지며 편안해졌고 참가자들과도 거리낌 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참가자들과 행복연습을 반복해서 연습하면서 저의 행복도 커졌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알아차림, 다름의 인정은 꾸준한 연습으로 체득됨을 알았습니다.

서원행자 되던 날 (왼쪽에서 세번째)
▲ 서원행자 되던 날 (왼쪽에서 세번째)

10차년도에는 새롭게 특위로 나온 도반들과 의논하며 더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고 과분한 대의원 소임까지 맡아서 바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가을불교대학 진행도 하고 있는데 법문을 들으며 새롭게 공부할 기회가 주어져 저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중에 힘들어하는 분들을 보면 저처럼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전심을 다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날, 남에게 관심조차 없었던 제가 참 많이 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수행하며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살아서 매일 기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고 말하는 김송란 님에게서 수행의 길을 꾸준히 가는 굳건한 수행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법륜스님과 법사님들 그리고 함께 해 온 소중한 도반들 모두가 큰 은인이며 앞으로 회향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김송란 님의 더디지만, 꾸준함을 응원합니다.

글_이태기 희망리포터 (해운대정토회 정관법당)
편집_임도영 (광주정토회 광주법당)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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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우

송란, 친구가 존경스럽습니다.~~^

2020-12-16 21:38:20

정덕

언제나 초심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함께 저도 수행할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많은 도반들에게 힘이 되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2020-10-25 10:32:33

지혜심

지금의 밝은 미소 영원하시길 바랍니다.
행복전도사!!화이팅입니다.멋지세요

2020-10-19 22: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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