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옥교법당
의리와 도반애로 똘똘 뭉쳐 지낸 2년간의 행복한 공부 - 2부

지난 9월 9일에 옥교법당 2019년 가을 정토불교대학 경전반 졸업생들의 졸업소감을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2부 소식으로 권하윤, 박재성, 조주현, 김정순 도반의 이야기를 함께합니다.

두북 봉사 마치고. 앞줄 왼쪽부터 권하윤, 법사님, 조주현, 김정순/뒷줄 왼쪽부터 최현주, 조홍제 님
▲ 두북 봉사 마치고. 앞줄 왼쪽부터 권하윤, 법사님, 조주현, 김정순/뒷줄 왼쪽부터 최현주, 조홍제 님

그냥 먹고 살면 된다

권하윤 님

저는 불안지수가 높아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나이가 드니 이곳저곳 아프고, 건강검진 결과가 안 좋으면 죽을병인가 걱정도 합니다.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에 떨며 지낼 것이 아니라, 이 문제는 꼭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괴로움이 깨달음을 통해 소멸한다는 부처님 말씀 속의 그 깨달음이 무엇인지 배우고 싶은 간절함으로 친구가 입학한 불교대학에 덩달아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괴로움이 소멸한다니까 금 캐듯이 하나 캐낼 것이 있는 줄 알고 불교대학의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고질병으로 허리와 관절이 많이 아파서 바닥에 앉아서 하는 수업이 정말 힘들었지만, 약까지 먹어가며 불교대학 졸업을 목표로 다녔습니다. 불교대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행복한지 알 수 없었습니다. 불교대학에서 절실함이 해결되지 않아 경전반에 들어갔습니다.

권하윤 님
▲ 권하윤 님

코로나19로 인해 아르바이트도 못 가게 되어 집에 오래 있다 보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이 생겼습니다. 불행이 왜 내게 왔느냐며 거부하니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불행이라도 내게 왔으니 받아들여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사람은 자기를 괴롭히느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는 스님 법문처럼 제가 그랬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 탓하고 핑계 대며 자신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들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이 저에게는 지침이 됩니다. 불법을 공부하며 부처님을 모델로 사는 사람인데 부처님보다 잘 먹고 잘살고 있지 않느냐, 새처럼, 다람쥐처럼 그냥 살면 된다는 말씀이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건강과 죽음의 문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두려워하기보다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관점이 바뀌니 편안해집니다. 앞으로 배운 법들을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아버지 방문 앞 108배와 쏟아진 눈물

박재성 님

아버지와 관계 때문에 불교대학 오기 전 <깨달음의 장>에 먼저 갔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자랐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혼을 했더니 남편하고도 같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춘기 시절엔 학업으로 바빠 아버지와 만날 시간이 적었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집을 떠나 서울에서 살아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울산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살게 되었고 갈등이 재점화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부모가 된 저에게 예전에 하던 대로 함부로 행동하고, 아이에게도 어릴 적 저한테 하던 것처럼 간섭하니 갈등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으니 친구가 <깨달음의 장>을 권유했고, 낯선 사람들과 4박 5일간 지낸다는 것이 소심한 저에게는 부담이었지만, 큰 괴로움이 용기가 되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수련을 하다가 무엇인지 모를 행복한 마음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박재성 님
▲ 박재성 님

아버지 방문 앞에서 매일 절을 해 보라고 권유를 받고 절을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절을 하면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아버지가 날 사랑했구나, 걱정해서 그랬는데 왜 그 맘을 몰랐을까? 그렇게 반평생 아버지를 원망했구나’. 그다음부터는 쌓였던 원망이 눈 녹듯 녹았습니다. 마음이 바뀌니 아버지가 어떤 말을 해도 화가 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다정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저는 불교대학에 나왔습니다. 새로운 직장에 다니며 갈등도 있지만, 요즘엔 ‘예 그냥 합니다’로 수행 거리 삼고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깨달음의 장>과 불교대학을 간 저 자신을 칭찬합니다. 머무르지 않고 해결하려 노력한 저 자신을 칭찬합니다. 앞으로 힘든 일이 있더라도 부처님 법을 의지하고 등불 삼아 잘해나가겠습니다.

남편이 데려다준 정토회

조주현 님

옥교법당 지인의 권유로 불교대학에 입학했다가 일상에서 절박하게 힘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두 달 다니다가 그만뒀습니다. 하지만 법당에는 행사 때마다 등도 달고, 오고 싶으면 오면서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조주현 님
▲ 조주현 님

불교대학 입학 전 남편이 사고로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남편은 법당 다니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절을 하려면 자기한테 삼배를 하라 했습니다. 남편은 술과 담배도 안 하고 가정적이고 근검절약하며 살았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고마운 줄 모르고 지지리 궁상이라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죽고 정토회에 오지 않았다면 많이 방황했을 겁니다. 그래서 남편이 정토회에 데려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매일 참회의 기도를 합니다. 그리고 딸이 졸업 후 집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만 큰 걱정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무 일 없다.’ 이렇게 지금 행복한 것도 불법을 만난 덕분이라 남편이 고맙습니다.

요즘은 고마운 일이 참 많습니다. 스님이 길가에 핀 잡초도 소중하고 이쁘다고 했는데 어느 날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당에 온 게 굉장히 고맙습니다. 정토회에 몸담고 있는 한 그냥 잘살고 있고 지금처럼만 살면 죽을 때까지 큰 걱정 없을 것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여기 오면 행복해진다고 해서 왔습니다

김정순 님

오래 알고 지낸 직장동료의 권유로 불교대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동료가 입학금도 내놨다며 불교대학을 다니기만 하면 행복해진다며 해맑게 함박웃음을 짓는데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나쁜 걸 권할 사람도 아니고, 그 많던 기미가 없어진 비법도 알고 싶은 마음에, 1년 과정이라는 것도 모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등록했습니다.

김정순 님
▲ 김정순 님

경주 남산 순례, 문경수련원 특강, <깨달음의 장>, <바라지장>, ‘천일결사 입재식’ 등 도반과 소풍이나 여행 가듯 설레며 재미있었고 일상 탈출 같은 해방감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느 순간 저 자신도 모르게 가벼워졌습니다. 정토회에 오면 저에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남을 원망하던 것에서 벗어나 안으로 저를 보게 되고 도반의 진솔한 다양한 인생이야기를 들을 좋은 기회였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생활하는 저에게, 도반들의 따뜻한 격려와 배려 그리고 나누기에서 수행담은 경전반까지 무사히 졸업할 힘이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경전반에서 배운 것이 무엇인지 얘기하라면 딱히 얘기할 것은 없지만 제가 변한 것은 알겠습니다. 경전반이 끝나고 수요법회에서 소임을 맡아 계속 활동하며 수행을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에 답은 못해도 자신이 변한 것은 알겠다는 김정순 님의 말이 공감됩니다. 불교대학부터 경전반까지 2년 간의 과정을 의리와 도반애로 거뜬히 마친 도반들이 정토회의 초석이 되어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드리라 기대합니다. 졸업한 도반들의 행복한 여정을 응원합니다.

글_김봉재 희망리포터(울산정토회 옥교법당)
편집_도경화(달서정토회 구미법당)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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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다들 멋져보입니다 부처님 법 만나 감사하고 스승님 가르침 배우고 실천 하면서 행복이 이런구나 하면서 하나하나 체험하고 함께 당겨주고 밀어주는 도반들이 있어 우린 행복하답니다

2020-09-23 23:00:37

박인자

불법을만나참으로다행입니다
스승님을 뵙게되어서 감사합니다 경전반에 오기 까지 옆에서 함께해주신 도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나를낫추며 비우며 수행정진합니다

2020-09-23 19:04:08

이의수

감동적인 수행담 잘읽었습니다

2020-09-23 14: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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