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여수법당
바뀌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가끔은 남편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행복하다는 김윤지 님. 아직 젊은데 어떻게 인생이 변했고, 어쩌면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여수법당 불교대학 담당과 2020년 봄불교대학 주간반 꼭지 소임을 맡고 있는 김윤지 님을 소개합니다.

가족과 함께
▲ 가족과 함께

고통의 꼭짓점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몸이 약했습니다. 체력이 약해 금방 지치고 피곤을 느꼈으며, 스트레스는 남보다 더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남편과 같이 펜션, 식당, 카페 등을 하면서 아들 둘을 키우는 것이 제게는 너무도 힘겨웠습니다. 남편과 함께 일 하면서 생기는 갈등, 일 자체의 어려움, 고객을 상대하는 것들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로 더 괴로움과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남편과 싸우면 오래 갔고, 그 고통도 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혈액에 심한 이상이 왔습니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서 이대로 가면 백혈병에 걸려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특별한 치료 약은 없습니다. 몸에 좋은 것 많이 먹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스트레스를 쉽게, 오랫동안 받는 저는 '이대로 가면 죽을 것이다!' 죽음의 공포가 덮쳐왔습니다.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습니다.

가게 앞에서 김윤지 님
▲ 가게 앞에서 김윤지 님

법륜스님의 유튜브를 시청한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들으면 공감이 되고 마음이 편안해졌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정토회 법당에 가는 것은 불교와 절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인 마음이 있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2017년 11월 법륜스님이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행사로 여수시민회관에 방문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기서 행복학교에 대한 리플릿과 수강신청서를 받았습니다. 고민 끝에 결국 수강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당시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 행사에 참석하였지만, 수강 신청한 사람은 저 하나였습니다.

행복학교에서 만난 변화

행복학교를 진행하는 담당자는 제게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화장도 전혀 하지 않고 여자처럼 꾸미는 것이 아예 없었습니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비구니 같은 느낌도 있지만, 그것도 아닌 사람같았습니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했습니다. 처음 보는 종류의 기묘한 제3의 인간형이었습니다. 그래서 경계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필요하고 절실하니 그런 것들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학생이 혼자라서 개인 교습처럼 집중적인 수업을 들으며, 숙제로 내주는 실천과제를 열심히 했습니다. 과제 중 하나였던 관점 바꾸기를 연습하고 실천해보니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보수적이고 답답하며, 고집스럽고 고지식한 남편을 억지로라도 다른 관점으로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성실하고 언제나 변함없는 믿을 수 있는 사람, 순수하고 거짓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지식해서 사업하다 흔히 당하는 사기 같은 것에 당할 일이 없는 안심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큰아들이었습니다. 몸이 힘들고 짜증 나고 화나면 그 화살은 만만한 큰아들에게로 향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것을 큰아들에게 풀었습니다. 큰아들에게 화를 많이 냈고, 욕도 했고 심지어 때리기도 했습니다.

2019년 송년법회를 마치고(앞줄 왼쪽 첫 번째가 김윤지 님)
▲ 2019년 송년법회를 마치고(앞줄 왼쪽 첫 번째가 김윤지 님)

엄마가 저렇게 노력하고 있구나.

저는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컸습니다.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해 그 상처가 있었습니다. 어릴적 상처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아이에게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나도 모르게 화를 낸다. 화를 내면 말해 주렴. '엄마 화 안 내기로 약속 했잖아요.' 이렇게 말해 주렴."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고질적인 이 버릇은 고쳐지지 않고 반복됐습니다. '화를 낼 때마다 300배를 할까? 누구처럼 전기 충격기를 사서 화를 낼 때마다 나를 지져야 할까?' 어느날 큰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네게 화를 내면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니?"
"엄마가 내게 맞아."
"그건 안 된다. 때리는 것은 안 된다."

최종적으로 1주일 굶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나중에 딴말 하지 못하도록 녹음까지 했습니다. 결심하고 아들하고 약속하고 증거녹음까지 만들었다고 이 오래된 습관이 바로 변할 턱이 없었습니다. 제가 굶어도 아이에게 밥은 차려 주었습니다. 아이는 밥을 먹으며 며칠 굶은 저를 놀리고 약 올리며 너무 좋아했습니다. 고소해하고 복수하고 있는 듯 시원해했습니다. 그래도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미움이 조금씩 해소되는 듯했습니다. '엄마가 저렇게 노력하고 있구나.' 용서하는 마음도 생기는 듯했습니다. 그 시간은 제게도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결심을 굳건하게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좌측 첫 번째부터 큰아들, 작은아들과
▲ 좌측 첫 번째부터 큰아들, 작은아들과

아들이 달라졌어요.

그러면서 행복학교를 수료하고 다음 기수 그리고 그다음 기수까지 행복학교 운영자의 자잘한 일을 도와주며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자 했습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했더니 불교대학에 입학하라고 하여, 2018년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큰아들과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큰아들이 중학교 1학년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반응하지 않던 아이가 지금의 이 아이와 같은 아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온순해졌습니다. 몸집이 저보다 더 커진 아이는 등교하면서 학교 잘 다녀오겠다며 저를 안아주기도 합니다. 시키지도 않은 설거지도 해 주고 먼저 다가와 미안하다고 말해주기도 합니다.

공부를 잘하지도, 열심히 하지도 않았던 아이는 성적도 우등생이 되었습니다. 전교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변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인 아이가 어쩌면 저보다 더 성숙한 어른이 된 듯합니다.

이대로 이 길을 계속 가고 싶다.
▲ 이대로 이 길을 계속 가고 싶다.

이렇게 살고 싶다.

감당할 수 없는 괴로움과 스트레스로 몸마저 병들어 죽음의 생생한 공포마저 느꼈던 그때가 생각이 잘 안 납니다. 불과 3, 4년 전의 얼마 안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적이 있기는 했나' 아스라한 옛날 일 같이 느껴집니다. 마치 꿈을 꾸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조금씩 변해 있었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바뀔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바뀐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기적 같은 일은 다른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아직 바뀌지 않은 부분도 계속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몇 달 전이라면, 훨씬 더 기쁜 마음으로 자신 있게 경험담을 이야기 할 수 있었을 것이었습니다. 요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조금은 껄끄러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저와 제 주변이 달라진 것은 확실합니다. 지금 제대로 정진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이대로라면 늘어난 고무줄처럼 원래대로 돌아가 버릴 것 같은 걱정도 생깁니다. 게으르고 의지도 약해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우나, 도반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여기서 발을 빼지 않고, 꾸준히 봉사도 하며 정토 행자의 길을 계속 가고 싶습니다.


엄마가 변하니 아이까지 변하게 만든 이야기는 필자에게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엄마가 굶으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고소해하고 복수하듯 즐거워하는 어린아이의 마음도 동감이 됩니다. 불과 3, 4년 전 그때 그 생생한 괴로움과 공포가 지금은 마치 꿈을 꾼 듯 아스라이 느껴진다는 김윤지 님의 말은 불교 경전의 인쇄된 한자가 살아서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글_신규호 희망리포터(광주정토회 여수법당)
편집_장순복(남양주정토회 남양주법당)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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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영

수행담을 읽으며 찡 합니다.
밝은 얼굴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네요.
발 빼지 마시고 함께 정진하며 이 길을 함께 해요^^

2020-08-12 16:22:35

장혜옥

웃는 미소가 아름다우신 김윤지 보살님~
멋지세요!
읽으면서 감동했습니다
응원합니다~ 화이팅!

2020-08-12 15:50:33

정진덕

우리 윤지 보살님~ 눈물나게 훌륭하네요~~
진심 응원합니다
그래두 굶는거는 앙대~~~
우리 같이 수행의 길로 쭉쭉 나가용 ^^

2020-08-12 03: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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