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현법당
찌질한 인생, 잘가!

많은 사람들은 열등감을 가지고 삽니다. 다만 꺼내지 않을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남탓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이 꺼내지 않았던 열등감, 자신에게 있는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드러낸 수행자 이무희 님. 이제 막 불교대학을 졸업한 따끈따끈한 이무희 수행자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자연과 함께, 이무희 님
▲ 자연과 함께, 이무희 님

내 인생, 찌질하게 안 살아도 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저는 자존감이 낮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무척 애쓰고 살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저에게 항상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칭찬했지만, 제 내면에는 열등감이 켜켜이 쌓였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엄격했습니다. 제 아이들에게조차도 똑같이 높은 잣대를 들이대고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늘 가족 안에서 힘들었고, 잘난 사람들 앞에서는 위축되었습니다. 저는 내 인생이 찌질하기 때문에 평생 찌질하게 살 수밖에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40대 초반이 되었습니다. 천주교 신앙을 가지게 되면서 신앙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가르침에 충실했고, 이웃을 사랑하고 나누는 삶은 제 성향상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밑바탕 위에 무엇을 쌓는다는 것은 모래성과 같았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완전한 행복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jts거리캠페인 중인 이무희 님
▲ jts거리캠페인 중인 이무희 님

열등감을 깨고 나오다

그러던 어느 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섬세하면서도 예리하고, 때론 송곳 같은 스님의 즉문즉설은 제 인생의 단비였습니다. '그렇게 괴롭고 싶거든 실컷 괴로워해라!' , '제1의 화살은 맞을지언정 제 2의 화살은 맞지 마라!' ,'자기가 엄청 잘난 줄 착각하고 있네' 그리고 무엇보다 '크리스찬 부디스트'라는 멋진 용어까지!! 닳고 닳도록 들었습니다. 촌철살인 같은 스님의 법문은 열등감에 젖어있는 저를 깨우기에 충분했습니다.

불교대학 입학하기 몇 달 전,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문제 삼고 있던 남편은 모두 다 내 마음이 일으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뜨거운 참회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돌아와서 다시 문제에 부딪칠 때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제 모습에 실망도 했습니다.

알아차렸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까르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행을 해야 했습니다. 깨달음의 장 동기들과 밴드에서 108배 수행을 하는데 저는 한 달 반 만에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불교대학에서 다시 수행을 시작했는데 아침잠이 많은 저로서는 일어나는 것이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중간 갈무리에서 다른 법당의 젊은 도반이 "절을 끝내지 않고는 절대 출근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나누기를 했습니다. 저는 출근도 하지 않으면서 이것도 못 하면 어쩌나, 라는 마음에 다시 힘을 냈습니다.

2019년 가을불교대학 중간갈무리 기념사진촬영
(윗줄 맨끝 오른쪽)
▲ 2019년 가을불교대학 중간갈무리 기념사진촬영 (윗줄 맨끝 오른쪽)

나 때문에 아들이 결혼하면 아내 눈치를 본다?

어느 날 아침기도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문제 삼던 남편의 행동이 떠올라 더욱 강하게 저를 자극했습니다. '왜 잘못도 없는 내가 절을 하고 있나' 라는 생각에 한심하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도 씩씩거리며 절을 했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억울함이 너무 커서 내가 옳다고 모양 짓는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꽉 움켜쥐고 있던 마음이 어느 순간 조금씩 옅어져 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한번은 불대수업 중에 담당 법사님과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법사님께서 아들에 대한 저의 고민을 들으시고 그 업식으로 키우면 아들이 결혼해서 아내 눈치를 보게 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기도를 하며 아들에 대한 참회의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습니다.

몸이 저절로 숙여졌습니다. 납작 엎드렸습니다. 저는 잘 키우고자 했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아들이 나중에 겪게 될 어려움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모든 것이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았으니 부지런히 수행 정진할 뿐입니다.

경주 남산 성지순례
담당봉사자와 짝궁도반과 함께
(제일 왼쪽)
▲ 경주 남산 성지순례 담당봉사자와 짝궁도반과 함께 (제일 왼쪽)

가던 길 가다

"남편은 좋은 사람입니다. 아이들은 이대로 좋습니다." 이것은 제가 만든 수행 기도문입니다. 제가 좋아지고, 제 가족이 좋아지고, 제 주변과 세상이 좋아지는 이 귀한 법을 만나 기쁩니다. 주변에서 어려움을 고백하는 지인에게 맞춤형 즉문즉설을 찾아 보내줍니다. 성당에서 함께 공부한 언니는 제 권유로 올해 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저에게 불교대학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 일깨워주었습니다. 제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길로 이끌어주었습니다. 이제 제가 가야 할 길을 찾았으니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엎어졌을 때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것입니다. 이만큼 온 것도 대단한 줄을 알아, 가던 길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까이에서 봉사하며 끝까지 공부할 수 있게 배려해주신 선배 도반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진지하게 삶에 임하는 모습, 직장생활을 끝내고 저녁에 모여 도와주시는 모습들... 때론 인간적인 모습마저도 오히려 제겐 힘이 되었습니다. 봉사자분들 덕분에 망설였던 발걸음을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같이 공부한 도반님들 사랑합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성남아트센타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시
주차요원봉사
(제일 왼쪽)
▲ 성남아트센타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시 주차요원봉사 (제일 왼쪽)


이무희 님이 "내 인생이 찌질하기 때문에 평생 찌질하게 살 수밖에 없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울컥했습니다. 오죽하면 자신의 삶을 '찌질한 인생'이라고 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 법을 만나 '크리스천 부디스트'가 되고, 찌질한 인생이라는 꼬리표도 떼니 마치 제 삶이 바뀐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도반입니다.

글_이무희(분당정토회 서현법당)
편집_권영숙(홍보국 편집팀)

전체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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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꽃같이 이쁘고 멋진 보살님~~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행복한 오늘만 있을거라 믿습니다~~♡

2024-02-20 18:42:24

이수희

너무 자랑스럽잖아~~
누가 너의 인생을 찌질하다고 하겠니?
혹 그렇게 생각했었다면 그건 내 탓인것 같애 ㅠㅠ
사랑한다 내동생~~
자랑스런 내동생~~
맘껏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보자^^

2020-08-11 19:52:39

이의수

수행담 감사합니다

2020-08-08 23: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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