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화명법당
수행생활 업그레이드

꾸준한 수행으로 나날이 수행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곽금순 님을 만났습니다. 장애 속에 부딪혀가며 자신을 더욱 깊이 알아가고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역경을 견디며 수행의 꽃을 활짝 피우려는 정토행자의 당당함과 겸손함을 보게 되었습니다.

기도가 좋아서 시작된 정토회와 인연

저는 친정어머니가 항상 장독대 위에 물을 떠놓고 식구들 잘되라고 기도하시는 걸 보고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을 바로 세우고 중심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면 기도를 했습니다. 집 근처 선원(禪院)에 새벽기도를 다니기도 했고, 남편이 나가게 된 교회로 아이들과 5년간 새벽기도를 나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마음이 계속 허전했습니다.

어느 날 선원에서 알게된 도반이 정토회 가정법회에 나가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왠지 사이비같아서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 후 집에서 1년 동안 혼자 새벽 5시에 일어나 108배하고 「반야심경」, 「천수경」 등 경전을 읽었습니다. 혼자하니 체계적이지 않아서 고민이었습니다. 2014년 12월에 화명법당이 개원한다는 연락을 받고, 다음해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이 있던 첫날 입학금을 들고 바로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새벽에 기도, 정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뒷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곽금순 님 )
▲ 불교대학 졸업식(뒷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곽금순 님 )

어디에서도 해보지 못한 마음 나누기

선원에서는 보살들끼리 다투는 것을 자주 봤고 도반들과 나누기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서 도반들과 하는 나누기가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제 마음을 꺼내놓지 못했습니다. 점차 다른 도반의 얘기를 들으면서 제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은 상황이나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일 년 더 공부해서 더 좋은 고등학교 가라는 아버지 뜻에 따라 한 해 늦게 고등학교에 갔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가장 큰 콤플렉스였습니다. 항상 친구들을 만나면 마음에 불편함이 있었는데, 나누기에서 꺼내놓고 난 후로는 “응, 나 고등학교 일 년 늦게 갔어.” 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 오른쪽 첫 번째 곽금순 님 )
▲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 오른쪽 첫 번째 곽금순 님 )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

저는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서 어릴 때까지 집성촌을 이루고 살던 시골마을에서 자랐습니다. 형제가 많은 할아버지 덕분에 저희 집에는 늘 많은 어르신들이 오고가고, 종손인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는 여러 어른들을 챙기느라 저희 남매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습니다. 또 나이차이가 많은 큰 언니들은 타지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느라 집에 없었고, 항상 오빠들과 남동생 위주였던 분위기에서 저만 딸로 혼자 끼어 살았습니다. 어릴 때는 서운한 줄 모르고 지냈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결혼한 큰언니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월급을 받으면 항상 조카들 먼저 챙겨주곤 했습니다. 그 후 큰 조카가 부산에서 대학 다니는 동안 데리고 있기도 했고, 작은언니가 어린 조카 셋을 두고 일할 때는 제 아이 둘과 함께 돌보았습니다. 한 아이가 감기라도 걸리면 아이 다섯을 업고, 안고, 걸려 병원을 오가며 키웠습니다. 그때 저는 친정과 시댁, 조카들에게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 아이들의 졸업과 입학 때는 시댁이나 친정에서 누구도 챙겨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못 받았던 사랑을 우리 아이들도 못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참 서운했습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힘들 때는 ‘언니들은 왜 나를 안 도와주지? 나는 그만큼 해줬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언니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마음이 수행하면서 많이 엷어졌습니다. 처음엔 「보왕삼매론」의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는 문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수행하며 돌이켜 보니, 가족에게 서운했던 마음도 제 기준에서만 생각했지 상대의 형편이나 상황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상대에게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언니들과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전에는 언니들에게 자주 토라지고 같이 다니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전화도 자주 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언니들에게 예전에 아이들 다섯 키울 때 힘들었던 얘기도 웃으면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 홍보 (왼쪽 두 번째)
▲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 홍보 (왼쪽 두 번째)

수행거리가 되는 “함께” 하는 봉사

저는 불교대학 다닐 때부터 집전 봉사, 가을불교대학 모둠장, 자원활동팀장 등 다양한 봉사를 했습니다. 모둠장을 하면서 새로운 도반들을 만나고,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가장 좋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했던 봉사는 집전 봉사만 하든지, 천도제, 공양간 담당 등 한 가지 주어진 일을 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몰랐습니다. 올해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회'를 준비하면서 제가 실무책임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주어진 일만 하다가 전체 행사를 꾸려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법당에 모이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법회가 진행되면서 봉사자 섭외도 어려웠고, 준비 상황도 수차례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제 소임만 잘하면 됐는데, 이번에는 도반들과 어울려 함께 해야 했습니다. 도반이 제 의견을 따라주지 않을 때 지적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말로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업식대로 원칙을 따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돌아보게 되고 수행거리를 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 후(오른쪽에서 두 번째 곽금순 님)
▲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 후(오른쪽에서 두 번째 곽금순 님)

습관을 넘어 진정한 수행으로

저는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하는 게 습관처럼 힘들지 않았습니다. 하기 싫은 걸 해내는 게 수행이라고 하던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힘들지 않아서 수행이 안 되나?’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정토회 다닌 후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 시숙이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는 등 여러 집안일이 많았지만 슬픔에 빠져있거나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그럭저럭 넘겨왔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작년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저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남편 일을 돕게 됐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안 부딪히는 게 너무 많아, 남편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많이 힘들어 3개월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수행자라면서 이렇게 하나”라는 남편 말에 탁 걸려 ‘수행 안 하고 악다구니 쓰겠다’ 하며 한참 많이 화를 냈습니다. 마침 천일결사 9-10차 회향 후 10차 입재식 전이라 기도도 멈추었습니다. 남편에게 화를 내면서도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까지는 괜찮겠구나’ 상황을 보면서 시위하는 마음으로 화를 내는 저 자신을 보게 됐습니다.

10-2차 천일결사 입재 후 ( 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 곽금순 님)
▲ 10-2차 천일결사 입재 후 ( 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 곽금순 님)

나를 업그레이드 하는 수행거리

10-1차 천일기도에 입재 하면서 다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습관적인 기도에서 벗어나 장애 속에서 저를 바라보니 좀 더 깊이 볼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순간 깨어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면서, 이전과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정일사 기도의 수행과제를 ‘남편에게 숙이기’로 정했습니다. 남편은 얼마나 힘들까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집에서라도 마음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위하듯 남편을 도와주지 않고 있을 때는 몸은 편해도 마음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마음을 다시 먹고 몸이 조금 힘들어도 도와주고 나면 제 마음이 편합니다. 이 수행거리가 저를 조금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나이가 좀 들면 기도 안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건강이 허락하는한 평생 수행해야겠다 생각합니다. 정토회에서 천일결사를 통해 매일 수행하며 저를 돌아볼 수 있고, 새로운 법문을 접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밝은 표정의 곽금순 님
▲ 밝은 표정의 곽금순 님

저는 남들과 다른 욕심이 많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사랑도 듬뿍 나눠주고 싶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꿈입니다. 그분들을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저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수행, 보시, 봉사하며 지혜롭고 자유롭게 살겠습니다.


곽금순 님은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을 준비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지혜로 남겨주기 위해 우리 법당만의 매뉴얼을 만들고 있습니다. 선배 수행자의 경험으로 더욱 굳건한 수행도량의 터전이 될 화명법당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며 감사와 응원을 드립니다.

글_박선희 희망리포터 ( 부산정토회 화명법당 )
편집_임도영 ( 광주정토회 광주법당 )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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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좋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7-25 19:07:01

김소희

다른 사람을 평가하기가 습관이었던 제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곽금순님처럼 원만해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0-07-09 17:08:37

무승화

화명의 곽금순님은 원래 성품이 온화하신 거 같고, 행복한 수행자의 삶, 응원합니다.

2020-07-04 01: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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