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릉법당
앙숙, 행복의 길로 이끈 인도자!

강릉법당에는 요즘 수행에 푹 빠져 사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은 바로 강경숙 님입니다. 2019년 봄 정토불교대학을 졸업 후, 현재 봄 경전반 학생으로서 사회활동담당 소임도 맡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강릉법당에서 유례없이 초고속으로 정회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그럼 지금부터 강경숙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착했던 아들과의 갈등

저희 가족은 남편, 큰 딸, 그리고 막내아들이 있습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총명하단 소리를 들었고 머리도 좋아 공부를 잘했습니다. 성격도 명랑하고 엄마 말을 잘 듣는 아주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아들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될 즈음 사춘기가 시작되었고 아들은 저와 말을 섞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아들과의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다른 이들이 볼 때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당시 제 기준으로 볼 때 아들의 변한 모습은 상상도 못한 것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휴대폰을 하다 늦잠 자서 학교에 허둥지둥 달려가는 모습이 못마땅했고 저의 잔소리는 늘어만 갔습니다.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부모님께 감사편지를 쓰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아들도 제가 못마땅했는지, 그 편지에 엄마인 저에게는 아무 말도 안 쓰고 아빠에게만 감사하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그 때의 저는 아들의 마음을 살필 여유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들에 대한 제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그렇게 아들과의 갈등은 3년 정도 지속됐습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못마땅해서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렇게 마구 퍼부어놓고 학교를 보내고 나면 후회가 밀려들었습니다. 왜 그토록 사랑하는 아들에게 심한 말을 또 했을까, 자책했습니다.

그러나 방과 후 돌아온 아들을 막상 마주하게 되면,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잔소리만 퍼부었습니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잘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신규발심행자 교육(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 신규발심행자 교육(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뒷걸음질 치다 정토회를 만나다

그 이유를 찾고자 여러 가지 책을 뒤져봤습니다. 마음이 불편할 때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대출하거나 구입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불편한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고 안정을 되찾은 마음은 같은 상황이 닥치면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제가 힘들어서 아들을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마음이 인정인지 체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래도 전처럼 아들을 봐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들은 그 때 공부를 한답시고 스마트폰이 아닌 피쳐폰을 썼습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스마트폰을 쓰고 싶었는지, 아들은 수시로 제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여러 가지 앱을 깔고 게임 등 이것저것 했는데, 그 중에 유튜브 앱이 있었습니다. 핸드폰으로 거의 전화통화만 했던 제가 우연히 유튜브를 눌렀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1>을 보게 됐습니다.

별 생각 없이 한 번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 몇 시간씩 듣게 됐습니다. 내용이 너무 좋아 친한 친구에게 한 번 들어보라고 권했는데, 그 친구가 자기 형님이 법륜스님과 함께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친구의 형님이 저에게 월간 정토 잡지와 불교대학 홍보 리플렛 및 엽서 등을 보내 줘서 정토회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정토불교대학 홍보(우측 첫번째)
▲ 정토불교대학 홍보(우측 첫번째)

저는 즉문즉설 영상 속 스님의 말씀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대화 속 질문 내용이 다 제 얘기 같았습니다. 자식과의 갈등이 있는 질문자에게 부모님께 참회기도를 하고, 절도 한 번 해보라고 권하는 영상을 보니 저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강릉법당에 전화했고, 봄 정토불교대학이 3월 19일에 개강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전화할 때가 2월 중순경이었는데, 봄 정토불교대학 입학 때까지 그냥 기다리기보다 우선 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매일 30분씩 타이머를 맞추고 절을 했습니다.

행복한 수행자가 되다

그렇게 매일 즉문즉설을 듣고, 절을 하다 보니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행복과 불행이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이 만들었다는 걸 알고 나니 사물이 달라보였습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제 생각만 고집한 것도, 사춘기인 아들이 어른될 준비를 한다는 것도, 스님 법문을 듣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아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절을 하는 동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많이 울었습니다.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제가 생각한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잔소리하고 꾸지람을 퍼부었던 지난날이 떠올랐습니다. 매일 절을 하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아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아들이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수업 중 <천일결사2> 맛보기 시간에, 담당자가 아침에 기도해 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저녁에 절을 했었습니다. 원래 아침잠이 많아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보통 7시경에 일어나는데 갑자기 2시간을 당겨 일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여겼습니다. 그러나 함께 기도하는 분들의 도움으로 며칠간 아침기도를 해보니 몸은 힘들어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물론 처음엔 힘들어서 기도 후 잠깐 누워 있고 낮에는 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차츰차츰 몸이 적응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정토회 문경 수련원에서
▲ 정토회 문경 수련원에서

이후 아침기도를 꾸준히 하면서 삶에서 처음 맛보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전에는 늘 아침 시간이 정신없었습니다. 지금은 여유롭게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이 학교 갈 때도 편안한 마음으로 배웅을 합니다. 아침을 그렇게 시작하니 남은 시간도 연달아 여유롭고 편안해졌습니다.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기도를 매일 합니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에는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만약 남이 시켜서 책임감이나 의무감으로 아침 기도를 했다면 아마 며칠 못하고 그만뒀을 것입니다.

든든하고 고마운 후원자, 남편

한 번은 오랜 기간 참여한 모임에서 부부동반 1박 2일 여행을 갔습니다. 사전에 한 약속이라 가기는 했는데, 남편이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저희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 밖에서 잠을 자면 제가 아침기도를 하는데 불편하고 힘들까봐 남편이 저를 배려했던 것입니다.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남편은 참 잘 만난 것 같습니다.

최근 수행맛보기 정진 중 하나로 아침마다 하는 300배 때문에 제가 약간 힘들어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은 “그렇게 힘들면 이제 그만하면 안돼?”라며 저를 걱정했습니다. 저는 “3년은 꾸준히 기도해야 나를 바꿀 수 있다고 스님이 말씀하셨어.”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빙긋이 웃기만 했습니다. 제가 아침기도를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홍보(좌측)
▲ 정토불교대학 홍보(좌측)

가족들이 인정한 나의 변화

정토불교대학 졸업 즈음 소감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가족들에게 제가 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들은 “엄마가 엄마로서의 책임감, 의무감이 강했었는데 이제는 그것으로부터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 느낌이야.”라고 말했습니다.

딸은 “엄마가 화를 많이 내고 잔소리를 하는 등 날카로울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화도 안내고 잔소리도 덜하고 목소리도 부드러워졌어.”라고 대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편은 “당신은 매사에 도전적이었는데 지금은 덜 도전적이고 유해졌어.”라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의 솔직한 답변은 저에게 큰 감동이었습니다. 저와 가장 가까이에서 삶을 함께한 가족이 저의 변화를 느꼈다고 하니, 정말로 제가 뭔가 바뀌긴 했나 봅니다. 그렇게 지난 1년여의 시간은 저에게 크나큰 행복을 선물했습니다. 또한, 불교대학 졸업 후에 경전반 입학 때까지 수업이 없었지만, 스님의 좋은 말씀을 계속 들으며 수행을 이어가고 싶어 수행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또한 지금까지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침기도를 하면서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기도를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제 안의 불안함, 두려움 등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전에는 사람을 대할 때 조급함,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면 저 사람이 나를 안 좋게 생각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하고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사람이 나를 좋게 생각하던 안 좋게 생각하던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고 내가 거기에 끌려 다닐 이유는 없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야.”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해졌습니다.

달라진 건 내 마음 뿐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빠지면 그들이 뒤에서 뭐라고 할까 늘 신경을 쓰고 조마조마 했는데 지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들이 뭐라고 말하든 그건 그들의 자유고, 저는 저의 행복을 위해 가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가게에서 손님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우리 가게에 자주 오던 단골손님이 어느 날 다른 가게로 가면 배신감에 치를 떨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뭐 그럴 수 있지 하고 가볍게 넘어가게 됐습니다.

사실 저도 손님 입장일 때는 더 싸게 파는 곳이 있다는 소식에 단골가게가 아닌 다른 곳에 들르곤 했습니다. “내 눈의 대들보는 안 보이고, 남의 눈에 티끌은 잘 보인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일상을 바라보는 저의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관점 하나 바꿨을 뿐인데 제 마음은 전과 달리 편안해졌습니다.

즉문즉설 강연 봉사(왼쪽에서 네번째)
▲ 즉문즉설 강연 봉사(왼쪽에서 네번째)

이렇게 저에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들은 여전히 핸드폰을 늦게까지 만지고 늦잠을 잡니다. 가게의 손님들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단지 달라진 건 제 마음일 뿐입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제 생각을 내려놓자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제 안의 미움도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님 법문을 듣고 아침 기도 시간을 많이 기다립니다. 이런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감사함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여러 가지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일이 주어지면 기꺼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것도 저에게 일어난 변화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제 삶에는 커다란 행복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 행복의 비결은 다름 아닌 수행입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행복한 수행자가 아니라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아들과의 갈등에 오히려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로 거듭난 강경숙 님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수행자의 향기가 더욱 깊어지는 봉사자, 강경숙 님의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글_임종명 희망리포터 (원주정토회 강릉법당)
편집_성지연 (서초정토회 서초법당)


  1. 즉문즉설(卽問卽說): 법륜스님이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한 프로그램. 살아가면서 겪는 괴로움과 어려움에 대해 '즉시 묻고, 즉시 이야기 하는 대화 방식'을 말합니다. 

  2.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했습니다.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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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성

행복한 수행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저도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2020-08-10 23:23:02

박혜진

“내 눈의 대들보는 안 보이고, 남의 눈에 티끌은 잘 보인다.” 라는 말씀이 정말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7-25 18:55:49

무애향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2020-07-06 07: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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