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원주정토회
'을'의 인생에서 '수행자'의 인생으로!

아기곰처럼 큰 덩치와 순박한 웃음으로 거리모금을 하는 도반이 있습니다. 유난히 남자도반이 귀한 원주법당은 거리모금을 할 때면 힘겨웠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모금장소로 가기 위해서 작전을 잘 짜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불교대학생 변일영 님. 짧지만 울림 있는 고백을 들어보겠습니다.

'을'로 살던 인생을 접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배우게 된 정토불교대학대학을 졸업하고 주로 영업 관련 일을 했습니다. 증권회사, 제약회사, 마트, 화장품 회사를 전전하며 10년을 보냈습니다. 일하면서 회의감도 많이 들었습니다. 제품 판매를 위해 고객에게 부탁하는 일이 항상 ‘을’로 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법륜스님의 유튜브를 보면서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재미있게 살고 싶다. 기왕이면 남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면서 의미 있게 살고 싶다.’

마지막 화장품 회사를 퇴직하고, 바로 배낭 메고 네팔과 인도를 한 달간 여행했습니다. 네팔과 인도 여행이 저를 새 삶으로 이끌었습니다. 영어도 잘 못 하고, 혼자서 해외여행 하는 것이 처음이라 긴장과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뿐, 막상 해보니 ‘별거 없네’라는 생각이 들며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인도와 네팔 여행중에 만난 아이들
▲ 인도와 네팔 여행중에 만난 아이들

108배를 다 못해도 매일 한다는 마음으로

여행을 마치고 2019년 정토봄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 무렵 원주에서 도시재생 활동가로 일했습니다. 도시재생 일을 하면서 정토회에서 배운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데 수행하기 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남 탓을 하거나 환경 탓을 했습니다. ‘왜 저 사람은 자기 의견만 고집하지?, 저 사람은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 ‘다른 지역은 대우가 좋은데, 왜 우리는 처우가 열악할까?’

수행하면서 그때서야 괴로움의 원인은 바로 나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순간순간 화와 짜증이 일어나면 바로 알아차리는 연습도 했습니다. 전에는 화가 나면 일주일 정도 지속되었는데 수행한 후로는 괴로움이 하루를 넘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매일 새벽, 108배를 다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매일 열 배라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매일 하려고 노력합니다.

천배 정진하는 변일영님
▲ 천배 정진하는 변일영님

새 인생의 시작점, 〈깨달음의 장1

2019년 3월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기 전, 〈깨달음의 장〉을 먼저 다녀왔습니다. 신청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서 인터넷 속도가 빠른 pc방에서 신청했습니다. 선배 도반들의 말을 들어보면 불교대학 1년 다닌 것보다 〈깨달음의 장〉 한 번 다녀오는 게 더 낫다고 들었는데 제게도 그 말이 맞았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욕심, 무지, 고민이 단박에 깨졌습니다.

‘나는 지금도 괜찮다. 나는 지금 이대로도 행복할 수 있다. 욕심과 무지로 인해 스스로 괴로움을 만들고 있다’를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깨달음의 장〉 한 번 간 것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깨달음의 장은 저 자신을 돌아보게 했고, 새 인생을 시작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남이 아닌 나를 돕는 JTS 거리 모금 캠페인

선배 도반을 따라 JTS 거리 모금 캠페인을 갔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많이 부끄럽고, 창피했습니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떡하지? 괜히 욕 얻어먹는 건 아닌가?’ 거리모금을 하기 전에는 저도 모금 캠페인을 그냥 지나치거나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는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졌고, 정토회 운영이 투명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신뢰감이 높아졌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모금 캠페인을 하지만, 실제로는 캠페인을 하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니 제게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나는 왜 창피한 마음이 생길까? 남들에게 잘나 보이고 싶나?, 그런 허상 때문에 괴로움이 생겼구나’ 이렇게 자동으로 저를 돌아보는 수행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남을 돕는다는 것은 오히려 저를 돕는 일이었습니다.

jts 거리모금 캠페인 (왼쪽 변일영 님)
▲ jts 거리모금 캠페인 (왼쪽 변일영 님)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자리이타의 삶

원주시 학성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에서 1년 동안 일을 하고, 서울로 이직했습니다. 조금 더 견문을 넓히고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학성동 주민들이 송별회 때 꽃과 기념품을 제작해주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이라 감동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주민들과 갈등이 많아 어려웠는데 수행의 관점으로 주민들을 대하다 보니 가족처럼 편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공유와 연대가 실현되는 새로운 문명을 만든다’라는 천일결사의 목표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경쟁사회, 승자독식, 물질만능주의, 양극화 문제 등 우리나라는 아직 개선할 사회 문제가 많습니다. 2600년 전 부처님의 가르침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울림과 해답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저는 현재에 잘 깨어 있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근심 걱정도 많습니다. 수행도 빼먹을 때가 많고, 업식에도 계속 휘둘립니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좋습니다. 조금 더 수행 정진해서 저도 좋고, 남도 좋은 자리이타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정토회에서 얻은 매우 값진 보물입니다. 좋은 공부를 안내해주는 스승과 도반들에게 감사합니다.


코로나19로 법당 출입이 어려운 상황이라 인터뷰가 걱정되었는데, 변일영 님이 선뜻 기사를 작성해주었습니다. 흔쾌하게 거리모금 담당을 하셨는데 다른 지방으로 가게 되어 아쉽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열심히 거리모금 활동을 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든 수행자로 행복하길 응원합니다.

글_진창욱 희망리포터(원주정토회)
편집_권영숙(홍보국 편집팀)


  1. 깨달음의 장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4박 5일 

전체댓글 9

0/200

청정화

남을 돕는 일이 나를 돕는 일이다.
하나 배우고 갑니다.

2020-06-16 01:16:31

자재왕

거사님,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길을 걷는 도반으로써 든든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2020-06-02 07:32:13

보통인간

결국 스스로가 만든 괴로움의 덫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지요. 그런 덫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결국 자기 자신의 실체를 아는 길이지요.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절실하게 아는 것임을 도반님의 글을 통해 다시 알아집니다. 어디를 가나 어디에 있나 항상 평화로움을 유지하길 바랍니다.

2020-05-27 15:34:19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원주정토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