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마산법당
청년운동가 백창열 님 이야기

잘 쓰이는 사람. 이 분을 보면 그 말이 떠오릅니다. 여러 소임을 거쳐 지금은 창원정토회 전국대의원이자 행정처 홍보국 영상콘텐츠팀 영상기획제작담당 소임을 하고 있는 만능재주꾼, 마산법당 백창열님 이야기입니다.

초파일 연등 만들기 후 법당에서 한 컷!
▲ 초파일 연등 만들기 후 법당에서 한 컷!

정토회와의 인연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절에 가면 재미있고 여학생들도 많다고 해서 절에 갔는데, 가보니 절 도량이 너무 좋고 향냄새도 좋아서 고등학교 3년 내내 절에 다니면서 활동을 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다른 동아리 활동이 하고 싶어서 동아리방을 찾아갔는데, 불교학생회라는 동아리방이 보여서 대학에서는 어떻게 활동을 하는가 싶어서 무심코 들어갔어요. 그때 동아리방에 있었던 분이 불교학생회 동아리 회장이신 지금의 묘향법사님입니다.

동아리 들어가서는 3년 동안 불교 활동했다는 자만심에, 형식적이고 의식적인 부분에서 어설프게 보이는 선배님들의 활동이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유수스님이 ‘행복’이라는 주제로 하는 강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대학이라는 곳이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더 큰 것을 배우는 곳이며, 대학 4년 동안 내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유수스님의 강의는 대학 와서 고등학교 때와 다름이 없는 방식의 공부 속에서 갈등하던 나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방학이 되고 친구들은 다 아르바이트하는 계획을 세울 때 저는 지금의 보광법사님과 선배님들의 권유로 여름 수련을 가게 되면서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대학생 동기들과 함께하고, 용두리 수련원에서 1달 수련이 끝나고 도반들은 집에 갈 때, 1달 더 있다가 내려가는 게 어떠냐는 선배님과 스님의 제안에 홍제동 정토법당으로 가서 제 인생 첫 만 배를 하였습니다. 만 배를 하면서 정말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만 배를 다하고 나서는 만 배도 한 내가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겨 좋았습니다. 이후 저는 방학 때마다 서울 정토법당에 2달 살기 위해 매번 만 배를 하게 되었고, 3학년이 되던 해에 가라는 군대는 안 가고 휴학 후 부산 동래법당에 공동체 입재를 하고 한국 대학생 불교연합회 부산지부장을 하면서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서울에 있는 정토회관에 공동체 입재를 해서 군대 가기 전까지 7년간 활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만 배를 9번 하게 되어 아마도 제가 정토회에서 만 배를 제일 많이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도반들이 만 배를 많이 해보았으니 쉽게 잘하는 방법이 없냐고 물어봅니다. 만 배의 경험이 많아도 만 배는 할 때마다 힘이 듭니다. 쉽게 잘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아도 그냥 하면 됩니다. 다만 만 배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없기에 할 일이 있으면 그냥 가볍게 하게 되는 것이 좋은 점입니다.

 

경주 역사기행(가운데가 백창열 님)
▲ 경주 역사기행(가운데가 백창열 님)

현재 맡고 있는 소임 

저는 지금 창원정토회 전국대의원이자 행정처 홍보국 영상콘텐츠팀 영상기획제작담당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활동할 때 JTS, 좋은벗들에서 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잘 쓰이겠다고 발원하는 수행자는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 꺼리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유수스님의 말씀을 듣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지만 선뜻 나서지 않는 법당 불사, 긴급구조단 활동, 홈페이지 관리, 컴퓨터 관리, 회원 관리시스템 등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하지 못한 사회활동 소임, 수행법회 담당, 수행법회 웹자보를 만들어 전국에 보내고, 정토회 활동에 필요한 영상과 이미지 작업, 경남 청년 활동 지원 등 다양한 소임을 지난 9차에 하였으며 현재 창원법당 청년모둠장, 청년가을불교대 교실꼭지로 청년활동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통일체육축전(뒷줄 맨 왼쪽이 백창열 님)
▲ 통일체육축전(뒷줄 맨 왼쪽이 백창열 님)

대학생 때부터 시작한 북한동포돕기 운동

1998년 대학 2학년 때 북한동포돕기 운동을 하면서입니다. 다음 해에 중국에 가서 북한 동포들이 탈북할 때 건너던 압록강과 두만강을 보고 고구려 발해 유적을 돌아보면서 북한 동포들의 아픔이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결해야 하는 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에 돌아와 부산역에서 매주 모금을 진행하였고 학교 정문 108계단에서 아침마다 북한 동포를 위한 참회 예불을 올렸습니다. 북한 동포처럼 매일 굶지는 못해도 금요일 점심 한 끼 굶기를 통해 그들의 고통을 느껴보고 점심값을 모아 북한 동포에게 보냈습니다. 북한 동포들의 아픔으로 인해 통일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간절한 마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북한 동포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정토회 활동에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군대 가는 날 아침 발우공양 끝나고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앞줄 가운데가 백창열 님)
▲ 군대 가는 날 아침 발우공양 끝나고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앞줄 가운데가 백창열 님)

뜸했던 정토회 활동

종갓집 종손으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기대와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부엌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고 내 손으로 밥을 차려 먹은 적도 없습니다. 심지어 비빔밥을 먹으면 딸 낳는다고 비빔밥도 안 먹었습니다. 부모님은 대학 와서 정토회를 만나서 부모님의 기대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저를 보며 반대를 많이 했습니다. 방학 때마다 2달 동안 사라지는 아들을 보는 것도 싫어했지만 참으셨는데, 휴학을 하고 동래법당에 들어가서 산다고 했을 때는 정말 반대가 심해서 공부한다고 부모님 속이고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은 오래가지 않아 부모님이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졸업하면 남들처럼 제대로 살지 않을까 기대를 하셨습니다. 대학 4학년이 되던 해에 돌연 서울 정토회관으로 떠나면서 부모님과의 관계는 나빠졌습니다. 군대도 안 가고 절에 가 있는 저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정토회관에서 아침 발우공양이 끝나고 군대에 갔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군대는 평소 하던 일 하다가 그냥 갈 때 되면 잘 다녀오겠다 하고 가는 곳이 맞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대에 가니 정토회 생활보다 더 편했습니다. 군대에서는 천일결사 수행을 할 수가 없었고 자연히 수행과는 멀어지는 편한 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군대라는 곳이 어머니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아버지로 인해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들로서 해드린 게 없다는 미안함에 군대 후 정토회관에 회향을 하였습니다.

마산으로 내려왔는데 사사건건 아버지와 부딪쳤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반대하고 내려오라고 했을 때는 언제고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다 반대하는 아버지 모습이 미웠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를 생각하며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참고 살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10년 동안 부모님을 위해서 해드린 게 없으니 이렇게 내려온 거 10년 동안 보답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견디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행복하지가 않았습니다. 괴로움을 해결하고자 연애도 해보고 다른 것들도 해보았지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은 내 선택인데 자꾸 부모님 탓을 하니 힘들 때마다 서울에서 잘살고 있는 나를 흔들어서 이렇게 만들었다는 원망과 미움이 생겨 괴로웠습니다. 10년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살다가는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에 정토회를 다시 나왔습니다. 다시 정토회 활동하면서 부모님 탓, 남 탓하면서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았던 지난 나의 모습이 보이면서 부끄럽고 참회가 되었습니다.

청년 산책 답사(맨 오른쪽이 백창열 님)
▲ 청년 산책 답사(맨 오른쪽이 백창열 님)

활동 중에 보람 있었던 점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지금 제가 정토회 활동을 하는 것은 유수스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결혼도 하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이런저런 하고 싶은 일이 많겠지만, 이번 생애만은 조국과 민족과 불교의 중흥을 위해서 잘 쓰이자는 말씀에 저도 원을 세웠습니다. 중간에 원을 놓쳐서 헤매었지만 다시 발원하며 남은 생은 이와 같이 가볍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청년 불교대학 특강 수련(맨 오른쪽이 백창열 님)
▲ 청년 불교대학 특강 수련(맨 오른쪽이 백창열 님)

몸소 실천하는 환경운동

대학 때 법회에서 환경특강하러 온 강사님이 농부가 쌀 한 가마니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1년이라고 하면서 우리가 무심코 남기거나 버리는 밥 한 톨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공대생답게 쌀 개수랑 1년이라는 시간을 이용해서 계산하려고 했는데, 강사님이 쌀 한 톨도 쌀 한 가마니와 같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였을 때 순간 멍해졌습니다. 많고 적음으로 대상의 가치를 매겼던 나의 어리석은 생각들이 바뀌게 되었고 이날부터 지금까지 환경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회사에서 뒷물하려고 생수병을 사용하는데 회사 동료가 물인 줄 알고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그 사실을 아직도 말을 못 하고 있습니다. 화장실 가기 전에 물 받는 것이 번거로워 물을 채워놓았는데 이날부터는 빈 통을 두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은 주문하지 않습니다. 동료들과 짜장면집에 가면 항상 짜장면을 시켜 먹습니다. 짜장면은 다 먹고 그릇까지 닦아 먹을 수 있지만 적게 달라고 요청해도 짬뽕은 너무 많아 국물까지 다 먹을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동료들이 자기들이 먹겠다고 시키라고 해놓고는 국물은 항상 제가 먹어야 해서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는 것만 주문하게 되고 음식을 남기지 않게 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과자를 참 좋아했습니다. 자다가 일어나도 과자가 있으면 울지도 않고 조용히 과자를 먹고 얌전히 있는 아이였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쓰레기 제로 운동으로 비닐에 들어 있는 음식을 반입하지 않게 되면서 과자를 먹기 위해 통이나 주머니를 들고 마트에 가서 비닐을 벗겨 과자를 넣어 와서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지금 과자를 먹기 위해서 참으로 힘들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과자를 사 먹는 횟수가 줄어들고 지금은 집에서도 과자 비닐을 반입하지 않고 주머니에 담아 오다 보니 어느새 과자를 사 먹지 않게 되고 1년에 과자를 한두 번 정도 먹게 되었습니다. 맛에 탐닉하여 즐겨 먹는 나의 행동을 알아차리고 더불어 환경을 지키는 일에 도움이 되니 참 좋습니다.

지부 팀장들과 정일사 수련(맨 오른쪽이 백창열 님)
▲ 지부 팀장들과 정일사 수련(맨 오른쪽이 백창열 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지금 돌이켜보면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활동도 회향하고 나를 위한 일을 찾아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고, 함께 살면서도 내가 부모님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생각을 가지니 참고 견디는 것이라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마음은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다시 수행 정진을 하면서 정토회 활동과 부모님을 봉양하는 것이 거룩하고 아름다운 희생이 아니라 나의 선택으로 나를 위해서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어 참 좋습니다.

전법을 하다 대중들에게 죽음을 당한 부처님 제자는 죽음마저도 나를 위한 것이었기에 상대를 원망하지않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아침에 눈을 뜨고 정진하고 출근해서 일을 하고 정토회 소임을 하는 것이 애쓰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기에 기쁜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9차 천일결사 회향을 하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목표가 명확하지않았구나 돌아봐지며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여야지 원을 세우며 9차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제때 하지못했던 천일결사 기도를 천일동안 매일 오전 5시 정진을 놓치지 않겠다 정하고 가족과 직장, 정토회 소임에서 필요에 의해 잘쓰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 재미있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나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함께 하는 도반들이 있기에 나와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드는데 한 걸음 한 걸음 기쁘게 나아갑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부처님 법 만나서
도반들을 만나서
 

글_백창열 님(마산정토회 마산법당)
정리_정명숙 희망리포터(마산정토회 마산법당)
이전 편집_조미경(경남지부)
현재 편집_서지영(홍보국 홈페이지 운영팀)

전체댓글 31

0/200

지금 여기

야~~~. 이렇게 사는 분도 계시는 군요.
참으로 이런 모습이 있기에 현재의 정토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07-13 14:04:44

묘명심

대학생때 일들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추억들이 다 소중하네요 감사합니다

2020-06-26 07:50:45

무승화

조금은 나이든 사람으로서 이처럼 젊은 세대분 (40대라 여겨짐)께서 사회/국가적 의식을 가지시고 거기에 주어진 재능을 기부하시며 정토세상을 일구시는 모습에 감화됩니다. 응원합니다. 건강하세요. 그래야 일하실 수 있으니까요.

2020-05-10 23: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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