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중랑법당
평생 좋은 인연, 고교 동창생의 수행담

어느새 봄이 와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난 봄날들과는 다르게 마스크를 한 모습으로 가까스로 봄을 맞이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을 차례대로 보고, 만지고,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코로나 19가 진정되는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요. 일상의 평범함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중랑법당에는 자유로운 삶의 여유가 녹아있는, 아름다운 미소를 닮은 두 여고 동창생이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온라인으로 수행담을 받았습니다. 평생 좋은 인연인 두 여고 동창생의 수행담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015 경전반 졸업식 (왼쪽 김병숙님, 오른쪽 황미옥님)
▲ 2015 경전반 졸업식 (왼쪽 김병숙님, 오른쪽 황미옥님)

김병숙님의 수행담

친구 덕에 온 정토회

2019 가을불교대학 남산순례 (담당자인 김병숙님)
▲ 2019 가을불교대학 남산순례 (담당자인 김병숙님)

큰아이를 대학 보낸 후 그 보상으로 시어머니께 휴가를 받았습니다. 밥을 하기 싫은 마음에 가장 긴 템플스테이를 찾았던 것이 정토회의 〈깨달음의 장〉이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정토회 불교대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에게 스님의 즉문즉설을 소개해 준 고마운 친구와 함께 노원법당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친정, 시댁이 모두 불교를 믿어서 절에는 숱하게 다녔지만 내 마음을 알아가며 수행자의 마음으로 다닌 곳은 정토회가 처음이었기에 불교대학과 경전반 수업을 들으며 새롭게 내 삶이 업그레드 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변하지 않는 남편을 바꾸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던 것에서 벗어나, 나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남편 탓, 시어머니 탓, 애들 탓을 하는 피해의식이 있었는데, 어느덧 불교대학 담당, 불교대학 팀장 등의 소임을 맡으며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나로 변해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는 것인 줄 알았는데, 받는 것이었어요

불교대학을 다니며 바라본 노원법당 선배 도반들의 적극적인 봉사가 너무 부담되어서 한 학기를 쉬었다가 경전반을 다닐까? 하는 나름의 꼼수도 생각했습니다. 또 경전반 졸업 후에는 마침 중랑법당이 집 근처에 생겨서 가깝다는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도피처로 삼아 법당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매번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으니 불교대학 담당도 맡아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소임을 안 해봤으면 절대 못 느꼈을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봉사가 주는 것인 줄 알았는데 도리어 내가 도반들에게 더 감사하게 되는 계기가 됐고 지금까지도 그 마음 그대로입니다.

막상 하기 전까지는 부담되고 지금까지도 뛰어넘지 못 한 것들도 많지만 소임 맡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타율적이고 게으른 내가 그 끈이라도 잡고서 지탱해나가는구나 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토회의 소박하고 검소하며 단순한 삶을 지향하고 잘 따라가려고 노력 중이며 100프로는 아니지만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서서히 바뀌어나갈 것입니다.

2019주간가을불대입학식 (셋째줄 가운데 불교대학 담당자 김병숙님)
▲ 2019주간가을불대입학식 (셋째줄 가운데 불교대학 담당자 김병숙님)

불법을 만나게 해준 소중한 인연

돌아보니 긴 세월 동안 나의 긴긴 하소연을 들어주고 내 삶의 전환점인 정토회와의 인연을 소개해주고 지금껏 함께 수행하고, 마음을 나누며 동거동락을 해준 황미옥 도반과 소중한 인연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항상 서두르지 않고 지혜롭고 여유 있게 저를 잘 이끌어주고 마음을 다져 먹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고맙다...친구야…

황미옥님 수행담

나를 돌이키라는 스님이 미웠어요

2019 봄경전졸업식 사회 (코로나로 정토회별로 졸업식 진행:노원정토회 5개법당 졸업식) (황미옥님)
▲ 2019 봄경전졸업식 사회 (코로나로 정토회별로 졸업식 진행:노원정토회 5개법당 졸업식) (황미옥님)

작은아들이 한창 공부해야 할 고등학생 때 학업을 등한시하여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습니다. 안 그래도 못마땅한데 고분고분하지도 않는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웠습니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는데, 그때 제가 듣기에는 스님이 어찌나 질문자의 아픈 마음을 찔러대는 말씀을 하시는지, 그 말들이 마치 나에게 하는 말처럼 억울하고 화가 나 듣다가 꺼버리고 씩씩거리곤 했습니다. 해야 하는 공부는 안 하면서 내 인생에 참견하지 말라고 말대답하는 아들놈이 나쁜 놈이지 왜 정성껏 키워 학교 보내주고, 비싼 사교육 시켜주는 엄마가 잘못이라는지.... 이럴 수는 없다며 억울해 혼자 화를 내다가 며칠 지나면 아쉬우니 또 듣다가 꺼버리길 반복하며 조금씩 스님의 말을 이해해 갔습니다. 그렇게 학업성적 때문에 아이와 전쟁을 벌이던 시기를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며 더 악화되지 않고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장래가 걱정이던 아들은 지금은 직장을 잘 잡아 독립하였으니 큰 가피를 받았습니다. 수행하면서 아이와의 갈등은 어리석은 내 욕심으로 빚어진 괴로움이었구나! 깨닫고 이제 일상에서 집착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절친에서 수행도반으로

2017 광화문 전쟁 반대 시위 (오른쪽부터 황미옥님, 김병숙님)
▲ 2017 광화문 전쟁 반대 시위 (오른쪽부터 황미옥님, 김병숙님)

중랑법당에서 같이 수행하는 김병숙 도반은 고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제일 친한 친구입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병숙이는 절친인 저에게 자주 긴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친구의 시집살이와 속상한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던 저에게 10년 전 하소연이나 지금 듣는 하소연이나 같은 이야기 같았습니다.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었던 터라 “병숙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들어봐. 나는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 권했더니 바로 찾아 열심히 들었나 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음의 장〉을 다녀와야겠다며, 친구들에게 수련 신청이 선착순이고 경쟁이 심하니 같이 신청해달라고 수선을 피우더니 접수 성공을 해서 가더라고요. 원래 마음먹으면 바로 실행하는 실천력이 좋은 친구라 잘됐네 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더니 열의에 불타서 불교대학에 함께 가자고 하기에 좋다 하고 왔지요. 

이 좋은 법을 만나서

2019년 11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홍보 나가기전 찰칵 (뒷줄 맨 왼쪽 김병숙님,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황미옥님)
▲ 2019년 11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홍보 나가기전 찰칵 (뒷줄 맨 왼쪽 김병숙님,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황미옥님)

불교대학에서 실천적 불교사상을 배우며 감동이 커, 50살에 불교대학에 입학했으니 60살이 될 때까지 정토회에 있어 봐야겠구나, 여기서 10년 정도 배우고 수행하면 편협하지 않고 넉넉한 인품 좋은 사람으로 늙어갈 수 있겠구나 하고 마음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당 일에 항상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김병숙 도반과는 달리 저는 내 생활의 일부만을 법당에 할애하고 가정과 균형을 맞추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소임을 권하는 도반들께 늘 ‘무리하고 싶지 않다 가늘고 길게 법당에 다니고 싶다’며 뒤로 빼곤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어느덧 불교대학 담당, 경전반 담당, 8대 행사담당, 수행법회 담당을 거쳐 부총무 소임을 하고 있으니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들어와 있는 내가 있습니다. 지난 날을 뒤돌아보니 소임을 ‘예’하고 흔쾌히 받은 적은 없지만 그래도 부딪쳐가며 잘 쓰이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덕분이었구나 알아갑니다

2019년에 회향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1000일 기도' 참여사진 (황미옥님)
▲ 2019년에 회향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1000일 기도' 참여사진 (황미옥님)

육 남매 중 둘째인 저는 밖에서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집에서는 언니도 이기고 동생들에겐 대장 노릇을 하는 고집이 센 아이였습니다. 다행히 결혼한 남편은 순하고 유머 있는 사람이라 무난히 잘 지냈지만, 어느 날 남편이 ‘당신에게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왜 사과하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내 모습을 되돌아보았습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유한 남편 덕에 편안하게 잘 살았구나! 깨닫고 요즘은 아침마다 가족들에게 감사 기도를 합니다. 이제는 가족들에게 예전에 안 하던 미안하다는 사과도 잘합니다. 요즘 남편에게서 영혼 없는 사과를 잘한다는 말까지 듣고 있으니 많이 유연해진 것은 확실합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반 담당을 하면서 책임감으로 시작한 아침수행은 점차 내 생활의 중심이 되어 주었습니다. 지식으로 배운 불법을 일상에 연습하고 돌이켜 참회하는 조용한 아침 시간은 덜 시비하고 덜 집착하게 하여 흔들리는 마음의 진폭을 줄이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19살부터 항상 옆에서 같이 수다 떨고 희노애락을 나누는 김병숙 도반과의 소중한 인연이 이제 수행도 함께 봉사도 함께하는 도반으로 성장해 마음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안되는 것이 되어가는 것이라는 법문을 길잡이 삼아 꾸준하게 정진하겠습니다.

글_김복희(노원정토회 중랑법당)
편집_서지영(홍보국 홈페이지운영팀)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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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두분이 동창이셨군요!
정토회 도반으로 함께할수 있는 인연이 감사하고 든든할거 같습니다.

2020-05-08 17:59:21

강지우

두분의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주간에 같이 활동하면서 앞장서주시고, 이끌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2020-05-07 07:04:21

함미

중랑법당에 멋진친구두분이 계셨군요ㆍ
덕분에 많은걸 배웁니다ㆍ
저도 시댁시집살이좀 톡톡히 28년했거든요ㆍ
그때 정토히를 알았더라면
제가 덜괴롭고
더지혜롭게 살았을텐데
그래도 우여곡절끝에 인생의 1막1장을
무사히 잘마치고
지금이라도 정토회알게되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두분다 제예기처럼 느껴집니다
글잘읽고갑니다ㆍ감사합니다ㆍ

2020-05-05 21: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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