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취리히법회
알프스 산 기슭에서 피어나는 불법의 향기

우리는 이렇게 해내었구나! 길가의 풀처럼, 나무 위의 다람쥐처럼 그냥 그렇게.... 스위스 취리히에 경전반 1기 졸업생들이 탄생했습니다. 4년 전 몇몇이 모여 수행도량을 만들고, 그곳에서 불법을 배우고 닦아 드디어 경전반 졸업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동의 그 날로 함께 가보겠습니다.

알프스 리기산이 보이는 루체른 호수
▲ 알프스 리기산이 보이는 루체른 호수

4년 전 처음 둥지 틀었던 그곳에서 졸업식을 하다

취리히에 정토법당이 만들어진 지도 어느덧 4년이 되었습니다. 2016년 4월, 봄기운 가득하던 어느 날, 첫 만남이 어색했던 도반들과 수줍게 눈인사하며 취리히정토회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 인연들이 같이 불교대학을 다니고 경전반까지 한결같이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음을 나누며, 기쁠 때도 힘들 때도 함께한 말 그대로 '도반'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드디어 이 경전반의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졸업식은 전 부총무 김옥선 님 집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인데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를 하는 지금 돌아보니 그때 기억이 참 소중합니다. 김옥선 님의 집은 아름다운 루체른 호수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4년 전 이곳에서 정토회를 설립하고자 도원결의처럼 처음 모였던 장소이기도 해서 그 의미가 더욱 컸습니다.

2016년 4월 봄, 첫모임을 가진 취리히정토회 도반들
▲ 2016년 4월 봄, 첫모임을 가진 취리히정토회 도반들

갈색 졸업 가운의 옷매무새를 서로 매만져주며 드디어 졸업하는구나 설레었습니다. 지난 3년간 누구 한 명 낙오자 없이 함께 해온 우리들의 끈끈한 우애가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한 후 가장 먼저 김말순 님의 졸업 소감을 들었습니다.

이 마술 같은 여행이 전율로 다가와

"많은 궁금증으로 기대했던 경전반이었습니다. 소싯적부터 혼자 불교 경전을 읽어보려 했으나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어렵기만 했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법륜스님께서 간단명료하고 무한반복적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일반적인 학문 철학과 다른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 눈물이 앞을 가리곤 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런 진리에 목말라 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진리가 경전 속에서 가지런한 언어로 표현되는 이 마술 같은 여행이 감동의 전율로 다가와 마냥 행복했습니다. 욕구도 본능 아니던가! 살아 있는 동안 욕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몇 차례 경험해 본 열린 세계, 너와 내가 없는 하나 된 아름다움은 해탈과 열반의 순간일 것이라 상상해 봅니다. 그러나 해탈과 열반을 증득하여 유지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니 죽음을 불사하는 본능을 뛰어넘는 의지를 요구합니다. 순간에 뒤엎어 버리는 업식의 강도는 본능처럼 강합니다. 100% 순금을 요구하는 욕심이 10%에 도달한 편안함을 불평하게 합니다. 공짜로 얻고자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전에 무엇이 어떻게 설해져 있는지 대충 아는 것만으로도 불법의 인연에 감사합니다. 내게 주어진 감사한 삶은 망각하고 불편한 것들은 뇌리에 깊숙이 새겨져 내 인생의 주인 되기를 거부하는 일상에서 헤매지만, 오늘 하루 이 시간만큼은 도반님들과 경전반 졸업식을 축하하며 함께 한 모든 인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소감문을 발표하고 있는 김말순 님
▲ 소감문을 발표하고 있는 김말순 님

김말순 님은 담담한 목소리로 소감문을 낭독하고 환한 웃음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 졸업식을 계획할 때, 개근상과 정근상 수상자가 없다는 것이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래서 졸업생들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지금의 취리히정토회가 있기까지,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하기까지 그 누구보다도 자기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한 분'에게 상을 드리기로요. 바로 취리히정토회 전 부총무 김옥선 님입니다. 이종은 님이 멋진 표창장을 만들고, 여러 색깔의 꽃으로 꽃다발도 만들었습니다. 마치 각기 다른 우리들이 모여 이렇듯 조화를 이룬 것 같았습니다. 이 모든 것을 007 첩보 작전처럼 비밀에 부치고 졸업장 수여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본인의 졸업장을 받고 돌아선 김옥선 님에게 모든 도반이 다가가 표창장과 꽃다발을 주었습니다. 눈물과 웃음이 범벅이 되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지켜보던 도반들도 같이 울고 웃었습니다.

표창장과 꽃다발을 들고 있는 김옥선 전 부총무 (사진 중앙)
▲ 표창장과 꽃다발을 들고 있는 김옥선 전 부총무 (사진 중앙)

졸업장 수여식 후 동그랗게 둘러앉아 도반들이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다른 도반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3년 동안 수고해 주신 김옥선 님이 마무리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정토회가 도반이고, 도반이 정토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을 생각하면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되물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정토회가 도반이고 도반이 정토회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어디서 이런 만남을 찾을 수 있을까 감사한 맘이 절로 났습니다. 누가 한 명 빠지고 없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가더라고요. 부총무직을 맡은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함께 있어 주어 감사합니다."

나누기를 하고 있는 취리히정토회 경전 졸업생들
▲ 나누기를 하고 있는 취리히정토회 경전 졸업생들

알프스 자연 속에서 어우러지며 수행하는 김순조 님, 깊은 사고와 통찰력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김말순 님, 언제나 맑은 미소와 포근한 마음으로 모든 분을 보듬어 주는 곽연옥 님, 위트있는 유머와 세련된 감수성으로 법당을 채워주는 이종은 님, 그리고 수없이 많은 법문과 불교대학.경전반 수업 자료를 항상 정성 가득한 밥상 차리듯 준비해준 김옥선 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졸업장을 들고 있는 취리히정토회 졸업생들(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옥선, 이종은, 김말순, 김순조, 곽연옥, 권버미 님)
▲ 졸업장을 들고 있는 취리히정토회 졸업생들(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옥선, 이종은, 김말순, 김순조, 곽연옥, 권버미 님)

아침 새벽부터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졸업식장을 향할 때 느꼈던 가슴 벅참이 무엇이었는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이 졸업장이 그동안 묵묵히 잘 지내온 우리에게 주는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온라인에서만 만나고 있는 도반들이지만 곧 법당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것을 믿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떠나 보니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나를 깨닫습니다. 전 세계 정토행자님! 무탈하고 건강하세요.

알프스 필라투스 산이 보이는 루체른 전경
▲ 알프스 필라투스 산이 보이는 루체른 전경

글_권버미희망리포터(취리히법회)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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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왕

아름다운 루체른 호수!
너무나 아름다워서 잊혀지지 않는 곳.
그 곳에서 수행 정진하는 도반님들 행복하십니다.

2020-05-01 18:51:27

무량덕

감동으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수행정진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불법과 전법의 밭을 만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취리히 도반님들 응원합니다.

2020-04-28 14:27:08

법승화

“100% 순금을 요구하는 욕심이 10%에 도달한 편안함을 불평하게 합니다.” 너무 공감되는 말이네요.
취리히 법회 홧팅!

2020-04-28 0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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