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해운대정토회
모자이크 붓다를 꿈꾸는 열정 도반들

기장 법당 수행 법회날은 언제나 활기 넘칩니다. 공양간에서 맛난 밥과 직접 가꾼 채소로 향기 나는 밥상을 매주 선물처럼 차려내는 김명자님, 항상 웃으면서 이 일, 저 일, 이곳저곳에서 어떤 일이든 마다 않고 잘 쓰이는 홍숙이님, 어떤 일이든 ‘오케이~~~’로 시원하게 받아내는 김계현님 덕분입니다. 인도 성지 순례도 함께하며 도반애를 다진 모자이크 붓다를 꿈꾸는 세 분의 수행담으로 들어가 봅니다.

인도 성지순례 떄 도반들과 함께(앞줄 왼쪽 김명자님, 오른쪽 홍숙이님, 뒷줄 오른쪽 두번째 김계현님
▲ 인도 성지순례 떄 도반들과 함께(앞줄 왼쪽 김명자님, 오른쪽 홍숙이님, 뒷줄 오른쪽 두번째 김계현님

불법 만나기 전에

김명자님 : 방앗간 집 첫째 딸, 선주이기도 한 아버지 덕분에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다가 결혼하면서 남편이 오래도록 직장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남편은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세울 때 기초공사를 돕는 일을 하다가 81년에야 정직원이 되어 한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기장으로 이사를 한 후 요가 선생님의 권유로 가정법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 정토회와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후 해운대 법당에 불교대학을 다녔고, 한동안 집에서 가정법회를 하다가 시골로 이사를 가면서 다른 도반의 집에서 법회를 하였습니다.

홍숙이님 : 결혼 후 시골에서 살 때 불교가 뭔지도 모르면서 절을 찾으면 편안해져서 자주 찾아다녔습니다. 막내인 남편과 맏이인 저는 성격차가 커서 갈등이 많았습니다. 살림도 검소하게 하고 가족과 남편을 위하여 참고 살면서 힘들어도 책임감에 이혼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참고 살았습니다. 그때는 모두 남편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는데 수행하면서 돌아보니 저의 고집으로 인해 남편도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김계현님 : 불법 안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오래 전부터 어떤 인연이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불교 공부가 하고 싶어서 경전을 찾아 읽고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공부하던 중 다니던 절의 스님께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고 했더니 정토 불교대학을 권해주셨습니다. 잘 모르면 헤맬 수도 있는데 스님이 제대로 된 길을 가르쳐 주셔서 지금 저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삶의 질곡이 나를 여기로

불교대학 입학식에 연꽃차를 준비하는 김명자님
▲ 불교대학 입학식에 연꽃차를 준비하는 김명자님

김명자님 : 불교대학에 다닐 때 간 수치가 높고 몸이 아주 아픈데 친정 어머니도 다쳐서 요양병원에 계신 데다 20대였던 딸은 이혼하고 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꺼번에 일어난 일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불법에 의지하면서 손자를 돌보고 혼자 일어서려는 딸아이에게 가게를 차려주고 일하도록 하고 손자들을 돌보면서 꾸준히 수행하였습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사시 예불을 하고 금요정진을 계속하면서 힘든 일도 지나가고 몸도 추스르고 건강해졌습니다.

홍숙이님 : IMF 때 제2 금융에 다니는 동생의 권유로 맡겼던 돈이 싹 다 날아갔습니다. 저뿐 아니라 친척과 지인들의 돈까지 손해를 보게 되면서 직접 권유한 것은 아니지만 저의 재테크를 따라 한 분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많이 괴로웠습니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분노하고 비판적으로 보는 그 감정은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면서 와사풍이 왔습니다. 엉망진창인 마음과 변해버린 얼굴 때문에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기도 두렵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절에도 다니고 요가도 하면서 마음을 추스르는데 요가 선생님의 권유로 정토회를 만나게 된 것이 2008년이었습니다. 법문을 듣는데 이제껏 갈구했던 것이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외롭고, 두렵고, 바닥이었던 자존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이 길 가다 보면 지난날의 아픔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김계현님 : 어떤 일이 있으면 물러서기보다는 부딪혀서 해결하는 성격인데 오지랖이 넓어서 타인의 일까지 해결해주는 일도 많았습니다. 결혼 후 남편과는 큰 갈등 없이 살아왔고 세 아들이 성장하면서 생기는 소소한 갈등도 없진 않았지만, 그 또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어 스스로 자신들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해결하지 못한 답답함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저도 모르는 스트레스로 몸이 아프고 뚜렷하지는 않지만 피곤하고 퉁퉁 붓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절에 부지런히 다니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었습니다.

불법을 만나고 생긴 변화

김명자님 : 이전의 저는 인정받으려 하고, 남 탓을 했는데 모든 원인이 저한테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게 되면서 작은 일에 감사하고 인정하게 되면서 오히려 제가 행복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순간 욱하는 마음이 올라오지만 알아차리는 것이 빨라집니다.

불교대학 입학식날 담당했던 학생과 함께(오른쪽이 홍숙이님)
▲ 불교대학 입학식날 담당했던 학생과 함께(오른쪽이 홍숙이님)

홍숙이님 : 남편에 대한 불만의 근원은 공부하면서 어릴 때 저를 키워주지 않고 할머니께 맡긴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까지 엄마에 대해서만은 어린아이였던 것입니다. 어머니에 대해 참회의 기도를 하면서 오히려 저 자신에 대한 당당함이 생겼고 인도 성지순례 중 상카시아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흐르면서 어린 나를 외롭게 했던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6차 입재식에서 스님 법문을 들으며 나라와 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은 뒤집어지고 정토회가 어지러운 나라를 정화시킬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도반들과 함께 하는 동안 무심코 던지는 도반의 말에 상처를 입고 혼자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친하게 어울리는 도반들에게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힘이 들었습니다. 그때 ‘깨달음’이란 책을 거듭 읽으면서 ‘자등명 법등명’하라는 구절을 되새기면서 결국 제 문제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모두 자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업식 대로 살아가는 거지 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저도 편안해졌습니다.

김계현님 : 정토회에서 기도를 시작하고 매일 매일 환희심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남편이나 아들들에 대해서 일으키는 분별심의 정체를 알고 나니 시비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강한 성격으로 인해 상대의 부족한 점을 비난하던 것을 내 안으로 돌이키니 이해하게 되고 편안해졌습니다. 머리로만 불법 공부하던 때에는 알 수 없었던 일의 이치를 알고 살아가니 나날이 행복합니다.

인도에서 만난 부처님

김명자님 : 부처님 법은 항상 좋았지만, 그중에 최고는 부처님의 나라에 가서 부처님 길 따라 걸으며 법륜스님께 법문 들은 것입니다. 열반당 와불 앞에서 죽음 앞에서까지 중생을 생각하신 부처님의 마음을 되새겨 보면서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지치고 힘든 가운데 나의 민낯이 보였고, 도반의 참모습을 알게 된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홍숙이님 :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희미하게 남아있는 부처님의 흔적을 따라 한 발자국씩 걸으면서 위대하고 자비로우신 가르침에 감사하고, 이 가르침을 지침 삼아서 살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와사풍이 온 것은 고통스러웠지만 덕분에 불법 제대로 만나서 다행인 것처럼 이제는 어떤 일도 두려움 없이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때 김계현님
▲ 인도 성지순례 때 김계현님

김계현님 : 이론으로 배운 부처님의 일생은 막연하고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았는데 부처님 발자취 따라 걸으면서 들려주시는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2600년 전의 붓다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고된 일정 중에도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는 법륜스님 모습에서 오래전 붓다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습니다. 이런 법 배울 수 있고 이런 스승님의 제자인 저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수행자로서의 부족한 저를 일깨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나에게 도반이란

김명자님 : 보약이며 튼튼한 동아줄입니다. 어려움과 아픔을 나누고 들어주고 힘이 되고 치유할 수 있고 등 두드려 주며 같은 길 가는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홍숙이님 : 도반이 스승입니다. 도반의 모습에서 저의 모습을 보고 다른 점에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곧 수행이었습니다. 작은 일에도 손 내밀어 거드는 마음이 보태져서 이루어지는 것을 봉사하면서 알게 되니 함께 하는 것이 곧 행복입니다.

김계현님 : 주고받는 관계가 아닌 ‘함께’ 가는 사람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조각 하나씩 거들 소중한 동반자입니다.

인도 성지순례 때 도반들과(오른쭉 두번째부터 차례로 홍숙이님, 김계현님, 김명자님)
▲ 인도 성지순례 때 도반들과(오른쭉 두번째부터 차례로 홍숙이님, 김계현님, 김명자님)


나누기 수련으로 마음속 찌꺼기를 털어 내고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일체중생을 위해 회향하기를 바라는 마음, 정진과 봉사로 ‘나’를 더 알아가겠다는 바람 등 각각의 바람은 다르지만, 삶의 이야기에서 배어져 나오는 무게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견디고 건져낸 보석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나눔으로 함께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힘을 보탤 것을 같은 목소리로 들려주셨기 때문입니다. 도반들의 이야기로, 웃음으로 고요한 법당 안이 웅성거리고 활기차게 될 날을 기다려 봅니다.

글_조영희(해운대정토회 기장법당)
편집_서지영(홍보국 홈페이지운영팀)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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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화 고명주

지금 이 순간 도반들과 성지 순례를 하시는 기장 법당 도반님들이 최고 행복해 보입니다ㆍ

2020-04-11 09:14:01

무진덕

인도성지순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못해봤는데,
오늘 글을 읽으면서 우리법당 도반님들이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봅니다.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2020-04-09 17:11:45

황소연

도반들에 대한 정의를 읽으며 아~ 그래^^ 그렇지! 공감이 많이갑니다^^

2020-04-09 15: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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