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전주정토회
새벽기도에서 시작된 인연

흐르는 강바닥에 떨어진 돌이 떠오르기를 애써 기도하기보다는 무거운 돌은 떠오르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치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인근 사찰의 새벽기도에서 만나 이제는 천일결사 새벽정진을 함께 이어가는, 부안법회 시작부터 함께하고 있는 4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부안법회, 사랑합니다. 왼쪽부터 박양순, 전혜경, 박옥규, 이명자 님
▲ 부안법회, 사랑합니다. 왼쪽부터 박양순, 전혜경, 박옥규, 이명자 님

미워했던 마음을 참회합니다

박양순 님: 정토회 서초법당 연화회 소속으로 발송 팀에서 봉사를 하시던 시어머님이 보내주시는 《월간정토》를 매월 받으면서도 불교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입시 때가 되면 절에 새벽 100일 기도를 다니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시어머님이 서울에서 내려오셔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살아 온 환경과 생활방식이 달라 너무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시어머니의 "호로록" 국물 떠 드시는 소리까지 듣기 싫을 정도로 마음의 병이 오자 우울증 약을 복용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법륜스님의 유튜브를 듣고 관심이 생긴 남편이 정읍법당 동행을 부탁해 함께 갔습니다. 학생이 5명 이상 되면 정읍까지 오지 않고 부안에서도 불교대학을 개설할 수 있다는 말에 남편(김진원 님)과 함께 지인을 모아 부안에서 불교대학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수업과 함께 '수행 맛보기'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수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천일결사 정진으로 새벽마다 108배 정진을 하며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습니다.’를 되뇌며 참회기도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모래를 가득 움켜쥔 손에서 모래가 스르륵 빠져나가 듯, 무겁게 짓누르던 돌덩이가 쑥 내려가듯,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모든 문제는 내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되니 어머니에 대한 불편했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정토회를 알고 불법을 공부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불법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가벼운 삶을 살고 나아가 환희를 느껴보기를 서원하며 수행법회 죽비 한 번 한 번에 정성을 다하며 오늘도 정진하고 있습니다.

제 얼굴이 환해졌답니다

박옥규 님: 저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절에서 불상으로 뵙는 부처님이 같은 분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랬던 제가 2016년에 친구 박양순 님의 권유로 정토회 불교대학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정토회에 오기 전 가끔 사찰에 다니며 의미도 모르는 염불을 따라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저 ‘아이들 취업되게 해주세요.’ ‘남편 방황을 멈추게 해주세요.’ ‘복 많이 주세요.’ 등을 빌었고 원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토회 불교대학과 천일결사 수행을 통해 알게 된 부처님의 지혜는 삶의 방향을 환하게 비춰주는 등대가 되었습니다. 모든 괴로움이 상대 때문에 일어나 내가 불행하다 여겼던 마음이 확 뒤집혔습니다. 갈등의 원인이라 여겼던 남편으로 인한 괴로움이 제 자신의 탐진치로 인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자 가지고 있던 괴로움이 많이 사라졌고 가정에도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저보다 주위의 지인들이 더 많이 알아봐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얼굴빛이 밝아졌다고 보는 이들마다 칭찬을 하고, 비결을 묻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제게 얼굴이 밝아진 이유를 물어본 분들 중 정토회 불교대학 공부를 시작한 분들이 있습니다. 벽창호 같았던 남편도 행복학교를 스스로 지원해서 다니더니 불교대학과 경전반, 그리고 〈깨달음의 장〉까지 다녀오는 정토회 정코스를 모두 이수했습니다.

올해 10-1차 천일결사 담당 소임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제 글과 말로는 다 표현 못하는 법만난 기쁨을 보다 많은 이들이 누리기를 서원하며 정진하고 있습니다.

경전반 졸업식에서 박양순 님(왼쪽), 박옥규 님(오른쪽)
▲ 경전반 졸업식에서 박양순 님(왼쪽), 박옥규 님(오른쪽)

‘해 주세요’보다 ‘제가 하겠습니다’

전혜경 님: 낯선 지역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에 매사에 싫어도 '싫다' 못하고, 좋아도 '좋다'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사춘기를 시작한 딸이 저를 닮은 듯 부모를 피해 방으로 숨어들어가는 모습에 덜컥 겁이 나 딸을 위해 새벽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부처님 전에 가서 ‘제 아이가 무엇 무엇을 하게 해주세요.’하며 주문사항을 늘어놓으며 절했습니다. 그러다 그곳에서 뵌 박옥규님의 권유로 2017년 봄 불교대학에 입학하며 정토회와 인연을 시작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통해 부처님 법을 배우고, 또 도반들과 함께하여 더 힘을 얻는 천일결사 수행정진을 하다 보니 무엇보다 기도의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해 주세요!’ 보다는 ‘불법 만난 인연으로 내가 할 수 있게 지켜봐 주세요.’라며 관점이 제 자신에게로 옮겨졌습니다.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한다.’라는 실천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싫은 일을 하더라도 알아차리니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고, 심지어 자발적으로 임하기도 합니다. 좋은 것은 눈치 보지 않고 '좋다'하니 예전보다 안정된 마음으로 날마다 새 날을 사는 묘미를 조금씩 맛보고 있습니다. 엄마가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니 ‘자녀는 부모 따라쟁이’ 라는 말씀처럼 딸의 질풍노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지나고 어느 새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바라는 마음을 완전히 놓치는 못했지만 저의 기도 주문사항 중에는 ‘인류평화’가 추가되었습니다. 10-1차부터 경전반 수업 담당 소임을 맡았습니다. 기도 성취가 어떻든 그저 제 자신을 올곧게 지켜내며 수행할 것을 다짐하며 도반들과 함께 정진합니다.

전혜경 님(왼쪽), 이명자 님(오른쪽)
▲ 전혜경 님(왼쪽), 이명자 님(오른쪽)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명자 님: 자타가 인정하는 센 고집으로 저는 평소 남편과 부딪침이 잦았습니다. 거기다 남편이사업을 하면서 생활이 갑자기 복잡하고 어려워졌습니다. 그때 친정어머니의 권유로 절에 다니며 새벽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근처의 개암사라는 사찰에서 전혜경 님을 만나 새벽에 기도를 함께 하였습니다. 그러나 전혜경 님의 인도로 정토회와 인연이 되어 불교대학과 경전반, 그리고〈깨달음의 장〉까지 다녀왔습니다.

그 전부터 절에서 계속 새벽기도를 해 왔기에 정토회 천일결사 새벽 정진기도는 큰 어려움 없이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복을 비는 대신 천일결사 음원에 맞춰 명상을 하고 보왕삼매론을 들으며 참회하는 기도는 제 자신의 마음과 소통하며 고집스러웠던 저를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든 다툼들이 나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면서 ‘나를 내려놓기’ 위해 깨어이었야 함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두터운 업식을 알아가며 마음이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보다 남편과의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그로 인해서인지 모든 것들이 원만해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아 제 자신과 남을 괴롭히는 행동은 멈추고, 나아가 부드러운 말 한마디라도 해서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서원하며 10-1차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부안법회는 법당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부안독립신문사 건물의 한 칸을 빌려 수업과 법회를 하고 있는 더부살이지만, 2019년에는 가을 불교대학까지 개설되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1년 간 정읍에서 먼 길을 달려와 수업을 담당해 주신 손미옥 님과 수행법회를 담당해 주신 서순석 님의 봉사가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두 분께 지면으로나마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두 손 모아 전하셨습니다. 네분의 가벼워진 삶을 응원합니다.

글_이은정 (전주정토회 희망리포터)
편집_박성희 (홍보국 온라인팀 박성희)

전체댓글 13

0/200

김은경

같이 수행하시는 모습 너무 보기좋아요
감사합니다

2020-04-24 06:51:41

세명화 고며주

부안 법회의 네분 수행자님의 아름다운 수행담 잘 보았습니다ㆍ 지금 이순간 네분의 수행담은 그 어떤 노래소리보다 아름답게 들립니다

2020-04-12 22:00:39

무지랭이

부안법당을 응원합니다?

2020-04-12 18: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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