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현법당
엄마가 '내 엄마'라 다행이야!

서현법당에는 불교대학, 경전반, 7대 행사 등 큰일을 치룰 때마다 소환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다른 도반들에게 물어도 ‘두주희님에게 물어봐’라는 답을 종종 듣습니다. 지금부터 봉사와 떨어질 수 없는 두주희님의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9-10차 입재식[^각주2]날 법당앞에서
▲ 9-10차 입재식[^각주2]날 법당앞에서

쥐가 쥐약을 먹은 것은 어리석음 때문이구나!

2009년 가을, 작은 아이가 다니던 학원 원장님이 법륜스님의 행복 강연 문자를 보내주었습니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네도 낯설고 남편까지 밖으로 돌아 외로웠는데, ‘행복강연’을 한다니 왠지 궁금했습니다. 강연 중 ‘쥐가 쥐약을 먹었기 때문에 괴롭고 쥐약을 먹은 것은 어리석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훅 꽂혔습니다. ‘어리석음을 깨친다면 나도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전민동에서 하는 열린법회에 참석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2010년 6-8차 천일결사에 입재하고, 봄 불교대학에 입학해 바로 〈깨달음의 장〉1에 갔습니다.

모든 괴로움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

〈깨달음의 장〉에 가기 전까지는 나를 괴롭고 힘들게 하는 것은 모두 남이었습니다. 아들이 나를 화나게 했고, 남편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깨달음의 장〉에서 이 모든 것은 내 업식일 뿐, 남 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다녀오자마자 남편에게 술상을 내어주며 결혼생활 16년 만에 처음으로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자기 잘난 맛에 살던 내가 진심으로 사과하니 어리둥절하면서도 좋아했고, 정토회 활동을 적극 지지해주었습니다.

최고의 마음 정리 방법은 수행, 보시, 봉사

두주희님의 입재식 공연모습
▲ 두주희님의 입재식 공연모습

2010년 남편의 이직과 함께 서울로 이사해 서초법당 봄 경전반에 입학했습니다. 그 당시 남편은 다른 여자를 찾았기에 이혼을 결심하고 별거를 했습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저에게 전임 총무님으로부터 300배 정진을 권유받았습니다. 새벽에 300배하고 오전에는 10시 사시예불을 100일 동안 했습니다. 100일 정진 후, 〈나눔의 장〉2까지 다녀와 깨끗하게 마음 정리를 하고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혼 유예기간 동안 봉사에 몰두하고자 서울제주남부지부 100강 행사팀장 소임을 덜컥 받았습니다. 서울 11개구와 제주까지 포함해 각 지역구 도반들과 즉문즉설 강연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강연마다 1,000여명씩 모인 인파들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100강 끝난 다음 날 이혼이 결정되었습니다.

2년 동안 먹고 살기 위해 미용 기술을 배우느라 수행 법회만 듣고 정토회 봉사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갑자기 활동을 그만두는 도반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일상이 되어버린 수행, 보시, 봉사

저녁 팀장 소임 맡으며 행사 진행 모습
▲ 저녁 팀장 소임 맡으며 행사 진행 모습

2014년 큰아들의 요청과 아이들의 평안을 원했던 저희 부부는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분당 서현 법당으로 전학와 자연스럽게 천일결사 모둠장 봉사도 시작했습니다. 이어 가을 불교대학 모둠장, 봄 불교대학 담당, 봄 경전반 담당, 저녁 책임팀장 등 봉사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평소 차가운 성격 때문에 여러 도반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걱정됐지만 도반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크고 작은 오해를 풀었습니다. 이런 용기는 그동안의 정진을 통해 얻게 되었습니다.

2017년도 3월 9-1차 입재를 하며 150일 동안 300배를 하고, 2018년도 2월 서원행자교육을 받으며 3년 동안 300배 정진을 권유 받아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수행의 공덕인지 둘째 아들을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내 엄마'라 다행이야!

둘째 아들은 중학교 3학년 5월부터 갑자기 학교가기를 거부했습니다. 조금만 더 다니면 중학교는 졸업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아들을 몰아세웠습니다. 아들의 거부에 다시 검정고시라도 보라고 또 몰아세웠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21일 동안 1,000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남편에 대해 마음 깊이 참회하니 눈꼽만큼의 미움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아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되고, 그냥 살아있어 준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가끔 아들이 ‘엄마가 내 엄마라 다행이야. 다른 엄마라면 난 이미 죽었을 거야’라고 말합니다. 아들은 21살이 된 지금도 치료받으며 집에 있습니다. 아직도 불쑥불쑥 ‘사회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올라오지만 아들의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깊은 믿음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아들이 본인 스스로 눈치 보지 말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둘째 아들의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저도 아들을 몰아세우는 엄마에서 지켜봐주는 엄마로 같이 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수행, 보시, 봉사

서현법당 평화대회발대식(뒷줄 젤 오른쪽)
▲ 서현법당 평화대회발대식(뒷줄 젤 오른쪽)

2020년 10차 천일결사를 맞이하여 분당 정토회 지역 대의원과 전국 대의원, 서현법당 모둠장 일을 맡았습니다. 나를 키우는 공부로 여겨져 감사한 마음입니다. 놀이 삼아 즐겁게, 가벼운 마음으로 인연 따라 앞으로도 수행, 보시, 봉사를 하는 정토행자로 살아가겠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까지는 자비심이 없었다던 두주희님, 2019년 옥수수 모금 때 한 끼를 굶으며 집에 있던 금붙이를 팔아 모금에 앞장섰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로 모범이 되는 두주희님을 후배 도반으로서 지켜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분당 정토회 서현법당 희망리포터였습니다.

글_최보라 희망리포터(서현법당)
편집_권영숙(홍보국 홈페이지 운영팀)


  1. 깨달음의 장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4박 5일 

  2. 나눔의 장은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입니다.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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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소중한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0-08-04 15:54:57

윤희진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예쁘다는 소중한 두 아들들. 평범한 일상이 감사함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겠다고 오늘도 참회합니다.

2020-04-05 19:12:54

하심

몰아세우는 엄마에서 지켜봐주는 엄마…지켜보기만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더 존경스럽니다.

2020-04-01 07: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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