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분당법당
부처님과 함께 한 것 같은 시간 여행

분당법당 일곱 명의 정토행자들이 지난 1월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성지순례는 2019년 9월 참가 신청을 시작으로 사전 교육을 받은 후 2020년 1월 3일부터 1월 18일까지 15박 16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와 6년간 고행하신 보드가야, 처음 법을 설하신 사르나트, 열반지 쿠시나가라 등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성지순례를 다녀온 정토행자님들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보리수 아래에서는 부처님께서 내 곁에 계신 것 같은 느낌

자녀가 고3이 되면서 엄마의 마음이 편해야 아이도 편안해질 것이라 여겨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된 권경남님. 현재는 모둠장과 통일의병을 담당하며 7년째 정토행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출발 열흘 전, 대상포진에 걸려 주변의 걱정 속에서 떠났지만, 성지순례는 완벽했습니다. 법륜스님과 법사님의 안내에 따라 부처님 시대로 돌아가 부처님과 함께한 것 같은 시간 여행이었습니다. 가난하지만 환하게 웃는 인도 사람들을 보면서 작은 것에도 나를 고집하며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남는 곳은 보드가야입니다.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신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정진할 때는 부처님께서 바로 제 곁에 살아계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 개교 기념식에서는 구걸하던 아이들이 멋지게 커서 재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에는 입고, 먹고, 자는 것에 덜 얽매이며, 일상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 마음 잊지 않고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 주변과 세상에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상카시아 석가족 환영행사에서 권경남 님
▲ 상카시아 석가족 환영행사에서 권경남 님

먹고, 자고, 입는 모든 것이 수행

정토행자의 삶으로 7년을 맞이하며, 자신이 과연 부처님의 제자인지, 부처님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 인도성지순례를 결심한 신옥미 님의 이야기입니다.

“2016년 인도성지순례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 속의 인도와 2020년의 인도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보며 무상을 생각했고,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다시금 체험했습니다. 가장 마음에 깊이 와닿았던 것은 성지 곳곳에서 법륜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부처님께서 출현하신 의미가 중생을 구제하는데 있음을 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순례 기간 중에는 먹고, 자고, 입는 모든 것이 수행이었습니다. 준비해 간 반찬 한 가지에 먹는 밥은 꿀맛이었고, 입었던 옷에 먼지만 털어낸 후 같은 옷을 입고 자며 한 벌의 옷으로 며칠을 지냈습니다. 몸에 묻은 먼지도 물에 젖은 수건으로 닦으며 보낸 16일간의 경험은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제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며 살고 있는지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마음에 ‘상구보리 하화중생1’을 새기며 부처님의 제자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사르나트에서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 신옥미 님
▲ 사르나트에서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 신옥미 님

내가 뿌린 작은 씨앗이 행복의 싹을 틔우길

2015년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지금은 저녁불교대학 팀장 소임을 맡고 있는 안도연 님의 이야기입니다.

“가정과 직장에 약간의 눈치를 보며 떠난 성지순례이지만, 당연한 내 권리이고, 의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의 첫 설법이 이루어진 사르나트에서 진행된 성지순례 입재식에서 수계를 받았습니다. 그때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가족과 동료, 주변 인연들 덕분임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중 법륜스님께서 인도 사람들은 이러한 환경에서도 사는데 왜 우리는 힘들다, 괴롭다 하는지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지금 이만함에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순례에 참여했지만, 물질적인 것에 쉽게 중생심을 일으키며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규정과 원칙을 벗어나는 도반들에게 분별하는 마음도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것을 지켜보며 일어나는 내 마음을 살피는 것이 저의 과제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인도에서 느꼈던 가벼움과 감사함으로 소비적인 일보다는 생산적인 일을 하라는 스님의 법문을 새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도성지순례는 순간순간 넘어지기도 하지만 내가 뿌린 작은 씨앗이 행복의 싹을 틔워 나로 하여금 회향하는 삶을 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나란다 대학에서 안도연 님
▲ 나란다 대학에서 안도연 님

불편한 가운데 편안해지는 연습

2013년 〈깨달음의 장〉2을 다녀온 후 2019년에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지금은 천일결사 부모둠장을 맡고 있는 장나겸 님의 이야기입니다.

“정토불교대학을 다닌 후 수행자로서 부처님의 일생을 배우며 인도성지순례에 꼭 가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성지순례 소식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접수했지만 출발 2주 전부터 불안한 마음과 걱정이 조금씩 올라왔습니다. 순례 이틀 동안은 잠을 잘 못 자서 힘들었고, 차차 몸이 적응하니 인도가 체질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순례 중간쯤 너무 열악했던 숙소에 대한 불평이 올라왔지만 일어난 마음을 살피며, 불편한 가운데 편안해지는 연습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순례 6일째 죽림정사에 도착해 400명의 수행자가 너른 잔디밭에 모여서 공양을 올리고 법륜스님의 축원과 함께 예불을 드리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인간 붓다의 발자취를 따라서 기쁨과 감동으로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일상의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 보였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케사리아 대탑에서 오른쪽 끝 두 번째 장나겸 님
▲ 케사리아 대탑에서 오른쪽 끝 두 번째 장나겸 님

정토회에 꼭 붙어 있으면 똑바로는 갈 수는 있겠구나

정토회와 인연 맺은 지 3년 된, 사시예불을 담당하고 있는 황이숙 님의 이야기입니다.

“수계식을 마치고 시작된 인도성지순례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수자타아카데미였습니다. 다리가 끊어져 16시간 만에 도착한 그곳은 제가 생각했던 작은 학교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의 개교기념일 축하 공연을 보며 법륜스님의 원이 이렇게 현실이 된 지금, 인연 맺어진 것에 또 한 번 감사함을 느끼며 나는 지금 어떤 원이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새벽부터 시작된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보드가야대탑까지 걸어가는 순례 길은 도반들과 함께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제 가슴을 뜨겁게 한 보드가야대탑에서의 108배와 명상, 스님의 간절한 축원은 지금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결코 이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으리라 결심을 하셨다는데, 목표 없이 살아온 저는 한 번도 결심을 한 적이 없으니 어떤 마음인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쿠시나가라 열반당에서도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을 함께 가는 도반들에게 감사하며 제 수행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여기까지 부처님 법을 전해주신 모든 인연들께 감사하며 순례 기간 내내 떠나지 않던 물음, ‘지금 잘살고 있는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정토회에 꼭 붙어 있으면 똑바로 갈 수는 있겠구나’ 라는 답을 얻으며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인도성지순례를 잘 마쳤습니다.”

케사리아 대탑에서 황이숙 님
▲ 케사리아 대탑에서 황이숙 님

언제나 수행을 가장 앞에 놓고 생활하리라

2017년 깨달음의 장을 다녀와 아내와 함께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 후 지금까지 정토행자로 살고 있는 최재수 님의 이야기입니다.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온후, 인간 붓다는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왕자로서의 모든 영광을 버리고, 수행의 길을 떠나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수행정진은 감탄 그 자체였습니다. ‘부처님 열반 후 얼마나 부처님을 존경하고 따랐으면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스투파3를 세웠을까!’ 남아 있는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당시 인도인들의 불법과 부처님에 대한 믿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처음 법을 설하신 사르나트를 방문했을 때 감동이 가장 컸습니다. 스투파의 규모도 규모이지만, 가사를 수하고 장엄하게 수계식을 하고 예불을 할 때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2,600여 년 전 부처님께서 다섯 비구에게 최초로 법을 설하셨고, 이후 수많은 수행자가 찾았던 곳에 내가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습니다. 6년 고행을 하셨다는 전정각산과 유영굴에서는 이렇게 척박한 곳에서 어떻게 수행을 하셨을까? 문경수련원 대강당에 있는 부처님의 고행상이 사실이라는 믿음도 갖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방일하지 말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라"고 하신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저도 부처님의 제자로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수행정진 하리라, 언제나 수행을 가장 앞에 놓고 수행자의 관점을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바이샬리 진신사리탑 오른쪽 끝에서 두번째 최재수 님
▲ 바이샬리 진신사리탑 오른쪽 끝에서 두번째 최재수 님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온 도반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처님의 발자취를 같이 따라 가본 느낌이었습니다.

불편한 숙소에서 올라오는 분별심을 알아채고, 한가지 반찬에도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한 생각을 돌이켜 관점을 바꿔보는 소중한 경험 덕분이라 느껴집니다. 누군가에게는 뜨거웠고, 누군가에게는 잔잔하고도 깊은 여운으로 남은 성지순례, 소중한 경험담을 나눠주신 도반님들 고맙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며,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정토행자들을 응원합니다.

글_권용희 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 분당법당)
편집_서병훈(수원정토회 권선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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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깨달음의 장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4박 5일 

  3. 부처님 사리를 넣고 쌓은 탑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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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

인도성지순례는 그냥 막연하게 언젠가는 한 번 가고싶다라고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열악한 환경을 내가 견뎌낼 수있을까도 걱정이
많이 되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어렵고 힘든만큼 경험하고 얻는 것이 많은 순례길이겠지요.

2020-06-05 01:10:09

조미화

선배도반님들~멋지십니다.
저도 내년엔 그 감동 받고십어요~^^*

2020-03-16 17:05:08

김혜경

같은 조로 15박16일을 보냈던 안도연보살님~
그때의 감동이 아직 생생합니다 여기서 보니 더 반갑네요~~~ㅎ

2020-03-15 21: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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