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밀양법당
가문의 영광

다가오는 10차년에 직장도 다니며 여러 가지 일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부총무 소임을 맡은 분이 있습니다. 부총무 소임이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씀에 웃음이 머금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며 믿음도 갑니다. 주어진 환경 탓을 하기보다 봉사와 수행으로 삶을 가볍게 바꾸고 자신의 인생을 좀 더 행복하게 가꾸며, 자신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김정아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여동생 불교대학 졸업식을 함께하며 (왼쪽이 김정아 님)
▲ 여동생 불교대학 졸업식을 함께하며 (왼쪽이 김정아 님)

어려운 시절의 자만

저는 태어나서 2살이 될 무렵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집안의 장남인 아버지는 곧 새어머니와 재혼을 했고, 3살 터울 여동생과 14살 터울 늦둥이 남동생을 낳았습니다. 저와 할머니는 할머니 집에서, 아버지와 새엄마, 동생들은 다른 집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저와 할머니가 사는 집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새엄마와 싸움이 잦았습니다. 어릴 적 저와 동생들은 ‘우리 집은 왜 이리 불행하지?’ 하며, 저는 새엄마를 원망하고 동생들은 아버지를 원망했습니다. 그래도 저와 동생들은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잘 자랐고, 서로 싸움 한 번 하지 않으며 지금은 각자의 가정을 꾸려 잘살고 있습니다. 최근 여동생은 부산 서면법당에서 가을경전 담당 소임과 사회자 교육 담당을 하며 저와 함께 정토행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를 키워준 할머니는 항상 “어디 가서 할머니가 키웠다는 말 듣지 않게 행동 잘해라” 하는 말씀으로 저를 키웠습니다. 그 말씀이 항상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저는 학창 시절에는 말썽부리지 않는 착한 학생으로, 회사에 다닐 때는 성실히 근무 잘하는 직장인으로 살며, 마음속에는 항상 ‘나만큼 잘살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 라는 자만을 한껏 품은 채 생활했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친정아버지에게 매 한 번 맞지 않고 자라온 저는 제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다 옳았고, 남편이 하는 말과 행동은 제 눈에는 차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불행한 환경 속에서도 ‘너보다 학력도 좋고 너보다 직장도 나아’라며 남편을 무시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남편 또한 자기를 업신여기는 아내를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저희 부부는 신혼부터 다툼이 잦았고, 시간이 지나자 결국에는 살림이 부서지고 육탄전까지 일어나곤 했습니다.

2018년 JTS 모금활동 중 (맨 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김정아 님)
▲ 2018년 JTS 모금활동 중 (맨 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김정아 님)

결코 부족함이 없던 환경

서로의 견해가 좁혀지지 않고 지쳐갈 때쯤 아침운동 모임에서 알게된 양미순 님의 권유로 정토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늘 부처님을 신적인 존재로 여기며 복을 빌던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불교는 기복신앙인 줄 알고 자랐던 저에게 정토회는 많이 생소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사이비 집단처럼 보이기도 해 깊게 빠져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환경에 비해 저는 바른 생각으로 문제없이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불교대학 수업과〈 깨달음의 장〉을 통해 저의 업식과 저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자만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잘못된 업식의 흐름을 바꿔보고자 선배 도반들이 추천하는 8-1차 천일 결사 입재식부터 참석해 아침기도도 해보았지만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3년 맡게 되다 보니 아침기도를 놓치고 있다가도 수행 맛보기 기간이 되면 또 어쩔 수 없이 의무감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낳아주신 부모님, 키워주신 할머니, 동생들을 별 탈 없이 키워주신 새어머니에게 원망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감사함이 올라와 기도하며 평펑 울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환경은 결코 부족한 환경이 아니었고, 그 속에서 저는 ‘이미 많은 인생 경험을 했구나!’ 깨달으며 ‘천일결사 기도의 끈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되겠구나!’ 라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2019년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불교대학 팀장이었던 앞줄 첫번째 김정아 님)
▲ 2019년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불교대학 팀장이었던 앞줄 첫번째 김정아 님)

소임이 주는 기쁨

지금은 어제의 저를 돌아보고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는 기도 시간이 아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처음 불교대학 담당을 맡았을 땐 학생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긴장감과 책임감으로 법당에서 집에 돌아가면 녹초가 되어 집안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해 거실에 쌓여 있는 먼지를 보면 또 짜증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한 주 한 주 일찍 와서 법문을 열고 학생들을 맞이하는 저의 마음이 긴장감에서 편안함으로 변해갔고, 혹시 담당자로서 '잘 모를까?' '실수할까?' 전전긍긍하며 책임지려고만 하던 저의 마음은 여러 도반들의 도움으로 담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담당을 하며 학생 때는 하지 못했던 개근도 하게 되며 흘려들었던 법문이 정말 마음 깊이 와 닿기도 했으며, 입학에서 졸업까지 여정을 함께한 학생들의 밝은 표정을 보며 뿌듯함도 올라왔습니다.
 
또한 하나의 법회나 행사가 열리기까지 기획하고 진행하고 봉사하는 일들이 많은 도반들의 노고와 정성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알게 되어 울컥한 감동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때로는 '보수도 없는 일인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라고 되물으며 하기 싫은 마음과 부딪혀 쉬고 싶은 생각도 들어 다른 도반들에게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봉사 소임을 놓지 않았기에 예전보다는 훨씬 단단해진 제 마음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혼자 불안해하고 제 맘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내고 화내던 지난날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삶이 좀 더 가벼워지고 제 인생이 더 행복한 방향으로 가려면 이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알아갑니다. 그 속에서 저를 사랑하는 방법도 배워갑니다.

요즘 저의 과제는 남편에게 깨어있기 연습입니다 보수적이고 목소리가 큰 집안에서 자란 남편의 크고 거친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저 자신을 보며 남편이 가지고 태어난 자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자꾸 해보려 합니다.

2020년 시무식 (오른쪽 첫 번째 김정아 님)
▲ 2020년 시무식 (오른쪽 첫 번째 김정아 님)

가문의 영광

처음 10차년 부총무 소임 권유에 저는 '다른 소임 다 맡을 테니 부총무만은 못하겠다'고 거절했습니다. 이틀만 법당에 나가길 바라는 가족들의 저항을 받아낼 용기도 없고, 낮에 일하며 저녁에 법당 일까지 해내기에는 제 역량이 아직 부총무감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미안함이 올라오고 왠지 모를 불편함이 올라왔습니다. '이 마음이 뭐지?' 하면서 매일 300배 정진을 하며 좀 더 제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이렇게 고민하는 걸 보니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구나, 나 혼자 일하는 것도 아니고 도반님들이 있잖아, 그럼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상대에게 숙여지지 않는 이 마음이 부총무 소임을 통해 좀 더 숙여지는 방법을 배우겠구나!' 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 10차년 부총무 소임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정일사 회향에서 웃으며 ”아이고 가문의 영광이네“ 하던 법사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1차 만일 결사 마무리와 2차 만일 결사를 준비하게 될 이 중요한 시기에 맡게 된 10차년 부총무 소임을 정말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며 든든한 도반들과 함께 그냥 한번 해보겠습니다.

글_손춘현 희망리포터(김해정토회 밀양법당)
편집_조미경(경남지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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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

보살님 부총무 소임 맡으신 걸 축하드립니다
늘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보이시던 보살님이 생각나네요
멀리서 응원합니다^^

2020-03-01 17:37:48

이지훈

감사합니다

2020-02-28 20:36:25

최은숙

저는 천주교신자이자 제작년가을 불대 졸업생입니다~~지금은 경전반 미루고 성당에 다닙니다~~
불교대학다니면서 봉사.특히 거리모금.깨장도 다녀왔어요~~깨장 갔다와서 다시 카톨릭에 잘 다니게 되었답니다~~불교 .카톨릭 틀린게 아니라 다른거란걸 깨달았거든요~~
성경이.경전이란것도 알았고요 ~~지금은 성당에서도 봉사하고 레지오 활동도 잘 하고 있어요

2020-02-27 23: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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