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릉법당
강릉에 온 구리가 장자

작년 7월 강릉 법당에 혜성같이 등장해 현재 가을불교대학 담당을 맡고 있는 조찬상 님의 수행 이야기를 전합니다.

정토회와의 첫 인연

2013년도 당시 충북 청주에 거주할 때 길을 걷다 우연히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저는 이전부터 진리에 대해 탐구하고 갈구하는 것이 있어 스님 강연에 갔습니다. 당시 강연에서 한 여성분이 젊은 시절 성추행을 당해 괴롭다는 질문을 했고, 스님께서 그 여성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구 눈물이 흘렀습니다.

기존에는 지식으로만 알고 어렵다고 생각했던 경전 내용을 스님께서 쉽게 풀어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이런 불교라면 가르침을 더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청주 법당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불교대학은 가을에 개강을 한다며 그때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 불교대학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지낼 즈음, 고맙게도 당시 연락을 주겠다던 담당자가 잊지않고 전화를 주어, 가을 불교대에 바로 등록을 했습니다.

통일의병 활동 중인 주인공(오른쪽 앞에서 두 번째)
▲ 통일의병 활동 중인 주인공(오른쪽 앞에서 두 번째)

구리가 장자의 말씀처럼

저는 당시 아내와 갈등이 심한 상태였습니다. 아내는 저와 다른 종교를 가졌는데 저는 아내가 믿는 종교가 참 허황돼 보였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수학 교사로 오랜 시간 교편을 잡은 저는 직업의 특성 때문인지 논리적이지 못한 일을 보면 남들보다 더 크게 화가 났습니다.

그렇다보니 내가 보기에 비논리적인 종교를 믿는 아내가 못마땅했고 저는 여러 차례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아내와 논쟁을 벌이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다툼을 벌이고 나면 남는 건 서로에 대한 미움과 서운함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저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아내를 붙잡고 “당신 믿고 싶은 거 믿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했을 때, 아내는 그동안의 갈등이 해소됨을 느꼈는지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도 살고 아내도 살아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법당 공양 후 빈그릇운동(왼쪽에서 세 번째)
▲ 법당 공양 후 빈그릇운동(왼쪽에서 세 번째)

저는 그때 제가 마치 구리가 장자가 된 것 같았습니다.

“위대하셔라 세존이시여, 위대하셔라 세존이시여. 마치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워주심과 같고, 덮여있는 것을 벗겨 보여주심과 같고, 길을 잃게 헤매는 자에게 길을 가르쳐주심과 같고, 어두운 밤에 등불을 비춰주심과 같이 여러 가지 설법으로 저희를 깨우쳐주셨습니다.”

이후 저는 스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구리가 장자의 이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 후 지금까지 2,000여 일 동안 꾸준히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큰 깨우침을 얻었지만, 가끔 아내를 보면 제 마음 속에서는 어떤 못마땅함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 깨달아도 완전히 알려면 기도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기도했습니다. 여행 중에는 공항에서, 어머님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상주의 역할을 하면서 아침 기도는 빼먹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절실함과 간절함이 있었기에 저는 전과 달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꾸준히 기도를 하니 가장 좋은 건 내가 옳다고 고집 피우는 것을 알아차리는 게 빨라지고, 그러한 알아차림 후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고집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주변으로부터 유해졌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덕분에 사람들과의 말다툼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가을불교대학 입학식 봉사 중(왼쪽 첫 번째 줄 첫 번째)
▲ 가을불교대학 입학식 봉사 중(왼쪽 첫 번째 줄 첫 번째)

보시와 봉사로 회향하는 삶

2014년경 8-1차 기도에 입재 후 2016년경 8-10차까지 천일을 기도 했더니 이제 할 만큼 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교편을 내려놓고 꿈꿔오던 일 중 하나를 실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2~3년에 한 번씩 거처를 이동하면서 전국 모든 곳에서 살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청주에서 원주로 와 2년 정도 살고, 이후 여주로 가서 1년 6개월 정도를 살다 작년에 강릉으로 왔습니다. 강릉에 와 보니 너무 좋았습니다.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공기와 물이 있었고, 걷기 좋은 산책로도 많았습니다. 남은 생은 이곳 강릉에서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정토회에서 참 많은 것을 받아왔는데, 내가 베푼 것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내가 부처님 법을 만나 이렇게 행복해졌으니 받은 것의 조금이라도 되돌려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보시와 봉사를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시간이 날 때면 이곳저곳을 거닐며 사는 지금이 저에겐 기적과 같습니다.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 스님과 부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불교대학 홍보하고 있는 주인공
▲ 불교대학 홍보하고 있는 주인공

글_임종명(강릉 법당)
편집_신정아(분당 정토회)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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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훈

30년 전 따뜻한 아침밥상 같던 수학 가르침이 생각나 찾아 보니 여기 계시네요.
공부는 못 했어도 재미 있던 수업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남깁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0-05-25 21:16:53

무량심

단번에 깨치시고 실행하시는 거사님 멋지시네요.

2020-01-31 19:16:20

최상륜

불대를 다니며 행복했던 강릉법당에 구리가 장자가 오셨군요~~~^^
덕분에 반가운 도반님들도 뵙고 행복합니다
화이팅~~~!!!!

2020-01-31 08: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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