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구로법당
지금 나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사는 중입니다.

구로법당 경전반 부담당과 불교대학 담당인 김효영 님의 수행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여린 겉모습과는 다르게 강단이 있고 지금 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김효영 님이 어떻게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지금의 삶을 살고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내 목줄을 상대의 손에 건네준 삶

저는 그동안 상대의 감정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범부 중생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남편에게 많이 의존했고, 누구든 내 말을 잘 들으면 좋아하고 잘 듣지 않으면 금방 화를 내서 남편도 피곤해하고 아이들은 ‘엄마는 너무 변덕쟁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화를 내는 건 아이들이 말을 안 듣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고, 이런 상황은 항상 비슷하게 반복되었습니다. 잠깐 좋았다가 금방 화를 내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던 그때, 유방암이 찾아왔습니다.

남편과 딸과 아들이 함께 한 가족여행1
▲ 남편과 딸과 아들이 함께 한 가족여행1

남편과 딸과  아들이 함께 한 가족여행2
▲ 남편과 딸과 아들이 함께 한 가족여행2

우울한 시기 불교대학을 만나다.

항암 치료를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래 걷는 것이 힘들었고 우울증까지 겹쳤습니다. 이런 병이 걸린 것도 억울했고, 몸도 마음도 지쳤던 어느 날, 우연히 핸드폰의 카카오스토리에서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이것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토회 구로 법당을 바로 찾았습니다. 총무님께 제가 처한 상황을 말씀드리고 상담을 한 후 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남편과 함께
▲ 남편과 함께

깨달음의 장을 통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되다

3월에 봄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5월에 <깨달음의 장>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오로지 나를 바라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듣는 불교대학 수업의 내용은 그전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108배 수행도 시작했습니다. 걷기도 힘들었던 다리에 힘이 생겨났습니다. 처음에는 10배 하기도 힘들었는데, 어느새 108배를 하는 제 모습에 남편도 놀라워했습니다. 오로지 살기 위해서 했던 108배가 정말 나를 살렸습니다. 몸이 조금씩 회복되었고,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졌습니다. 108배 수행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도반들과 함께했던 경주 남산순례에서 가장 왼쪽 효영 님
▲ 도반들과 함께했던 경주 남산순례에서 가장 왼쪽 효영 님

불교대학에서 신세계를 보다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진정한 나와 대면했습니다. 마음속에 두려움과 후회, 걱정이 점점 줄어들더니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항상 상대에게 의존했던 제가 신세계를 본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자유롭고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그동안 너무 힘들게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힘들었고, 밖으로 내 마음을 내놓기는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공부할수록 내 마음을 보는 힘이 길러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마음 내어놓기가 예전보다 가벼워졌습니다. 인터뷰 하는 지금도 마음 편안합니다.

불교대학 특강수련, 문경 정토 수련관에서 도반들과 함께, 맨 뒷줄 가장 왼쪽 효영님
▲ 불교대학 특강수련, 문경 정토 수련관에서 도반들과 함께, 맨 뒷줄 가장 왼쪽 효영님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포기할 순 없잖아요.

요즘에 저는 남편에게 의존했던 부분이 많이 개선됐고,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화가 올라오지 않습니다. 남편이 저를 보고 “너만 행복한 것 같아서 약 오른다”라고 합니다. 큰 아이는 요즘 엄마가 화를 잘 안 낸다고 합니다. 엄마를 무서워하던 둘째도 예전보다 말이 많아지고 밝아졌습니다. 저의 시어머니, 시누이와의 관계도 좋아져서 이런 변화를 남편이 가장 좋아합니다.

자영업을 하면서 사람을 대할 때 별난 사람을 만나면 좀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편하게 대합니다. 이제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지 않습니다. 아마도 따로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정토불교대학 홍보를! 가장 왼쪽 효영 님.
▲ 도반들과 함께, 정토불교대학 홍보를! 가장 왼쪽 효영 님.

전쟁반대 평화집회에 참석한 효영 님
▲ 전쟁반대 평화집회에 참석한 효영 님

봉사로 내 삶의 주인이 되어갑니다

처음 불교대학에 입학했을 때 담당하셨던 분이 현재 구로 법당 총무님입니다.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 깊었고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총무님의 부탁이면 무조건 하게 돼서 저절로 봉사 세계로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첫 봉사는 불교대학 졸업 후 경전반 때부터 불교대학 담당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을 했습니다. 아침에 일찍 준비하고 법당으로 향하며 조금 귀찮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법문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임했던 것 같습니다. 불교대학 학생으로 이미 들었던 법문인데도 다시 들을 때는 내가 받아들이는 그릇이 조금 커진 것 같고, 불교대학 학생들에게서 예전의 내모습도 보면서 오히려 학생들에게서 내가 뭔가를 얻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내 생각과 다르게 받아들이는 분들에게는 그분이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지만, 봉사할수록 내가 보고 듣는 것이 넓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이분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분들에게서 내가 배우는 것이 많다는 관점의 전환이 생겼습니다. 봉사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임을 진정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가을불대 담당과 봄경전 부담당을 하면서 참 감사하다는 마음과 행복하구나! 진정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봉사로 나를 찾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진정 나라 할 것이 없음을 그냥 할 뿐임을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

법당에서 하는 봉사활동이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하던 것을 두 번, 세 번으로 늘려나가니 너무 자주 나가는 거 아니냐고 남편이 눈치를 주기도 했지만, 제 신념이 확고해서 그 부분은 크게 힘들진 않습니다. 봉사는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나서는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봉사를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스텝으로 참여했던 불교대학 특강 수련에서 효영님.
▲ 스텝으로 참여했던 불교대학 특강 수련에서 효영님.

정토회 나를 살려준 곳!

정토회는 저를 살려준 곳입니다. 남편도 제가 예전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얘기합니다. '예전에 살던 대로 미련하게 살았다면 아마 병이 재발해서 오래 못 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하루하루가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수행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다 같이 건강해졌습니다. 지금처럼 필요한 곳에 잘 쓰이면서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글_김은주 희망리포터 (양천정토회구로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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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저도 정말 마음에 와 닿았던 말입니다. 이제는 그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것에 행복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꾸준히 수행하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2019-11-27 15:17:11

리나

잔잔한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고마워요~
작은변화가 큰 변화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2019-11-19 20:50:39

무량덕

봉사로 나를 찾은 느낌을 음미해봅니다. 감동입니다.

2019-11-19 16: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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