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작법당
이옥자님, 300배 하셔야겠습니다

2013년 9월의 마지막 날, 막 생겨난 동작 법당 문을 두드렸던 이옥자 님은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일 새벽 정진과 천일결사 기도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작은 규모였던 법당은 도반들이 늘면서 이제는 확장 개원을 앞두고 있는 제법 큰 법당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옥자 님이 처음 정토회 문을 두드릴 당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지난 6년간 수행을 이어온 이옥자 님.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뒤늦은 나이에 사업을 벌인 남편, 이해가 안 됐어요

인도 성지 순례에서
▲ 인도 성지 순례에서

유복한 집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집안의 맏이로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들과 큰 문제없이 지내왔고 결혼생활에도 만족했습니다. 아들의 공부 문제로 힘들 때는 있었지만 남편, 아들과는 큰 문제 없이 잘 지냈습니다. 딸은 시집가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고 아들도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자리도 잘 잡았습니다. 이제는 살림에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되고, 젊은 시절 열심히 돈을 모아 사둔 건물에서 임대수익도 있어 편안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남편과 함께 자수성가로 일어섰고,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강원도의 한 지역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처음에는 남편의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남들은 은퇴하고 다들 편하게 지내는데 왜 갑자기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됐습니다. 돈에 더 욕심내지 말고 이대로 편하게 살자고 설득하고 또 설득했습니다. 남편은 이런 만류에도 본인 생각대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안 돼 번 돈으로 주변의 땅을 또 사면서 일을 키웠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것이 결국 빚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매일 마음 졸이는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왜 내 말을 안 듣고 일을 벌였는지 원망은 산이 됐어요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남에게 빚을 진 적이 없었습니다. 남의 돈이라면 단 1원도 함부로 써 본 적이 없었습니다. 500원이 생기면 500원을 쓰고 1,000원이 생기면 1,000원을 쓰는 것이 돈에 대한 저의 철학이었습니다. 예전에 유행했던 방문 판매 화장품도 빚을 지는 것 같아서 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저의 기준에서 남편이 사업 때문에 빚을 지는 것은 ‘맑은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내 말을 안 들었을까?' '왜 내 속을 이렇게 다 뒤집어 놓나?' '이대로 욕심 없이 편하게 살면 되는데 왜 저런 일을 벌였을까?' 원망하는 마음은 태산이 됐습니다.

평소에 얼굴이 참 밝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밝았던 얼굴은 세상 고민 다 짊어진 듯 어두워졌고 표정도 안 좋게 변해갔습니다. 당시 에어로빅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중 알게 된 강사가 정토회를 알려줬습니다. 법륜스님의 유튜브 즉문즉설을 동틀 때까지 보곤 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장승배기역 근처에 있는 동작법당 계단을 성큼성큼 올랐습니다.

동작 법당에 가자마자 한 도반과 함께 새벽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둘이면 어때요. 우리 같이 새벽 정진 해요"라고 말하는 도반의 제안을 그 자리에서 받아들였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원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뭐든지 해야만 했습니다. 새벽 정진을 하면서 곧 겨울이 왔고 춥다고 새벽 정진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아파트에서 내려오는 길이 워낙 가팔라 미끄러지지 않는 등산화를 신고 법당을 향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집안에 큰일이 있었던 때를 빼놓고는 새벽 정진과 천일결사 기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동작법당 불사성취 새벽기도에서 이옥자님(오른쪽 첫번째)
▲ 동작법당 불사성취 새벽기도에서 이옥자님(오른쪽 첫번째)

이옥자님, 300배 하셔야겠습니다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한 3년은 진짜 힘들었습니다. 아들이 "두 분은 젊었을 때는 그런 모습을 안 보이더니 왜 이렇게 싸우세요. 그런 모습 제 앞에서는 보이지 마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자식 말은 어려웠습니다. 자식들 앞에서 싸우는 모습 보이는 것이 싫어 운동장에서 남편에게 큰소리를 쳤습니다. 남편은 그저 듣고 있을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화가 났습니다. 나는 이렇게 속을 썩는데 저 사람 반응은 왜 저러할까? 가슴을 쳤습니다.

어느 새벽 정진을 마치고 만난 동작 법당 총무님이 저에게 얼굴이 왜 그러냐며 300배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나름대로 108배 기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그 말씀이 큰 울림이 되어 그날 이후 300배를 하면서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JTS 거리모금에서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첫번째)
▲ JTS 거리모금에서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첫번째)

일과 수행의 통일에 이르기까지

남편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잡히나 했더니 이제는 법당에 대한 분별심이 올라왔습니다. 법당에서 하라고 하는 봉사는 거절 없이 다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정토회는 왜 이렇게 시키는 일(봉사활동)이 많지?' 하면서 2년 동안 법당을 멀리하게 됐습니다. 수행 법회도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 갔습니다. 정진은 법당이 아닌 집에서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천일결사도 참여했고요.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법당에 다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까지 봉사와 수행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동작 법당은 지금 한창 확장 불사 정진 중입니다. 불사 담당자 및 새벽기도 꼭지장을 맡아서 도반들과 함께 불사 새벽 기도를 한 지 벌써 212일째( 10월 8일 기준)가 되네요. 지금은 남편에 대한 원망은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남편의 사업은 예전으로 돌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많이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도 감사합니다.

남편에 대한 깨달음 '아, 내 남편은 이런 사람이구나'

예전에는 과묵하고 늘 긍정적인 남편 성격도 싫었습니다. 수행하는 저보다 더 수행자 같은 남편, 지난 천일결사 회향식에서 법륜스님의 말씀을 듣고 남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 이사람은 원래 타고나기를 그렇게 타고 났구나..', '아, 내 남편이 바로 그런 사람이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을 닮은 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지금은 남편의 긍정 마인드를 보면서 "그래, 우리 남편은 긍정으로 끝날 거야" 하면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이옥자 님의 얼굴은 더없이 환해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이 그동안 꾸준하게 해온 정진 덕분 아닐까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지금도 새벽이슬을 맞으며 법당을 향하는 이옥자 님의 힘찬 발걸음에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동북아 기행중 법륜스님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두번째)
▲ 동북아 기행중 법륜스님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두번째)

글_김유진 희망리포터(서울정토회 동작 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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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병

감사합니다. 300배♡♡♡

2020-07-28 22:55:46

하수정

하루살이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2019-10-25 09:07:02

반야지

잘 읽었습니다. 꾸준히 수행하시는 모습에 저력이 느껴집니다. 다 잘될거라는 말씀이 씨앗이 되어 다 잘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

2019-10-23 20: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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